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아마존의 눈물’ 속 웃던 원주민들 숯덩이처럼 탄 주검으로…

by 아프로뒷태 2012. 9. 1.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직도 야만적 제국주의 풍토가 시행되고 있는가?

 

‘아마존의 눈물’ 속 웃던 원주민들 숯덩이처럼 탄 주검으로…

 

 

BBC “지난달 한 마을 불타”
생존자들 “폭발음·총소리”
불법 채굴업자들 소행인듯

아마존 밀림 깊은 곳, 야노마미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한 마을이 말 그대로 사라졌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서 문명에 파괴되지 않은 자신들의 삶에 긍지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던 야노마미 원주민들 수십명이 까맣게 탄 주검으로 뒤늦게 발견됐다.

 

영국 <비비시>(BBC) 등은 29일(현지시각) 국제적 소수민족 지원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내 아마존 밀림의 이로타테리 마을에서 80여구의 주검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단체 쪽은 불법 금 채취업자인 ‘가림페이루’(허가받지 않은 금 채취자를 뜻하는 브라질어)에 의한 학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달 초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참사 현장은 이웃 마을 주민들이 이번달 들어서야 발견했다. 이들은 야노마미족이 모여 사는 집합주택인 샤보노(야노마미 고유의 집합주택) 전체가 불타버렸으며 주검들은 숯처럼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정확한 피해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80여명이 살던 이로타테리 마을의 생존자는 사건 당시 사냥을 나선 3명뿐이었다. 생존자들은 이웃 주민들에게 “사냥에 나서던 중 마을에서 폭발음·총소리와 함께 광산업자들이 채굴 설비를 나르기 위해 이용하는 헬리콥터 엔진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겁에 질려 밀림으로 도망쳤다”고 말했다고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은 밝혔다.

 

이로타테리 마을이나 이웃 마을 모두 워낙 오지에 있어 목격자들이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영국 <가디언>은 이 단체 관계자를 인용해 “근처 마을에 헬리콥터로 이동해 조사를 했는데, 증언을 하기 위해 야노마미 사람들이 엿새가 걸려 걸어왔다”고 전했다. 야노마미 부족 지도자인 루이스 샤티웨는 “최근 수백명의 광산업자들이 우리 부족의 땅에서 불법으로 금을 채굴했고 우리는 이에 저항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값이 뛰어오르면서 이러한 불법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야노마미 원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베네수엘라 당국에 철저한 조사와 함께 원주민들의 땅에서 이뤄지는 불법 채굴·벌목을 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의 언어로 ‘사람’이라는 뜻의 야노마미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가장 큰 부족 중 하나이며, 3만2000여명 정도가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접경 지역에서 250여개의 마을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도 외부인들과 별다른 접촉 없이 살아오던 이들의 삶이 ‘현대인’의 탐욕으로 인해 파괴되는 모습은 2009년 <문화방송>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생생히 소개됐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ㆍ현지촬영 PD들 “방화·수은 피해도 극심”
ㆍ‘야노마미족 학살’ 브라질 정부 조사 나서


금 채굴업자들에게 살해당한 브라질 야노마미족은 2009년 MBC 5부작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소개됐던 부족이다. 당시 현장을 방문해 250일간 머무르면서 이들을 취재했던 MBC 김진만(왼쪽 사진), 김현철 PD(오른쪽)는 31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마존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것, 학살이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것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김현철 PD는 “당시에도 불법적으로 금광을 개발하는 업자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야노마미족 원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서 “우리 취재팀이 찾았던 한 마을에는 야노마미족 30여명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채굴업자들에게 항의하러 갔다가 총을 맞고 죽음을 당한 부족민이 4~5명이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현철 PD는 또 “총격뿐 아니라 방화, 사금 채굴을 위해 사용하는 수은도 원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는 주요 요소들”이라며 “야노마미족이 거주하는 밀림 지역에서는 방화로 폐허가 된 곳들, 수은 때문에 물고기가 살지 못하게 된 하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진만(왼쪽)·김현철 PD

 

당시 방송된 <아마존의 눈물> 3부 ‘불타는 아마존’ 편에서는 불법 사금 채굴업자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야노마미족을 비롯해 아마존의 여러 부족이 처한 위기가 소개됐다.

김진만 PD는 “현재 아마존 지역에서 채굴이나 농장 개발, 벌목 등 개발사업을 하려면 해당 지역에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가능하다”면서 “이것이 살상을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야노마미족뿐 아니라 현지에 살고 있는 많은 원주민들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목장 개발업자들에게 희생돼 사라질 위기에 처한 아쿤슈족의 사례도 소개됐다. 아쿤슈족은 20여년 전만 해도 큰 규모를 자랑했지만 소를 사육할 목장 부지 개발을 위해 나타난 목장주들에게 부족민 대부분이 처참하게 살해됐고 현재는 4명만 남았다. 김진만 PD는 “현장을 방문할 때만 해도 6명이 생존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후 외신 보도를 통해 2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다”면서 “아쿤슈족의 거주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구덩이 부족’ 역시 우리 팀이 방문했을 때 단 1명만 생존해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는 “야노마미족은 현재 2만~3만명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탐욕에 찬 개발이 계속되는 한 아쿤슈족이나 구덩이 부족과 같이 종족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9일 아마존 야노마미족 학살 사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베네수엘라 정부에 이어 브라질 정부도 진상 규명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주재 브라질 대사관은 생존자들이 학살을 저지른 사람들이 브라질의 불법 사금 채굴업자(가림페이루)라고 증언함에 따라 30일 베네수엘라 당국에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조사를 공식 요청했다고 브라질 국영통신이 보도했다. 브라질 외교부도 베네수엘라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이 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원주민 지원단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은 지난 7월 초 브라질과 국경을 접한 베네수엘라 남부의 야노마미족 마을에서 80여명의 원주민이 불법 사금 채굴업자들에게 학살됐다는 사실을 29일 폭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