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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내 혀에 당신이 있어.-말의 존재상실과 죽음을 되살리며-

by 아프로뒷태 2011. 3. 21.

 

 

 

 천양희, <참 좋은 말>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시_ 천양희 -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 시작. 시집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등이 있음.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등 수상.

 

나는 말을 하는 순간보다 침묵하는 순간을 더 많이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론 그 침묵으로 인해, 이용당하기도 하고, 오해받기도 한다.

그걸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는 이유는, 쓸 데 없이 많은 말을 함으로써 언어를 오염시키거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진실한 관계를 오염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의도는 말의 홍수 시대에서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언어의 진실성을 찾아가면서

쓸 데 없이 언어로 포장하는 버릇을 버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노력하지만 여전히 내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말이다.

말의 진정한 의미가 상실된 이 시대에 나 하나 부끄러워한다고 해서 말의 진정한 의미가 되살려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하려는 자로서, 언어로 이야기를 만드는 자로서, 말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려주고 싶다.

 

흔히 그러지 않는가?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고.

나는 말을 통해 사람을 살리고 싶지, 죽이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말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말은 조심성 있고, 말은 허무적이지 않아야 하며, 말은 마음을 담고 있어야 한다. 

 

 

http://cafe.daum.net/conjugalties/h0S7/16?docid=1NAsv|h0S7|16|20110321092312&srchid=IIMpPWrU400&focusid=A_192225444D86B4DE1CC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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