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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완벽함이 부른 욕망의 정상에서. 우리는 순수를 버렸고 열정을 버렸다. <블랙스완>

by 아프로뒷태 2011. 9. 4.

 

 

요즘은 구토가 자주 치밀어오른다.

참을 수 없다.

 

A는 거짓말을 능청맞게 하고, B는 거짓말을 슬프게 하고, C는 거짓말을 감추려고 발악하고, D는 거짓말을 더 멋지게 하려하고, E는 거짓말을 순진하게 하고, F는 거짓말을 서글프게 한다. 그리고 E는 거짓말을......

 

처음엔 몰랐다. A와 B와 C가 그리고 D와 E와 F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어떤 이는 술잔을 든 손을 바르르 떨었다. 또 어떤 이는 세상에게 지친 삶을 분노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진실을 추구했다. 진실을 모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그들은 점점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거짓말로써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뻔히 들통날 거짓말로써.

 

그들이 진실이라고 외쳤던 말이 거짓말로 들통났던 순간을 목격했다. 그것을 보고서도 입을 봉해두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순수를 외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으므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므로.

 

어쩌다 모두 그렇게 됐을까?

 

점점 그들을 대하는 일에 지쳤다. 자신의 몸을 추스리기도 바쁜 요즘, 가능한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깊은 병을 낳게 한 것 같아서다. 가능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가능한 모든 생활도 혼자 하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세계와 수없이 마주하고 노트에 글을 끄적거렸다.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게 되었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을 담아야 하는 글들이 순수하지 않다. 더럽고 추악하다. 어쩌다 그지경이 됐을까? 안타깝기도 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조금씩 그들의 부정이, 더 없는 강요하는 부정이. 강한 긍정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인정하기로 했다. 물론 처음엔

 

몰랐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했다. 그 사실을.

그들은 세계의 진실을 외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에 능통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참을 수 없었다. 요즘 구토가 자주 치밀어올랐다. 구토를 참아보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서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었다.  읽다가 머리가 찌근거렸다.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영화를 봤다. 그랬더니 한결 수월했다.

 

영화 <블랙스완>과 장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번갈아 읽는 사이, 완벽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르트르는 완벽함에 대해 말했다.

 

나는 먼지 속에 바람 줄기 아래에 강한 광선 밑에 종이로 만든 무대 도구 사이에 있었어요. 상대방은 대게 손다이크였어요. 카벤트 가든에서 그 사람이 연기하는 것을 봤죠. 나는 그 사람 앞에서 웃음이 터질까봐 늘 걱정이었어요. 그럼 당신은 한 번도 당신 역할에 몰두해보지 못했단 말이요? 가끔, 약간은 그랬어요. 그러나 한 번도 완전히 그러지는 못했어요. 모든 배우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면에 있는 검은 구멍이에요. 거기에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보이지는 않아요. 물론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완전한 순간을 보여주죠. 하지만 들어봐요. 그 사람들은 완전한 순간에 살고 있지 않고 있었어요. 그 순간은 그네들 앞에서 전개하고 있었죠. 우리 배우들도 그 속에서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죠? 결국 그 순간은 아무 데도, 그 난간의 이쪽에도 저쪽에도 존재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러나 모든 사람들은 그 생각을 하고 있었죠. 알겠어요? 도련님? 하고 안니는 거의 조롱하듯 길게 목소리를 뽑으면서 말한다.

 

 

 

 

 

 

 

 

 

 

 

 

 

하지만 <블랙스완>에서 니나<나탈리 포트먼>은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의 역할에 완벽함을 추구했다.

평소 청순하고 맑은 소녀 니나에게 화이트스완을 연기하는 일은 완벽했다. 하지만 섹시하고 욕망이 들끓으며 사악함을 내재한 블랙스완을 연기하기에 니나는 턱없이 부족했다. 니나는 부족함을 연습으로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습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순수함과 사악한 내면을 가지는 일.

 

 

 

 

 

 

 

 

 

 

 

 

 

니나는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노력하면 완벽함은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 신앞에서 늘 듣는 소리는 그렇다.

 

이, 어리석은 존재야.

 

 

 

 

 

 

 

 

 

 

 

 

 

 

 

 

 

 

 

 

 

 

 

 

 

 

 

니나가 선택한 블랙스완의 완벽함은 결국 자기 파멸이었다.

 

 

 

 

 

 

 

 

 

 

 

 

 

 

 

 

 

 

 

 

 

 

완벽이란 없다.

 

 

완벽해지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은 끝내에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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