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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드디어 이제 시작되는구나.....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립 추진

by 아프로뒷태 2012. 3. 7.

 

 

“제발 가세요…여러분이 들어오면 친구들이 죽어요”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7일 오전 경찰과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서귀포/ 허호준 기자

[현장4신 7일 오전 9시] “가만히 있는 내아들 왜 잡어가”
‘집게’로 집어올리듯 강정마을 사람들 마구잡이 연행

“아니, 왜 잡어가. 아니, 가만히 보고 있는데 내 아들을 왜 잡어가.”

 강정마을에 사는 주민 고아무개씨가 외쳤다. 고씨는 “아들 종화(40)씨가 가만히 서 있는데 경찰이 잡아갔다”고 말했다. 고씨는 아들의 사지를 붙들고 호송차로 데려가는 경찰을 향해 “내 아들이라고, 내 아들, 아니 잡아가는 이유가 뭐야? 아니, 이놈들아, 니들이 그러면 안 되지”라고 울부짖었다. 고씨는 아들을 태운 호송차의 벽을 두드리며 한참을 뒤쫓아갔다.

 7일 오전 8시, 강정마을에선 사람을 집게로 집어올리듯, 경찰 너댓명이 붙어서 앉아있는 사람들을 마구잡이 연행했다. 사람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바지가 벗겨지기도 했다. 취재진이 몰려들자 “바지 입혀, 바지 입혀”라고 말하며 한발 물러섰다. 연행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이 바닥에 깔리기도 했다.

 

구럼비 바위 발파를 막으려고 인간방패로 들어갔던 한 여성농민이 7일 오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서귀포/ 조소영 피디

여성들도 여럿 연행됐다. 쇠사슬로 몸을 묶고 “구럼비 바위를 지켜야 한다”고 외치던 ‘전쟁없는 세상’ 여성 활동가, 강정마을에서 밤을 지새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구럼비 폭파 저지’를 기도했던 김영심 통합진보당 제주도의원은 물론 강정마을 소식을 트위터로 알리던 김세리(@kimseriiii)씨도 연행됐다. 이들을 연행하는 경찰은 “왜 연행합니까”라는 질문에 “(형사소송법상) 일반교통방해죄로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으며…”라는 미란다 원칙을 앵무새처럼 고지했다. 말과 달리 그들은 연행자의 사지를 든 채 호송차로 집어던졌다. 7일 오전 8시50분 현재 경찰은 이런 식으로 12명을 연행했다.

 강정마을은 오전 6시부터 경찰력의 집행으로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강정항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주변에 경기지방청 소속 경력 510여명과 도내 전ㆍ의경 560여명 등을 배치하는 등 화약 수송에 따른 경비에 나서고 있다. 주요 도로 곳곳에도 순찰차가 배치돼 화약운송 차량의 이동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마을 서쪽 편에서는 월평동과 연결된 도로가 차량으로 차단된 상태다.

 한편, 구럼비 바위로 들어간 신부들은 사제복을 입고 기도를 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사제들을 둘러싼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부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방파제 삼발이 위에 올라가 있거나 삼발이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 상태다.

서귀포/박수진 기자, 조소영 피디 jin21@hani.co.kr

[현장르포 3신 7일 오전 7시30분] 경찰특공대 ‘인간 저지선’ 뚫고 진입
구럼비 바위에는 여전히 인간방패들 남아…2차 저지선 형성 뒤 대치 

 

“가세요, 제발 가세요. 가세요”

 7일 오전 7시20분 강정마을은 눈물 바다가 됐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려고 모여든 평화지킴이 100여명이 밤을 지새우며 지켰던 ‘저지선’은 단 10여분만에 뚫렸다.

 마을 주민들은 구럼비 바위로 갈 수 있는 양쪽 길인 강정천과 강정삼거리쪽에 저지선을 만들었다. 강정천 쪽은 60~70대 농민과 평화활동가 50여명이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을 들고 세 겹의 얇은 ‘사람 저지선’이 만들어졌다. 강정삼거리 쪽에는 마을 주민들이 동원한 차량 20여대가 바리케이드를 쳤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7일 오전 경찰이 버스 위에서 한 주민을 연행하고 있다. 서귀포/ 허호준 기자

그러나 오전 7시 속속 마을로 진입한 경찰들이 10여분만에 강정천 쪽 ‘사람 저지선’을 뚫었다. 이제 강정천 쪽으로는 ‘화약을 실은 차량이 진입할 수 있게 됐다. 평화지킴이들은 저지선을 뚫고 방패와 전투복으로 무장한 특공대원들에게 ’‘가세요. 가세요. 여러분들이 들어가면 구럼비 바위 폭파하면, 그 안에 있는 제 친구들이 죽어요”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전투모를 쓴 특공대원들도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세 발 뒷걸음 물러났다. 오전 7시30분 현재, 주민 50여명은 다시 강정천에서 50여걸음 물러난 곳에 자리를 잡고 ‘사람 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경찰은 주민들에 대한 마구잡이 연행을 시작했다.

