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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EBS 추천 영화

by 아프로뒷태 2011. 8. 10.

석양의 건맨( For a Few Dollars More) 130분

(국내 개봉명: 석양의 무법자)

제 작 : 1965년 (이태리)

감 독 : 세르지오 레오네 Sergio Leone

주 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 / 리 밴 클리프 / 지안 마리아 볼론테

줄거리 : 감옥을 탈출한 산적 두목이자 은행강도인 인디오(지안 마리아 볼론테 분)는 부하들과 함께 살인과 강탈을 일삼고 다닌다. 회중시계와 뮤직박스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그는 누군가를 죽일 때마다 회중시계를 꺼내 보는 버릇이 있다. 그런 인디오를 쫓는 두 명의 현상금 사냥꾼. 한명은 머티머 대령(리 밴 클리프 분)으로 냉철하고 이지적이며 인디오에게는 숨겨진 원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명은 멕시코식 망토를 걸치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이름 없는 사내(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그가 인디오를 ?는 유일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만큼 차갑고 계산적인 인물.

머티머 대령과 이름 없는 사내는 를 제작하기로 하고 암흑가의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린다.

처음에는 그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이던 나딘은 세르베의 적극적인 노력에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결국 나딘은 남편인 작크(작크 뒤트롱 분)과 세르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주 제 :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들과 변변찮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이 어둡고 우울한 드라마는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임을 제시하고 있다. 연애담인 동시에 환상적인 심리 드라마인 이 영화는 인습을 타파하려는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지속적인 노력을 예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작품세계의 우울함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 영화는 불만으로 가득한 사진기사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배우의 주위를 맴돌며 그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잡아내고 있다.

감상포인트 : 프랑스에서 만든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자 그의 아버지가 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거야>는 198 ~90년대를 통해 줄랍스키 감독의 작품세계를 특징짓게 될 분위기, 주제, 기술들을 굳건히 확립시켜주는 계기된 작품이다. 국제적인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여배우의 감독'으로, 그들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재발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로미 슈나이더는 물론이고, 이자벨 아자니, 소피 마르소 같은 당대 최고의 프랑스 배우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그들은 한때 그의 연인이었거나 현재의 아내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Et Dieu Cre'a la Femme) 95분

제 작 : 프랑스 (1956년 작품)

감 독 : 로제 바댕 Roger Vadim

주 연 : 브리짓트 바르도 / 장 루이 트레티냥 / 크리스티앙 마르깡

줄거리 : 생 트로페의 작은 마을에서 양부모와 함께 사는 줄리에트(브리짓트 바르도 분)은 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18세의 소녀로 마을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줄리에트는 자극적인 옷차림과 행동으로 남자들을 애태우면서 이를 즐긴다.

부유한 사업가 카라딘(퀴르 쥐르장 분)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매료되지만, 줄리에트가 선택한 남자는 가난한 배 제조업자 집안의 장남 앙뜨완(크리스티앙 마르깡 분). 하지만 그녀가 마을에서 일으키는 스캔들에 진력이 난 양부모는 그녀를 다시 고아원에 돌려보내려하고, 그녀는 고아원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앙뜨완의 수줍음 많은 동생 미셸(장 루이 트레티냥 분)과 결혼을 하게 된다. 주위의 수근거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사랑을 꾸려가는 줄리에트와 미셸. 하지만 결혼 전에 사귀었던 앙뜨완이 돌아오면서 두 사람의 목가적인 생활은 깨지고 만다. 앙뜨완은 동생과 결혼을 한 후에도 줄리에트를 계속 갈구하고, 앙뜨완이 자신을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시 신체적인 욕구일 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줄리에트는 앙뜨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주 제 : 당시의 급진적인 페미니즘과 성차별적인 요소가 기묘하게 결합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영화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1950년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여성의 성을 시한폭탄과 같은 위험한 것으로 여기며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한 과장된 대화들로 가득한 이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여성과의 조화를 모색하는 전후 남성에 대한 묘사라는 점에서 대중문화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다.

감상포인트 :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그러나 악마는 브리짓트 바르도를 창조했다" 이러한 언급만큼 1956년 개봉과 함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이 영화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말은 없을 것이다. 바댕 감독과 로제 레비가 공동으로 쓴 시나리오는 멜로드라마라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댕은 내용상의 부족한 부분을 매혹적인 장면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선명한 색조와 매력적인 배경, 그리고 새로운 시네마스코프의 기술을 아주 솜씨있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브리짓트 바르도라고 할 수 있다. 뇌쇄적인 아름다움으로 무장한 브리짓트는 남자들이 이상적이라 여기는 처녀이자 요부의 화신과 같은 연기를 펼쳐 영화에 관능적인 분위기를 한껏 불어넣고 있다.

중요한 건 사랑한다는 거야(L'important C'est D'aimer) 109분

제 작 : 프랑스 (1975년도 작품)

감 독 : 안드레이 줄랍스키 Andrzej Zulawski

주 연 : 로미 슈나이더 / 파비오 테스티 / 클라우스 킨스키

줄거리 : 별 볼일 없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세르베(파비오 테스티 분)은 영화계의 스타를 꿈꾸지만 싸구려 에로영화에 출연하며 돈을 버는 불운한 여배우 나딘 슈발리에(로미 슈나이더 분)을 보고는 사랑에 빠져든다. 그녀의 애정을 얻고 싶었던 세르베는 나딘에게 여주인공의 역을 주기 위해 연극 "리처드 3세"를 제작하기로 하고 암흑가의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린다.

처음에는 그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이던 나딘은 세르베의 적극적인 노력에 점차 마음을 열어가고, 결국 나딘은 남편인 작크(작크 뒤트롱 분)과 세르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주 제 : 사회적으로 실패한 사람들과 변변찮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이 어둡고 우울한 드라마는 사랑만이 유일한 구원임을 제시하고 있다. 연애담인 동시에 환상적인 심리 드라마인 이 영화는 인습을 타파하려는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지속적인 노력을 예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작품세계의 우울함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절박함이 묻어나는 이 영화는 불만으로 가득한 사진기사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여배우의 주위를 맴돌며 그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잡아내고 있다.

감상포인트 : 프랑스에서 만든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자 그의 아버지가 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도 한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거야>는 198 ~90년대를 통해 줄랍스키 감독의 작품세계를 특징짓게 될 분위기, 주제, 기술들을 굳건히 확립시켜주는 계기된 작품이다.

국제적인 프랑스 여배우 소피 마르소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진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은 '여배우의 감독'으로, 그들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재발견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로미 슈나이더는 물론이고, 이자벨 아자니, 소피 마르소 같은 당대 최고의 프랑스 배우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그들은 한때 그의 연인이었거나 현재의 아내이기도 하다.

까마귀 기르기( Cria Cuervos) 110분

제 작 : 스페인 (1976년도 작품)

감 독 : 카를로스 사우라 Carlos Saura

주 연 : 아나 토렌트 / 제랄딘 채플린 / 콘치타 페레즈 / 마이테 산체즈

수 상 :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줄거리 : 이 영화는 "갈가마귀를 키워놓으면 주인의 눈을 뽑아간다"는 옛 스페인 속담에서 제목을 차용해 만든,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의 76년도 작품이다.

엄마인 마리아가 지병을 앓다 죽자 아나는 아버지 때문이라며 독약이라고 생각되는 가루를 탄 음료수를 아버지에게 먹인다. 그 때문인지 아빠 안셀모도 죽게 되고, 아나와 이레네, 마이테는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다. 죽은 엄마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 세자매는 이모와 거의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외할머니와 살게 된다. 영화는 아빠 안젤모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해서 방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가는 세자매의 모습을 담은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시간을 가로지르며 아빠가 죽은 해인 현재를 중심으로, 부모가 살아있었을 때인 과거와 어른이 되어 '현재'를 회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뒤섞어 프랑코 독재 정권 말기의 스페인 중산층 가족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주 제 : "까마귀 기르기"는 스페인의 중산층 가족의 삶을 통해 프랑코 정권의 폭압적인 힘이 스페인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여파를 남겼는가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아나는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으로 - 사실 그의 아버지는 친구의 아내와 바람을 피우다 복상사하게 된다 - 아버지의 심판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윗세대의 죄와 고통까지 감당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것은 분명 프랑코 독재정권 이후 스페인 사람들의 마음 속에 늘 자리잡고 있는 부담감이고, 사우라 감독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우라 감독은 이러한 문제들을 피해가지 않고 정면돌파해 스페인적인 주제에 천착함으로써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감독이기도 하다.

감상포인트 : 아버지 찰리 채플린의 후광에 가려 제 빛을 못내고 있는 제랄딘 채플린이 이 영화에서는 성인이 된 아나와 '과거'의 어머니인 마리아 역을 맡아 시적이고 아름다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린 아나 역을 맡은 아나 토렌트 역시 세상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진 듯한 서글픈 눈빛으로 여덟살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연기를 펼쳐보인다.

방송 역마차 "Stagecoach"

*방송일자: 2001년 2월 3일 토요일 밤 9시

*제 작 : 1939년 (미국), 흑백, 96분

*감 독 : 존 포드

*주 연 : 존 웨인 / 클레어 트레버 / 존 캐러딘 / 토마스 미첼 /

*줄거리 : B급 영화를 전전하던 존 웨인을 일약 헐리우드의 일급스타로 키워낸 존 포드 감독의 걸작 서부영화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셰인>,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하이눈>과 함께 서부영화의 걸작 3부작에 꼽히기도 하는 작품이다.

