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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보고 듣다(문장배달)26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이름을 여쭈어도 될까요?” “알렉시스 조르바……내가 꺽다리인 데다 대가리가 납작 케이크처럼 생겨 먹어 ‘빵집 가래삽’이라고 부르는 친구들도 있지요. 한때 볶은 호박씨를 팔고 다녔다고 해서 ‘파사 템포’라고 부르는 치들도 있었고.. 2014. 11. 8.
줌파 라히리 「질병의 통역사」 「질병의 통역사」줌파 라히리 “잠깐만요, 다스 부인, 왜 당신은 내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까?” 그녀가 마침내 이야기를 마치자 카파시 씨가 물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제발 나를 다스 부인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나는 스물여덟밖에 안 되었어요. 당신은 .. 2014. 11. 8.
요시다 슈이치 「7월 24일 거리」 「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캄캄한 출입구 어디에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사람인 듯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내가 조그만 소리로 묻자, “괜찮아요. 나는 잘 아니까.”라며 그가 팔을 .. 2014. 11. 8.
에프라임 키숀 「행운아 54」 「행운아 54」 에프라임 키숀 놀랍게도 나는 4층이 아니라 3층에서 그를 만났다. 심리상담가는 계단에 앉아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왠지 운명의 동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친밀감이 엄습했다. 막바지에 이르면 모든 인간은 한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있다. .. 2014. 11. 8.
보르헤르트 「적설」 「적설」 보르헤르트 그래서 그는 노래를 불렀다. 공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한숨 소리도 안 들리고 땀이 얼어붙지도 않게 그는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이제 공포가 들리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자 이제 그에겐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러시아.. 2014. 11. 8.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 「바람의 그림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난 내가 보고 싶어서 온 줄로 생각했었어.” 나는 힘없이 미소 지었다. 그녀의 얼굴이 난처함으로 발갛게 달아오르는 걸 바라보았다. “농담이야.”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네가 아직 보지 못한 이 도시의 얼굴을 보여주려는 약속 때문이었.. 2014. 11. 8.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개자식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마녀의 새끼들! 망할 자식들! 또 다른 사람들은 말했다. -멍청이들! 부랑배들! 조무래기들! 고집불통들! 더러운 놈들! 돼지새끼들! 깡패! 썩어문들어질 놈들! 고얀 놈들! 악.. 2014. 11. 8.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한 강사가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십 달러짜리 지폐를 들고 물었다. "이 이십 달러짜리 지폐를 갖고 싶은 분 있습니까?" 여러 명의 손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강사가 말했다. "드리기 전에 할 일이 좀 있습니다." 그는 지폐를 구겨 뭉치고는 말했다. ".. 2014. 11. 8.
무라카미 하루키 「다리미가 있는 풍경」 「다리미가 있는 풍경」 무라카미 하루키 "아저씨." "왜?" "저는 속이 텅텅 비어 있어요." "그래?" "네." 눈을 감으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눈물은 차례로 뺨을 타고 내려가 떨어졌다. 쥰코는 오른손으로 미야케 씨 치노 팬츠의 무릎 근처를 힘주어 꽉 움켜잡았다. 몸이 .. 2014. 11. 8.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저녁에 도미니크와 카트린느는 기도를 하는 둥 마는 둥했다. 그들은 서로 말을 나누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그들은 프랑스말을 했고 지내온 삶과 추억들을 이야기했다. 도미니크는 책을 몇 권 지니고 왔었다. 그는 큰 소리로 페트라르카의 1.. 2014. 11. 8.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 「자기 앞의 생」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저능아다. 저능아란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어서 자라지 않기로 마음먹은 아이다. 그러면 난처해진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예를 들어 열다섯 살짜리 아이가 열 살처럼 행동을 하는 식.. 2014. 11. 8.
가쿠타 미쓰요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그거, 써 있는 거 말이야, 여러 사람들의 기억 아닐까?" "기억?" "가장 소중한 기억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제일 처음 기억일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겠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냈다. 주택가의 카레 냄새나, 배를 보이는 고양이, 사람.. 2014. 11. 8.
지하드 다르비슈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지하드 다르비슈 나스레딘에게는 열세 살 난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아들은 늘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너무 심해 집 밖으로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날 비웃을 거야.’ 그는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아.. 2014. 11. 8.
이청준「눈길」 이청준「눈길」 십칠팔 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술버릇이 점점 사나워져가던 형이 전답을 팔고 선산을 팔고, 마침내는 그 아버지 때부터 살아온 집까지 마지막으로 팔아넘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K시에서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던 나는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나 알아보고.. 2014. 11. 8.
이제하「능라도에서 생긴 일」 이제하「능라도에서 생긴 일」 - ……80년대 중반 무렵 C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었죠. 근데 당선 시와 소감이 나간 다음다음 날인가 그러니까 정월 초이튿날인데, 이상한 아주머니 하나가 집으로 찾아왔어요. 청와대에서 동생을 좀 보잔다면서요. 차림은 고급스러운데 말할 수 없이 음울.. 2014. 11. 8.
