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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를 다녀오지 못한 관객을 위해. 상영작 소개

by 아프로뒷태 2010. 11. 21.

제2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영화제는 끝이 났다.

연일 매진이었고, 많은 국내 건축가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영화인들이 참여했다.

 

비록 상영작품은 많지 않았지만, 상영영화들은 내실있었다.

 

아쉽게 다녀오지 못한 관객들을 위해

상영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주얼 어쿠스틱스 Visual Acoustics (2008) - 개막작
감독 에릭 브리커 | 다큐멘터리 | digibeta | 83분 | 미국 | 컬러

더스틴 호프먼이 내레이션을 맡은 <비주얼 어쿠스틱스>는 미국의 위대한 건축 사진작가 줄리어스 슐먼(Julius Shulman, 1910-2009)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1930년대 이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리처드 노이트라, 존 로트너, 프랭크 게리 등 미국 현대 건축의 중요한 작품들을 대부분 촬영함으로써 모더니즘 건축 미학을 이끌어낸 사진작가로 손꼽힌다. 우리가 책과 지면에서 확인했던 미국 현대건축 거장들의 사진은 바로 줄리어스 슐먼의 앵글을 통해 포착된 것이다. 그의 이미지들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모더니즘 운동의 단일한 아름다움을 요약하며, 그 건축적 아이콘에 일반 대중이 관심을 기울이도록 이끌었다. 특히 ‘케이스 스터디 하우스(Case Study House)’ 시리즈는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의 주요 도시와 주택들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모던 건축의 진화에 대한 증언이자 그것을 잊을 수 없는 이미지로 기록해나갔던 그에 대한 유쾌한 초상이다. 2009년 타계한 줄리어스 슐먼과의 귀중한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뛰어난 건축가들과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연대기적으로 들려주는 훌륭한 미국 건축사 교과서이자, 캘리포니아 건축의 유려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촬영감독 단테 스피노티, 영화배우 켈리 린치 등 여러 명사들도 직접 출연해 줄리어스 슐먼의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집을 출간한 독일의 유명한 시각예술 전문 출판사 타센(Taschen) 편집진 및 경영진과의 협력 작업, 그리고 프랭크 게리 스튜디오의 면면도 볼 수 있다.

연출 | 에릭 브리커 Eric Bricker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음악 및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에릭 브리커는 인디애나 대학에서 영문학과 연극을 전공했다. LA로 활동 무대를 옴긴 뒤 캘리포니아 레퍼토리 컴퍼니에서 연기를 했던 그는 TV와 영화 제작 분야에서 일했으며, 1996년 예술 컨설팅 회사인 ‘Artistic Designs Unlimited’를 설립했다. 1999년 샌프란시스코의 옛 사진이 필요해서 줄리어스 슐먼을 처음 만난 그는 처음에는 우정을 나누다가 점차 그의 작업에 매료되어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현재 그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Kaleidoscope Mediaworks’를 운영하며 극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건축가의 배 Belly of an Architect (1987)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 | 드라마 | digibeta | 118분 | 영국, 이탈리아 | 컬러

영국의 거장 피터 그리너웨이의 1987년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전시 프로젝트 참여차 로마를 방문한 한 미국 건축가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스툴리 크랙라이트는 50대 중반의 시카고 출신 건축가로, 18세기 프랑스 건축가인 에티엔 루이 불레(Etienne-Louis Boullée, 1728-1799)에 헌정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임무를 맡고 로마를 방문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건축가들은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나머지, 미국에서 온 스툴리가 9개월에 걸쳐 프랑스 건축가인 불레에 대한 전시를 총지휘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더구나 불레는 로마에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데다, 히틀러의 건축가인 알베르트 슈페어에 영감을 불어넣고 이탈리아 파시즘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가운데 스툴리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며, 아내가 자신을 독살할지 모른다는 강박에 휩싸인다. 스트레스로 인한 상습적인 복통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스툴리의 삶은 결혼생활이 위기에 처하고 전시 프로젝트마저 난항에 부딪히면서 혼란에 빠진다. 로마의 찬란한 건축 유산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이 영화에서 그리너웨이는 고대 로마의 영웅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신화를 스툴리의 현재적 상황과 절묘하게 교차시킨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위대한 건축 사진 작품, 또는 아름다운 걸작 미술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영상과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매트릭스> 시리즈로 대중적인 명성을 얻은 프랑스 배우 람베르 윌슨이 스툴리의 아내와 외도에 빠지는 젊은 이탈리아 건축가를 연기한다.

