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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향기

김기택,『태아의 잠』,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by 아프로뒷태 2011. 10. 29.

 

 

구멍의 어둠 속에 정적의 숨죽임 뒤에

불안은 두근거리고 있다

사람이나 고양이의 잠을 깨울

가볍고 요란한 소리들은 깡통 속에

양동이 속에 대야 속에 항상 숨어 있다

어둠은 편안하고 안전하지만 굶주림이 있는 곳

몸둥이와 덫이 있는 대낮을 지나

번득이는 눈과 의심 많은 귀를 지나

주린 위장을 끌어당기는 냄새를 향하여

걸음은 공기를 밟듯 나아간다

꾸역꾸역 굶주림 속으로 들어오는 비누 조각

비닐 봉지 향기로운 쥐약이 붙어 있는 밥알들

거품을 물고 떨며 죽을 때까지 그칠 줄 모르는

아아 황홀하고 불안한 식욕

 

 

김기택,『태아의 잠』, 105중에서

 

 

 

 

 

저자 : 김기택
  

  • 수상 : 2009년 경희문학상, 2004년 미당문학상, 2001년 현대문학상, 1995년 김수영문학상
  • 최근작 : <이 사람들을 쪼아먹으면 안돼>  , 『소』, 『껌』
  • 소개 : 195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중앙대 영문과와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꼽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등을 펴냈다.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꼬부랑 꼬부랑 할머니』, 『방귀』를 썼으며 『용감무쌍 염소 삼형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고양이 폭풍』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수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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