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3월의 끝에 북한산에 올라, 너를 두고 온다.

by 아프로뒷태 2012. 4. 1.

 

두고 올 것이 있었다. 그곳에 두고 오면 한결 마음이 나아질 것 같았다. 그것을 들고 북한산에 올랐다. 북한산을 올라가는 많고 많은 길 중에서 나는 유일하게 한 길 밖에 모른다. 혼자 산에 오르기에 가장 편하며 적당히 운동도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다른 길로 북한산의 봉우리에 올라야지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 산에 가지 말라고 했다. 혼자 가는 건 좋지 않아. 난 반댈세.

 

그녀의 반대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2012년 3월 31일. 24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많은 일들 중에서 선택한 일은 산을 오르는 일이었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못한다고 해도 후회되지 않았다. 가야했다. 그곳에 두고 올 것이 있었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출발시간이 늦었다. 더욱이 하산 후에는 약속이 잡혀 있었다. 과연 약속시간 안에 그곳에 이를 수 있을까? 올라가는 내내 마음이 찹찹했다. 전날에 비가 와서 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땅이 질어 미끄러지지 않을까. 발목을 삐끗하지 않을까. 잡다한 생각으로 잠을 설쳤기에 더 불안했다. 산의 입구로 가는 전철에서 생각했다.

 

 

 

조급해하지 말자. 어차피 늦어버린 일, 조급하게 한다고해서 잘 될 일도 아닌 걸. 천천히 가더라도 건강하게 즐기며 나아가자. 인생이 어디 이 순간뿐이더냐,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 몰라도 그때그때 신중하고 음미하며 가면 된다. 지나친 확신과 성공에 급급하지 말자. 오히려 상처가 될 뿐이다.

 

생각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했다. 몇 달 만에 오르는 산인데도, 숨 가쁘지 않았다. 단숨에 올라간 자신이 대견할 정도였다. 그곳에서 돌아보았을 때, 나는 그것들과 마주했다. 깊고 험한 늪. 한 번 빠져버리면 헤어 나오기 힘든 곳, 그곳에서의 생활에 염증이 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다. 슬픔을 안고 있지만 살아있음에 더 고마워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산하기 전, 풍경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

바람이 가는대로 풍경이 움직이길 기다렸다.

 

풍경소리를 들어보았다.

목탁소리가 들려왔다.

청명한 소리.

깨어있는 자의 소리.

그 소리에 울컥 눈물이 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