톤토를 떠나 로즈버그로 향하는 역마차 안에는 각양각색의 인물이 타고 있다. 마을에서 쫓겨난 매춘부 달라스(클레어 트레버 분)와 남편을 만나러 여행길에 오른 부인, 면허를 박탁당한 개똥철학자이자 알콜중독자인 의사 분(토마스 미첼 분), 언변 좋은 사기 도박꾼 햇필드(존 캐러딘 분), 사기꾼 은행가, 위스키 장사꾼, 보안관 등등... 그리고 여기에 아버지와 형을 죽인 원수를 찾고 있는 탈옥수 링고 키드(존 웨인 분)가 합류한다. 보안관은 감옥에서 탈출한 링고 키드를 주의 깊게 관찰하지만 진짜 위험은 링고가 아닌 다른 곳에서 시작된다. 제로니모를 위시한 아파치 무리가 역마차를 공격한 것이다. 역마차가 아파치들의 공격을 받는 동안 범법자 링고는 자신을 버린 사회를 위해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다.

*주 제 : <역마차>는 1930년대 중반, B급 장르로 전락한 서부극의 명예를 회복시켜준 작품이다. 존 포드와 각본을 맡은 더들리 니콜스는 캐릭터에 심도있는 분석과 정형적인 액션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30년대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역마차>는 '문명'과 '야만'의 대결이 상징화된 사회의 축소판이자 소우주다. <역마차>라는 소우주 안에서 캐릭터들은 대단한 깊이와 복잡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후에 등장하는 서부영화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흉포한 인디언들로 가득 찬 대평원, 그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역마차 한 대.... 그리고 역마차 안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풍부한 극적 요소와 얽히고 설킨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들은 거듭되는 고난 속에서 인간적인 동료애를 느끼게 되고, 하나로 뭉쳐 고난을 헤쳐나간다.

*감상 포인트 : 서부극은 미국 영화역사상 가장 양식적이며 풍부한 시각적 쾌감과 탄력적인 내러티브를 갖는 장르다. 서부개척과 영웅담은 미국 건국신화의 맥락과 그 궤를 갖이하는데, 헐리우드의 고전기에 미국 서부극의 알파요 오메가이자, 무성영화 이후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던 서부극을 부활시킨 것이 바로 존 포드 감독이다. 존 포드 감독은 서부극을 단순한 건국신화에서 미국역사와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자의식 강한 영화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그 시작을 연 작품이 바로 <역마차>인 것이다.

불멸의 명작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감독 오손 웰즈는 <역마차>를 40번 이상이나 보며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노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감 독 : 존 포드는 영화가 탄생한 해인 1985년 미국 메인주에서 아일랜드 이민의 후예로 태어났다. 메인 주립대학을 단 3주간 수학한 후 그만두고, 형의 손에 이끌려 헐리우드에 오게 된 포드 감독은 1917년 그의 첫 작품 <토네이도 The Tornado>를 연출하게 된다. 이어 <철마 Iron Horse>, <세 악당 Three Bad Men> 같은 무성영화 시대의 웨스턴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그는 이 시기부터 야외에서 행해지는 액션 신에 장대한 스펙타클을 집어넣음으로써 초기 웨스턴의 원형인 카우보이 오페라에 시각요소를 강화했다.

1930년대는 포드에게 상업적인 성공과 함께 좀더 개인적인 색채가 짙은 영화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시기였다. 1935년 아일랜드 혁명의 무용담을 그린 영화 <밀고자 Informer>로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탔고, 1939년에는 <젊은 링컨>과 <모호크족의 북소리>, 그리고 그의 초기 걸작이자 대표작이 된 <역마차>를 만들었다. 이 영화는 두가지면에서 신기원을 이룬 작품이기도 했다. 즉 서부극의 가장 전형적인 공간으로 모뉴멘트 밸리를 정착시킨 영화라는 점, 그리고 계곡의 광대함과 사회적 의미를 지닌 역마차의 동작을 대조하며 시각 요소의 대립을 통한 감각적이고 통제된 카메라워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존 포드 감독은 1940년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941년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How Green Was My Valley>로 연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완숙한 기량을 선보였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OSS라는 전쟁 다큐멘터리들을 만들며 잠시 헐리우드와 멀어지는 듯했던 포드 감독은 이전 영화보다 더욱 서정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해졌으며 공동체와 영웅의 긍정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인 유토피아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 My Darling Clementine>(1946)과 개인보다는 기병대라는 집단적인 영웅을 만들어낸 서부극과 전쟁영화의 혼합장르인 기병대 삼부작 <아파치 요새 Fort Apache>(1948), <노란 리본 She Wore a Yellow Ribbon>(1949), <리오 그란데 Rio Grande>(1950)을 만들며 서부영화에 대한 그의 여전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50년대로 넘어오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던 존 포드 감독은 1956년 그의 진정한 걸작으로 꼽히는 영화 <수색자 The Searchers>를 발표한다. 이 작품은 인디언 무리들에 의해 가족이 살해당한 후, 납치된 조카딸을 찾기 위해 끈질기게 인디언들을 수색하는 방랑하는 영웅 이산 에드워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인디언은 주인공 이산과 대등한 문화와 심리적 동기를 지닌 한 개체로 표현되고, 주인공 영웅과 적대자의 유사성은 서부에서의 갈등과 위협이라는 측면을 극대화하게 된다. 결국 포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창조한 서부극 문화의 이상화를 포기하고 웨스턴이 가져다준 이미지 자체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작업은 1962년 발표한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를 통해 구체화된다. 이 영화는 서부와 사라져가는 영웅, 서부극에 대한 고별사와도 같은 작품으로, 영화는 과거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바로 그 과정에 주목하면서, 사실과 전설, 역사와 신화 같은 서부극을 둘러싼 대립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오늘에 이르렀느가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평생 100편이 넘는 영화를 감독했고, <분노의 포도>와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나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진지한 영화들로 인하여 아카데미상을 6번이나 수상했다. 그러나 그의 영화여정 중 서부극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포드의 영화인생을 따라가는 것은 바로 서부극 역사를 더듬는 길이다. 어떤 감독도 존 포드처럼 일관된 스타일과 감수성, 본능적인 이해력을 지니고 서부극을 대한 적은 없었다. 서부극은 존 포드보다 더 오래 존재하고 있지만 영원히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키카(kika)

*방송일자:2001년 2월 10일 토요일 밤 9시

*제 작 : 1993년 (스페인), 칼라, 100분

*감 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 연 : 빅토리아 아브릴 / 베로니카 포르케 / 피터 코요테 / 알렉스 카사노바스

*줄거리 : 메이크업 아티스트 키카를 중심으로 관음증의 사진작가, 연쇄살인범 소설가, 레즈비언 가정부, 선정주의를 대변하는 방송 리포터 등이 펼쳐가는 자극적인 드라마. 언뜻 천박하고 유치해보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키카(베로니카 포르케 분)는 TV에 출연한 미국의 유명 소설가 니콜라스(피터 코요테 분)의 메이크업을 맡으면서 그와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된다. 어느날, 니콜라스는 키카를 자신의 집에 초대하는데 그곳엔 자신의 엄마가 자살한 현장을 목격하고 심장마비를 일으킨 니콜라스의 전처 아들, 라몽(알렉스 카사노바스 분)이 가사상태에 빠져 누워있었다. 니콜라스는 키카에게 쓰러진 라몽의 창백한 얼굴에 화장을 해 줄 것을 부탁하고, 키카가 라몽의 얼굴에 분을 바르기 시작하자 라몽은 기적처럼 의식을 되찾는다. 이때부터 윗층에는 니콜라스가, 아래층에서는 라몽과 키카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고, 거기에 레즈비언인 가정부 파나까지 키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편, 전직 포르노 배우였던 파나의 사촌동생가 찾아와 키카를 강간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설상가상으로 충격적인 사건만을 찾아 다니는 사건 리포터 안드레아(빅토리아 아브릴 분)이 들이닥쳐 키카가 강간당하는 장면이 TV 프로그램에 노골적으로 보도되기에 이른다....

*주 제 : 현대인들의 욕망과 위선, 메스미디어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전반에 알모도바르적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키카>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연극적 분위기에서 마치 멜로드라마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스토리라인이 심하게 비틀려있으며, 매우 정력적인 스페인의 마드리드 말투가 진하게 배인 폭발적이며 가파른 대화가 극의 전편을 통해 풍부하게 흘러 넘친다. 언어활동과 정신적인 측면에서 약간은 비정상적인 "알모도바르식 캐릭터"들은 현대사회의 대중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것들, 즉 소설, 사진, 방송 프로그램 등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감상 포인트 : 이를 위해 알모도바르 감독은 주요 인물들에게 각각의 성격에 맞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의 옷을 입혀놓았다. 지아니 베르사체의 의상은 순수한 주인공 키카의 담백한 성격을 표현해주고 있으며, 조르지오 알마니의 의상은 소설가인 니콜라스의 직업적 고상함을, 대담하고 파격적인 장 폴 고티에의 카메라를 장착한 고무옷 복장은 방송 리포터인 안드레아의 선정주의를, 폴 스미스의 원색적인 스타일은 정열적인 사진작가 라몽의 성격을 드러낸다. 이렇듯 알모도바르 감독은 의상을 통해 현대인들의 욕망과 생활방식을 표현해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내러티브를 초월한 시각적 즐거움까지 안겨주고 있다.

*감 독 :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루이 브뉘엘의 전통을 잇는,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시네아스트다. 그는 브뉘엘 이후 잊혀졌던 스페인 영화를 80년대 세계 영화 속으로 복원시켰다. 그의 영화들은 독특한 색채감각과 성적인 유머, 그리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알모도바르 스타일'을 완성한 대가로 '행복하게 웃는 얼굴의 고다르'로 불리우기도 한다.

