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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자연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운 가치를 더욱 실감하게 된 <노인과 바다>

by 아프로뒷태 2011. 5. 1.

 

 

 

 

 

84일 동안 한 마리 고기도 잡지 못한 어부가 있다. 사람들은 노인을 가리켜 ‘살라오’(최악의 사태)가 되었다고 수군거린다. 한동안 노인과 함께 배를 타던 소년도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새로운 배로 갈아타게 되었다. 더 이상 바다 위에서 노인을 도와줄 이는 아무도 없다. 노인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최악의 사태이다. 하지만 노인은 하루 양식커피 한 잔으로 때우면서도 무엇도 원망하지 않는다. 85일째가 되는 날도 노인은 언제나처럼 담담하게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노인은 뜻밖에 엄청나게 큰 고기를 만나게 된다.

 

●체념과 담담함의 사이에서

 

노인은 그 고기의 힘에 끌려 다니며 몇날 며칠을 바다 한가운데서 지내게 된다. 고기가 자신의 배를 끌고 다니면 다닐수록 노인은 오히려 낚싯줄을 더 힘차게 움켜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 존재로서, 노인은 고기가 아닌 자신이 죽을 수도 있음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악전고투 끝에 고기를 낚고 나서도 노인의 처지는 달라질 것이 없다. 어마어마한 덩치의 고기를 배 안으로 들여놓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배 허리에다 단단히 붙들어 매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은 그 선택이 또 어떤 사태를 유발할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역시나 상어 떼가 한 마리씩 노인의 성과를 가로채러 달려들기 시작한다.

노인은 결국 빈털터리로 집에 돌아온다. 아니, 노인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상어 떼의 습격을 받은 고기의 뼈 일부분과 파손된 어구, 그리고 피로뿐이다. 물론 그에게 돌아온 대가가 그것만은 아니었다. 노인을 극진하게 모시는 소년의 사랑과 이웃의 위로, 그리고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침대….

이제 노인은 상처받은 몸을 치유하면 또다시 바다로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인을 기다리는 바다는 언제나 그랬듯 실낱같은 희망조차 약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노인도 마찬가지다. 늘 그랬듯이 노인은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다시 잠을 청한다.

 

 

●바다, 무한한 삶의 공간

 

물론 노인이 시종일관 이 체념과도 같은 담담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마음은 시시각각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르내린다. 하지만 어떤 희망이나 어떤 절망도 노인에게는 무의미하다. 노인은 희망과 절망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의 그 어떤 것도 노인에겐 전적으로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고마움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큰 고기를 낚게 해준 낚싯줄은 그의 손에 상처를 남겨 고기와의 싸움을 힘들게 만들고, 잔잔했던 바람은 언제 폭풍으로 돌변해 배를 뒤엎을지 모른다.

양식으로 잡아 올린 돌고래는 비린 맛을 남겨 구토를 유발하고, 마실 수 없는 바닷물은 피가 난 손을 낫게 하는 최고의 약이 되기도 한다. 미끼로 쓰려 남겨 두었던 다랑어는 허기를 달래줄 양식으로 바뀌고, 돌아갈 곳의 위치를 알려주는 태양은 지친 몸을 달궈 그의 노동을 방해한다. 바다는 그렇게 노인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생명줄이기도 한 반면 노인의 삶을 끝장낼 수 있는 잔인한 덫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노인이 바다를 희망이나 절망으로 쉽게 선택해 부를 수 없는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노인 또한 바다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바다의 일부로서 노인은 자신이 잡은 고기의 처지와 다를 바 없다. 그것은 바다에서 살고 바다에서 죽을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에서만이 아니라 노인의 존재마저도 바다에 살고 있는 그 무엇인가에게 있어 행운일 수도 절망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노인과 싸움을 벌인 고기에게 있어서 노인은 상어 떼의 재앙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며, 상어 떼에게 있어 노인의 존재는 자기보다 좀 더 큰 물고기이자 그들의 먹이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바다, 그곳은 절망도 희망도 삼켜버리는 무한의 공간이다. 바다는 온갖 가치들이 공존하고 있는 평화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들을 무참히 짓밟고 뒤섞어 놓는 전쟁터다. 그렇게 바다는 모든 것을 감수하고 죽음마저 받아들여 ‘삶’이라는 무게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삶, 성공실패도 없는 과정

 

많은 사람들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다음과 같이 평가를 내린다. 절망에 맞선 인간 정신의 승리. 물론 노인은 최악의 사태 속에서도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노인의 모습을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노인은 분명히 패배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노인조차도 받아들이는 진실이다. 그러니 노인의 모습을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건 허튼 위로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무엇보다 위대하고, 영원히 그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는 까닭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라면 인간 정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다. 그것은 의지나 정신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들은 살아있는 한 살아있기 위해 그들의 모든 힘을 소진시킨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그들은 죽는 한이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인은 분명히 패배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맞다. 노인은 패배했다. 하지만 그 패배는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목표’라는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희망, 꿈, 목표가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다는 듯이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삶을 조금 더 재밌게 살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불과할 뿐 삶의 본질은 아니다. 살아있다면 살아있음 그것이 삶을 이끌어 갈 것이다. 아무 희망이 없더라도 다시 바다로 나가는 산티아고 노인처럼.

 

 

이종영 영상인문제작소 이닥 연구원

 

 

 

 

 

 

현대적인 감각의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재미와 감동! 모두를 갖췄다.

