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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피자 30판의 응원…30대 선배들은 너흴 잊지 않았다

by 아프로뒷태 2011. 6. 3.

 

연예인·영화감독·교수 등 촛불 들고 광화문광장 ‘반값등록금’ 집회 참여
김제동 “전경들도 등록금 고통 마찬가지…전경 부대에도 피자보낼 것”

» 배우 권해효씨(왼쪽 선 이)가 2일 서울 광화문 케이티 앞 인도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해 학생들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방송인 김제동씨, 배우 김여진씨 등도 참가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일 저녁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방송인 김제동, 배우 김여진·권해효,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등 ‘알 만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옆에는 이들이 준비해온 피자 30여판이 쌓여있다.

“반값 등록금을 너머 무상교육으로 갑시다!” 배우 권해효씨가 마이크를 잡자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싶다”는 손팻말을 든 대학생 등 800여 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지난달 29일부터 매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 집회’를 이어오던 학생들을 위해 30대 선배그룹이 ‘동참’을 선언했다. 특정 시민단체 차원의 참여가 아니다.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을 포함해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김남훈 레슬러 겸 스포츠해설가, 언론인 민임동기·박대용·고재열씨까지 각 분야에서 명망가로 꼽히는 30대 선배들이 연대했다.

탁현민 교수는 “1일 저녁 마음이 맞는 30대들이 모여 힘겹게 등록금 투쟁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어떻게 도울까 고민하다가 일단 11일까지 집회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후 이 사실을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알리자 각 분야의 30대는 물론 40대와 50대 선배그룹까지 참여의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 방송인 김제동씨(마이크 잡은 이)가 2일 서울 광화문 케이티 앞 인도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해 학생들을 지지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배우 김여진씨와 권해효씨 등도 참가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 14일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던 배우 김여진씨는 “값비싼 등록금이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닌데 대학생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줘 고마웠다”며 “선배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먹을거리라도 싸 갖고 후배들 주변을 얼쩡거리며 함께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우리가 지금 먹고있는 피자를 배달한 청년이나 이 집회에 동원나온 전경이나 모두 마찬가지로 등록금 문제를 겪고있는 젊은이들”이라며 “내일 전경 부대에도 피자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30대 선배그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고 ‘자극받은’ 이들도 삼삼오오 간식거리를 싸들고 집회에 참여했다. 경기도 성남의 직장에 다니는 박아무개(40)·신아무개(39)씨 부부는 각각 닭튀김 한 마리씩을 손에 들고 광화문을 찾았다. 신씨는 “중학교 1학년 딸을 둔 입장에서 등록금 문제가 남의 일같지 않았다”며 “어린 대학생들이 연행당하는 모습이 가슴아팠는데 아무것도 아니지만 닭튀김이라도 나눠먹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러 분야의 선배들이 모인만큼 후배를 돕는 방법도 개성이 넘친다. 영상기획자이기도 한 탁현민 교수는 오는 광화문 광장에서 ‘립덥( 립덥립싱크+더빙을 결합한 말로 노래가 나오면 부르는 듯이 연기를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물)’을 촬영할 예정이다. 탁 교수는 “선배와 후배들이 어우러져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립덥을 만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대인 부소장은 “광화문 광장에 직접 나올 수 없는 이들을 위해 세금혁명당 공식 후원 계좌(기업은행 049-063275-01-012, 예금주 등록금투쟁 후배사랑)를 열었다”며 “후원금은 등록금 투쟁을 하다 연행된 대학생들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박혜경은 2일 트위터를 통해 “미모로 안되면 노래로 응원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반값 등록금 실현 요구’ 집회에 꾸준히 참여해왔다는 대학생 송상훈(27)씨는 “앞으로 집회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되던 시점에 선배들이 지원해줘 너무 고맙다”며 “선배들의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대학과 학생들이 집회 참여에 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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