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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구원자>

by 아프로뒷태 2013. 10. 10.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구원자>,

 

 

감독: 안토니오 피아자. 파비오 그라사도니아

출연: 살레흐 바크리 (살보) , 사라 세라이오코 (리타), 루이지 로 카시오(엔조 풀레오)

 

줄거리: 찌는 듯한 무더위가 무겁게 내려앉은 팔레르모, 마피아 청부살인요원 살보는 조직의 라이벌인 우두머리를 가차없이 살해한다. 그 과정에서 우두머리의 동생이자, 앞을 보지못하는 시각장애인 리타를 발견한다. 살보는 시각장애인 리타의 행동을 지켜보며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하여 리타를 죽이지 않고 지금은 폐장이 되었으나, 과거에 도견장이었을 곳에 리타를 가둔다. 살보는 리타에게 물과 음식을 제공하며 연민을 느낀다. 감독은 살보가 그 나라에서는 남자들에게 흔히 지어주는 이름이라고 한다. 살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은 '구원받다' 또는 '구원하다' 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한편 리타는 자신의 앞에서 오빠가 살해되는 장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게 되는데 그 충격으로 잃어버렸던 시력을 다시 되찾게 된다. 세상을 보지 못했던 여자가 다시 세상의 빛과 직면하게 되면서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살보의 구원에 의해 점점 살아갈 희망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상처주는 자(살보)와 상처받는 자(리타) 사이에서 구원해주는 자(살보)와 구원받는 자(리타)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주목할 만하다. 서로에게 적대적이고 조화를 이룰 수 없는 관계가 조화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감독은 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즉, 아이러니의 이상향으로 미라클(기적)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된다. 살보는 리타를 길들이려 하지만 리타는 오빠를 죽인 살보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리타의 심경 변화를 대조하며 볼 수 있는 미쟝센으로 살보가 아끼는 충견을 예로 들 수 있다. 개는 다른 사람들에게 거칠고 무섭게 짖지만 살보에게만은 순하고 여리게 군다. 하지만 반대로 리타는 살보에게 시종일관 거칠고 무섭게 굴며 심지어 고함을 지르며 발악한다.

 

감독과의 GV에서 두 사람은 거의 19년 동안 함께 글을 쓰는 공동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텔레비전 부부분에서 글쓰기를 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각본, 공동연출을 맡아 <살보>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감독이 GV에서 한 말이 인상 깊다.

 

"제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에요. 우리 가족은 여행을 가고 있었죠. 그런데 제 앞에서 테러, 총격사건이 발생해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여행을 갔어요. 우리가 사는 곳의 일상은 그래요. 비극을 보고도 덤덤하게 살아가고 있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뻔히 보고도 모른척 하는 건 말이죠. 어쩌면 리타처럼 살아있어도 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구원자>는 프랑스 감독 장피에르 멜빌의 갱스터 영화에 대한 독특한 이탈리아식 오마주로 빛나는 작품이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청부살인요원의 존재뿐 아니라 영화 전반의 사운드 연출 또한 멜빌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초반의 긴박감 넘치는 총격 장면에 이어 주인공 남녀가 처음 만나는 긴 시퀀스는 긴장된 침묵으로 채워진다. 이런 침묵은 멜빌의 영화들에서처럼 숨소리와 시계소리 등 대사를 제외한 음향들로 조성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탈리아 감독들이 이를 변주시키는 방식이다. 두 남녀를 이어주는 주제음악인 이탈리아 칸소네와 거친 팔레르모의 땅, 마치 기적인양 시력을 되찾는 여자는 그들만의 세계를 충분히 대변하고도 남는다.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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