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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향기

최하림,『속이 보이는 심연으로』107중에서, 내 시는 詩의 그림자뿐이네

by 아프로뒷태 2011. 11. 1.

내 시는 詩의 그림자뿐이네

 

 

詩와 밤새 그짓을 하고

지쳐서 허적허적 걸어나가는

새벽이 마냥 없는 나라로 가서

생각해보자 생각해보자

무슨 힘이 잉잉거리는 벌떼처럼

아침 꽃들을 찬란하게 하고

무엇이 꽃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는지

어째서 얼굴 붉은 길을 걸어

말도 아니고 풍경도 아니고

말도 지나고 풍경도 지나서

어떤 나무 아래 서 있는지

 

 

최하림,『속이 보이는 심연으로』107중에서

 

 

 

 

 

 

 

 최하림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김현, 김승옥, 김치수와 함께 ‘산문시대(散文時代)’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64년 「貧弱한 올페의 回想」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 <작은 마을에서> <겨울 깊은 물소리> <속이 보이는 심연으로> <굴참나무숲에서 아이들이 온다> <풍경 뒤의 풍경>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와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햇볕 사이로 한 의자가>, 판화 시선집 <겨울꽃>, 자선 시집 <침묵의 빛> 등이 있으며, 그 밖의 저서로 미술 산문집 <한국인의 멋>, 김수영 평전 <자유인의 초상>, 수필집 <숲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이 비어 있기 때문이다>, 최하림 문학산책 <시인을 찾아서> 등이 있다. 제11회 이산문학상, 제5회 현대불교문학상,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 향년 7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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