1951년 스페인의 칼조다데 칼라트 라바에서 태어난 알모도바르는 어린시절 수도원에서 성에 관해 눈을 뜬 뒤, 억압적인 수도원을 탈출해 종종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16세가 되던 해에 영화를 만들고 싶어 홀홀단신으로 마드리드로 상경한 알모도바르는 그러나 프랑코 정권에 의해 영화학교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고, 마드리드의 전화회사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70년대를 보내게 된다. 이때 그는 8미리 카메라를 사서 직접 단편영화를 만들며 아방가르드 연극 그룹에서 공연도 하였는데, 특히 펑크 록 밴드에서 드랙퀸 분장을 즐겨하고 나타나 마드리드의 팝 서브컬쳐의 주요 멤버로 등장하게 되었다.

1980년에 <페피, 루시, 봄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 데뷔한 알모도바르 감독은 잇달아 <정열의 미로>(1981)을 만들며 컬트팬들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비행수녀들의 질서를 그린 <나쁜 습관>(1984)은 국제적인 반향과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계속해서 <내가 무슨 일을 했길래>(1985), <마타도르>(1986), <욕망의 법칙>(1987)을 만들어내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 알모도바르는 그의 성과 죽음, 색채에 대한 일관된 관심으로 인해 컬트 취향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제작-배급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는 감독으로 부상한다. 그리고 곧이어 발표한 <신경쇠약직전의 여자>(1988)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뉴욕 비평가상을 수상하는 엄청난 성공을 안겨다 주었다.

1990년 작 <하이힐>은 한창 뻗어올라가던 알모도바르의 명성을 잠시 주춤거리게 만든다. 기존 영화의 문법과는 전혀 다른 황당하고 부조리한 유머정신을 담은 알모도바르의 이야기도 슬슬 쌓이면서 알모도바르식 문법으로 자리를 잡는 기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키카>(1993), <내 비밀의 꽃>(1996), <신선한 육체>(1998) 등의 영화에서 알모도바르는 성숙한 대가로 올라서는 것 같은 안정감을 준다. 알모도바르는 솔직하게 자신의 욕망에 따라 황당한 상황을 연출하며 그 태도가 관객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다.

최근작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이 국내에 개봉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험한 관계 "Les Liaisons Dangereuses"

*방송일자: 2001년 2월 17일 토요일 밤 9시

*제 작 : 1959년 (프랑스), 칼라, 106분

*감 독 : 로제 바댕

*주 연 : 잔 모로 / 제라르 필립 / 장 루이 트레티낭

*줄거리 : 코데를로 드 라끌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바뎅 감독이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로 성적 자유와 재즈의 세계인 1960년 대 직전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쥘리에트 메르퇴이(잔 모로 분)와 발몽(제라르 필립 분)은 닳고 닳은 부부로, 항상 쾌락과 흥분을 찾아다닌다.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사람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으며, 각자의 경험을 서로 털어놓으며 함께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한가지 규칙이 있다. 결코 사랑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쥘리에트는 신앙심 깊은 마리안의 발견하고는 발몽에게 그녀의 지조를 깨뜨려버리라고 한다. 아내인 쥘리에트의 강요에 못이겨 마리안에게 접근한 발몽. 그러나 발몽은 자신의 희생자가 될 마리안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모로의 잔인한 계획은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해간다.

*주 제 : 18세기 피에르 앙브루아즈 프랑수아 코데를로 드 라끌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는 1988년 스티븐 프리어즈의 <위험한 관계>, 1989년 밀로스 포먼의 <발몽>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영화화되었을 만큼 매력적인 작품이다. 유럽 상류층의 자유분방한 퇴폐를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교묘하게 조종된 부정한 행실과 호색적인 경쟁에 대한 고전 소설을 재치있고 멋지게 현대적으로 각색해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스키 리조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스키장의 경사지를 잠재된 성적인 이미지로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 소설에 나타난 욕망에 대한 바뎅의 치밀한 탐구를 느낄 수 있다.

*감상 포인트 :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등 몇몇 감독들이 일으켰던 프랑스의 "누벨 바그" 운동이 한창일 때 만들어진 이 영화는 당시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고자 했던 흔적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카메라는 의자 뒤에서, 심지어는 시트 아래에서 성적인 매력으로 넘치는 배우들을 자유롭게 훔쳐보며 관객들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있다.

즉, 바뎅 감독은 "누벨 바그"의 다양한 영화적 기법들을 동원해 유럽 상류층의 방탕하고 관능적인 사랑이야기를 신선하게 그려냄으로써 바뎅 감독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에로틱 영화"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뎅의 "에로틱 영화"의 세계적인 인기는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의 "누벨 바그"감독들을 미국 시장에 진출시키는 영화사적으로 뜻깊은 기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감 독 : 로제 바댕 감독이 사망했을 때, 그의 약력에는 그의 작품보다 당대의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들과의 관계가 더 많이 소개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로제 바댕 감독은 그가 연출했던 영화 속 여배우들과의 로맨틱한 사연으로 잘 알려져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우상, 브리짓트 바르도와의 결혼. 바르도는 남편인 바댕의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 캐스팅되면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다.

1928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바댕은 우크라이나-프랑스 집안 출신으로 정치학을 공부하다가 샤를르 뒬렝 밑에서 연기수업을 받았다. 16세부터 19세까지 연기자 생활을 했으며, 그 후 8년간을 마크 알레그레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했다. 같은 시기에 "파리 마치"의 기자로 일하기도 했으며, 가끔씩 텔레비젼 영화를 찍기도 했다. 1952년 브리짓트 바르도와 결혼한 바댕은 그녀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를 통해 에로틱 영화 감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이어지는 그의 성공가도에는 바르도와 잔 모로, 카트린 드뇌브, 제인 폰다의 이름이 늘 따라다녔다. 두 번째 부인 제인 폰다와 섹시한 SF 코미디 영화 <바바렐라 Barbarella>(1968)을 감독했을 때 그는 국제적으로 높아진 자신의 악명 - 관음증 환자라는 -을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 바댕 감독은 제인 폰다와 함께 한 영화 <죽음의 영혼 Spirits of the Dead>(1968)을 만들고, 이어 <돈 주앙 Don Juan>(1973), <샤롯테 Charlotte>(1974), <뜨거운 터치 Hot Touch>(1982), <깜짝 파티 Suprise Party>(1983) 등을 만들었으며, 1987년 레베카 드 모네이를 주연으로 한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의 리메이크 작을 연출하기도 했다.

글래머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리지 못했던 바댕의 영화는 청소년기의 환상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항상 에로티시즘으로 스크린을 채웠다.

네트워크 "Network"

*방송일자: 2001년 2월 24일 토요일 밤 9시

*제 작 : 1976년 (미국), 칼라 120분

*감 독 : 시드니 루멧

*주 연 : 윌리엄 홀덴 / 페이 다나웨이 / 로버트 듀발 / 피터 핀치

*수 상 : 오스카상 4개 부문 수상

- 남우주연상(피터 핀치), 여우주연상(페이 다나웨이), 각본상, 남우 조연상,

*줄거리 : 시청률을 얻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도덕적 규범도 희생하는 텔레비젼 산업의 부정과 폐해를 다룬 블랙 코미디.

USB 방송국의 뉴스 앵커 하워드 빌(피터 핀치 분)은 과장된 풍자와 독설로 한때 높은 시청률로 인기를 누렸던 인물이다. 그러나 점차 시청률이 떨어지게 되자 방송국의 사장(로버트 듀발 분)은 빌을 해고하려고 한다. 빌은 그의 직속상사(윌리엄 홀덴 분)와 함께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방송 중 자살에 대한 농담을 나누고는 고별 방송에서 시청률 저하 때문에 자살하겠다고 한다. 빌은 방송에서 교체되었지만 가까스로 고별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락받고는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의 솔직함에 시청자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며 시청률이 급등하자 프로그램 기획자인 다이아나(페이 다나웨이 분)는 빌의 상품성을 꿰뚫고는 사장에게 빌을 해고해서는 안된다고 설득한다. 빌은 다시 방송을 하게 되지만 직업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병이 점점 심해져간다.

*주 제 : 영화 <네트워크>의 초점은 시청률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방송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까지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니만큼 그리 혁신적인 주제라고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갖는 매력은 주제에 대한 신랄한 접근에 있다. <네트워크>는 시청률의 우세에 멈추지 않고 어떤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더 깊이 파고든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세 가지 부정할 수 없는 특징을 검토한다. 시청자들은 스캔들을 좋아하고, 으시시하고 충격적인 것에 대한 애착을 보이며, 집중시간이 극도로 짧다는 것이 그것이다. 시드니 루멧은 25년 전에 이러한 예언적 통찰력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감상 포인트 : <네트워크>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경연장이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피터 핀치와 함께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식이 있기전 핀치가 사망함으로써 다분히 감상적인 이유로 핀치에게 남우주연상을 넘겨준 윌리엄 홀덴을 위시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페이 다나웨이, <대부>시리즈의 로버트 듀발 등 쟁쟁한 일급 배우들이 포진해 있으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젊은 날의 팀 로빈스가 급진적인 암살자로 단역출연하고 있다.

*감 독 : 생방송 텔레비젼의 황금시대인 1924년 필라델피아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한 시드니 루멧은 1957년 헨리 폰다의 요청으로 단 19일 만에 완성한 <분노하는 12명의 남자>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하여 헐리우드에 뉴욕파 감독이 출현했음을 알린 장본인이자 그의 시대에서 가장 지적이고 생산적인 감독 중의 한 사람이다. 드라마에서 코미디, 로맨스, 스릴러, 풍자물,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룰 섭렵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드니 루멧의 작품세계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유진 오닐, 아서 밀러, 피터 셰퍼 등의 희곡작품을 영화화하는 작업이었고, 둘째는 사회 속에서 변해가는 가족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관심, 마지막으로 사회성 짙은 드라마에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는 것이다.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으로는 유진 오닐의 희곡을 각색한 <밤으로의 긴 여행 Long Day's Journey into Night>(1962), 아서 밀러의 <다리에서 본 전망 A View from the Bridge>(1962), 피터 세퍼의 <에쿠우스 Equus>(1977) 등이 있고, 가족이라는 굴레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투쟁하는 개개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는 <개같은 날의 오후 Dog Day Afternoon> (1975), <허공에의 질주 Runing on Empty>(1988), <도시의 왕자 Prince of the City>(1981)이 있으며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한 영화 <전당포 Pawnbroker>(1965),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다룬 <네트웍 Network>(1976) 같은 사회물을 다루기도 했다.

