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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동경에 사는 그녀를 찾아가다 4

by 아프로뒷태 2012. 5. 24.

 

록번기라는 도시의 분위기는 슈트를 입은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여의도를 떠올렸다. 록번기 힐즈에 거미상이 유명하다고 했다. 그곳에서 도쿄타운을 내려보았다. 바로앞 고층의 모리타워가 있었지만 전망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록번기 힐즈의 건물들은 단출했다. 회사건물 주변에 오피스텔과 같은 펜션이 많았다. 그곳에 주로 외국인이 산다고 했다. 불현듯 록번기를 찾은 외국인들이 보내는 동경의 밤은 어떠할지 궁금했다. 록번기 힐즈 거미상에서 조금더 걸어가면 도라에몽 만화를 방송한 아사히 방송국이 있었다. 마침 방송국에서 모 미술가의 작품을 전시중이었다. 전시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배고픔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아사히 방송국 맞은 편 레스토랑이었다. 피자와 파스타가 맛있는 곳이라고 했다. 가게에 도착했을 때, 문은 잠겨 있었다. 가게 안은 파티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유리벽 너머로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턱시도를 한 신랑이 친구들 사이에 둘러쌓여 삼페인을 마시고 있었다. 신랑과 신부보다 그들의 친구들에게 더 눈길이 갔다. 친구들은 모두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일본은 한국의 결혼 뒷풀이 문화와 유사하지만 옷을 입은 관례에 있어서는 서양의 문화를 따르는 듯했다.

 

 

 

 

다른 음식점을 찾아보자.

 

가게안의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나는 가게 안의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행복해보였다. 그 웃음과 눈빛을 훔치고 싶었다. 드레스를 입어보고 싶기도 했다.

 

록번기의 거리는 단조로웠다. 대신 단출한 건물 안에는 명품가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록번기 힐즈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특징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그 앞에 루이비통, 마이클코어스, 알마니 등의 명품가게가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의 이런 명품 매장 거리가 있었던가 잠시 비교됐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그녀가 소리쳤다. 왼쪽을 돌아봐. 도쿄타워였다. 도쿄타워를 길에서 보는 기분이 사뭇 황홀했다.

 

 

 

 

일본에는 4군데 정도 독특한 스타벅스가 있어. 낮에 보여준 요쿠하마와 이곳 중 어느 곳이 더 좋은지 말해줘. 그녀는 나를 이끌고 록번기의 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대형건물 1층으로 들어갔다. ‘스타야’ 라는 곳이야. 책대여 판매점이지. 처음엔 규모가 작았는데 점점 크게 성공했지. 여기의 좋은 점은 새벽4시까지 영업을 한다는 것이야, 매장 안에 스타벅스가 있어. 나는 종종 이곳에 놀러오곤 했어. 우리 오빠, 기무라 타쿠야가 새벽에 와서 책을 읽고 가는 곳이기도 하지.  그녀는 여전히 기무라 타쿠야의 펜이었다. 한류가 유행하면서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찾아오는 요즘, 반대로 그녀는 오래전 일류를 타고 일본으로 갔다.

 

 

 

그녀는 나를 이끌고 책이 전시된 곳으로 갔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독특한 광경을 발견했다. 전시된 책들은 아주 작았다. 손바닥 정도의 크기였다. 일본에서는 원래 정사이즈를 판매하다 1년 반이 지나면 단행본을 문고본으로 만들어 판매해. 물론 단행본에서 문고본으로 팔 땐 가격을 3분의 1로 팔지.

 

 

 

 

 

 

 

그랬다. 지하철에서 손바닥크기의 작은 책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 답이 여기 있었다. 출판 시스템이 특별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손에 든 책은 의미가 컸다. 크기가 작아 휴대성이 편리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독서를 증대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일본이 출판시장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적 방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코너에서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언젠가 이곳에서 내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슬며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소설코너를 지나 사진코너에서 한 권의 사진집을 펼쳤다. 미래짱이야. 그녀가 말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아기모델이야. 질투심 많고 애교가 넘치며 아가씨의 얼굴을 한 아이였다. 미래짱을 담은 사진집에는 청순한 아이의 모습과 성숙한 모습이 기묘하게 섞여 담겨 있었다. 일본인들이 왜 이 아이에게 매력을 느끼는지 충분히 공감이 갔다. 순수함과 해맑음의 이면에는 팜므파탈과 치명적인 욕망이 숨어 있었다.

 

 

 

 

 

 

 

 

몇 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진첩을 들었다. 우메카요 작가 81년생이고 인기 있는 여성작가야. 이 작가는 일상의 우스꽝스런 풍경을 놓치지 않고 찍지. 일상의 유머러스한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니. 작가는 일본 최고 권위를 지닌 일본 사진상인 기무라이헤 사진상을 거머쥐었다고 한다. 또한 파리, 런던, 타이 등 세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캐론 EOS 5 표준렌즈를 사용했다. 그녀의 사진에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모델로 자주 등장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에는 묘한 에로티즘이 느껴졌다.  

 

 

 

 

 

 

손녀와 할아버지의 애정과 따뜻한 관심 이면에 남녀의 섹슈얼리즘이 드러났다.

 

 

 

그 다음으로 쿠사마야요이 작가였다. 이 작가의 작품은 한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봐온 터라 낯설지 않았다. 아트 미술 잡지에서 그녀의 작품을 발견하고 스크랩하기도 했었다. 전위예술가인 그녀는 29년생이라는 것이 놀라울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녹번기 뒷골목을 걸었다. 골목길의 풍경이 이색적이었다. 록번기 힐즈와 다운타운을 연결하는 골목길은 언덕으로 이어졌다. 그 길에 세워진 건물들은 독특했다. 일층이 가게였고 이층은 일반 가정집이었다. 그래서일까. 천박함보다는 고요함과 우아함이 느껴졌다. 일층은 가게로 사용하고 이층은 주거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한국과 차이가 나는 점이었다. 건물전체를 네온싸인으로 뒤덮는 한국과 달리, 이 거리는 상업과 가정집의 적절점을 찾은 듯 평화로워 보였다.

 

 

 

 

 

 

 

이 골목길의 언덕을 올라가면 도쿄타워 거리였다. 거리에는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한국의 이태원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록번기에서 제일 유명한 우동집에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츠르동탄 가게였다. 록번기에서 제일 유명한 우동집이라서 그런지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명태알 소스 우동과 해물우동을 주문했다. 면의 양을 소, 중, 대로 선택가능하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일본인이 반,  외국인이 반이었다. 옆자리에 한국인이 앉았다. 그들은 한국어로 대화를 했고 어설프게 일본어로 음식을 주문했다.  

 

 

 

 

세수대야 사이즈의 항아리에 음식이 담겨왔다. 명태알은 그 빛깔이 무척 고왔다. 러블리 핑크빛의 소스에 하얀 우동이 먹음직스러웠다. 면발은 아주 탱탱했다. 한국에서 먹는 우동과는 차원이 달랐다. 데코레이션으로 올려진 튀김새우는 새우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새우의 향을 살려 튀김을 만들기란 쉽지 않을텐데 아주 훌륭했다. 야채로 올려진 배추는 상당히 달았다. 우동에 들어간 재료들의 본래 맛을 살린 음식이었다. 맛의 고유한 특징을 살리는 것이 이 곳 음식의 판매 전략인듯 하였다. 배추가 아주 맛있지 않니? 나는 일본의 배추를 사랑해. 그래서 그런 말을 하지. 한국의 장과 일본의 배추로 김치를 담그면 최상의 맛이 나온다고. 식재료의 고유한 맛을 살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그야말로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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