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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떠나는 자는 말이 없고 남는 자는 눈물만 담근다.

by 아프로뒷태 2010. 8. 15.

 

 

떠나는 자는 말이 없고, 남는 자는 눈물만 담근다.

 

이별은 교통사고와 같은 일,

준비하고 기다린다고 해서 

찾아올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별은 찾아오는 일이다.

그리고 사고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나는 너와 이별을 아주 가끔 생각했었다.

아주 행복했으므로.

정말 이렇게 아무 근심 걱정없이 매일 웃고 살아도 되는 걸까?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으므로.

그랬다. 

나와 너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 나를 두렵게 했다.

언젠가 너가 나를 말없이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너와 함께 웃고 밥을 먹고 너의 품에 안기면서도 두려웠다.

그런 일은 없길 바라며 평생을 함께 하자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두려움이 현실이 되었을 때,

나는 너에게 듣고 싶었다.

너의 목소리.

너의 변명.

너의 말, 말, 말.

하지만 너는 말이 없었다.

 

나는 매일 눈물을 담근다.

 

지난 밤, 천둥번개가 요란스럽게 하늘을 휘저었다.

어둠속에서 섬광같이 반짝이는 푸른 빛을 보며 

나는 어둠속에서 온몸을 떨었다.

더 이상 네가 떠는 나를  잡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 실감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아득히 먼 나라로 가고 싶었다.

몇 번이나 눈을 떴다 감았다 , 앉았다 누웠다 하길 반복하면서

해가 떴다.

여름날의 해가.

 

이 해를 보며 너는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있을 것이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 것이다.

너는 인생 50년 동안 행복하게 아들, 딸 낳아 잘 살거라고 했다.

그 말이 나를 더욱 무심하게 만든다.

적어도 너는 나에게 그것만은 지켜야 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

 

너에겐 교통사고 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는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너는 행복해질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는 성공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는......

 

새벽의 여명을 피부로 느낀다.

 귓가에 울음소리가 맴도는 것도 느낀다.

꿈을 꾸는 걸까?

꿈 속에서 내가 우는 걸까?

누군가 서글피 울고 있다.

그 울음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는다.

꿈이 아니다.

눈만 뜨면 그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올 것 같다.

 

앞집에서 나는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일요일 아침, 동네 골목에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가 집집마다 사람들의 새벽잠을 깨운다.

맥이 길고 굵은 울음소리이다.

누군가 죽은 것인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의 한 숨 깊은 울음소리인가

울음소리가 서러움을 품은 듯 깊다.

그 울음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나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다.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본다.

 

마주친다.

어떤 눈빛과

영정사진속에 있는 그 남자의 눈빛과 눈이 마주친다.

 

검은 상복을 입은 세 사람이 골목길을 빠져 나간다.

여자가 서글피 운다.

여자는 떠나는 사람의 길을 밝혀주기 위한 장송곡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서글피 운다.

아들이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덤덤히 걸어간다.

아들의 옆에서 여자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운다.

 

그렇다.

부부가 헤어진다.

부부가 이별을 맞는 순간이다.

부부가 이 생에서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어느날 느닷없이 찾아온 이별,

떠나는 자는 말이 없고, 남는 자는 눈물만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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