이밖에도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의 추리소설 <오리엔탈 특급살인 Muder on the Oriental Express>, 최근 생방송용으로 리메이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던 냉전 서스펜스 영화 <비행한계선 Fail Safe>(1964) - 1999년 11월 27일 EBS <세계의 명화>에서 방송

지붕위의 바이올린

제 작 : 1971년(미국) 180분

감 독 : 노만 주이슨 Norman Jewison

주 연 : 하이만 투폴 / 몰리 피건 / 노마 카레네 / 레오나드 플레이

수 상 : 아카데미 음악상, 촬영상, 녹음상 수상

줄거리 : 우크라이나의 아나태프카에 사는 유태인 부락에서 우유가공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테비에(하이만 투폴 분)는 가난한 삶에도 불구하고 신앙심이 깊은 남자다. 그는 수다스런 아내 고르데와 다섯 명의 딸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장녀 짜이텔이 아버지와 상의도 없이 양복점 직공을 사랑한다며 그와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전통을 존중하는 테비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딸 아이의 의지를 꺾을 수 없는 처지라 결혼을 승낙하고 만다. 그런데 결혼식이 열리는 식장으로 러시아 경관이 들이닥쳐 식장은 수라장이 되고 만다. 러시아 혁명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던 것. 우여곡절 끝에 장녀의 결혼을 마쳤더니 이번에는 둘째딸이 가난한 밀본과 결혼을 하겠다고 하더니, 또 셋째까지 러시아 청년과 사랑에 빠져서는 몰래 도망쳐버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러시아의 정국은 더욱 악화되고, 그 여파는 아나태프카의 마을에도 밀어닥친다. 유태인 퇴거명령이 떨어진 것. 결국 테비에를 비롯한 유태인들은 정든 땅을 버리고 미국에서의 재회를 약속하며 마을을 떠나간다.

주 제 : 내일에의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유태인 유목민들의 삶을 밀도있게 그려낸 이 작품은 그린 쉘렘스타인 원작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했다. 타향에서 방랑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딸들에게 신앙과 전통을 가르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딸들은 그런 엄격한 아버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사랑을 찾아 떠나간다.

외적인 억압(러시아 혁명과 유태인에 대한 핍박)과 변화하는 시대(사랑으로 대변되는 딸들의 가치관 변화) 속에서도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깊은 신앙심으로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인상깊은 영화다.

감상 포인트 :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한 번쯤을 들어봤을 귀에 익은 노래, "선라이즈 선셋"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바이올린의 애잔한 선율에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하모니는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다사롭고도 비애에 가득찬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유태인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교과서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유태인들의 생활과 풍습, 기질을 비롯해 그들의 내면적인 신앙과 생태를 너무나도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플래툰 120분

제 작 : 1986년 (미국)

감 독 :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주 연 : 찰리 쉰 / 톰 베린저 / 윌렘 디포

수 상 :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녹음상 수상

줄거리 :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대학생 크리스(찰리 쉰 분)는 성장과정이 다른 젊은이들과 교제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알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로 자원 입대해 월남전에 참전한다. 그러나 전쟁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어떤 배움터도 훈련장도 아니었다.

그의 소대내에는 잔인하기로 소문난 반즈상사(톰 베린저 분)와 인간적이고 전우애를 소중히 여기는 엘리어스가 사사건건 충돌하며 대립하고 있었고, 어느날 마을로 정찰을 나갔다가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 반즈를 보고 흥분한 엘리어스는 반즈와 주먹다짐을 벌이게 된다.

그런 사건이 있은 후, 소대가 적과의 교전 중 중과부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고 헬기를 이용해 퇴각하던 중 반즈는 엘리어스가 못 탄 것을 알면서도 헬기를 철수시켜 결과적으로 엘리어스를 죽게 만든다. 이 일로 크리스는 반즈에 대항에 싸워보지만 반즈의 광기에 눌려 굴복하고 만다. 그렇게 크리스의 복무기간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작전에 투입된 크리스는 반즈가 부상을 입고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를 향해 몇발의 총탄을 발사한다.

주 제 : <플래툰>은 월남전을 통해 어떠한 전쟁도 선한 전쟁은 없음을 일깨워주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감정적인 동요로써 베트남전의 실상을 이제껏 어떠한 영화보다도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베트남전에 참전할 아무런 명분도 없었던 미국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준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기도 하며 멋대로 행동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오늘날 세계가 알고 있는 '정의로운' 미국과는 거리가 멀고, 또한 전쟁이란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비정한 도살장과도 같으며 그 안에서 인간성 따위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엘리어스의 죽음을 통해 전해주고 있다.

감상 포인트 : <플래툰>은 시나리오 완성에 8년, 영화화하는데 10년이 걸렸다. 자신이 직접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올리버 스톤은 <플래툰>에 이어 <7월4일생>, <하늘과 땅>으로 이어지는 베트남 3부작을 만들며 베트남전에 대한, 미국현대사에 대한 자신의 감상적인 강박관념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영화 속 주인공인 크리스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베트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올리버 스톤 감독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인물이기도 하다.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 120분

제 작 : 1988년 (영국)

감 독 : 찰스 크릭톤 Charles Crichton

주 연 : 케빈 클라인 / 제이미 리 커티스 / 톰 조지슨

수 상 :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

줄거리 : 미국인 특유의 낙척적인 익살과 영국의 정통 블랙 유머가 가미된 포복절도 코미디의 걸작. 조지 일당은 은행을 털어 천만달러 상당의 다이아몬드와 보석을 훔친다. 그 와중에 두목인 조지가 경찰에 잡히게 되지만 교활한 조지는 자기 몫을 받지 못하고 감옥에 가게 될까봐 기차역의 락커에 장물을 숨겨놓는다.

조지의 애인이면서 두뇌회전이 빠르고 섹시한데다 외국어만 들으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완다(제이미 리 커티스 분)와 근육질에다 멍청하다는 말만 들으면 펄펄 뛰는 그녀의 숨겨놓은 애인 오토(케빈 클라인 분),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끔찍이 사랑하는 조지의 아들 켄(마이클 팔린 분)이 서로 보석을 차지하기 위해 속고 속이는 소동을 벌이게 된다.

그 와중에 근엄한 원칙주의자인 중년의 변호사 아치(존 크리스 분)가 보석의 행방을 알아내려는 완다의 유혹을 받게 되면서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가는데....

감상 포인트 : 개봉 당시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라는 찬사와 함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미국의 파워풀한 유머와 영국의 블랙유머가 적절하게 배합된 코미디의 걸작이다. 전형적인 스타일을 들쑤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이 영화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적 전개에 마구 쏟아지는 재치있는 대사들, 세세한 부분에 까지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들을 깔아놓은 섬세한 연출로 80년 코미디 영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감 독 : 찰스 크릭톤 감독은 1930년대부터 영국의 영화편집자로 일했다. 영국 영화계의 대부로 통하는 제작자 알렉산더 코르다의 영화사에서 편집자로 활동하던 크릭톤은 1941년 단편 을 연출한 뒤, 1944년 으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정식 데뷔하게 된다. 그 다음해에는 고전 공포 명문집 을 토대로 한 코믹 스릴러 를 감독했으며, 1951년작인 범죄 코미디 으로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영국영화계의 정상에 올랐다. 6~70년대에는 TV로 관심을 돌려 많은 TV영화들을 연출하기도 했다. 88년 <완다라는 이름의 물고기>를 통해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양들의 침묵 130분

제 작 : 1991년 (미국)

감 독 : 조나단 드미 Jonathan Demme

주 연 : 조디 포스터 / 안소니 홉킨스 / 로렌스 A. 보니

수 상 :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 수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줄거리 :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 분)은 크로포드(스콧 글렌 분)로부터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을 조사하도록 명령받는다. 연쇄살인범 버팔로 빌에 대한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던 크로포드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전직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분)에게 스탈링을 보낸다. 렉터는 자신의 환자 9명을 살해한 뒤 살을 뜯어 먹은 흉악범으로 정신이상 범죄자 수용소에 수용되어 있다. 스탈링은 렉터가 자신의 옷차림, 체취, 향수와 몇 마디 대화로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자 섬뜩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날카롭고 사려 깊으며 해박한 지식까지 갖고 있는 렉터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한편 FBI는 전국적인 관심이 쏠린 연방 상원의원의 딸 캐서린 납치 사건 해결에 렉터를 이용하려고 한다. 결국 범인의 정체를 알려준다는 조건으로 렉터는 멤피스로 이감되지만 도중에 탈출하고 만다. 초조해진 수사당국과 렉터와의 긴장감이 감도는 신경전 속에서 납치 사건의 실마리는 조금씩 풀려간다. 이후 수사에서는 제외되었으나 납치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집념으로 가득찬 스탈링은 렉터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간파한 정보로 범인의 은신처에 한층 다가가게 되고, 결국 범인의 은신처에 들어가 버팔로 빌과의 생사를 건 싸움 끝에 캐서린을 구출해낸다.