연출 | 피터 그리너웨이 Peter Greenaway

영국의 거장 피터 그리너웨이는 화가로 출발한 뒤 유럽 예술영화에 영감을 받아 영화연출로 경력을 전환, 장편 데뷔작 <The Falls>(1980)을 내놓았다. 이후 그는 르네상스 미술과 플랑드르 회화의 영향이 반영된 영상미가 돋보이는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하나의 Z와 두 개의 O>(1985) <차례로 익사시키기>(1988)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1989) <프로스페로의 서재>(1991) <필로우 북>(1996) <야경>(2007) 등 다수의 작품을 연출했다. 2003년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털스 루퍼의 가방>에 이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VJ 퍼포먼스를 작업했으며, 최근에는 16세기 네덜란드 에로틱 판화가로 활동했던 헨릭 골치어스의 이야기를 다룬 <Goltzius and the Pelican Company>를 준비하고 있다.


 






 


성가신 이웃 El hombre de al lado (2009)
감독 마리아노 콘, 가스통 뒤프라 | 드라마 | digibeta | 103분 | 아르헨티나 | 컬러

올 선댄스영화제 월드 시네마 드라마 부문 촬영상 수상작. 프랑스의 위대한 모더니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 지역에 1954년 완공한 쿠루체트 하우스(Casa Curuchet)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주인공 레오너드는 성공한 산업 디자이너로 그의 명성에 맞는 아름다운 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옆집에 사는 노동자인 빅터가 자신의 집 쪽에 큰 창을 내는 공사를 시작한 것을 알게 되면서 그와 갈등을 빚는다. 레오너드는 프라이버시나 건축법 등의 여러 이유를 들면서 빅터에게 항의하지만, 빅터는 그저 약간의 햇살이 필요할 뿐이라며 자신의 의지대로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 빅터는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인물. 레오너드는 빅터의 뒤를 캐면서 그의 공사를 막으려 하는데, 빅터는 오히려 레오너드와 친한 이웃으로 지내고자 다소 낯선 제안을 한다. 영화는 한 채의 집을 두고 거주자와 그 이웃이 맺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관계들과 거기서 파생되는 긴장감을 그려내되, 가벼운 스릴러 양식을 일부 차용하면서도 신랄한 유머감각을 유지한다. 연출자들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쿠루체트 하우스의 면면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면서, 영화 전체에 엄격하게 디자인된 시각적 스타일을 부여한다. 올해 영국 에딘버러국제영화제, 그리고 뉴욕 링컨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2010 새로운 감독 / 새로운 영화 특별전에도 초청되었으며 9월 초 아르헨티나 전역에 개봉되었다.

연출 | 마리아노 콘 & 가스통 뒤프라 Mariano Cohn & Caston Duprat

가스통 뒤프라와 마리아노 콘은 10년 이상 영화, 텔레비전, 실험영화 분야에서 함께 작업해왔다. 특히 그들은 20편 이상의 실험영화를 제작했으며 다수의 상을 받았다. 장편 다큐멘터리 <Enciclopedia>(2000)를 비롯해 드라마 <Yo Presidente>(2006),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합작 코미디 <The Artist>(2008) 등의 장편 영화를 연출했다. 

