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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게 되다니! 오! 라깡이여!

by 아프로뒷태 2012. 6. 28.

 

 

<라깡의 재탄생>, <자크 라깡 세미나>를 읽고, '타자'에 심취되어 있었을 때, 지젝의 책을 읽었다.

그 이전에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이상영화 평론가에게 영화이론을 배우면서, 그가 쓴 영화 평론잡지<필름 2.0>를 구독했는데, 거기에서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긴 했다. 그의 이론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것이 흥미로워 관심을 가졌고, 그의 책<까다로운 주체>를 읽으며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했다. 물론 집중적으로 파고들진 못했고, 오히려 라깡에 대한 이론 공부에 심취해 있었다. 라깡의 '욕망이론'과 '주체', '타자'를 대상으로 영화를 분석했다. 그것은 나의 지적 충족을 만족시켰다. 또한 그 어떤 대학 강의보다 즐거움을 주었다. 또한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위로와 격려를 주었으며 무엇보다 자발적으로 즐겼던 공부였다.

 

그러나 대학원의 지도교수는 라깡의 이론을 운운하는 나에게 "집어치워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프로이드나 공부해라" 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거부감이 불쑥 솟았지만, 헤헤 웃으며 못들은 척 넘겼다. 원래 그렇다. 교수들한테 옳은 말하거나 말대구하면 교수들은 학문적으로 받아주지 않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학생의 학점을 내리거나 눈도장을 찍어 논문통과에 애로사항을 준다. 그 점을 모두가 알기에 능구렁이처럼 교수의 가시같은 혀와 눈을 넘어간다. 나또한 그럴려고 시도를 해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공부는 내가 하는 거지, 자기가 하는 건감? 인생 살아가면서 공부하는 것도 세습을 거쳐야 하는 건가? 눈치 보며 하고 싶은 거 못하고 안정적으로 가느니, 나대로 가는 것은 어떨까? 뭐, 그런 생각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리고 지도 교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라깡의 책을 뒤적거렸다.

 

그러면서 라깡을 연구한 슬라보예 지젝의 책도 탐했다. 지젝의 책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회만 된다면 제대로 접하고 싶기도 했다. 최근까지 그와의 인터뷰를 책으로 묶어 출간한 곳이 있었다. <인디고>라고 부산에서 학술 서적을 출판하는 곳인데, 그들은 슬라보예 지젝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했었다. 그 열정에 놀라 <인디고> 편집진에게 박수를 보냈다.

 

지젝, 세월은 역시 속일 수 없었다. 지젝은 늙어있었고, 살도 제법 쪄 있었다. 젊고 열정적이며 치열하고 광적인 청년 철학자의 모습은 퇴색해져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지젝은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고, 존재하고 있었다. 지젝의 코기토를 생각하는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2012년 6월 27일과 28일 한국땅, 서울에. 슬라보예 지젝을 만나게 됐다.

지젝을 한국땅에서 만나게 되다니!

28일 7시, 저녁 건국대학교 새천년 대강당에서 지젝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다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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