주 제 : <양들의 침묵>은 토마스 해리스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심리전이 숨막히며 잔인한 연쇄살인으로 극도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사이코 스릴러 영화의 고전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인의 이상심리를 섬세한 연출과 주연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그려낸 이 영화는 인간사의 사소한 사건 또는 기억에서 사라진 과거의 흔적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감상 포인트 :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마저 손을 들게 만들었을 만큼 고급스런 스릴러 영화 <양들의 침묵>은 뭐니뭐니 해도 안소니 홉킨스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압권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 박사가 뿜어내는 전율스런 눈빛은 관객들을 얼려버리기에 충분했으며,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관객들은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의 첫 대면에서 그녀의 냄새를 맡는 장면은 영화 사상 가장 고요한 동작으로 가장 오싹한 전율을 자아낸 연기로 평가되고 있다.

델마와 루이스 140분

제 작 : 1991년 (미국)

감 독 : 리들리 스콧 Ridley Scott

주 연 : 수잔 서랜던 / 지나 데이비스 / 하비 케이텔 / 브래드 피트

수 상 :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줄거리 :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의 웨이트리스인 루이스(수잔 서랜던 분)는 남자친구와 관계가 좋지 않다. 그녀와 고교 동창인 델마(지나 데이비스 분)는 텔레비젼만 보는 남편의 뒷치닥거리와 무료한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 어느날 그들은 자신들의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주말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도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어간 조그만 술집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남편에서 해방된 기분에 도취된 델마가 낯선 남자와 어울려 춤을 추다가 강간당할 위기에 처하자 루이스는 엉겹결에 권총으로 위협만 해서 쫓아내려 하지만 남자가 성적인 모욕을 가하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 남자를 쏴 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들의 여행은 본의아니게 도피로 변하고 만다. 루이스는 애인 지미에게 도피자금을 부치게 하고, 델마는 남편의 냉정한 태도에 멕시코로 도망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남에게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델마 때문에 길에서 만난 사기꾼 청년 제이디에게 도피자금을 도둑맞게 되고, 두사람은 슈퍼에서 강도짓을 해 돈과 음식을 마련하며 도피를 계속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의 수사망은 좁혀오고, 델마와 루이스의 그랜드 캐년의 벼랑 끝에 몰리게 되는데.....

주 제 : <델마와 루이스>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폴 뉴먼의 <내일을 향해 쏴라>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으로 목적 없는 여행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흡사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여성간의 연대를 기본 축으로하여, 남성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영화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여성입장의 세계관을 전개해 페미니스트영화의 모범이라는 평을 듣고 있기도 하다. 자유롭고 천진한 여성들은 길 위에 널린 어리석고 폭력적이고 잔인한 남성들과 대면한다. 결국 그들이(여성들이) 마음놓고 살 수 있는 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벼랑끝까지 내몰린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를 향한 처절한 절규에 다름 아니다.

감상 포인트 : <델마와 루이스>는 <에일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로 명성을 날린 스타일리스트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으로 시종일관 박력 넘치는 화면과 주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압권인 영화다. 주연을 맡은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서랜던은 헐리우드의 여성파워를 대표할 만한 배우들로 이 작품으로 인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조연으로 활약하는 연기자들의 면면. 많은 저예산 독립영화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하비 케이텔이 두 여성을 쫓는 경찰로 출연하고 있으며, 현재는 헐리우의 일급스타로 발돋움한 브래드 피트가 비열한 사기꾼으로 잠시 등장하기도 한다

안개속의 풍경(Ladnscape in the Mist)

감독 : 테오 앙겔로풀로스, 1988, 121분, 컬러, 15세 이상 시청가

주연 : 미칼리스 제케 / 타냐 팔라이올로고우 / 스트라토스 초조글로우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줄거리 : 여섯 살 난 알렉산더(미칼리스 제케 분)와 열 한 살의 누나 볼라(타냐 팔라이올로고우 분)은 행여 아빠가 돌아오진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매일 밤 아테네 기차역을 서성인다. 직접 만나거나 사진으로조차 본 적이 없는 아빠를. 기다려도 아빠가 오지 않자 아빠가 독일에 있다는 어머니의 말만 듣고 아빠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기차에 무작정 오른 남매는 그러나 얼마 못 가 차장에게 붙들려 경찰서로 보내지고, 아이들은 삼촌을 방문하러 가는 길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아이들은 거짓말을 한 것이었지만 실제로 삼촌은 존재하고 있었고, 삼촌은 아이들이 사생아란 이유로 아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이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 볼라는 경찰서를 몰래 빠져나와 알렉산더와 함께 아빠를 찾아가기 위한 북쪽 독일로의 기나긴 여정을 계속하게 된다. 여행 중에 남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황량하고 잔인무도하며 야만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주 제 : <안개 속의 풍경>은 공허하고 스산한 현대의 그리스를, 나이 어린 오누이가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단순한 여정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들 오누이의 여정은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또한 절망적이고 고통스럽다. 그것은 부조리하고 초현실적이기까지한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되어 가는 과정이며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앙겔로폴로스 감독은 이 가련한 아이들에게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고난을 센티멘탈하게 표현하기 보다, 이들이 건너야 할 어른들의 세계 쪽에서 관찰하는 입장인 것이다.

감상 포인트 : <안개 속의 풍경>은 서정시를 읽는 듯한 몽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로드무비다. 긴 호흡으로 찍어낸 현대 그리스의 풍경은 비어있고 비가 내리고 어둡고 삭막하다. 이 영화는 어떤 다른 영화들보다도 더 격앙되고 음침한 느낌이 드는데, 영화의 꿈 같은 이미지를 표현해낸 촬영기법이 놀라움을 준다. 특히 눈 속의 결혼식 장면과, 크레인에 의해 거대한 손이 바다에서 이끌려 나오는 모습, 또 순진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세계를 응시하는 광경 등을 찍은 장면이 인상적이다. .

퀸테트(Quintet)

감독; 로버트 알트만, 110븐, 1979, 컬러, 19세 이상 시청가

주연: 폴 뉴먼 / 페르난도 레이

줄거리 : 시간적 배경은 계시록에나 등장할 법한 빙하시대를 맞은 미래의 지구. 주위는 온통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고, 대부분의 인류는 죽음을 맞았다. 먹을 것도 별로 없는 미로 같은 지하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지하에 모여 퀸테트로 게임을 하며 소일을 한다.

물개 사냥꾼인 에섹스(폴 뉴먼 분)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임신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아내를 동생의 집에 맡긴 에섹스가 시장에 장작을 구하러 간 사이 거대한 폭음이 들리고, 에섹스가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내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이미 죽어있다. 이로 인해 퀸테트 토너먼트에 말려드는 에섹스. 게임의 인원은 6명, 토너먼트식으로 치러지는 이 게임에서 패배하는 사람은 밖으로 던져져 개의 먹이가 된다. 에섹스는 퀸테트 게임을 하며 동생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주 제 : <퀸테트>는 관객을 당황하게 할만큼 심미적이고 복잡한 알레고리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은 퀸테트 게임의 규칙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죽음의 알레고리이다. 알트만의 영화 중에서 가장 폭력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퀸테트>는 불에 탄 시체, 난무하는 칼춤, 머리에 칼을 맞고 죽은 여자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일상적인 대화를 벌이는 사람들 등의 장면을 통해 희망 없는 세상의 피폐함을 보여주고 있다.

감 독 : 1970년대, 미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로 알려진 시절, 로버트 알트만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 감독은 드물었다. 알트만은 1957년에 첫 장편영화 <전과자들>과 <제임스 딘 이야기>라는 기록영화를 찍었는데, 두편 모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할 수 없이 텔레비전으로 자리를 옮긴 알트만은 <전투>, <보난자>, <알프레드 히치콕 특선>과 같은 텔레비전 시리즈 드라마의 연출자로 일하며 60년대를 보냈다. 알트만이 미국영화의 중심에 선 것은 <야전병원 매쉬 MASH>(1970)을 발표하면서부터. 한국전쟁 당시 미군 야전병원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군대의 관료주의에 대항하는 주인공들의 행각을 블랙 코미디식으로 풀어내면서 당시의 반전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호소한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야전병원 매쉬>의 성공은 알트만이 헐리우드에서 입지를 보장받는 안전판이 됐고, 알트만은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에 시비를 걸면서 70년대를 보냈다.

심판관(Garde A Vue);

감독 : 클로드 밀러, 85분, 1981, 컬러,19세 이상 시청가

주연 : 리노 벤추라 / 미셸 세로 / 로미 슈나이더 / 기 마르샹

몬트리올 영화제 각본상, 세자르상 남우주연, 남우조연상

줄거리 : 이 작품은 영국의 존 웨인라이트의 소설 "세뇌"를 토대로 만들어낸 범죄영화로 프랑스의 한 작은 도시에서 강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변호사를 심문하는 내용의 미니멀리스트한 드라마이다.

갈리앙 형사는 두 어린 소녀에 대한 강간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제롬 마르티노 변호사가 유일한 혐의자이지만, 그의 범죄를 증명할 증거도 증언도 없다. 새해를 맞이하느라 도시가 온통 축제 분위기에 싸여 있는 그 해 마지막날 저녁, 갈리앙은 마르티노를 자기 사무실로 불러 심문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주 공손하게 시작된 심문은 그러나 마르티노의 계속되는 결백 주장에 허물어지고, 분위기는 차츰 차갑게 돌변해 간다.

