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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이것은 사람이 할 말, 시린 손과 발을 녹여줄 봄의 꽃은 언제 오려나.

by 아프로뒷태 2011. 3. 28.

김소연, 「이것은 사람이 할 말」

  
늙은 여가수의 노래를 듣노니
사람 아닌 짐승의 발성을
암컷 아닌 수컷의 목울대를
역류하는 물살
 
늙은 여가수의 비린 목소리를 친친 감노니
잡초며 먼지덩이며 녹슨 못대가리를
애지중지 건사해온 폐허
온몸 거미줄로 영롱하노니
 
노래라기보다는 굴곡
노래라기보다는 무덤
빈혈 같은 비린내
 
관록만을 얻고 수줍음을 잃어버린
늙은 여가수의 목소리를 움켜쥐노니
부드럽고 미끄러운 물때
 
통곡을 목전에 둔 부음
태초부터 수억 년간 오차 없이 진행되었던
저녁 어스름
 
그래서 이것은 비로소 여자의 노래
그래서 이것은 비로소 사람이 할 말
그래서 이것은 우리를 대신하여 우노니
 
우리가 발견한 당신이라는
나인 것만 같은 객체에 대한 찬사
 
살면서 이미 죽어본 적 있었다던
노래를 노래하노니
어차피 헛헛했다며
일생이 섭섭하다며
그럴 줄 알았다며 그래서 어쩔 거냐며
 
늙은 여가수의 노래에 박자를 치노니
까악까악 까마귀
훌쩍훌쩍 뻐꾸기
 
 
 
시_ 김소연 - 196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났으며,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등이 있음.

 

 

춥다.

발이 시리고 손이 시리다.

추워서 온몸이 뻐근하다.

이럴수록 날씨는 따뜻해야 한다. 그래야 슬픈 몸을 위로해줄 수 있다.

나는 시린 몸을 안고 운다.

이불을 부둥켜안고 그 속에 몸을 옹송그린채 운다.

춥다.

발이 시리고 손이 시리다.

시린 손과 발을 부비며 이 추위가 언제 끝날지를 기다린다.

차가운 손과 발을 부비며 봄날을 상상한다.

봄은 몸이 활개를 펼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몸이 일어서는데 힘을 실어준다.

그래서 꽃이 많이 피는 법.

봄을 기다리며, 꽃을 상상한다.

그럼 시린 손과 발이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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