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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철가방 우수씨> 돈 주고 영화를 보는 건데, 남루한 일상을 굳이 영화로 봐야겠냐고? 글쎄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by 아프로뒷태 2012. 10. 27.

 

 

12월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달이다. '이번 선거에는 무심코 보내지 말아야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함에 빠져 나라의 중대사를 모른 척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중이다. 그러다보니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다.

 

연일 쏟아지는 뉴스에서 각 당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공략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후보들과 그 측근들의 연설에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곰곰이 또 되씹어 생각하고 판단한다. 거기까지는 후보들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위한 작업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무엇을 하는가? 후보들 평가보다 더 중요한 점을 떠올린다. 스스로에 대한 점검의 시간을 갖는 일이다. 누구를 선택하든 최선의 선택이 되어야지, 최악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뒤돌아본다. 나의 소양은 얼마나 마련되었는가?

 

그 사이, 한국영화는 한 해 2편이나 천만관객을 동원했다. 둘다 거대 배급사의 자본주의에 의해 천만이라는 명예의 숫자로 남게 된 영화들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 천만 영화는 보는 즐거움이 컸고, 발상의 전환을 해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은 영화관으로 자연스레 향했고, 천만은 영광의 숫자로 수식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요즘은 천만의 영화에 영광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한지 과연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너무도 불보듯 뻔하게 대형 배급사의 배급 논리로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좋다. 다만 대형 배급사가 밀고있는 영화가 아닌 영화들도 극장에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걸 수 있게 해주면 안 되려나? 괜찮은 영화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그것이 걱정이다.

 

대통령 선거도 그렇고, 천만 영화도 그렇고, 거대한 파이에서 진행되는 논리적인 시나리오보다... 소소한 이야기가 요즘 끌린다. 거대한 이야기는 평소 우리가 꿈꾸었던 환상으로, 자신이 꿈꾸었던 이상향, 라깡으로 치면 상상계쯤 되려나. 그래서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것이고 보고 싶은 것인데, 거대한 이야기보다 우리의 일상에 더 주목하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돈 주고 영화를 보는 건데, 남루한 걸레 조각같은 일상을 굳이 영화로 봐야겠냐고? 글쎄다. 나는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다. 내 기억으론 20살부터 30살까지 예술영화나 비주류 영화를 주로 찾아보러 다녔던 날이 많다. 그것은 단순 영화를 향한 나의 관심사와 직업과의 관계가 있었지만, 비주류 영화를 통해 사실주의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시대 반영, 사회 반영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불어 루카치 이론, 사실주의 소설과도 접목시킬 수 있어서 내겐 더욱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다. 

 

 

사실주의에 왜 끌렸냐면? 나는 배워서 공유하고 싶었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선배들과, 이웃들과. 소외당한 삶과 아웃사이더의 삶이 어떻게 하여 거기까지 밀려나게 되었는지 ...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 이 사회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좀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공유하고 싶었다.

 

<철가방 김우수> 씨의 메일링을 받고 그렇고 그런 전기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는 순간, 철가방 김우수씨는 바로 어제 내가 길거리에서 만난 할머니일수도 있고, 지하철에서 한쪽 눈이 실명되어 앉아있는 아저씨일 수도 있고, 교통사고로 입원한 고향 친구의 아버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현듯, 무관심보다는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절절한 충동이 마음 한켠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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