蘭
친구가 생일 선물로 놓고 간
洋蘭을 우연히 본다.
갈색이든가, 청색이든가,
어제도 우연히 보이고
내일도 우연히 보인다.
작은 꽃, 큰 꽃, 고운 꽃
귀여운 꽃, 탐스러운 꽃, 가녀린 꽃 중에서
색깔과 향기와 모양과 표정을 풀고
서 있는 꽃, 앉아 있는 꽃.
그 많은 前生의 기억 속에서도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있는 꽃.
볼수록 더 조용해지는 꽃.
자기도, 나도, 그 사이도 조용해지는
세상의 모든 잊혀짐.
몇 달쯤 그 꽃잎에 누워
편안하고 긴 잠을 자고 싶은 꽃.
마종기,『그 나라 하늘꽃』106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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