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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너를 볼 수 있다면, 난 바다도 건널 수 있어 <웰컴>

by 아프로뒷태 2010. 10. 30.

 

               "갈 수 있어. 네가 있는 곳이라면. 바다를 건너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아."

 

그래요. 나는 갈 수 있어요. 이라크 쿠르드에서 3개월 동안 사막을 걸어왔는걸요. 여긴 프랑스 항구도시 '칼레'불법체류자들의 응집소. 모두들 영국으로 가기 위해 밀항을 도전하지만 쉽지 않아요. 나는 여느 불법체류자들처럼 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참아가며 밀항을 할 자신이 없어요. 봉지를 뒤집어쓰고 숨을 참는 건, 그건 정말이지 도저히 할 수 없어요. 죽어도. 그것만은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영국으로 가야해요. 그곳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요. 그녀는 내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프랑스 칼레 항구에서 저 멀리 검푸른 바다너머 영국의 땅을 밟는 순간을 떠올려요. 어떻게 하면 영국으로 갈 수 있을까요? 그래요. 수영으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가는 거에요. 35.4킬로미터, 8시간이면 된다죠. 이라크 쿠르드에서 4000킬로미터의 사막을 3개월 동안 걸어왔는데 그쯤이야. 아무렇지 않아요.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나는 수영을 못해요. 어떻게 하죠? 그래요. 수영을 배워서 바다를 헤엄쳐 영국으로 가는 거에요. 수영을 배우는 거에요. 동네 수영장으로 가요. 그곳에서 그를 만나요. 그의 이름은 시몬, 전직 프랑스 수영 국가대표라지요. 그 사람 어쩐지 나에게 자꾸 잘해줘요. 그래서 그 사람이 고마워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네가 없는 나는 하루하루 사는 의미를 느끼질 못하겠어.

 

 아내가 떠났다. 아내가 짐을 싸고 집을 떠났다. 그러나 나는 아내를 붙잡지 않았다. 떠나든 말든, 아내가 불법체류자들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 일을 하든 말든.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아내가 떠나도 나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내와 별거를 하고 이혼을 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단히 담담한 척, 혼자 사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는 척 했다. 정말이지 혼자 사는 일은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불편하다. 아내가 없는 집에서 사는 일이. 매일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가슴보다 배가 더 나온 여자나 할머니들을 가르치는 일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수영장에서 그들이 물을 일렁이는지, 물이 그들을 일렁이는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일렁이는 물이 낯설다. 물속을 헤엄치는 일이 이제 나에겐 낯설다. 내가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는 것이 낯설다. 한때 나도 금메달리스트였지. 그랬지. 어느 날 이라크에서 온 소년이 나에게 다가온다. 이름이 비랄이라지. 그 소년이 묻는다. 수영을 배우는 데 얼마에요? 이 소년, 어딘지 수상하다. 수영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연습한다. 그런데 이 소년, 불법체류자라고 한다. 이 소년을 도우면 아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이라크에서 걸어온 소년의 뜨거운 사랑, 프랑스에서 부유하는 전직 수영 국가대표선수의 식어버린 사랑" 우리는 닮았으되, 다르다. 우리는 서로에게 수영이 절실히 필요하되 목적이 다르다. 너는 이라크에서 건너온 불법체류자, 나는 프랑스에서 어려움 없이 사는 전직 수영 국가대표선수이다. 우리는 프랑스에 있다. 너는 프랑스에서 경찰들에게 잡힐까봐 불편하고, 나는 프랑스에서 무료하고 숨통이 막혀 죽을까봐 불편하다. 우리는 닮았으되, 다르다. 우리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되 다르다. 너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가고자 하는 열정이있고,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있는 일이 고작이다.

 

 

 

 

                  "우리 서로에게 서로를 던지자."

 

어차피 너는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게다. 어차피 나는 프랑스에서 삶이 시시해서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게다. 너는 영국으로 가는 바다를 헤엄치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일류선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도 일 년 내내 연습하고도 모자라 배의 경호를 받아야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랑을 위해 바다를 건넌다는 너의 단호한 한 마디가 나의 가슴을 찌른다. 건조하고 느낌 없고 사랑이 무엇인지 까마득하게 잊은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달려가야 한다고 말한다. 비랄, 나는 너의 그 열정이 부럽다. 너는 나에게 다시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거친 물보라를 가로지르고 나아갔던 젊고 유능했던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비랄, 나는 다시 아내를 사랑하게 됐다. 아내가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비랄, 나는 너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래, 비랄, 바다를 건너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건너갈 수 있게. "웰컴, 전혀 반갑지 않는 환영인사" 우리 집에 불법체류자가 드나들게 할 수 없어요. 당장 그들을 내쫓아요. 불법체류자를 돕는 일은 불법이야. 그들은 낯선 이방인이야. 우리의 삶의 영역에 그들이 드나들게 할 수 없어. 씻지 않고 냄새나는 더러운 인간들을 말야. 이봐, 비랄! 듣고 있어. 그곳에 나의 목소리가 들려? 옆집 남자는 그렇게 투덜거려. 누군가를 환영하는 척하면서도 전혀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않는 자들, 그런 자들이 어디 옆집 남자뿐이겠어. 세상엔 그런 자들이 널렸다구, 이봐, 비랄. 듣고 있어? 그곳에서 나의 목소리가 들려? 갑자기 그곳으로 초대받아서 놀란 거야? 왜, 아무도 널 전혀 반갑게 맞아주지 않는거야? 그런거야? 하지만 걱정마. 나는 널. 언제나 받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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