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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노무현, 김대중, 그리고 김근태. 미안하다는 말. 알고도 모른척 살아온 우리 사회

by 아프로뒷태 2011. 12. 30.

당신은 마음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부디, 좋은 세상에 가시길 바랍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춥고 서러운 고통을 작은 가슴으로 안고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권력의 유혹앞에서도 신념을 지키려고 노력해왔습니다.

당신은 사람에게 사람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비참했습니다.

 

저 세상에서는 밟고 환한 웃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마음 고생이 참 많았을 줄 압니다.

부디 다른 세상에서는 인간의 대한 예의를 호소하지 않아도 스스럼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은 지난 1983년 9월 30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 가톨릭 상지회관에서 초대의장을 맡은 김근태(왼쪽)와 부의장 장영달이 민주화운동청년연합 현판을 걸고 있는 모습

 

 

 

 

`민주화의 대부'로 통하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5시31분 6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은 수감 시절인 지난 1988년 5월 4일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캐네디 인권상 시상식. 김근태 민청련 의장의 빈 의자에 조각상과 명패가 놓여 있다.

 

 

 

민주화의 대부'로 통하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5시31분 6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은 지난 1988년 대학로에서 열린 양심수전원석방과 수배해제 및 사면복권쟁취대회에 석방뒤 처음으로 참석한 김근태

 

 

 

사진은 지난 1988년 6월 김천교도소에서 석방된 민청련 김근태 의장이 장영달 부의장과 함께 걸으며 손흔들어 인사하는 모습

 

 

 

`민주화의 대부'로 통하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5시31분 6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은 지난 1988년 12월 15일 서울고법에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고문경찰관 4명이 재판에 회부돼자 소감을 말하는 김근태 전 민청련 의장.

 

 

 

`민주화의 대부'로 통하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5시31분 6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사진은 지난 1989년 3월 27일 문익환 목사 방북에 즈음해 기자회견하는 전민련 간부들. 박계동(왼쪽부터), 이재오, 이부영, 김근태.

 

 

 

사진은 연설에 앞서 거수 경례하는 모습.

 

 

"참여로 만든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그의 블로그(http://gtcamp.tistory.com)에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유언이 담겨 있었다. 30일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끝내 세상을 등진 '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병마와 싸우는 순간에도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고민했던 흔적이 역력하다.



 

 

김 고문은 뇌정맥혈전증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하기 전인 지난 10월 18일 자신의 블로그(김근태, 희망을 말하다)에 마지막으로 글을 썼는데, 제목이 "2012년을 점령하라"로 돼 있다.

김 고문은 글 들머리에 미국의 월가 시위 등 세계 각국의 민주화 운동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월가 시위의 배경과 관련해 "무엇보다 1%를 향한 99%의 분노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2008년의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 월가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희생도, 반성도, 징벌도 없는 불공평함에 분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고문은 미국 정치상황과 관련해 "금융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월가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지 못한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티파티의 압력에 굴복해 길을 잃은 공화당과 의회에 대한 절망의 몸짓"이라며 "드디어 미국인들이 기존 정치를 불신하고 스스로 정치를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김 고문은 이어 국내정치와 관련해 "흔한 말로 정치권의 위기, 야당의 위기, 민주당의 위기라고 하지만 비난은 비난일 뿐 비난이 승리는 아니다"며 "미국의 티파티나 한국의 뉴라이트의 공통점은 적극적 참여와 정당과의 연계다. 비호감일 지 모르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이어 "미국보다 금융이 정치에 비해 권력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며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운 좋게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호소했다. 아래는 김 고문의 블로그 글 전문이다.

박종찬 기자pjc@hani.co.kr

김근태의 요즘 생각
2012년을 점령하라


세계는 격동하고 있다.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상징되는 잔혹한 유럽의 여름, 월가를 점령하자는 뉴욕의 가을, 그리고 월가점령에 대한 다른 도시들의 공감, 급기야 10월 15일 전 세계 곳곳에서 월가점령시위 동참......

월가점령시위가 확산되자 미국의 언론, 학계,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보수 쪽에서는 폭도라는 말까지 사용해가면 월가점령운동을 폄하하고 있고, 진보 쪽에서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알리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역사의 순간으로 칭송하고 있다. 그러나 월가점령에 나선 사람들이 폭도로 여겨지지도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가 당장 붕괴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양 진영의 주장이 워낙 강력하고 방대하게 쏟아져 나오는 관계로 자칫 생각과 판단의 길을 잃을 확률이 높아졌다. 월가점령운동에 대한 양극단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차분히 묻고 냉철하게 대답해야 한다. 우선 미국인들은 왜 월가를 점령하자고 외치고 있을까.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왜 월가점령에 공감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1%를 향한 99%의 분노 때문이다. 사회적 불평등과 정의롭지 못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1%인지 5%인지는 중요치 않다. 이처럼 전 세계가 공감한다는 것은 미국이 주도한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제패했었다는 증거다.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과 약소국,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의 구분 없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세계적 대세였던 것이다. 그리고 2008년의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인 월가의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희생도, 반성도, 징벌도 없는 불공평함에 분노한 것이다. 금융권력구조 개편을 통해 월가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지 못한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티파티의 압력에 굴복해 길을 잃은 공화당과 의회에 대한 절망의 몸짓이기도 하다.

드디어 미국인들이 기존 정치를 불신하고 스스로 정치를 시작했다. 그들은 티파티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마지막 발악에 맞서 어깨에 어깨를 걸고 있다. 너무나 가슴 벅차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세상의 이치는 냉혹해서 그들이 공화당을 장악한 티파티 정도의 성공을 이루지 못한다면 미국은 한 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부자감세가 중지되거나 약간 다시 오르거나 다음 선거에서 오바마가 재선되거나 일뿐이다. 이런 사실을 2008년 촛불집회를 했던 우리는 너무 잘 안다. 2008년의 촛불국민들은 2009년엔 조문행렬을 이었고 지금은 희망버스를 타야한다.

흔한 말로 정치권의 위기, 야당의 위기, 민주당의 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비난은 비난일 뿐 비난이 승리는 아니다. 방법은 두 가지다. 미국 티파티나 한국의 뉴라이트처럼 경선에 뛰어들어 직접 후보를 내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해 정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정치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전자가 쉽고 확률도 높다. 비호감일지 모르지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미국의 티파티나 한국의 뉴라이트의 공통점은 적극적 참여와 정당과의 연계다.

우리는 미국보다 사정이 낫다. 미국보다 금융이 정치에 비해 권력이 강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굳이 증권사가 많은 동여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 국회가 있는 서여의도, 청와대가 있는 종로를 점령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운 좋게 내년 2012년에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최선을 다해 참여하자.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만이 권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권력이 세상의 방향을 정할 것이다.

2011년 10월 김근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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