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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알아보는 이별과 호르몬의 변증법

by 아프로뒷태 2012. 1. 16.

 

이별과 호르몬의 변증법 브레인 vol.4  2007년 10월 09일 (화) 03:22
 

 

브레이크업Break-Up

감독 페이튼 리드 | 출연 제니퍼 애니스톤(브룩), 빈스 본(게리), 조이 로렌 애덤스, 니콜 오맨, 피터 빌링스레이 | 2007년 106분

이별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브룩이 가족모임 식탁을 장식하기 위해 사달라고 했던 레몬을 게리가 단 3개만 사온 것. 게리는 왜 식탁을 장식하는 데 레몬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어진 가족모임이 끝나고 서로의 가족들에 대해 불쾌한 말을 주고받은 뒤 브룩은 헤어지자고 말한다.

사소하게 시작한 커플의 이별기는 중간중간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대사들로 버무려져 있다. 그러나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본 모든 사람에게 이 영화는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다. 왜 사랑은 끝날 수밖에 없는가? 무엇 때문에 우리는 헤어질까?

사랑은 어떻게 변하나       시카고에서 형제들과 함께 관광버스 가이드를 하고 있는 게리는 화가이자 큐레이터인 브룩을 야구장에서 만나 사귀기 시작한다. 결국 함께 구입한 집에서 동거한 지 24개월. 그러나 이제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보이고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랑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많은 뇌과학자들은 불같은 열정의 유효기간은 3개월에서 늦어도 30개월 사이라고 한다.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 100일 때까지 활성화된 연애의 중추 미상핵은 300일이 되면 그 빛을 잃는다. 이미 6개월 때부터 뇌 속의 도파민 반응은 점점 약해진다. 게리와 브룩의 불화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황홀한 기간이 지나고 이제는 애착의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 그들은 지금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느냐고 하지만 사랑은 변할 수밖에 없다. 뇌가 변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뇌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열정이 주는 도파민 세례에 뇌세포는 중독되고, 상대방의 모든 것에 점점 익숙해져 대뇌피질의 회로도 변화한다. 신체접촉으로 뇌의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농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열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뇌가 상대방에 익숙해지고 사랑의 자극에 익숙해짐과 동시에 사랑의 주요무대는 미상핵이 아니라 이성과 판단의 영역인 대뇌피질로 점차 옮겨간다. 정상과 다른 호르몬 농도도 점차 원래대로 돌아온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은 바로 뇌가 사랑을 저울질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뇌, 다른 사랑법
       이런 사랑에 따른 뇌의 변화는 남성과 여성의 뇌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낳는다. 원하는 것만을 하려는 게리의 이기적인 면 때문에 브룩은 더욱 힘들다. 일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며 집 안에서는 게임과 운동경기 시청만을 하려는 게리.

문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뇌는 아직도 몽둥이로 사냥을 하던 때와 비슷하다. 에너지를 집중해 짝짓기를 하고 임신할 때까지 걸리는 18에서 30개월의 시간에 맞춰진 남성들의 뇌는 인간이란 종을 유지하는 수단이지만 반면에 열정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뇌는 남성들의 뇌와 다르다. 물론 생리주기에 따라 호르몬의 농도도 바뀌고 좋아하는 이성의 유형도 변화무상하다. 또 여성도 열정이 당연히 식어야만 다른 활동에도 에너지를 분배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뇌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감정적 교류에 맞춰져 있다.

이별과 사랑의 갈림길은 열정에 빠져 서로에게 집중하던 기간이 지날 때 서로 다른 두뇌가 어떻게 차이점을 이해하고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게임과 스포츠에 매달리는 게리, 공연을 함께 보고 싶은 브룩은 취미에서부터 일상의 모든 문제들에서 부딪치기 시작하고 이별에 이르게 된다.

이별한 후에 깨닫게 되는 사랑       브룩의 말대로 그들이 헤어지게 된 이유는 레몬 때문도 아니고 설거지 문제도 아니다. 대화로 서로의 차이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룩은 게리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기를 원했다. 게리는 휴식을 바라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세하게 말해주지 않는 브룩을 이해하지 못했다. 둘 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만약 게리가 자신이 싫어하는 일이라도 브룩과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면 어땠을까? 집에 돌아와서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면 어땠을까? 브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바를 솔직히 털어놓았으면 어땠을까? 잔심부름이 아니라 설명을 하며 함께 집안일을 하도록 유도했으면 어땠을까? 그러나 이미 지나간 후 가정과 후회는 소용없다.


변하지 않는, 혹은 끝나지 않는       사랑과 이혼은 단 3분 만에 결정이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짧은 순간에도 두 사람이 어떤 감정을 교환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모욕적이고 공격적인 말, 부정적인 반응에 비해 긍정적인 반응이 적어도 5배는 되어야 좋은 관계가 지속된다고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부터 상대방의 마음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방법, 상대방과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까지 두뇌를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사랑을 잡기 위해서는 자연적인 뇌의 변화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두뇌회로를 새롭게 업그레이드시키는 사랑은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의 뇌는 사랑을 통해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 타인과 함께 건강해지는 능력을 키운다. 열정은 반드시 끝나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뇌를 조금만 더 훈련시킨다면….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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