 

앙코르 공연 “노인과 바다”는 더 탄탄해진 대본을 통해 보다 발전된 무대 언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5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총 6고의 대본이 나왔고,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7고째의 대본을 통해 세밀한 부분까지 더욱 보강하여 감동을 배가 시켰다. 단순히 명작 “노인과 바다”를 소개하는데 머물기 보다는 원작에 토대를 둔 독창적인 무대언어를 만끽하게 함으로써, 관객과 배우가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그날의 “노인과 바다”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소설 속의 세밀한 상황묘사는 현장감 넘치는 내레이션 기법과 극적인 상황전개, 그리고 재치 있는 무대와 소품을 통해 그려진다. 고난과 맞서 싸우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운명에 굴하지 않는 용기와 불굴의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노인을 향한 청년의 애틋한 외침은 관객의 마음과 동화되어 감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렵고 지루한 고전명작은 NO~ 마음껏 웃다가 폭풍감동에 빠져든다.

 

소설 ‘노인과 바다’는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빠른 시간에 고전명작 반열에 올랐다. 연극 “노인과 바다”는 쉽고 재미있다. 고전명작은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이 절대 통용되지 않는 이번 작품은 책을 통해 어렵게 접했던 헤밍웨이의 명작 소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각색됐다. 활자화된 서적이 입체적인 연극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장면들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는 재미 또한 연극 “노인과 바다”만의 특징이다.

 

초연이지만 초연이 아닌 공연. 이는 정식 공연으로 올려지기 전에 페스티벌을 통해서 짧게 첫 선을 보임으로써 작품성을 검증 받고, 장기적인 공연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했다. 연극 “노인과 바다”는 2010년 제 10회 2인극 페스티벌의 공식참가작으로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었다. 그 결과 관객들이 뽑은 인기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노인 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정재진은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연극 “노인과 바다”는 이 같은 탄탄한 배경을 토대로 2011년 2월 11일 첫 정식공연을 시작하였으며, 약 두 달간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4월 5일 대망의 앙코르 공연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는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된 고전명작의 놀라운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소설의 본질적인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시공을 초월한 ‘노인과 바다’ 자체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아내려 노력한 것과, 형식미가 돋보이는 무대언어 속에 삶의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아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관객들은 공연을 통하여 ‘인생을 살면서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야겠다.’는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험난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 봐야 할 필수 연극 “노인과 바다”

 

소설 속에서는 어린아이에 머물렀던 소년이 연극에서는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하여 노인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을 향해 굽힐 줄 모르고 바다로 나아가는 노인의 도전과 의지를 보면서 당당한 선장으로 성장해가는 청년의 모습은 인생의 멘토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이렇게 반듯하게 성장한 청년은 무대와 객석을 부지런히 오가며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소통을 청하는 눈부신 역할로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관객들은 청년의 도움으로 노인이 겪은 그날의 바다를 생생하게 목격하게 된다.

 

어느새 관객은 청년의 마음이 되어 노인을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관객은 청년이 들려주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희망하며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한다. 특히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 당하기 쉬운 법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 라는 노인의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던져준다. 또한 자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툭툭 내뱉는 노인의 말은 그 자체가 영롱한 시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격렬한 몸부림 속에서도 자연과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는 노인의 모습은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진한 감동과 더불어 희망과 용기를 주는 명작 연극 “노인과 바다”.

 ‘무대언어의 정수’라는 평가와 함께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연극 “노인과 바다”의 대 항해가 2011년 4월 5일부터 대학로극장의 무대에서 다시 펼쳐진다.  

 

 

 

 

대학로 극장에서 공영중인 <노인과 바다>는 유쾌했다.

 

연극은 시종일관 관객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극속으로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관객은 배우를 도와 극속의 물고기가 되기도 하고, 다른 관객들을 위한 웃음의 요소가 되기도 하였다.

 

웃음 뒤에 감동은 더욱 벅차게 느껴졌다.

 

노인은 팔이 저리고, 로프에 손이 다쳐 상처가 나고, 배고픔과 뼈마디가 쑤시는 고통에도 어마어마한 물고기에게 지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다.

 

어마어마한 물고기를 배에 동여매고 노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85이라는 숫자는 역시 행운의 숫자야!"

 

그러나 노인과 바다와의 싸움을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친 바다속에는 물고기의 피 냄새를 맡고 상어가 한 두마리씩 몰려든다. 배에 몰려든 상처떼들은 노인이 싸워야 할 또다른 적이다. 노인은 날카로운 이빨과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상어떼와 목숨을 걸고 싸움을 시작한다. 

 

 

"네 이놈들! 네가 네 놈들에게 질 줄 알고!"

노인의 배와 바다, 그리고 무대에는 핏빛으로 화려하게 물들어간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 콜이 이어졌다.

노인은 아직도 아프리카의 사자꿈을 꾸고 있는 듯, 밀림 속의 사자처럼 위엄있게 관객에게 다가왔다.

 

"할아버지는 아프리카의 사자꿈을 꾸곤 했어요."

 

소년의 해설처럼 노인은 동물의 제왕인 아프리카의 사자를 꿈속에서 만난다. 그리고 사자의 용맹을 닮고 싶어한다.

  

"난 매일이 오늘 같아"

 

"괜찮아, 인간은 늘 패배자였어"

 

"신은 어찌하여 새를 힘들게 날아가게 만들었을까?"

 

소년과 노인, 2인극은 수많은 배우가 출연하여 무대를 활보하지 않아도 풍성한 자리였다.

극중 최고의 절정은 노인이 상어떼와 싸우는 사건일 게다.

나약한 노인이 장비도 없이 어마어마한 덩치의 고기를 사정없이 물어뜯는 상어떼와 싸우는 장면은 이 극의 극치이다.  

노인은 바다를 정복하는 인간이면서도 바다와 평등한 존재이다.

 

나약한 노인이 젊고 거친 생명들과 싸워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사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인간은 자연 속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가치를 가진 존재인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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