 








 

 

프라하의 눈 Oko nad Prahou (2010)
감독 올가 슈파토바 | 다큐멘터리 | 35mm | 78분 | 체코 | 컬러

체코 출신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명성을 쌓은 얀 카플리츠키(Jan Kaplický , 1937-2009)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체코 프라하 태생인 카플리츠키는 1968년 러시아의 체코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영국으로 이주한 뒤 1979년 ‘퓨처 시스템스(Future Systems)’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진보적인 미래주의 설계를 고수한 건축가다. 영국에서 노먼 포스터, 렌조 피아노 등과 함께 협력했던 그는 미래주의 건축의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그가 디자인한 영국 크리켓 그라운드 미디어 센터 및 버밍햄 셀프리지 백화점 등은 각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그는 고향을 떠난 지 40년 만에 프라하 국립 도서관 프로젝트 국제설계경기에 당선되는데, 특히 이 설계경기는 체코가 민주화된 이래 최초의 국제 공모였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래적인 비전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가득한 그의 설계안은 큰 논쟁을 일으켰다. 가령 극작가이자 체코의 전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 같은 이는 문어를 연상시키는 외관 때문에 외계 생명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이 진보적인 설계안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 도서관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라하 도심에 건설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체코 대통령 및 프라하 시장 등 전통주의자들은 이 도서관의 건립에 크게 반발한다. 이 프로젝트가 여전히 유보 상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카플리츠키는 2009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의 아내인 엘리슈카 카플리츠키 푹스코바가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다큐멘터리는 노먼 포스터의 카플리츠키에 대한 언급에서 시작해 그와 인연을 맺었던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극적인 삶을 돌아보면서 당대 유럽 사회와 건축의 관계를 조명한다. 최근 폐막한 폴란드 바르샤바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다.

연출 | 올가 슈파토바 Olga Špátová

1984년 프라하 태생으로, 광고 연출을 전공했다. 15세부터 아마추어 영화를 연출하기 시작한 이 젊은 여성 감독은 4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23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다. 체코 TV 에 방영된 <쓰리섬 Trojhra>(2004), <비검열 대화 (Ne)cenzurované rozhovory (2005),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사랑 Láska vcera, dnes a zítra>(2006) 등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했으며, <몽마르트르의 테리 Terry z Montmartru>(2006)로 체코 텔취 예술 및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시티즌 아키텍트 Citizen Architect (2010)
감독 샘 웨인라이트 더글러스 | 다큐멘터리 | digibeta | 60분 | 미국 | 컬러

미국 건축가 새뮤얼 막비(Samuel Mockbee, 1944-2001)와 그의 혁신적인 교육 디자인/건축 프로그램인 루럴 스튜디오(Rural Studio)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국내에도 번역된 책 <희망을 짓는 건축가 이야기>를 통해 알려진 새뮤얼 막비는 텍사스 오번 대학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료 교수인 D.K. 루스와 함께 미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마을로 알려진 앨라배마 주의 헤일 카운티에 루럴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생활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주거지는 물론 공동체의 활동을 위한 아무런 공적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던 이곳에서 막비와 그의 학생들은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업과 봉사활동을 병행해 나간다. 영화는 루럴 스튜디오에 처음 합류하게 된 젊은 강사인 제이 샌더스를 중심으로 그가 이끌던 학생 그룹의 활동을 따라간다. 그들은 헤일 카운티의 공동체 안에서 ‘뮤직 맨’이라고 불리는, 소울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간직한 한 흑인 뮤지션을 위한 집을 짓는다. 영화는 새뮤얼 막비의 철학과 루럴 스튜디오의 지향을 보여주는 한편, 이들에 동의하거나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낸다. 베를린 유대인 기념비를 설계한 피터 아이젠만, 톰 메인과 함께 ‘모포시스’를 설립한 마이클 로톤디, ‘아키텍처 포 휴머니티(Architecture for Humanity)"를 설립한 카메론 싱클레어 등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 안에서 건축의 역할과 지향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제시한다. 결국 루럴 스튜디오의 활동은 인종주의나 빈곤 등 미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 참여 운동이었음을 강조한다.

