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회 부산국제영화제 비젼부문 공식 초청작
<맛있는 영화>
손대는 영화마다 망하던 영화제작자 조대표가 강릉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만난 풋풋하고 청순한 그녀!
답답한 인생,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었다!
만드는 영화마다 망하는 충무로의 전설적인 제작자 조대표(류승수).
10월의 마지막 금요일, 거래처 전화들에 시달리다 무작정 바다가 보고 싶어 강릉으로 향한다.
홀로 바닷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낯이 익은 젊은 여자, 민아(이솜)를 만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조대표가 제작한 영화의 팬이라며 조대표를 먼저 알아보는 민아.
조대표는 시나리오 작업차 강릉에 왔다고 말하며 민아에게 가이드를 부탁한다.
강릉일대의 맛집들과 오래 전 기억 속의 옛 동네를 둘러보고,
민아가 아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조대표는 20년 전 강릉에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조대표는 당시 피서지 로맨스로 작업을 걸었던 그녀가 민아의 엄마라는 것을 알게 되자,
민아가 자신의 딸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한편,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과 여유,
우연한 만남이 가져오는 묘한 떨림에 들뜨게 되는 조대표.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조대표는 조심스레 20년 전 진실을 말하려 하지만,
그 순간 민아에게 충격적인 고백을 듣게 된다.
조대표는 민아에게 속 사정을 밝히게 될까?
첫번째 맛
<맛있는 인생>은 실제 충무로의 제작자 출신인 조성규 감독의 조금은 위험한 데뷔작입니다. <맛있는 인생>은 영화판에서 10년 가량 영화 만들기에 참여해왔으면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많은 영화들을 생산해온 조성규가 감독에 대한 꿈을 품고 만든 영화입니다. 사실 제작/수입사 대표 조성규에게도 망한 영화 못지 않게 잘된 영화도 많았습니다. <메종 드 히미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수입해 전국에 일본영화 대성황의 장을 열은 장본인이고, <영화는 영화다>,<멋진하루>,<이태원 살인사건> 등으로 저예산 영화의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여배우들>같은 실험적인 컨셉영화도 기획한 바 있습니다. 주류 영화와는 조금은 비껴가지만 색깔 있는 영화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단순한 시장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는 것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조성규. 이 영화는 그가 얼마나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살아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마치 강릉의 커피명인이 좋은 원두로 우려낸 커피를 생산해 많은 사람들의 입안을 즐겁게 만드는 것처럼 <맛있는 인생>의 만듦새 역시 그러합니다. 물론 짧은 촬영 회차와 열악했던 제작여건, 그리고 제작사 대표로서의 업무까지 병행하며 연출을 해야 하는 상황등 <맛있는 인생>을 둘러싼 모든 환경들이 장인의 손맛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7년 전의 강릉으로의 여행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공들여온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솔직한 소회를 밝히고 있습니다. 올 가을의 끝을 잡고 <맛있는 인생>이 선사하는 쌉쌀한 원두커피 맛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두번째 맛
‘강원도의 향토음식들로 표현되는 미식에 관한 영화’
세번째 맛
네번째 맛
‘추억이 떠오르는 영화 속 유재하와 이상은의 음악!’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가고~’ 이 감성적인 가사만 들어도 가슴 한 켠에 뭉클한 추억 한 다발이 떠오르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반면 다소 옛스러운 멜로디에 생소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테지요. 80년대, 단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이슬처럼 사라진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의 도입부입니다.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재하. 하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가 떠난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문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긴 생머리의 새침해 보이는 민아, 어딘가 수상합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유재하의 팬이라고 합니다. 그의 기일까지 똑똑히 기억하는 걸 보니 괜한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민아가 직접 부른 이상은의 <언젠가는>은 영화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잔잔한 기타 반주에 맞춰 부르는 민아의 풋풋한 음색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그런 민아를 바라보는 조대표의 눈빛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렇듯 진한 추억의 맛을 지닌 음악은 강산이 두 번은 바뀌었을 조대표와 민아가 갖는 세월의 격차를 빼곡히 채워줍니다. 두 명곡을 통해 조대표는 강릉에서 유재하 테이프를 선물했던 한 여자를 떠올리고, 민아는 유재하와 이상은의 노래를 즐겨 불렀던 엄마를 떠올립니다. 그 둘은 과연 동일인물일까요? 스무 살 차이의 두 주인공을 이어주는 동시에, 알쏭달쏭 미스터리를 더해주는 영화 속 음악!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영화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사 <나라야마 부시코> (0) | 2010.10.25 |
---|---|
이 감독을 주목하라! 기대할 만한 한국상업영화 신인감독 김민석 (0) | 2010.10.22 |
<공각기동대><이노센스> 오시이 마모루의 감성 귀환 <스카이 크롤러> (0) | 2010.10.20 |
< 퍼머넌트 노바라 > (0) | 2010.10.17 |
< 할 > 깨달음의 영화. 부처와 예수가 만나다. (0) | 2010.10.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