전혜린「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 ‘마지막 편지’(遺稿)」 전혜린「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 ‘마지막 편지’(遺稿)」 장 아제베도에게 1965년 1월 6일, 새벽 4시. 어제 집에 오자마자 네 액자를 걸었다. 방안에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네 냄새. 네 글(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갑자기 네 편지 전부(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를 .. 2014. 11. 8.
김원일 「전갈」 「전갈」 김원일 “강재필이 왔습니다.” 나는 벙거지 벗고 나 회장에게 머리를 숙였다. “얼마 만인가. 강 박, 반갑네.” 나 회장의 쉰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 “나는 강 박이 큰 그릇이라구, 여기 애들한테 늘 말했지. 학식 있고 의리 있는 남자라구. 강 박은 치밀하고 다이내믹한 .. 2014. 11. 8.
매튜 벨몬테, 「노란 우비」중에서 나를 감싸고 덮어준 우비는 내 의지를 꺾고 그것을 입힌 어머니의 승리를 의미했다. 우비는 내가 어머니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끝없이 상기시켜주었다. 우비는 의식적으로는 자각할 수 없는 본질적인 방식으로 어머니를 상징하게 되었고, 내가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듯.. 2014. 11. 8.
유디트 헤르만 「아쿠아 알타」 부모님이 늙으면 나는 그들과 여행하리라 늘 생각한다. 혹은 내가 늙어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리라는 것도 아울러 생각한다. 나는 부모님이 이미 늙었다는 걸 잊어버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걸 부정해 버린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간 감각을 잃어버린다. 부모님과의 만.. 2014. 11. 8.
의로운 선택 보트피플 나날이 세상 인심이 각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의 장점은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찮다. 달콤함과 편안함 뒤에 씁쓸함과 괴이한 고통이 서서히 드러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자본이 인간을 우선하여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회 문제를 접한다. 돈 때문에 끔찍한 일들이 벌.. 2014. 11. 8.
존 버거, 『킹』 “희망의 핵심은, 그것이 아주 어두운 곳에서 생겨나는 무엇이라는 점입니다.” - 존 버거『사진의 이해』중에서 - 실수는, 킹, 적보다 더 미움을 받는 거야. 실수는 적처럼 굴복하지 않으니까. 실수를 물리치는 일 같은 건 없는 거야. 실수는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만약에 있다면.. 2014. 11. 8.
아모스 오즈, 「땅파기」 “내 작품은 뭔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 아모스 오즈, 『시골 생활 풍경』 머리말 중에서 - 그녀는 하루에 세 번 그가 먹어야 하는 알약과 캡슐이 들어 있는 작은 병들을 줄을 맞춰 늘어놓았다. 늙은 아버지를 재교육하고 나쁜 습관을 교정시키고, 마침내 평생 동안의 이기.. 2014. 11. 8.
트루먼 카포티, 「미리엄」 트루먼 카포티, 「미리엄」 환한 대낮에 보니 미리엄은 수척했고 약간 위축되어 있으며 머리도 덜 빛나 보였다. 미리엄이 소중히 여기는 프랑스 인형은 분을 바른 정교한 가발을 쓰고 있었으며 백치 같은 유리 눈은 미리엄의 눈에서 위안을 찾고 있었다. “놀랄 만한 선물을 가지고 왔어.. 2014. 11. 8.
아름다운 산책 할머니와 호기심 많은 강아지가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길거리에서 보는 것 마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기억하려고 애를 씁니다. 한 주유소 앞을 지날 무렵 강아지가 멈춰서 가지 않으려고 하네요. 할머니가 아무리 가자고 해도 킁킁 냄새를 맡으며 안가겠다고 버팁니다. 할머니도 쭈그.. 2014. 11. 8.
세상 어머니의 손은 왜 이리 거칠기만 할까요? 아버지는 코를 골고 아이들은 쌔근쌔근 잠으로 빠져들지만 어머니는 졸린 눈 비비며 바느질에 길쌈까지 아침을 재촉하는 새벽닭이 홰를 치기도 전에 어머니는 그보다도 먼저 일어나 아침을 맞이합니다. 몇 뙈기 안 되는 자갈밭 잡초는 무심하게 무성하고 어머니 호미 닳고 닳도록 적삼 .. 2014. 11. 8.
플로리안 일리스 [1913년 세기의 여름]중에서 플로리안 일리스, 『1913년 세기의 여름』을 배달하며 백 년 전에 프란츠 카프카는 이랬습니다. 덕분에 작품 『변신』을 썼을 것입니다. 뛰어난 예술작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려고 이렇게 작가 하나 잡아먹거나 아예 집안을 통째로 들어먹은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카프카처럼 폐결핵을 .. 2014. 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