심문과정 속에서 모든 증거들이 검토되고, 마르티노의 부인을 만나기도 한 갈리앙 형사는 두 사람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결국 갈리앙 형사의 노련한 심문에 용의자인 마르티노의 알리바이는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주 제 : 클로드 밀러의 영화는 기본적으로 인물 중심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창조해낸 상처받기 쉬운 인물들은 사회적 기능 속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클로드 밀러는 이들의 비극적인 종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방향을 견지하면서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감 독 : 프랑스의 IDHEC 영화학교에서 공부를 한 후 마르셀 카르네, 자크 드미,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다양한 감독들과 작업을 한 밀러 감독은 고다르의 <주말>의 조감독을 거쳤는데, 그의 미학적·정치적 관점은 고다르와 달랐다. 그의 가장 주된 스승은 프랑수아 트뤼포였고, 그의 후원 하에 세 편의 단편영화와 그의 첫 장편영화 <가장 잘 걷는 방법 The Best Way to Walk>(1976)을 찍기도 했다. 트뤼포가 <400번의 구타> 이후 또 하나의 혼란에 빠진 청소년에 대한 영화, <작은 도둑 La Petite Voleuse>을 준비하는 도중 사망하자, 밀러는 그 계획을 자신이 맡아 1988년 영화를 완성하기도 했다. 클로드 밀러는 1980년대 프랑스의 가장 새로운 감독으로 부각되었으며, 현재에도 그러한 기대는 여전하다.

즐거움을 위하여( For Fun);

감독 : 닝 잉, 97분, 1993, 컬러, 전체 시청가

주 연 : 한종라우 / 아마추어 연기자들....

산 세바스찬 영화제 신인감독상, 동경영화제 금상

줄거리 : 북경 시내의 해질 녘, 경극의 악기 소리가 울려 퍼지며 "18나한 손오공과 싸우다"가 언제나처럼 공연된다. 극장에서 살아가는 관리인 '한'은 40년되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퇴직을 맞이한다. 다음날, 죽은 아내의 사진과 약간의 짐을 들고 거리로 나선 그는 정박아 '하밍'을 만나 친해지고, 그에게 이끌려 공원에 간다. 공원에는 자신과 동년배의 노인들이 경극을 즐기는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 보니 국가간부였던 '호안 웬제'가 여자의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이 보인다. 노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경극을 무대에서 공연하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게 되는데, 이러한 준비에 있어서 '한'보다 적임자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은 이들의 아마추어적인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경극을 취미로 생각하는 그들을 인정사정 없이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축제날 '예술대회'에 출전했다가 낙선한 것을 계기로 '한'은 점차 고립되게 된다. 게다가 그들이 빌린 연습장소가 곧 철거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상황은 극도로 악화되고 만다. 노인들은 이사를 시작하지만 사소한 것으로 한과 '한 샨슈이'가 큰 싸움을 벌이고, 그 결과 한이 극단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거리를 걷기 시작한 '한'이 향하는 곳은 다른 노인들이 있는 곳이었다.

주 제 : <즐거움을 위하여>는 퇴직한 노인의 모습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 그리고 모든 것이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중국의 지금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비롯하여, 인간의 기본적인 존재조건에 대한 탐구는 중국의 영화감독들에게 언제나 부담스러운 화두였다. 대부분의 중국 감독들이 인간/조직 또는 개인의 욕망/제도의 억압과 같은 대립적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에 비해 닝 잉은 보다 유연하게 사물을 그려낸다. 그래서 영화는 부드럽고 흐뭇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감상포인트 : <즐거움을 위하여>는 중국의 지금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하는 닝 잉 감독의 노력으로 정감어린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야채를 길가에 쌓아놓고 파는 모습이라든가, 영화표를 사기 위해 아침일찍부터 극장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축제날 시장을 벌린 수많은 장사꾼들 등 영화는 현재의 중국을 보여주는 수많은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곧 사라져갈 풍경들이기도 하다.

양자 (The Adopted Son)

제 작 : 1998년 (키르키즈스탄), 80분

감 독 : 악탄 압디칼리코프 Aktan Abdykalykov

주 연 : 밀란 압디카리코프 / 알비나 이마쉐바 / 아디르 아빌키시모프

수 상 : 로카르노영화제 은표범상 수상

줄거리 :

키르키즈스탄의 한 조그만 마을. 베쉬켐피르는 친구들과 어울려 벌집을 공격하고, 닭 알을 훔치고, 가슴이 드러난 여자를 엿보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장난꾸러기에다, 이제 서서히 성에 대한 호기심에 눈떠가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는 영사기사인 친구를 돕다 아이누라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화근이 되어 절친한 친구와 싸움을 하게 된다.

몇번의 주먹질이 오간 끝에 절친했던 친구는 베쉬켐피르가 입양아라고 조롱을 하고, 처음 듣는 사실에 당황한 베쉬켐피르는 자신을 가장 아껴주시던 할머니에게 묻지만, 할머니는 악마의 눈에서 베쉬켐피르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양자로 알린 것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두 친구의 적대관계가 점점 악화되자, 친구의 엄마가 악의적으로 베쉬켐피르에게 이 사실을 폭로해버린다. 혼란스러워 베쉬켐피르는 가출을 해 어부들과 생활을 시작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집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가족의 일원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는 여자친구인 아이누라와 더욱 가까워지면서 이전의 평범한 아이로 되돌아간다.

주 제 :

이 영화는 키르기즈스탄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독입영화로 한 소년의 성장과정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지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아시아의 변방국가인 키르기즈스탄 사람들의 노동과 고통, 희망, 우정,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되었던 이란 감독 모센 마흐말바프의 '가베'을 연상시키는데, 특히 문화기행적인 측면의 부각이 그렇다.

감상 포인트 :

악탄 압디칼리코프는 소년에서 남자로 변화해가는 성장기의 아이들의 모습을 키르기즈스탄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하고 있는 컬러와 흑백화면의 아름다운 대비는 매우 인상적이다. 감독은 수시로 칼라를 효과적으로 흩뿌려놓았는데, 깔개, 새, 숲 속을 걸아가는 소녀 등에 색을 입혀놓았다. 그래서 소년의 성장기라는 보편적 소재는 동시에 지역적 특성과 함께 어울리면서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영화를 탄생시켰다. 광활한 중앙 아시아의 시골 풍경 속에 펼쳐지는 인생의 리듬은 영화 감상의 가치를 높여준다. 진흙과 짚으로 벽돌을 만드는 장면과 바람 속에 곡식을 키질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오래 전 모습과도 닮아있어 흥미를 끈다.

남쪽 (South)

제 작 : 아르헨티나 (1987년도 작품), 127분

감 독 : 페르난도 솔라나스 Fernando E. Solanas

수 상 : 칸느 영화제 감독상, 관객상 수상

줄거리 :

아르헨티나가 군사독재정치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바뀐 1983년. 플로리알은 정치범죄자로 5년간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출감한다. 플로리알은 출감 후 자신의 아내인 로지에게 가지 않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리를 방황한다.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자신의 친한 친구인 로베르토와 아내 로지의 간통 사실에 머리가 어지러운 플로리알은 수감되기 전에 군사독재정치의 폭압에 시달리던 아르헨티나의 암울함에서 느닷없이 희망으로 가득찬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로 내던져진 현실이 믿기지 않아 낯설고 어색하기만 하다. 너무나 꿈만 같고 정신이 없는 플로리알은 거리를 방황하면서 죽은 동료들의 혼령을 만나게 된다.

한편 그의 아내 로지는 플로리알의 출감 사실을 전해듣고 불안에 떨며 그를 기다리는데...

주 제 :

아르헨티나의 정치적 억압과 해외 도피에 따른 문제들을 남미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에 유머와 알레고리가 풍성하게 장치된 아름다운 작품. 수려한 촬영과 미술, 강렬한 탱고 음악을 배경으로 사랑과 외로움, 정치적인 문제 등을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담아낸 걸작이다.

감 독 :

아르헨티나 '시네 리베라시옹'(해방영화) 집단의 수장. 1936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법률과 연극, 음악 등을 공부했고 한때 광고업계에 몸담기도 했던 솔라나스는 1966년 동료인 옥타비오 젠티노 감독과 공동으로 남미 기록영화의 초고봉으로 꼽히며 세계영화사의 걸작으로 남아있는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를 만들었다. 현대 아르헨티나의 정치와 사회, 문화에 대한 분석을 담은 4시간 20분 길이의 이 대작은 오페라, 뉴스릴, 기록화면, 아방가르드적 영화 테크닉, 스틸 사진, 대중문화의 아이콘, 광고스타일의 기법 등이 총동원된 혁명적 형식으로 이름높다.

솔라나스와 젠티노는 많은 에세이와 논평을 통해 헐리우드 대중영화와 유럽 작가영화를 넘어서는 제3세계영화의 개념을 이론화하는 데도 힘쓰며 몇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1976년 군부쿠데타가 일어나자 프랑스로 망명길에 올랐다. 10년여의 망명생활 끝에 솔라나스는 두편의 극영화 <가델의 추방>과 <남쪽>을 발표해 국제적인 호평을 받아냈다. 1998년 평생을 일해온 극장이 철거명령을 받자 이를 지켜내려는 한물간 연극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린 <구름>을 가지고 제 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고, PIFF광장에서 핸드프린팅을 하기도했다.

나는 살고 싶다 (I Want to Live)

제 작 : 미국 (1958년도 작품), 120분

감 독 : 로버트 와이즈

주 연 : 수잔 헤이워드 / 사이먼 오클랜드 / 버지니아 빈센트

수 상 :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줄거리 :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창녀로, 사기꾼으로, 마약중독자로, 결국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게되는 바바라 그레이엄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 샌프란시스코의 홍등가로 흘러던 바바라 그레이엄은 산토와 퍼킨스 등과 어울려 사기꾼 생활을 하다 바텐더인 헨리 그레이엄과 결혼한다. 그러나 곧 헨리가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들의 결혼은 파경을 맞는다. 실의에 빠진 바바라는 다시 예전의 산토, 퍼킨스 등과 어울려 사기꾼 행각을 벌이며 살아가게 되고,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세 사람은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특히 바바라는 실제 실인범으로 지목되고, 궁지에 몰린 그녀는 돈을 주고 알리바이를 조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시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배심원은 바바라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정신과의사가 윤리관이 결여되고 반사회적 성향이 있긴 하지만 실제 살인을 저지를 만한 능력이 없다고 증언했음에도 그녀는 32세의 나이로 가스실로 끌려가 사형을 당하게 된다.