연출 | 샘 웨인라이트 더글러스 Sam Wainwright Douglas

1998년 뉴욕대 티쉬 스쿨 오브 아츠를 졸업한 뒤 영화와 텔레비전 분야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했다. 첫 장편으로 포크 밴드 The Holy Modal Rounders에 대한 다큐멘터리 <The Holy Modal Rounders... Bound To Lose>를 연출했으며, <Left of the Dial>, <Dan Asher> 등의 편집자로 활동했다. 텍사스 대학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최근 뮤지션이자 작가이며 2006년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킨키 프리드먼에 대한 다큐멘터리 <Along Came Kinky>를 편집하고 있다.








 






나의 놀이터 My Playground (2009)
감독 카스파 아스트럽 슈뢰더 | 다큐멘터리 | digibeta | 58분 | 덴마크 | 컬러

‘파쿠르(Parkour)' 또는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 불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통해 도시 공간과 건축,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몸에 갖는 의미를 되짚는 다큐멘터리다. 1990년대 말 프랑스에서 시작된 파쿠르는 <야마카시>(2001) 등의 영화에서 조명되었으며, <007 카지노 로얄>(2006)에 출연한 세바스티앙 푸캉 등을 통해서 ‘프리러닝(Freerunning)'이라는 개념으로 더욱 대중화된 익스트림 스포츠다. 덴마크에서는 팀 지요(Team JiYo)라는 이름의 파쿠르 팀이 인기리에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최초의 파쿠르 팀으로서, 전세계에서 가장 큰 파쿠르 및 프리러닝 공원을 직접 디자인하고, 파쿠르를 퍼포먼스 등과 결합시키면서 많은 이들에게 교육하고 전파해왔다. 영화는 바로 이 팀 지요의 선수들을 따라다니면서, 코펜하겐의 도시 공간과 건축적 요소들을 탐색한다. 이들은 사람들이 도시 공간에서 몸을 사용하는 방식을 질문하면서, 건물의 일부분인 레일과 손잡이, 난간과 계단, 유리와 콘크리트, 높낮이와 거리가 서로 다른 건물들의 위치와 물성을 각자의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예술(art of movement)'의 일부로 포섭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최근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며, 국내 건축학도들 사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덴마크의 젊은 건축사 비야케 잉겔스가 직접 출연해 팀 지요의 활동에 대한 건축적 의미를 설명한다. 일본의 도쿄 및 중국의 센젠 등의 도시에서도 활동하는 다국적 파쿠르 선수들의 인터뷰도 담겨 있으며,  후반부에는 잉겔스가 설계한 올해 상하이 월드 엑스포 덴마크 관의 건설 현장이 등장한다. 슬로 모션으로 촬영된 파쿠르 선수들의 역동적인 몸 동작과 건축물의 조화가 짜릿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연출 | 카스파 아스트럽 슈뢰더 Kaspar Astrub Schröder

1979년 출생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활동하는 비주얼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이다. 2004년 자신의 회사인 KASPAR를 설립하고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뮤직비디오 감독, CF 연출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단편 다큐멘터리 <City Surfers>(2004), 장편 다큐멘터리 <The Invention Of Dr. NakaMats>(2009) 등을 연출했다.

 









 





 

콜하스 하우스라이프 Koolhaas Houselife (2008)
감독 일랴 베카, 루이즈 르무안 | 다큐멘터리 | digibeta | 60분 | 프랑스 | 컬러

렘 콜하스의 1998년 작품인 프랑스 보르도 주택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세계적인 스타 건축사인 렘 콜하스나, 또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보르도 주택이 아니다. 이 영화는 보르도 주택을 답사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시작해, 주택 구석구석을 관리하는 뚱뚱한 중년의 가정부 과달루페 아세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신발’ ‘커튼’ ‘계단’ 등의 제목이 달린 작은 에세이의 모음과도 같은 구성은 과달루페가 집안 일을 하면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여러 요소들을 보여준다. 즉 이 영화는 하나의 건축물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과 평상시에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일상적인 차원에서 건축물이 어떻게 인간에게 친밀성을 구현하게 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나선형의 좁은 계단은 과달루페가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움직이기에는 불편하며, 거대한 공간에서 사용자의 동선을 돕기 위해 설치된 전동 장치들은 자주 고장을 일으킨다. 창문과 경사로, 조이스틱과 자동장치 등 이 주택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작은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과달루페의 발걸음에따라 집중적으로 조명된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 건축사가 설계한 공간이라 하더라도, 그래서 주택의 내부와 외관 모두 파격적인 디자인과 공간 구성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결점은 발견된다. 빗물이 새는 벽면의 구멍들과 녹이 슬 위험이 있는 재료들은 변화와 정비를 필요로 한다. 경쾌한 음악과 담백한 영상, 유머러스한 편집이 돋보이는 편안한 작품이다. 

