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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소수를 위한 다수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by 아프로뒷태 2012. 1. 15.

소수를 위한 다수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자폐증 이야기

▲ 자폐증(autism)이란 그리스어로 자신을 의미하는 autos에서 유래한 말이며, 이 병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기술한 것은 1943년 칸너(Leo Kanner)에 의해서이다.  ⓒ
사랑하는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족이 되었다. 행복한 신혼생활 중에 사랑의 결실로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고, 갓 태어난 아기는 부부에게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했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6개월이 되자 혼자 앉을 수 있게 되었고, 1년이 되었을 때는 아장아장 걷기도 했다. 아기가 미소를 지을 때면 모든 피로가 사라졌고,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아기에게 뭔가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엄마 얼굴을 바라보며 웃어야 할 아기가 엄마의 얼굴을 피하는 일이 많아졌고,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세상일에 조금은 무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몇 달을 더 버티던 엄마는 집안 어른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하자 소아정신과에 데리고 갔다. 진단결과는 자폐증이었다.

나만의 세계를 추구하는 질병, 자폐증

1974년, 9세의 나이에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여 될성부른 나무 떡잎 때부터 알아보게 한 브룩실즈는 결과적으로 뚜렷한 히트작 하나 남기지 못한 “잘 될 뻔 했으나 잘 되지 못한 배우”로 남고 말았다. 실제로 영화광이 아닌 이상 브룩실즈가 출연한 영화 이름을 몇 개라도 기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 히트한 영화는 아니지만 필자에게 그녀가 가장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준 영화는 라는 작품으로서 1990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국내에서는 “욕망의 거리”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으며, 화면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까닭에 영화에 몰입하지 않으면 등장하는 인물의 윤곽조차 정확히 보이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폭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아기의 아빠와 아기 담당의사인 브룩실즈가 주인공으로 나온 이 영화에서 아기를 위해 폭력조직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아빠와 환자 중 한 명에 불과한 자폐증 아기에게 헌신하는 의사의 모습이 막 의학공부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필자에게는 아주 감동으로 다가온 영화였다. 아기에 대한 아빠와 의사의 헌신 외에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평범한 영화였지만 말이다.

자폐증은 뇌의 기능 일부에 이상이 생겨 다른 사람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눈치로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생활능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나만의 세계를 추구하게 되는 질병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만의 세계를 추구하게 되므로 나이가 들수록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자폐증(autism)이란 그리스어로 자신을 의미하는 autos에서 유래한 말이며, 이 병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기술한 것은 1943년 칸너(Leo Kanner)에 의해서이다. 그는 11예의 “애착에 장애를 지닌 자폐적 장애”를 기술했고,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하기도 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아스퍼거(Hans Asperger)도 언어발달장애는 나타나지 않지만 자폐적 증상을 지닌 질병을 기술했다. 그의 기록은 반세기 가까이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었으나 1990년대 이후 아스퍼거증후군이라 명명되어 여기에 해당하는 환자가 많을 뿐 아니라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자폐증의 유병률은 1000명당 1-2명 정도이지만 아스퍼거증후군을 포함해 자폐성향이 있으면서 전반적 발달장애(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PDD)에 해당하는 질병의 유병률은 1000명당 6명에 이르며, 여자보다는 남자 어린이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원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의 질병도 사회가 일부 책임져야 한다

▲ 자폐증 환자 치료의 목표는 그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에 적응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
어떤 사람이 질병에 걸렸을 때 그 치료를 환자 개인에게 맡겨야 할 것인가? 전체는 아니더라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 전자가 옳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의료보험 폐지를 위해 즉각 나서셔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료보험제도는 개인의 질병이라도 사회가 일부나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에 접어들 무렵 우리나라에 뿌려진 “우리는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삐라와 북한방송은 공산주의 타도라는 구호로 장기집권을 합리화해 가던 정부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그 결과 4차 경제개발 계획에 한 줄도 제시되지 않은 의료보험제도가 제4차 경제개발 계획 첫 해인 1977년 “어느 날 갑자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 대한민국에 도입되었다.

덕분에 일부 사람들이나마 갑작스런 발병에 의해 패가망신하는 일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그로부터 12년 후 다른 나라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기간에 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복지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한 가지 업적을 달성했다. 시행 초기에는 “내가 아프지 않은데 왜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하는가?”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는 분들이 많았겠지만 이제는 의료보험을 전면폐지하자는 주장은 나오고 있지 않으니 그 절차가 깔끔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할 수 있다.

너무 급격하게 추진된 결과 지금도 의료보험제도에 불만을 가진 분들이 있고, 계속해서 여러 가지로 제도의 변화가 생김에 따라 다른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겪어 온 수많은 변화를 생각하면 그 정도의 이의 제기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자폐증의 원인이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전성을 비롯해 개인적인 문제에 불과할 뿐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자폐증 환자를 위해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그들도 사회의 구성원이며,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의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자폐증 환자 치료의 목표는 그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회에 적응해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선진국이 후진국보다는 이와 같은 사회적인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난 주에 들려온 두 가지 소식은 '그래서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앞으로 4년간 약 13억원을 플로리다 주립대학에 지원해 자폐성향의 질병을 가진 4세 이하 어린이들의 유병률을 조사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약 1000명당 6명이 이 질병을 지니고 있음이 알려져 있는데 유병률 조사를 위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점이 어떤 면으로는 생뚱맞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유병률 조사만 하고 끝낼 수는 없을 테니 자폐성향을 지닌 질병에 대한 대단위의 연구가 이제 유병률 조사와 함께 시작된 점에 의의를 두어야겠다.

이 과제 이외에도 다른 수많은 과제가 함께 진행되고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4세 이하의 어린이가 대상에 오른 것은 생물학적으로 진단에 이용할 적당한 표시자(marker)가 없어서 오로지 행동으로만 판정해야 했기에 지금까지 미국에서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이전에 발견되는 확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기진단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이 연구 과제를 시작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또한 호주의사협회에서는 호주의 정치방향을 결정하는 양당이 자폐성향을 지닌 질병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에 대해 환영의 말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주에는 약 12만명의 자폐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 중 약 3만명이 어린이들이다.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진단해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통한 훈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제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져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질병도 발전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질병이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추상적인 용어사용에 익숙한 우리의 대통령 후보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의료보험제도 한 가지만 놓고 두 시간씩 토론을 벌일 정도로 의료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과 비교할 때 의료현안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국가’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소수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이해하고 사회생활을 조금이라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아주기를 기대한다.

출처 : ☆Dream
글쓴이 : ◈ BlueSky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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