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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무형의 빛이 상징의 빛을 만들다. 청계천의 세계 등축제

by 아프로뒷태 2010. 11. 24.

 

 

"차 한잔 하고 갈까?"

나는 일민 미술관 앞에서 청계천로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발길을 청계천로를 향했다.

 

 

 

"저길 봐요. 저게 뭐예요?"

그녀는 청계천에 떠 있는 빛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빛..."

어둠이 평온을 삼켰고, 인공의 천이 잠들어갈 무렵,

빛이 환하게 주변을 뒤흔들고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보고 말들을 옹알였다.

그녀는 나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우리, 저길 가봐요."

 

 

 

인공의 천위로 무수히 많은 빛들이 반짝거렸다.

무형의 빛은 우리에게 인식가능한 상징계의 빛을 만들었다.

 

 

인공의 천위로 과거의 형상이 빛나고 있었다.

 

 

"돛대가 움직이네요"

그녀가 빛이 만들어낸 거북선을 보며 말했다.

 

"그러네, 돛대는 움직이는데 배는 나아가지 못하네...."

나는 말들을 입안에 담고 옹알거렸다.

 

 

돛대는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나아가지도 못하는 화려한 배

실용보다 미적 가치를 위한 배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배를 가득 불리는 배

사람들은 그것으로 허기를 채우고 배를 두둑이며 돌아섰다.

 

 

그래, 알아....

모두들 아름답고 좋은 것만 보려고 하지.

추한 것은 악으로 미루려 하지..

 

어쩌다 우린 아름다움으로 허기를 채우게 되었을까?

추한 것은 마음에 담으려 하지 않아...

 

지금 이순간, 저 빛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때,

어느선가에는 빛이 없는 곳에서 추함으로 살아가고 존재들이 자신을 바라봐 주길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 분명히 있어.

 

 

"포를 쏘네요."

그녀는 거북선의 화려한 빛을 보며 격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오길 잘했죠?"

그녀가 물었다.

"그래, 한국적이네."

 

 

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무형의 빛이 자유자재로 만들어낸

유형의 빛을 바라보았다.

 

길은 끝이 없고, 빛도 끝이 없었다.

 

그러다 나는 어느 빛 앞에서 멈추었다.

그녀가 미국에서 온다고 했다. 꿈을 향해 떠났던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비록 며칠 동안의 한국방문이지만, 그녀의 방문은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했다.

우린 추운 겨울날, 이불속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미래와 꿈을 이야기했다.

 

때론 살아있음에 고맙고,

때론 열심히 살고 있음에 고마운 사람이 있다.

그런 그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청계천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발길이 종로 5가에서 멈추었다.

인공의 천에서 무형의 빛이 만든 유형의 빛을 따라 걸어온 길을 돌아보았다.

빛의 상징에 도취되어 나의 마음도 과거의 길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나 빛의 아름다움이 나의 허기를 채울 수 없었다.

 

 

빛의 환상에 빠지지 않겠다.

그리하여

빈대떡에 막걸리로 허기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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