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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 '읽어보니 재밌네'

by 아프로뒷태 2012. 5. 15.

 

 

 

동의보감도 독자들을 많이 만나서 처음에 한 얘기는 비슷하거든요. 제가 열하일기 리라이팅할 때 삶과 글의 일치… 굉장히 정서적으로 깨닫고 이런 경지가 있구나 생각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제가 처음으로 태어나서 몸이 안 좋았어요. 그 전에는 대충 건강히 살고 특별히 불편하지 않으면 몸에 대한 관심을 잘 갖지 않게 되는데, 그때 몸이 안 좋아져서 제 몸에 대해 관심 갖다가 여성의 몸에 대해 보기 된 거예요. 산부인과에 가서 보게 됐어요.

보통 때는 제 몸에 관심이 없잖아요. 여자의 몸, 몸이 다뤄지는 방식이랄까, 그 극점을 산부인과에 가서 놀랍고 분노를 느끼면서 발견하게 됐어요. 그 이전에 페미니스트, 반페미니즘 이런 분들 할 때는 여성의 몸이 가진 특이성을 직접적으로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여성이 놓여 있는 자리 이런 거였죠. 그런데 산부인과 가니 몸이 바로 보인 거예요. 그때 여성들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상승했는데 이런 굴욕적 상황을 견디고 있을까 생각했어요.

디지털 혁명과 더불어서 여성이어서 받는 차별과 억압이 원초적으로 있을 수 없어요. 현실적으로 없다기보다, 원리적으로. 학교 가지 말라는 것 경험해보셨나요. 그러려면 세대가 높아야죠. 대학에 여자여서 갈 수 없다든지. 대학이든, 지성이든. 지식 정보사회의 핵심적 장에 가면 여성이 주류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여기는 당연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남녀를 통합해도 이 비율이 유지됩니다. 알파레이디가 아니라 알파라고 해도 남녀를 모아도 90% 이상이 여성인 세상입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후천개벽의 기대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성이 너무 아프고 괴로워요. 그런데 동의보감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것이 따로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 사회적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여성이 상처를 받고 위안과 치유라는 속에서 맴돌았을 텐데 제가 몸이 아프고 여성의 몸을 발견했을 때 동의보감이라는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이죠. 동의보감은 간단합니다. 몸은 우주다, 우주를 구성하는 힘이 오장육부를 구성하고 별을 만드는 모든 요소가 몸을 만든다. 여기에는 상상력으로 메워야 할 요소가 없어요. 당신은 어디서 온 별이오? 이게 사실은 맞는 말입니다. 별을 만드는 것으로 생명을 만드는 거죠.

음양오행이라고 해서 목화토금수 등 7개의 별이 힘의 배열이 생명을 만들어내는 데 가장 정밀한 것이 인간입니다. 우리도 그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에요. 우리가 몸을 사유하는 순간, 우주를 사유하는 것이 동시적으로 시작됩니다. 찾아내서 발견하는 게 아닙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그런 시야로 몸을 보기 시작하면서 저 자신의 병, 그리고 제가 공동체를 하니까 공동체에 있는 사람의 몸을 근접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몸이 약합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볼 때 약할 때가 아닙니다. 근육을 쓰거나 파워를 쓰는 일은 없으니 남여의 차별이 없어야 하는데 여성은 훨씬 몸을 활용할 줄 모릅니다. 이게 어디서 유래했을까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고 순환하지 않으면 마음이 괴로워요. 이건 너무너무 당연한 것이거든요. 동의보감에서는.

왜 이렇게 우울증 환자가 많은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 없어요. 몸을 움직이면 됩니다. 그리고 몸을 움직인다고 하면 지금 헬스나 이런 기능적인 것만 떠올리실 텐데, 활동의 폭이 넓어지면 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지금까지와 다르고 다른 활동을 하고. 이 영역도 활동과 순환이에요. 몸을 움직이라고 하면 헬스 다이어트 이런 게 떠오르는 것은 지금 현대 의료 시스템에 고착된 것입니다. 내 삶의 활동의 범위와 그 밀도를 바꾸는 거예요. 그러니까 몸과 우주가 하난데, 이 사회는 반드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죠. 그러면 건강하다는 것은 몸과 우주와 소통하고, 내가 몸과 삶이 소통하는 이 리듬이 달라지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그런데 왜 다들 몸이 아플까하고 거꾸로 생각하시 시작했는데. 몸이 건강한 것은 병원 가서 수치를 보는 거죠. 그리고 리스트 매뉴얼로 자기 건강을 생각해요. 정기검진을 굉장히 열심히 하죠.

그런데 어떤 인문의학을 하시는 분이 그러는데 “옛날에 무당을 찾아가는 것과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뭐가 다르냐. 확률이 더 떨어진다”고. 무당이 더 확률 높아요. 오진율도 높고 정기검진이 시스템화 되면 대충 대충합니다. 요즘 그런 문제 나와요. 얼마 전에 정기검진 했는데 얼마 뒤에 암 몇 기라고 나오고, 너무 억울하다고 합니다. 이건 제도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인이 알아야 할 몫입니다. 제도와 서비스를 믿으세요?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에 있는 정보도 잘 안 믿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정동에 오는 길 검색해서 여기 오는 데 몇 분이라고 하면 저는 좀 일찍 나와요. 이걸 누가 입력을 했을 거거든. 그 사람이 이걸 입력할 때 컨디션에 따라 달라요. 저는 엄청 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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