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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맛있는 인생>

by 아프로뒷태 2010. 10. 21.

 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젼부문 공식 초청작

<맛있는 영화>


손대는 영화마다 망하던 영화제작자 조대표가 강릉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풋풋하고 청순한 그녀!

 




답답한 인생,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었다!
만드는 영화마다 망하는 충무로의 전설적인 제작자 조대표(류승수).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거래처 전화들에 시달리다 무작정 바다가 보고 싶어 강릉으로 향한다.
홀로 바닷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낯이 익은 젊은 여자, 민아(이솜)를 만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대표가 제작한 영화의 팬이라며 조대표를 먼저 알아보는 민아.
조대표는 시나리오 작업차 강릉에 왔다고 말하며 민아에게 가이드를 부탁한다.

 

20년 전 원나잇 로맨스, 미스터리로 돌아오다!
강릉일대의 맛집들과 오래 전 기억 속의 옛 동네를 둘러보고,
민아가 아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조대표는 20년 전 강릉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조대표는 당시 피서지 로맨스로 작업을 걸었던 그녀가 민아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민아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한편,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과 여유,
우연한 만남이 가져오는 묘한 떨림에 들뜨게 되는 조대표.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조대표는 조심스레 20년 전 진실을 말하려 하지만,
그 순간 민아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조대표는 민아에게 속 사정을 밝히게 될까?

 

 

 

  










첫번째 맛


 

‘커피명인이 만든 원두커피처럼……. 

                      <맛있는 인생>은 실제 충무로의 제작자 출신인 조성규 감독의 조금은 위험한 데뷔작입니다. <맛있는 인생>은 영화판에서 10년 가량 영화 만들기에 참여해왔으면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많은 영화들을 생산해온 조성규가 감독에 대한 꿈을 품고 만든 영화입니다. 사실 제작/수입사 대표 조성규에게도 망한 영화 못지 않게 잘된 영화도 많았습니다. <메종 드 히미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수입해 전국에 일본영화 대성황의 장을 열은 장본인이고, <영화는 영화다>,<멋진하루>,<이태원 살인사건> 등으로 저예산 영화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배우들>같은 실험적인 컨셉영화도 기획한 바 있습니다. 주류 영화와는 조금은 비껴가지만 색깔 있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단순한 시장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조성규. 이 영화는 그가 얼마나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강릉의 커피명인이 좋은 원두로 우려낸 커피를 생산해 많은 사람들의 입안을 즐겁게 만드는 것처럼 <맛있는 인생>의 만듦새 역시 그러합니다. 물론 짧은 촬영 회차와 열악했던 제작여건, 그리고 제작사 대표로서의 업무까지 병행하며 연출을 해야 하는 상황등 <맛있는 인생>을 둘러싼 모든 환경들이 장인의 손맛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7년 전의 강릉으로의 여행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공들여온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올 가을의 끝을 잡고 <맛있는 인생>이 선사하는 쌉쌀한 원두커피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두번째 맛

 


‘강원도의 향토음식들로 표현되는 미식에 관한 영화’

                       <맛있는 인생>은 강릉 촬영분량이 영화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흔히 로드무비라 생각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사실 미식에 관한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조대표(류승수)는 영화 내내 시나리오 구상을 핑계로 민아(이솜)를 데리고 강릉의 주변의 맛집을 돌아다닙니다. 영화 속에서 조대표 스스로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라고 말했듯이 <맛있는 인생>은 영화 전반에 걸쳐 미식의 즐거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릉에서 주문진을 거쳐 화진포까지. 강릉일대 온갖 맛있는 음식들의 향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대표와 민아의 여정은 보는 이들의 군침을 돌게 합니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이야기도 술술 나오는 법. 조대표는 갓 잡은 신선한 도치로 만든 알탕을 먹으면서는 음식과 술의 궁합에 대해 논하고, 보헤미안의 커피를 마시면서는 우리나라 최고의 커피 장인의 커피 세계에 존경심을 표하며, 화진포 막국수를 먹으면서는 함흥냉면과 평양냉면 면발의 차이에 대해 열변을 토합니다. 미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기꺼이 음식 이야기를 즐기는 조대표의 모습은 조금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며 들뜨고 즐거워하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겹쳐 보입니다. 미식의 계절인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문득 훌쩍 여행을 떠나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싶은 당신에게 <맛있는 인생>은 입 안에서 곱씹을수록 다채로운 맛을 내는 정말 맛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번째 맛

 
‘자연산 문어의 싱싱함처럼 곳곳에 살아 숨쉬는 카메오 군단!’


 
                       얼굴이 많이 낯이 익습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머리 속 기억장치를 가동해봅니다. 그러다 무릎을 탁! 치시게 될 것입니다. 영화 내내 구수한 사투리로 조대표를 들었다 놨다 하는 횟집 고씨 아저씨. 바로 <영화는 영화다>의 봉감독으로 수백만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고창석입니다. 명품조연에서 서서히 주연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배우 고창석이 당시 제작자였던 조성규 대표와의 친분으로 우정출연 하였습니다. 매니저 강씨로 분한 연극배우 겸 연출가 백원길과 콤비를 이루어 펼쳐 보이는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감탄이 절로 납니다. <부산>에서 빚쟁이와 사채업자로 대립을 이루었던 두 배우, 이번 영화에서는 잔소리쟁이 ‘여보’에 맞서 동맹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징글징글한 두 남자의 동맹에 반기를 들고 나선 강씨 부인은 실제 고창석의 부인 이정은씨라고 합니다. 주고받는 술잔 사이에 오가는 그들의 설전이 100퍼센트 애드리브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양념이 따로 필요 없는 그들의 감칠 맛나는 생생한 연기는 자연산 문어의 싱싱함을 떠오르게 합니다. <맛있는 인생>의 카메오 행렬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조대표의 절친 봉감독의 목소리는 박해일이 도맡았고, 묘한 매력의 마스크로 모델 계를 평정한 휘황은 한국말이 서툴러 면박을 당하는 뮤지션을 맡았습니다. 가수 겸 화가인 백현진은 카페 주인장 역으로 깜짝 출연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시작을 있게한 캐스팅 디렉터는 바로 배우 이민기였습니다. 이민기는 호형호제하는 류승수와 모델 일로 친분을 쌓은 이솜을 적극 추천하여 주연 캐스팅까지 이루어졌다고 하니, 그야말로 각종 문화계 인사들이 총출동하여 탄생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번째 맛

 


‘추억이 떠오르는 영화 속 유재하와 이상은의 음악!’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이 감성적인 가사만 들어도 가슴 한 켠에 뭉클한 추억 한 다발이 떠오르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반면 다소 옛스러운 멜로디에 생소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테지요. 80년대,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이슬처럼 사라진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의 도입부입니다.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재하.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가 떠난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긴 생머리의 새침해 보이는 민아, 어딘가 수상합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유재하의 팬이라고 합니다. 그의 기일까지 똑똑히 기억하는 걸 보니 괜한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아가 직접 부른 이상은의 <언젠가는>은 영화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잔잔한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민아의 풋풋한 음색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그런 민아를 바라보는 조대표의 눈빛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렇듯 진한 추억의 맛을 지닌 음악은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조대표와 민아가 갖는 세월의 격차를 빼곡히 채워줍니다. 두 명곡을 통해 조대표는 강릉에서 유재하 테이프를 선물했던 한 여자를 떠올리고, 민아는 유재하와 이상은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엄마를 떠올립니다. 그 둘은 과연 동일인물일까요? 스무 살 차이의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동시에, 알쏭달쏭 미스터리를 더해주는 영화 속 음악!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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