연출 | 일랴 베카 & 루이즈 르무안 Ila Bêka and Louise Lemoine

이탈리아 출신의 일랴 베카는 파리에서 살고 있는 건축사이자 영화감독, 비디오 아티스트이다. 루이즈 르무안은 파리 소르본에서 영화와 철학을 공부했다. 이들은 ‘살아있는 건축(Living Architecture)'이라는 제목으로 일련의 건축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들은 대다수 건축 영화와는 달리 주로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스타 건축사들이 설계한 건물들이 인간과 맺는 관계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2010년 <Pomerol, Herzog & de Meuron> <Xmas Meier> <Gehry’ s Vertigo> <Inside Piano> 등을 발표했다.


 





 

 

 

기무 The Strange Dance (2009)
감독 박동현 | 다큐멘터리 | HD | 60분 | 한국 | 컬러

서울 종로구 소격동 옛 국군기무사령부 부지는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이 확정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사실 이곳은 한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깊은 역사와 비밀스런 사연을 가진 공간 가운데 하나이다. <기무>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옛 기무사 터에서 출발하는 실험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매우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현재의 기무사 건물을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면서,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되는 이 건물의 역사와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서 서울의 도시 개발과 관련한 주요 사건들을 자막으로 나열한다. 그리고 건축학자 및 건축 전문가들의 해설을 통해 한국 전통건축의 특징, 우리 도시 개발의 문제점, 그리고 건축 공론장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이끌어낸다. 원래 기무사 터에 있던 종친부 건물은 신군부에 의해 1981년 강제로 이전되었는데, 바로 이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의 정원에 위치한 목조가옥인 종친부 건물의 면면이 영화 두 번째 단락에 보여진다. 그리고 영화는 종로 일대의 골목길과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낡은 지붕들, 일상의 숨결이 담긴 보통 사람들의 낡고 허름한 집을 조용히 응시하는 영상을 담아낸다.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근대적 시간이 만들어낸 골목길은 어떤 감흥을 자아내는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되는 동네와 옛 것들에 대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서울독립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에 상영되었으며 최근 캐나다 밴쿠버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연출 | 박동현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부 조교수 겸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무제> (1997) <Circulation>(1997) <살의>(1999) 등의 실험영화를 연출했으며, <기무>에 이어 비디오 설치 작업 <2009년 1월 네팔>을 최근 완성했다.  (사)서울무빙이미지포럼을 운영하면서 실험영화 작가들의 작품 아카이빙, 해외 실험영화 작가들의 작품 상영 및 네트워킹 등 국내 실험영화와 독립영화 분야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프로그램_특별상영 Special Screening

YTN 스페셜: 한국건축문화 60년 (2010)
연출 김신영 | 다큐멘터리 | digibeta | 40분 | 한국 | 컬러

대한건축사협회가 YTN과 함께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국건축문화 60년’을 1회 특별 상영한다. ‘살고 싶은 건축, 누리고 싶은 도시’를 부제로 한 이 작품은 광복 이후 60년 간의 건축문화 역사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건축의 본질과 건축사의 역할을 널리 알리고자 기획되었다. 전쟁의 폐허 위에 어떻게 우리 건축과 도시가 공급과 개발의 역사를 지나왔는지, 그리고 문화시대 강소국의 건축문화 전략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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