같은 시간 구럼비 바위에 인간방패로 들어간 신부들과 평화활동가들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아직 구럼비 바위 쪽에는 별다른 충돌이 벌어지지 않고 있고, 신부님들은 경찰들이 둘러싼 가운데 침묵 시위와 기도를 하고 있다.

서귀포/ 박수진 기자 조소영 피디 jin21@hani.co.kr

 


 

여성 활동가들이 지난 7일 새벽 구럼비 바위 폭파를 저지하기 위해 강정교 입구 차벽 앞에 서로 쇠사슬을 묶고 앉아 있다. 출처 여옥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 트위터 @yeook

‘화약고 구럼비’에 뛰어든 인간방패들 “온몸으로 막겠다”
[현장르포 2신 7일 오전 6시]
제주 강정마을 폭파 임박…화약차량 진입 놓고 밤새 대치
경찰 해군기지 앞 속속 집결… 주민들 차량 바리케이드 쇠사슬 묶고 항전

 “어떻게든 구럼비 발파를 저지해보겠다는 소박한 마음일 뿐이다. 구럼비 발파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역사적 과제와 소명을 떠올리며 지금 이 곳에 있습니다”

7일 오전 4시께. 이강서 천주교 서울교구 신부, 한재호 루카복자성당 신부 등 성직자 10명과 김정인 여성농민회 회장 등 활동가 5명과 <한겨레> 류우종 사진기자와 조소영 피디 등 취재진 5명을 포함해 20여명이 구럼비 바위에 둘러쳐진 펜스의 한 지점을 향했다. 성직자들은 펜스를 들어올리고 구럼비 바위 안으로 들어갔다.

 이강서 신부는 7일 오전 6시 구럼비 바위에서 “오전 6시 화약고에서 빠져나온 화약이 구럼비 바위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며 “체포와 연행이 시간문제인 것 같지만 어떻게든 구럼비 바위 파괴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이강서 신부는 “구럼비 바위는 바깥의 소란을 슬퍼하는 모습인 것 같지만,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했다.

  강정마을 평화지킴이 몇 명은 같은 시각 다른 경로로 역시 구럼비 바위 안으로 들어간 상태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 이들 역시 “구럼비 바위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며 구럼비 바위 발파를 저지하기 위해 직접 바위로 올랐다. 구럼비 바위에 무사히 도착한 한 외국인은 “엄마를 보호하는 심정으로 구럼비 바위를 지킬 것”이라며 “지난 여름에 본 뒤 오랫동안 보지 못한 구럼비 바위를 다시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국방부와 경찰이 제주도지사의 재검토 요청과 강정마을 주민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약류 사용 허가를 승인함에 따라 강정마을은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했다.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폭약 운반이 진행되는 가운데 구럼비 바위에 인간방패로 들어간 오영덕 군사기지범대위 공동대표가 7일 오전 방파제 삼발이에 올라가 있다. 서귀포/ 조소영 피디

 6일 한차례 충돌이 빚어졌던 안덕면 동광리 (주)제주화약쪽으로도 어떤 차량이 화약을 싣고 강정마을로 올지 파악하고 차량의 운행을 저지하기 위해 마을주민과 평화지킴이 9명이 6일 밤 이동했다. 마을주민들과 강정마을평화지킴이들은 2인2조로 조를 나누어 제주도 일대를 순찰했다. 강정마을~법환포구~제주월드컵경기장~중문단지 등으로 이어지는 순찰코스에는 범섬, 중문단지 등 관광코스가 즐비했지만, 이 모든 것은 ‘경찰이 숨어있을지 모를’삭막한 배경일 뿐이다. 7일 오전 1시 순찰조는 한국콘도에서 경찰 1개 중대가 숙박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확인하며 경력이 강정마을을 덮칠 상황을 예상했다.

 7일 오전 3시30분에는 마을회관에 사이렌이 울렸다. 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밖으로 나왔다.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으로 모여든 마을 주민 50여명은 ‘제주해군기지 결사반대’라고 적힌 노란 깃발을 들고 가로로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섰다. 새벽 5시까지 자리를 지킨 강아무개(68) 할머니는 “강정마을 지키자고 나왔수다”라며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60대 이상 노인 40여명은 머릿수건과 마스크로 겨우 차가운 제주 새벽 바람을 견디고 있는 중이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반입이 임박한 가운데 활동가들과 취재진들이 7일 새벽 구럼비 바위 주변에 들어가 있다. 조소영 피디

오전 6시, 화약고에서 화약을 실은 차량이 이동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을주민들은 이 화약을 실은 차량이 구럼비 바위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마을 입구를 양쪽에서 차량으로 막아놓은 상태다. 여성 활동가 2명은 강정교 입구에 설치한 차벽앞에 쇠사슬로 서로 몸을 묶은 채 경찰의 진입을 온몸으로 막으려 하고 있다.

