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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혈액형을 바꾸는 일이 가능할까?

by 아프로뒷태 2012. 1. 15.
혈액형을 바꾸는 일이 가능할까?
혈액형을 발견한 란트슈타이너와 혈액형의 종류

이제마가 쓰기 시작해 그의 제자들이 완성한 <동의수세보원>에는 사람을 체질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하는 사상의학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한의학(韓醫學)이 중국의 중의학과는 다른 독창적이라는 이유의 하나가 사람의 체질을 고려하는 사상의학이 한의학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인데 사상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라는 네 가지 분류법이 과연 표준화가 되어 있는지, 또 검사자에 따라 체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약 한 달 전에 사상의학을 연구하시는 분으로부터 “나이가 들면서 체질이 변한다는 것은 사상의학이 뭔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태어날 때의 혈액형이 죽는 날까지 유지되듯이 사람의 체질은 한 번 결정되면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런가 보다’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며칠 전에 사람의 혈액이 바뀔 수 있다는 논문을 접하게 되었다.

혈액형을 발견한 란트슈타이너

▲ 혈액형의 종류와 란트스타이너가 도안된 우표와 기념인(1).  ⓒ
로마시대 귀족이나 15세기 교황 이노센트 8세는 건강을 위해 두 명의 소녀를 희생시켜 얻은 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1604년에 베게레우스는 학문적인 뒷받침 없이 “피는 마시기보다 수혈해야 더 좋은 효과를 가진다”라는 주장을 했고, 1628년에 하비가 혈액이 인체를 순환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한 이후 피에 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1652년 훗다를 필두로 여러 사람들이 사람이나 짐승의 피를 수혈하는 실험 또는 치료를 했으나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수혈을 시도하는 의사들이 계속 나타나자 프랑스 정부는 17세기 말에 수혈금지 법안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약 150년간 수혈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혈이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혈액으로 인한 알러지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혈액 알러지를 설명할 수 있는 혈액형을 처음으로 알아낸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면역학자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이다.

▲ 혈액형의 종류와 란트스타이너가 도안된 우표와 기념인(2).  ⓒ
란트슈타이너는 1900년에 혈액을 연구하던 중 정상적인 생리 상태에서 어떤 사람의 혈액을 다른 사람의 혈액에 첨가하는 경우 혈구가 서로 엉켜서 작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이 현상을 연구해 혈액의 응집성에 따라 사람의 혈액형을 셋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고, 1년 후 데카스텔로와 스툴리가 또다른 종류의 혈액형을 제시함으로써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ABO식 혈액형 4가지가 모두 확립되었다.

피도 종류가 있다는 것은 이렇게 알려졌지만 혈액형의 중요성을 확인된 것은 든게론과 히르즈펠트였다. 이들은 1910년에 오늘날 신생아실에서 부모와 아기의 혈액형을 대조할 때 쓰이는 ABO식 혈액형의 유전양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고, 이 연구결과를 지지하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발표됨으로써 A, B, O, AB 4종류의 혈액형을 의학분야에 널리 이용하게 되었다. 란트슈타이너를 시작으로 한 혈액형 발견은 수혈요법의 가능성을 실현시켜 주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그는 1940년에 ABO식 혈액형 외에 또다른 혈액형이라 할 수 있는 Rh 인자를 발견했으며, 혈액 내의 면역 반응과 면역 인자들의 화학적 연구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보다 앞서 소아마비의 원인이 되는 폴리오바이러스를 발견하기도 했고, 암시야를 이용한 미생물 연구를 통해 매독균을 증명하기도 한 그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훌륭한 의학자이다.

혈액형을 바꿀 수 있다고?

중고등학교 시절 혈액형에 대해 배울 때 같은 혈액형끼리는 피를 주고받을 수 있고, O형은 아무에게나 줄 수 있지만 AB형은 아무 혈액이나 받을 수 있을 뿐 주는 것은 AB형에게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방문했을 때 참고삼아 환자에게 혈액형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는 하지만 수혈을 받거나 헌혈을 할 때는 반드시 혈액형을 검사한 후에 실시하는데 가끔씩 본인이 기억하고 있는 혈액형과 다른 결과를 접하고는 '혈액형이 바뀌었나?’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결론부터 말해 "한 번 정해진 혈액형은 영원히 그 형이며, 죽는 날까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논문이 네이처 자매지의 하나인 Nature Biotechnology 2007년 4월호에 게재되었다.

ABO식 혈액형은 A와 B라는 두 개의 항원이 혈액 내에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두 항원은 서로 엉겨붙는 성질이 있으므로 수혈시 혈액을 잘못 공급하면 액체 상태의 혈액 속에 덩어리가 생기게 되므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골드스타인 등은 이미 1982년에 사이언스지에 피 속의 ABO형을 결정하는 항원을 제거하면 무슨 혈액형이건 상관없이 이 피를 수혈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그럴 듯한 이 방법이 실제로 실행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었으나 이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 것이다.

액스 마르세유 대학의 술젠바흐와 코펜하겐 대학의 클라우젠이 이끄는 다국적 연구팀은 미국의 생명과학기업체인 자임퀘스트(ZymeQuest)와 협력해 세균과 진균(곰팡이 포함)에서 발견되는 효소를 검색한 결과 A형과 B형의 혈액에서 항원을 제거해 O형으로 바꿀 수 있는 효소를 찾아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수천 종의 세균과 진균에서 효과적인 물질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결과 Elizathethkingia meningosepticum이라는 세균에서 A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Bacteroides fragilis라는 세균에서 B항원을 제거하는 효소를 발견함으로써 앞으로 사람의 혈액형을 O형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미 1989년에 혈액형을 바꾸는 것에 대한 리뷰논문을 쓰기도 한 골드스타인은 혈액형 전환에 대한 이론을 세웠을 뿐 아니라 항원을 제거하는 물질을 분리하기도 한 바 있으나 실용화할 만큼 많은 양의 효소를 분리하지 못해 지금까지 혈액형을 바꾸는 일이 실용화되지 못했으나 새 논문에서 발견한 효소는 대장균에 클로닝이 가능하므로 실용화 가능성이 높고, 이를 위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사실이 함께 발표되었다.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지식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으며, 오늘날의 진리가 언제 뒤집힐지 모를 정도로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출처 : ☆Dream
글쓴이 : ◈ BlueSky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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