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저녁의 잃어버림, 혹은 떨꿈
길 잘 든 만년필을 잃어버렸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다.
신던 신발이 낡아지면
발은 못 벗고(절대 못 벗고!)
낡은 신발만 벗는다.
어리석다, 발마저 벗어야 할 때가 있으니
낡은 신발을 벗고
발 벗고
마음마저 벗고 가야 하리.
어두워진 언덕에
개벚꽃나무 한창일 때
마음은 한정 없이 몸 벗어나 꽃에 취한다.
장석주,『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108중에서
1955년 음력 1월 8일, 충남 논산에서 출생한다. 1975년『월간문학』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다. 도서출판「고려원」편집장을 거쳐 도서출판「청하」를 설립해 13년간을 편집발행인으로 일한다. 시인·비평가로 서른 해를 넘겨 살면서 60여 권의 저서를 낸다.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문화사랑방」·「행복한 문학」등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시골에서 소박한 삶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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