오전 7시 현재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앞으로 경찰 전경버스가 끊임없이 몰려오고 있다. 마을에서는 비상을 알리는 사이렌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다. 날이 밝아지면서 구럼비의 ‘대치’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서귀포/ 박수진 기자 조소영 피디 jin21@hani.co.kr 

 


강정마을 운명의 밤 “온몸 떨리는 전율…무섭다”
[전운 감도는 강정 현장르포 1신]
제주화약 앞 경찰과 몸싸움 4명 연행…저녁 7시 화약류 사용허가
긴급소집된 주민회의 “온몸으로 막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위한 화약 반입이 임박한 가운데 경찰이 강정마을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출처 문정현 신부 트위터 @munjhj

“어어어, 왜 이래. 왜 이러는 거야. 어어어.”

 6일 오후 4시30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산길. 좁은 길에 서 있는 주민과 기자 등 일곱명을 경찰 30여명이 빙 둘러쌌다. 그런 다음 점점 왼쪽으로 밀었다.

“여기가 경찰 니들 땅이야, 이게 뭐 하는 짓이야.”“어,어,어”

어어어 하는 사이에 10여명의 주민들은 길가로 밀려났다. 차 한대 지나가면 꽉 차는 길 양쪽을 경찰 50여명이 팔짱을 끼고 완전히 봉쇄했다. 그 와중에 몸싸움도 있었다.

 “어~ 이 아줌마가 내 발 밟았어.”(한 의경)

 “내가 고의로 밟은 거야, 니들한테 밀리다가 밟은 거지”(주민 김아무개씨)

 “아니 발을 밟았으면 사과를 해야지. 지금 뭐 하는 거야.”(다른 의경)

 “나도 밀려서 넘어지다가 모르고 밟은 거야. 그리고 나도 뒤로 넘어져서 허벅지를 찧었다구. 니들이 애초에 쓸데없이 양쪽으로 안 밀었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주민 김아무개씨)

 


 

 곳곳에서 크고 작은 말싸움이 이어졌다.

 이 소란은 43톤(t)의 화약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한 ㈜제주화약 앞에서 일어났다. 6일 낮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 지킴이 몇 명은 제주해군기지 시공사 대림건설이 구럼비 바위 발파에 사용할 화약이 보관돼 있다는 사무실과 ‘화약창고’ 앞으로 갔다. 혹시나 화약 운반이 있을까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화약회사 앞에 이미 경찰이 있었다. 한 활동가는 “경찰이 서류뭉치를 잔뜩 들고 제주화약 사무실로 들어갔고, 오늘 뭔가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은 점점 늘어났고, 1개 중대가 평소엔 사람 1~2명 지나갈까 말까 한 안덕면 동광리로 모여들었다.

 이 과정에서 네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의 박경수, 고동주 두 명의 활동가가 화약운반이 있을지 몰라 길을 막기 위해 차량을 길 가운데를 가로막도록 주차하자, 30여분만에 경찰이 박씨와 고씨를 일반교통방해 현행범으로 연행했다. 박경수씨는 연행되는 도중에 “차에 타고 있는데 사지를 들어 연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팔을 꺾고 나를 발로 찼다”고 소리쳤다.

 현장에 있던 한웅 변호사는 “도로를 파괴하거나 폭행을 행사한 적이 없어서 매우 중한 범죄인 형사소송법상의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며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도로교통법상의 교통방해죄에 적용될 수 있는데, 이는 경범죄로서 현행범으로 연행할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경수·고동주 두 명은 체포가 부적절하다는 체포적부심을 청구했다. 여옥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연행하기 위해 중한 죄를 적용한 나일론 법적용”이라고 경찰을 비판했다. 이외에도 현장에서 경찰이 활동가들 차량 견인을 할 수 없도록 견인차를 다른 곳으로 운전한 신부 등도 함께 연행됐다.

