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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폴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웨인 왕의 <스모크>가 떠오르는 밤

by 아프로뒷태 2012. 11. 26.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갈아놓은 스타벅스 원두를 다 먹어버렸다. 점심때 먹었던 생선구이로 위장이 느글거렸다. 쓰디쓴 아메리카노 한 잔이 간절했다. 이왕이면 에스프레소도 좋았다. 커피를 사러 집을 나섰다. 노트북도 들고 나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머리에 산책을 좀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메리카노를 사는  김에 원두를 한 팩 사야겠다. 이왕이면 스타벅스에서 크리스마스시즌에 맞춰 한정판으로 내놓은 원두를 사야겠다. 얼마전 스타벅스에서 마셨던 커피맛은 좋았다. 알아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용으로 나온 한정판이었다. 레드와 와인 두 가지 맛 중에서 한 가지를 맛보았다. 나머지 '크리스마스 블랜드 에스프레소 로스트'만 맛보면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크리스마스 블랜드 에스프레소 로스트'는 시음할 수 없는 관계로 갈아놓은 원두를 한 팩 샀다. 그리고 콜롬비아산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마셨다.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두웠지만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보슬비가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갈 때 비를 맞아야했다. 뭐,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모처럼 서울에 저녁 안개가 끼었다. 축축한 안개를 보며 문득 집으로 들어가면, 영화 <스모크>를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전 <스모크>를 혼자 보고나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희열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순전히 소설 때문에 찾아보게 되었지만 영화로써 매력이 컸기에 희열감이 컸다. 폴 오스터보단 레이먼드 카버를 더 좋아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 폴 오스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고, 혼자 들떠 기뻐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의 기쁨을 다시 만끽하고 싶어 <스모크>를 다시 찾았다.

 

 

 

잘 알려진 미국 작가인 '폴 오스터'가 각본을 쓴 영화.

브룩클린의 모퉁이에 있는 한 담배 가게에 다섯 사람이 등장한다. 14년간 일해온 이 담배 가게의 주인 오기는 하루도 빠짐 없이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스크랩하는 것이 취미이다. 폴은 임신한 아내를 브룩클린의 강도사건 때 잃어버린 후, 그 슬픔 때문에 펜을 놓고 아파트라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침잠한 작가. 그는 담배를 사기 위해 가끔씩 외출을 한다.

한편, 본명이 마스 콜인 라쉬드는 어머니가 죽은 뒤, 친부를 변두리에서 봤다는 소문을 듣고 가출을 했다. 그는 우연히 동네 깡패의 강도 현장을 목격했고 그들이 잃어버린 5천 달러의 돈을 가지고 있다. 사이러스는 외팔이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랑하는 여인을 죽이고, 자신은 하나님의 저주로 살아남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주유소를 하면서 조용히 살고 있다. 루비는 애꾸눈 여인으로서 마약 중독자에 임신 4개월인 딸을 둔 어머니. 딸애를 수렁에서 건질 5천 달러가 필요해 18년의 공백 끝에 옛애인을 찾아가는데..

 

 

 

 

 

오기가 폴에게 크리스마스 날 있었던 실화를 들려주는 내용은 명 이야기이다. 폴의 말처럼 그래, 그렇다. 작가는 이야기를 앞 뒤로 끼워 맞추려면 얼마나 머리가 아픈지 모른다. 그런데 담배장사꾼 오기는 작가도 생각지 못한 아주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디 멋있기만 한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또한 그 감동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을 모호한 상태로 이끌어준다.

 

 

 

 

영화 <스모크> 중에서 엔딩 장면

 

 

 

 

다시 폴 오스터 소설들을 읽어봐야겠다. 요즘 레이먼드 카버가 생각나서 나름 혼자서 '레이먼드 카버' 회고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영화 <스모크>를 보고 나니, 웬지 폴 오스터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졌다. 레이먼드 카버 회고전이 끝나면 폴 오스터 전작주의에 돌입해야겠다. 그리고 나도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쓰는 것이 무엇인지를.

 

멋진 두 남자를 다시 보니, 연애가 하고 싶어진다. 찌질이들 말고, 멋진 이 두 남자와 함께.

 

레이먼드 카버와 같은 소설가가 왜 한국에는 없는 걸까? 또한 폴 오스터와 같은 소설가가 왜 한국에는 없는 걸까? 찌질이는 싫고, 깔끔하고 멋진 글쟁이는 없나? 댄디하면서도 눈이 맑은 소설가 말이다. 젊고 찌질한 소설가와 연애하느니, 늙은 폴 오스터가 더 좋다. 아, 죽기전에 폴 오스터와 연애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카버는 이미 현실에선 볼 수 없어 안타까울 뿐.

 

 

 

 

 

 

 

늙어도 눈빛은 살아있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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