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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지나온 날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것이 한 생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by 아프로뒷태 2011. 5. 15.

 

 

언젠가,

흔적없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아무렇지 않다, 하고 말 할 수 없지만,

언젠가,

아무렇지 않다, 하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기억해달라, 하고 말해도,

기억나지 않는 날이 오겠지.

 

어쩌면,

너는 벌써 잊었는지 몰라.

'아무렇지 않다'하고 말 할 수 있는 날을 보내고 있는지 몰라.

 

어느날 갑자기 너를 찾아가 그날의 일을 모두 말한다고 해도,

너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 거야.

 

"그런 일이 있었나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이 왠지 슬퍼지는 날이야."

 

가방을 둘러메고, 모처럼 스니커즈를 신고, 여의도를 걸어.

 

봄햇살을 받으러 나간 것 뿐인데.

 

불현듯 찾아온 기억에 갇혀,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지.

말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지.

결국 그곳에서 함께 했던 기억들에게 그동안 잘 지냈냐, 하고 말을 걸었어.

 

기억들은 대답을 했지.

네 주위를 둘러봐.

 

진실이 영원할 것 같아도,

진실은 영원하지 않아.

진실한 사람과의 인연도 영원할 것 같아도

진실한 사람과의 영원은 영원하지 않아.

사람들은 만나고,

또다시

헤어져.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네가 나를 놓아주어야 내가 날아갈 수 있어.

제발.

 

 

내가 널 놓아주면,

나는 다신 널 기억하지 못할거야.

널 기억하지 못할까봐.

네가 누군지도 알아보지 못할까봐.

약해빠진 널 봐도, 아무렇지 않은 척,

네 어깨를 툭, 치고 걸어갈까봐.

나는 그게 걱정되었어.

 

 

 

너를 잊어야 행운이 온다면,

너를 잊어야 하는 걸까?

 

너를 기억해도 행운이 온다면,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걸까?

 

저 수 많은 행운들 속에서

나에게 다가올 행운,

그 하나쯤은 없을까?

 

 

이대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을까?

모든 것은 흘러가고 있지만,

나는 그대로 있으면 안 될까?

 

저 곳에서 네가 헤엄치고 있어.

기억해?

저 곳에서 다이빙 하고 싶다고 했잖아.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좋아.

어차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여행은 아니었어.

 

 

 

안전한 곳은 없어.

나를 위한 안전지대는 없어.

 

어딜가도 내가 가는 자리에는

낮과 밤이 공존하고,

선과 악이 엉켜있고,

빠름과 느림이 성교하며,

기억과 잊혀짐이 녹아들고 있을 거야.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다시 뒤돌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이 삶을,

나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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