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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향기

지구영웅전설-박민규가 들려주는 바나나맨의 탄생.

by 아프로뒷태 2011. 1. 25.

 

그렇습니다.

 

박민규, 당신은 참으로 문학판을 뒤흔들만 재주가 있었습니다.

 

종교에는 신이 필요하듯, 지구에는 영웅이 필요합니다.

내일이 불안한 인간들에게는 영웅이 필요합니다.

영웅은 그렇게 탄생하는 겁니다.

 

거침없는 서술이다. 물론 박민규의 단아하고 정돈된 단편소설(수상작들)과 최근의 장편소설과 비교하자면, 이 소설은 서술방식이나 문장에 있어서 아수라장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하지만 해박한 그의 지식이 거침없이 표현된 소설이다.  

 

만화 DC코믹스나 마블사의 영웅시리즈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또는 그것과 관련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참으로 해괴하면서도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무엇보다 쉽고 단숨에 읽히도록 서술했다는 점에서 편안하다.

 

소설이 정돈되고 엄숙해야 할 필요는 없다.

판소리극에서 양반을 조롱하는 말뚝이 탈을 어디 엄숙한 태도로 양반을 조롱하던가. 까불거리며 입담을 날리지 않던가.

딱 그짝이다. 이 소설을 편하게 읽으려면 작가를 말뚝이로 생각하면 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기존에 우리에게 알려진 영웅이 아닌, 새로운 영웅 "바나나맨"을 또다른 영웅으로 내세운다.

바나나맨이 잘하는 것은 섹스, 그는 황인종, 한국인이다. 그렇다면 궁금할 것이다. 왜 미국에서 황인종을 영웅으로 만들었는가. 그것은 제국주의와 관련되어 있나? 아닌가? 대답은 책을 읽은 독자, 그들 나름의 독자관에 달려 있을 것이다.

 

 

 

 

 

 

"DC 히어로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아세요?"

"뭐지?"

 

"너무 강하다는 거예요. 마블의 영웅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이유가 거기 있다구요. 마블을 보세요. 비록 영웅이지만, 그 능력을 제하면 평범한 인간들보다 더한 슬픔과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다구요. 요즘 대중이 원하는 건 그런 드라마를 간직한 영웅, 복잡한 내면을 가진, 불완전한 영웅이에요."

 

"글쎄, 그래서 황인종이라......."

 

"전 '바나나맨'을 아주 친근한 영웅, 그러면서도 슬프고 코믹한 그런 복잡한 존재로 부활시키려고 해요. 즉 DC 최초의 블랙코미디 히어로가 탄생하는 거죠. 팬들도 신선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기존 DC팬들의 반감도 무시할 순 없을걸? 적어도 이 세계에선 아직 화이트 히어로가 정석이란 걸 알아야해."

 

"그래서 마블의 히어로들에게 자리를 모두 내주자는 건가요? 보세요. 케인, 당신이 얘기하는 팬들은 이미 슈퍼맨과 함께 사망했어요. 또 설사 그렇지 않다 쳐도 강한 영웅이 아니란 것, 슬프고 웃기는 덜떨어진 모습이 오히려 그런 팬들의 우월감을 충족시켜줄 거란 생각은 왜 안 하시는 거죠?"

 

"우월감의 충족이라! 꽤 현실적인 얘기야! 좋아 추진해봐!"

 

 

 

 

"사진으로 치며 노출의 문제인데, 노출이 적정해서 좋은 사진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부족해서 좋은 사진도 있고 오버해서 찍었을 때 좋은 사진을 얻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건데, 모든 사진이 적정으로 찍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말이지 어떤 때는 과다할 때가 더 좋을 때도 있고 부족할 때가 좋을 때도 있지요. 『지구영웅전설』은 노출을 좀 많이 주고 싶었던 소설입니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다보면 저절로 이런저런 것들이 나올거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커닝하는 바람에 저 때문에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싶은데도 호나경 때문에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분들도 마음에 걸립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작가 인터뷰 중에서-

 

 

이 소설에 가장 어울릴 만한 영화는 슈퍼맨, 베트맨, 왓치맨.

그중 왓치맨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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