감 독 :

1960년대의 가장 성공적인 감독 중의 하나인 로버트 와이즈는 1933년 형이 일하던 RKO에 편집조수로 취직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해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 <위대한 앰버슨가>를 편집했다. 그의 첫 연출작은 B급 영화인 <고양이 인간의 저주>를 절반 정도 진행했던 군터 폰 프리치가 스케줄 때문에 스튜디오와 불화가 생겨 편집자였던 로버트 와이즈가 연출을 떠맡게 되면서부터. 이 작품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이어서 <마드모아젤 피피>, <신체강탈자> 등의 B급 영화를 연속으로 만들며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상금을 건 권투에 관한 영화인 1949년작 <셋업>은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그를 최고의 감독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세가지 비밀>, <사막의 생쥐>, <행정부 수반>, <저 위의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 <조용하고 깊게 출항하라> 등을 만들며 헐리우드 최고의 감독이라는 위치를 확고히 한 로버트 와이즈는 제롬 로빈과 함께 시작적, 동적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만년에는 미국 감독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헐리우드의 원로로 활동해왔다.

사촌 안젤리카(La Prima Angelica)

제 작 : 1974년 (스페인), 100분

감 독 : 카를로스 사우라 Carlos Saura

주 연 : 안토니오 카날 / 리나 카나레야스 / 로라 카르도나 / 페르난도 델가도

수 상 : 칸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

줄거리 : 이 작품은 바르셀로나에 사는 루이스라는 주인공이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아주 간단한 줄거리의 영화다. 루이스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세고비아로 향한다. 그것은 루이스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흔적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것이었고, 역사적 정치적 혼란기였던 1936년 스페인 시민전쟁 당시의 기억으로 되돌아가는 길이기도 했다. 세고비아에 가까워 갈수록 루이스의 기억은 선명해지고, 세고비아에서 겪었던 1930년대의 과거 속으로 그를 이끌어 간다.

주 제 : 어렸을 때 겪었던 스페인 내전에 대한 끔찍한 경험은 카를로스 사우라로 하여금 스페인 내전과 그것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영화로 옮기는 최초의 스페인 감독이 되게 했다.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페인 내전에 대한 기억들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사우라 감독은 스크린 위에 직접적인 폭력을 그려놓기 보다는 특유의 사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알레고리적인 방식의 블랙 유머로 시민전쟁 당시의 역사적 혼란을 그려내고 있다.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억압이 일으키는 위선과 폭력, 그리고 성적인 문제들은 항상 사우라 감독의 주된 작품 소재였다. 이 영화는 스페인 내전이라는 끔찍한 상황 아래서 짓눌려 살아야했던 어린 시절의 정신적 방황에 대한 예리한 탐구일뿐만 아니라, 과거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인상적인 의미를 담고있다.

피셔 킹(The Fisher King)

제 작 : 1991년 (미국), 130분

감 독 : 테리 길리엄 Terry Gilliam

주 연 : 제프 브리지스 / 로빈 윌리암스

수 상 :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수상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수상

줄거리 : 청취자들의 전화에 냉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라디오 DJ 잭(제프 브리지스 분)은 어느날 걸려온 청취자의 전화에 무심코 "여피들은 모조리 쓸어버려야 해"라는 말을 던진다. 그 일이 있은 후 여피족들이 애용하는 식당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자 잭은 방송 일을 그만 두고 폐인이 되어 여자친구에게 얹혀 사는 신세로 전락한다. 절망한 상태로 자살 직전의 상태까지 간 잭은 강도들의 습격을 받게 되는데, 페리(로빈 윌리암스 분)라는 부랑자가 그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페리는 원래 중세사를 가르치는 교수였으나 3년전 총기난사 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정신이 이상해져 부랑자로 지내고 있다. 잭은 죄책감에 페리의 기사 노릇을 자처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조금씩 지난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한편 페리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조금은 멍청해 보이는 리디아를 좋아하고 있으며 백만장자의 콘도에 보관되어 있는 '성배'를 찾고 싶어하는데, 잭은 이 사실을 알고 여자친구와 함께 리디아와 페리를 연결시켜 준다. 그러던 어느날 페리는 강도들의 습격을 받아 의식불명에 빠지게 되고, 잭은 페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백만장자의 콘도에서 성배를 빼내오기로 한다....

주 제 : 다분히 환성적인 줄거리의 이 영화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피셔 킹'과 '성배'에 관한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종교영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도덕성에 비중을 두고 있는 이 작품은 신화와 일상생활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구원'에 대한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는 냉소적인 세상과의 싸움에 갇혀버린 인간의 순수함을 다루고 있으며, 스펙타클한 장면과 환타지, 괴기함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정서와 감정과의 관련성을 다룬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지상의 사랑(Love on the Ground)

제 작 : 프랑스 (1984년도 작품), 110분

감 독 : 자크 리베트 Jaques Rivette

주 연 : 장 피에르 칼퐁 / 제인 버킨 / 제랄딘 채플린

줄거리 : 영화가 시작되면, 욕실에서 나온 한 쌍의 남녀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 사람들은 사택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이었던 것. 연극 연출가인 클레망(장 피에르 칼퐁 분)이 자신의 집에서 공연하게 될 연극에 두 여배우인 에밀리(제인 버킨 분)과 샤를로트(제랄딘 채플린 분)을 집에 초대한 것이다. 이 집에는 클레망 말고도 폴(앙드레 뒤솔리에 분)이라는 이름의 마술사도 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베아트리스라는 여인을 사이에 둔 연적관계이기도 하다.

에밀리와 샤를로트는 집에 도착한 뒤 폴이 건 마술의 영향을 받아 자신들의 미래를 보기 시작하고, 한편 그들이 연기하는 연극의 내용는 클레망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 보인다. 일주일 동안 수차례의 연습을 거쳐 마침내 연극이 상연되는데, 클레망 삶 속의 인물이자 연극 속의 인물들에게 이상한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주 제 : 이 작품은 두 여배우와 한 연출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기본적인 스토리가 없는 묘한 영화다. 자크 리베트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일종의 영화 대 연극의 보고서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하나의 연극인 동시에 또 하나의 영화이기도 하다. 즉, 이 영화는 스토리텔링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크 리베트의 영화에 대한 실험과 날카로운 분석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드니로의 고백 (True Confessions)

제 작 : 미국 (1981년도 작품), 108분

감 독 : 울루 그로스바드 Ulu Grosbard

주 연 : 로버트 드니로 / 로버트 듀발 / 찰스 더닝

수 상 : 베니스영화제 파시네티상 수상

줄거리 :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8년 LA. 형사인 톰(로버트 듀발 분)은 매춘부의 서비스를 받다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는 신부의 사건을 맡게된다. 톰의 형인 데스(로버트 드니로 분)도 조사를 받게 되는데, 그는 젊은 카톨릭 사제로 교회의 증축을 위해 부정직한 건축업자인 잭 암스테르담( 찰스 더닝 분)에게서 팔리지 않은 짜투리 땅을 기부받으려고 한다. 그는 신부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인색하며 모금 활동에 재주도 있다.

한편 톰 역시 좋지 않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데, 잭 암스테르담이 토지 개발업자로 이름을 날리기 전 그의 수금원 생활을 했었다. 톰의 일은 암스테르담의 몫을 받아오는 일이었지만 암스테르담은 그의 얼굴을 직접 대면해 본 적이 없어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톰과 데스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져들게 되는데, 데스는 모든 문제를 교회의 계급조직에 미루며 "교회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고, 결국 이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톰의 몫으로 남겨진다....

주 제 : 이 영화는 1940년대 실제 LA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을 기초로 권력과 야망, 그리고 위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고해성사의 비밀을 기초한 이 영화는 미해결인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아 권력집단들 간의 - 카톨릭 교회를 포함해 - 이해관계와 이를 파고드는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양심이 어떻게 기만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행해지는 많은 부정부패가 그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통렬히 공격한다.

클로즈업 (Close Up)

제 작 : 이란 (1990년도 작품), 100분

감 독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Abbas Kiarostami

주 연 : 호세인 사브지안 / 모흐센 마흐말바프 / 호세인 파라즈만드

줄거리 : 이 이란 영화는 다큐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사회에 대한 언급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업자인 알리 사브지안은 버스에서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쓴 책을 읽다가 한 상류층 여인이 말을 걸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자신이 유명한 영화 감독인 모흐센 마흐말바프라고 거짓말을 시킨다. 이에 호감을 느낀 여자는 그를 집에 초대하게 되는데, 집에서 그녀의 남편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아들을 만나게 된다. 사브지안은 그들의 집을 배경으로 하고, 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찍겠다는 말로 이들을 기쁘게 한다.

