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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일 포스티노, 파블로 네루다에게 보내는 편지

by 아프로뒷태 2011. 8. 2.

 

 

선생님에게

 

선생님께서 그러셨지요?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고.

 

저는 수줍어 못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할 수 있다고 하시며 마이크를 제 앞으로 내미셨어요.

 

저는 마이크를 들고 선생님께 다시 여쭈었지요?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요?

 

그랬더니, 선생님은 이 섬의 자랑을 말해보라고 하셨어요.

 

네,

 

그때 저는 베아뜨리체 루소 뿐만이 이 섬의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선생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돌아보니

 

섬에는 아름다움 투성이었어요.

 

저는 아름다움을 녹음기에 담기 시작했어요.

 

 

 

 

 

 

 

 

 

 

 

              하나, 칼라 디 소토의 파도, 작은 파도

      

 

 

 

    둘, 큰 파도

 

 

 

 

 

         

 

              셋, 절벽에 부는 바람

 

 

 

 

 

 

     넷, 나뭇가지에 부른 바람

 

 

 

 

   

 

 

      다섯,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

 

 

 

 

 

          

           여섯, 신부님이 치시는 교회의 종소리

 

 

 

 

 

 

 

 

 

          일곱,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여덟, 파블리토의 심장소리

 

 

 

 

 

 

 

 

    네,

    선생님,

    드디어 오셨군요.

    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소식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언젠가 선생님으로부터 제 이름을 듣는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는 더 이상 시를 쓰지 못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현실에 없습니다.

              저는 시의 피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진정한 시인은 행동하는 시인이지요.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시인은 앞으로 행동하고, 소설가는 뒤에서 지켜보고 행동한다고요.

 

 

 

 

    저는 사회주의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광장으로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파블로 네루다를 위한 시' 를 읽으려는 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쓴 시입니다.

 

 

 

 

 

 

    무척 설레었습니다.

    광장에서 선생님을 위해 제가 시를 연설하게 되다니요.

    그것도 처음으로 말입니다.

    네, 노동자로서 선생님께 받치는 헌사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이 들여닥쳤습니다.

    시민은 동요했고, 거리는 길을 잃은 구두발소리로 가득찼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선생님을 위해 쓴 시를 낭송하려는 참이었는데,

    시를 쓴 종이를 그만 손에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제 시가 말입니다.

   

    손에서 멀어져갔습니다.

 

 

 

 

 

    선생님,

    걱정 마세요.

    저는 시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고 선생님은 저입니다.

   저는 시이고 저는 바다이고 저는 이탈리아입니다.

   저는 노동자이고 저는 군중이고 저는 바람이고 저는 그물이고 저는 파블리노의 아버지입니다.

 

 

 

 

 

             이른 아침, 일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영화가 생각났다. 나는 공기이고, 나는 구름이고, 나는 바람이고, 나는 나무이고, 나는 소리이고, 나는 태양이고, 나는 달이고, 나는 흙이고, 나는 구두이고, 나는 고통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일 포스티노> 영화가 생각났다. 집으로 곧장 달려가, 피곤에 지친 몸을 바닥에 누이고 영화를 봤다.

 

              나날이 갈수록 몸이 피곤해진다. 그러나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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