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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지구라는 행성에 두 발을 딛고 산소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워진다!

by 아프로뒷태 2013. 10. 19.

우주에 던져진 그들을 보고 있는 내내, 지구에 있는 내가 감사해지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극중 상황과 감정의 몰입도와 관객의 상상력을 최고로 이끌어주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롱 테이크가 진행되는 동안,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지구라는 행성에 두 발을 딛고 산소를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워진다!

 

 


경이롭다. 지금으로부터 46억 년 전, 우주에서 거대한 가스폭발로 지구가 탄생했...
다. 그 탄생 과정은 상상만 해도 경이롭다. 한 인간이 최대한 장수해도 100년, 1세기를 살까말까 하는데, 우주에서 점 하나에 불과한 존재로서 46억년 동안의 지구의 탄생 과정을 상상하는 것은 어마어마해서 두렵기까지 하다. 그래서 지구 안에 있는 나는 이 영화가 경이롭다.

 

 

 

 


또 경이롭다. 태양을 중심으로 궤도를 지키며 돌고 도는 지구를 바라보는 일이 경이롭다. 태양계에 있는 행성 중에서 지구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인공위성으로 내려다보는 지구가 아닌, 지구로부터 600km 떨어진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불빛은 숨 막히게 아름다워서 경이롭다. 그래서 지구 밖에 있는 나는 이 영화가 또 경이롭다.

 

 

 

 

 


두렵다. 지구 안에 있는 나는 이토록 아름다운 지구가 한 줌의 재가 될까봐. 보이지 않는 기체가 될까봐. 지구 안에 있는 흙, 물, 산소, 중력이 사라질까봐 두렵다. 먼 미래에 지구가 그렇게 될까봐 두렵다. 아름다운 것을 남기고 싶은데 소멸할까봐 두렵다.

 

 

 


또 두렵다. 지구 밖에 홀로 던져진 나를 상상하면 두렵다. 산소도 없고, 물도 없고, 중력도 없이 광활한 공간으로 둥둥 떠다니는 나를 상상하면 두렵다. 그것은 죽음을 알고 기다리는 일. 생명을 탄생시킨 우주에서 다시 생명이 죽어간다는 것은 끔찍하게 무서우면서도 아이러니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칠드런 오브 맨>에서부터 사사로운 인간사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인간의 안녕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지구와 인간 사이, 미래에 대한 염려를 메타리얼리즘으로 풀어내고 있는 듯,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그의 선구자적 상상력에 경이로움과 질투가 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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