그러나 후에, 모든 것을 알게 된 가족은 화가 나 사브지안을 고소하기에 이르고, 인자한 판사는 가족에게 사브지안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한다. 그렇게 사브지안이 재판에 휘말려있는 동안, 카메라는 영화 밖으로 시선을 옮겨버린다. 즉, 이 영화의 제작자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영화를 계속 진행시키기로 결심하고, 모든 재판 상황을 소재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모든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재판과정도 재연을 해야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주 제 :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허무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연출방식은 특유의 소박한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허구와 다큐멘터리를 환상적으로 섞어놓았는데, 이 영화의 모든 배우들은 실제 자기 자신의 역할을 맡아 실제 사건들을 재연했다. 어떤 것이 진짜이고 어떤 것이 쓰여진 것인지를 알아내기 어려울 만큼 영화와 실제 생활 사이에 선을 두지 않고 있는 이 영화는 영화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사브지안이 연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가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이었고, 그가 마흐말바프 감독의 흉내를 낸 것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는 영화적인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엘비라 마디간

제 작 : 1967년 (스웨덴), 91분

감 독 : 보 비더버그

주 연 : 피아 데게르마르크 / 토미 비르그렌 / 니나 비더버그

줄거리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처절하리만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엘비라 마디간'의 주제곡으로 더 잘 알려진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으로 유명해진 스웨덴 영화. 덴마크의 서커스단에서 줄을 타는 엘비라는 스웨덴 순회 공연 도중 군인 장교인 식스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식스틴은 이미 아내와 두 명의 자식이 있는 유부남이었지만 엘비라는 그런 사회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식스틴을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식스틴이 시비 끝에 사람을 죽이는 사고가 발생하고, 식스틴은 정당방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까 두려워 엘비라와 함께 도망일 친다. 군대라는 조직과 전통적인 가족의 답답한 틀을 깨고 사랑의 도피행을 택한 두 사람은 잠깐 동안 사랑의 기쁨을 맛보게 되지만 곧 생활의 어려움과 사회적 냉대에 직면하게 된다.

먹을 것조차 떨어져 굶주리던 엘비라와 식스틴은 잔디밭에서 최후의 만찬을 함께 하고는 아름다웠던 그들의 사랑을 끝내려 한다.....

주 제 : 이 영화는 상류사회의 일원이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과 직업, 사회적 지위를 버리고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등지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영화의 주제는 진실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유럽의 매혹적인 풍경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잡아낸 비더버그 감독의 연출솜씨가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시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서정적인 러브 스토리다.

감상 포인트 : 200년 전에 작곡된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서 탑 텐에 들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엘비라 마디간'의 성공 때문이었다. '엘비라 마디간'의 주제곡이라고 불릴만큼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이다. 이밖에도 비발디의 선율과 르느와르, 로트렉의 그림들이 이 두 연인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빛내주는 특별한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다.

죽음의 영혼(Histoires Extraordinaires)

제 작 : 프랑스(1968), 120분

감 독 : 페데리코 펠리니, 루이 말, 로제 바댕

주 연 : 제인 폰다 / 피터 폰다 / 알랭 들롱 / 브리짓트 바르도 / 테렌스 스탬프

줄거리 : 애드가 알란 포의 작품을 유럽을 대표하는 세 명의 명감독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로제 바댕이 연출한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제인폰다와 피터 폰다가 주연을 맡고 있다.프레데리크 백작부인(제인 폰다 분)은 기분 내키는 대로 방탕한 생활을 일삼다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빌헬름(피터 폰다 분)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빌헬름은 그녀의 유혹을 뿌리치고, 화가난 백작부인은 심복을 시켜 그의 마구간에 불을 지르게 한다. 말들을 구하려던 빌헬름은 불길에 휩싸여 죽고, 불길 속에서 검은 말 한 마리가 살아남는다. 프레데리크 백작부인은 그 말을 길들이려 하지만 검은 말은 그녀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벼락이 떨어져 숲에 불이 나자 검은 말은 그녀를 태운 채 불 속으로 달려든다.

루이 말이 감독한 두 번째 에피소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알랭 들롱과 브리지트 바르도가 주연을 맡고 있다. 사디스트적인 기질을 가진 한 오스트리아 장교(알랭 들롱 분)가 타인을 모욕하고 괴롭히려 할 때마다 그와 아주 흡사하게 생긴 신입생이 개입해 그의 행동을 저지하게 되는데, 어느날 카드게임에서 패한 한 아름다운 여성(브리지트 바르도 분)을 능욕하려하자, 예의 신입생이 나타나 그의 속임수를 폭로하며 저지하려 한다. 이에 흥분한 장교는 그를 단도로 살해하고, 자신 역시 불행을 당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페데리코 펠리니가 연출을 맡고 테렌스 스탬프가 주연을 맡고 있다. 술에 취해야 천재성을 발휘하는 영국 배우 토비(테렌스 스탬프 분)는 페라리 한 대를 제공하겠다는 영화제작자의 말에 솔깃해 이태리로 날아온다. 공항에서 우연히 한 소녀의 공을 주워주게 되는데, 기다리던 제작자들을 만나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다시 공을 주으러 뛰어가는 금발의 소녀를 목격한 토비는 전율에 휩싸인다. 이태리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페라리를 받게 된 토비는 그를 괴롭히는 군중을 피해 혼자 시운전을 하게 되고, 무너진 다리 때문에 인부들이 통행을 막고 있는 도로에서 자신의 목을 걸고 도박을 벌인다. 차를 몰아 무너진 다리를 향해 달려가는 토비.... 얼마 후, 공항에서 만났던 금발의 어린 소녀가 수풀 속에서 가죽 공처럼 둥근 그의 머리를 줍는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제 작 : 미국 (1995년), 111분

감 독 : 마이크 피기스

주 연 : 니콜라스 케이지 / 엘리자베스 슈

수 상 : 뉴욕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L.A비평가협회 작품상, 감독상

줄거리 : 존 오브라이언의 반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구제불능의 알코올중독자와 창녀간의 운명적이고 강렬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

전직 시나리오 작가 벤(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아내와 아이에게 버림받고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 술을 마시다가 죽겠다고 작정한 그는 모든 소지품을 태워버리고 라스베가스행을 결심한다. 벤은 휘황찬란한 카지노 불빛 아래서 우연히 만난 창녀 세라(엘리자베스 슈 분)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린다.

세라는 포주에게 모진 학대를 당하면서도 그에게 묘한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포주가 깡패 패거리에게 끌려가 사라진 후 세라는 벤을 찾게 되고, 희망이라곤 없는 벤과 세라는 서로의 삶에 참견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사랑에 뛰어들지만, 사랑이 깊어갈수록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운명은 차츰차츰 예정된 파국을 향해 다가가는데...

주 제 : 상처받은 두 주변인 남녀의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고귀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연가와 같은 멜로 드라마.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한 인생 둘이 그려나가는, 마치 크로키처럼 짧은 시간 안의 불꽃같은 사랑이 눈물을 안으로 삼키게 만드는 최루성 강한 작품.

감상포인트 : 수천만 달러에서 억대를 넘어서고 있는 헐리우드의 제작풍토에서 350만 달러라는 저예산과 4주 반이라는 짧은 촬영기간만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기적같은 영화. 이 작품의 원작자인 존 오브라이언은 영화화가 결정된 2주만에 자살을 함으로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리얼리즘을 살리기 위해, 35mm 대신 슈퍼 16mm 필름을 사용했으며, 핸드핼드 카메라와 슈퍼 16mm로 시네마베리테 스타일을 구사하여 영화의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도입, 사실적인 분위기를 강화시키는 독특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피기스 감독은 음악 선택에 관한 능력에 있어서도 웬만한 음악 전문가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는데, 이 작품을 한층 분위기 있는 영화로 만든 건 재즈 선율이었고, 특히스팅의 세 개의 발라드 곡 - Angel Eyes, My one And only Love, It's a Lonesome Old Town -은 이 영화의 주연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압권이다.

비탄의 섬

제 작 : 대만 (1995년), 120분

감 독 : 슈 샤오밍 HSU Hsiao-Ming

주 연 : 비키 웨이 / 킹 제웬

줄거리 : <비탄의 섬>은 대만의 정치적 억압과 그 결과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첸 린링(비키 웨이 분)은 반정부 테러 행위 참여로 10년 이상을 복역하고 감옥에서 풀려난다. 그녀의 애인이자 스승이었던 안 롱(킹 제웬 분)에 의해 정치적 삶에 빠져들었던 린링은 안 롱이 체포되어 사형을 언도받을 게 확실하다는 말에 폭탄 테러를 하다 10년 형을 언도받았던 것. 감옥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불태우며 10년을 보낸 린링은 출옥한 후 안 롱을 포함한 이전의 정치적 동지들이 부르주아적 삶에 만족하며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

특히 자신을 정치적 삶으로 이끌어주었던 안 롱은 결혼을 해 아이까지 있는 안정된 삶에 빠져들어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살아가고 있다. 커피숍을 운영하며 '신세대 신비연구'라는 그룹의 학생들에게 회합장소를 만들어주는 지경이다. 야구 연습장에서 린링을 만난 롱은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에도 별로 기뻐하지 않고, 정치에도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 롱에게 분노와 함께 절망감을 느끼는 린링....

주 제 : 슈 샤오밍 감독은 어떤 풍자나 빈정거림도 없이 세대 변화를 날카롭게 묘사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이상에서 등을 돌린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슈 샤오밍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실제로 대만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 정치적 색채가 강한 로맨틱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분명한 반체제주의적 시각을 펼쳐보이면서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폭로성 얘기들은 배제한 채 정확한 이미지들을 담아내고 있다. 확신, 사려 깊음, 설득력있는 행동, 냉정함, 심지어는 평온함까지. 이를 통해 슈 샤오밍 감독은 현실 그 자체만큼이나 급진적인 영화를 만들어낸다.

감 독 : 대만의 카오슝에서 태어난 슈 샤오밍은 20세에 영화 스튜디오에서 잠깐 일을 한 뒤 감독이 되기로 결심하고, 리싱, 허우샤오시엔 감독 밑에서 연출공부를 하였다. 1991년 <천사의 유해>로 데뷔하였으며 이 작품은 칸느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전세계 영화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비탄의 섬> 역시 칸느 영화제에 초청되어 칸느와의 남다른 인연을 보여준 슈 샤오밍 감독은 이 작품을 끝낸 후 한 편의 TV드라마를 연출 한 뒤, 대만 정부가 외국 노동자들에게 노동시장을 개방하면서 유입된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한 <망향>(1997)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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