 교통사고도 있었다. 강정마을에서 영상을 찍는 활동가 임호영씨는 경찰차에 발가락을 치였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경찰 승합차가 후진하면서 뒤에 있던 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바로잡고 가라고 앞을 막았더니, 개의치 않고 그대로 전진했고, 내 발가락을 치었다”며 “미안하다는 사과는커녕 차에서 곧장 내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강정마을 주민은 “경찰이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벌레 취급할 수 있냐”며 “당신들 눈에는 강정마을 주민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의 경찰 승합차에 탑승해 있던 서귀포경찰서 지능범죄팀장은 “차를 가로막았고 발을 타이어 우측으로 일부러 밀어넣었다”며 “본인이 치였다고 주장하니 다른 경찰서 교통조사과 담당자를 부르고 119도 불러 병원으로 후송조치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하나 민주통합당 제주도당 대외협력위원장은“경찰이 대림건설과 삼성물산의 경비요원 수준으로 전락한 꼴”이라며 “도에 넘치는 공권력의 투입으로 마을주민들이 매일같이 몸과 마음을 다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상황은 서귀포경찰서가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 승인 결정이 난 뒤 있을 ‘화약 운반’을 위한 예행연습의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서류를 검토중이고 오늘 허가 승인이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해서 상황을 미리 살피고 연습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녁 7시께 경찰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은 “서귀포 경찰서장이 우근민 도지사의 ‘보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 등 해군기지 시공사가 신청한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는 소식을 방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7시10분 곧장 ‘긴급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을 모았다. 강 회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렸다.

 

 “긴급 비상사태입니다. 긴급비상사태입니다. 구럼비 발파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하오니, 주민 여러분 주위 분들을 동반하시고 지금 바로 회관으로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서귀포경찰서도 이날 오후 제주해군기지 건설 시공사인 대림산업 등의 구럼비 해안 암반 발파를 위한 ‘화약류 사용과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승인된 화약사용량은 43톤으로, 폭파기간은 5개월이다. 발파신청 지점은 구럼비 해안과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인근 부지 등 2곳이다.

 오후 7시30분부터 제주 강정마을 회관에서 열린 주민회의에는 주민과 강정지킴이를 위해 강정마을에 모인 평화운동가, 성직자 등 100여명이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강 회장은 “구럼비가 발파되는 것은 곧 강정마을이 발파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온몸으로 막는 것 말고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문정현 신부는 “이제 강정마을과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한 큰 국면, 무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게 4·3 사태하고 똑같은 상황으로 공권력이 제주도민, 강정마을 주민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신부는 “나는 이곳으로 올때부터 구럼비 바위와 명운을 함께할 생각으로 왔다”며 “그러나 그저 순박한 강정마을 양민들이 구럼비 바위를 지키기 위해 겪을 희생을 생각하면 온몸이 떨리는 전율이 오고 무섭다”고 밝혔다.

 경찰은 7일 오전 4시 경찰서별로 인원을 집결해 시공사 쪽이 화약을 운반할 때 발생할 주민들과 충돌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주민들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화약을 운반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강정마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귀포/글·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국가권력이 화약 짊어지고 돌진하는 새벽…”

 

구럼비 발파 임박 알려지자 온라인서 비난 목소리 높아져

등록 : 2012.03.07 09:58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구럼비 바위에 대한 발파가 임박한 7일 마을 주민·활동가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서는 평화와 연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현지에서 구럼비 발파 저지에 매달리고 있는 이들은 긴박한 대치 상황 속에서도 현지 상황을 트위터 등을 통해 전했다. ‘길 위의 신부’ 문정현 신부(@munjhj)는 이날 새벽부터 사진과 함께 현지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문 신부는 “형제들이여, 구럼비를 지켜다오! 우리는 폭약차량 막을 거다. 힘이 너무 부족하구나”라고 외쳤다.

 @Kimhb2***도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나 연행! 법도 도덕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eyed***는 8시반께 “아직 구럼비 발파 안됐습니다. 한 분이라도 더 강정으로 와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하여 트위터 등에서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규탄하는 멘션이 꼬리를 물었다. 이송희일 감독(@leesongheeil)은 “국가권력이 화약을 짊어지고 구럼비와 시민들을 향해 돌진하는 새벽. 이게 도대체 나라인가 싶다”라고 멘션을 날렸다. @gagma***는 “이(승만) 대통령이 4·3 항쟁에 제주도민을 학살하더니 다른 이 대통령이 3월7일 제주도구럼비를 폭파하려 합니다”라고 외쳤다.

 긴박한 상황에 국제적인 연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비판적 진보 지식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평화의 섬이어야 할 제주도에서 심각한 군사경쟁의 악화를 초래하는 해군기지 건설과 제주도의 파괴에 저항하는 분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강정에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SimoneChun은 전했다.

 긴박한 상황에 현지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들도 늘고 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heenews)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coreacdy)은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트윗을 통해 참여를 호소했다. 정동영 고문은 “선거도 중요하지만 선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구럼비의 파괴부터 막아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구럼비 폭파하려면 신앙인부터 폭파하라”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6일 오전 제주 강정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염원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영상갈무리/ 조소영피디

발파 임박…‘해군기지건설 중단’ 촉구 미사
강풍 보다 더 간절한 바람으로 평화 기원

“8일 이후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냥 기도가 아니라, 실천을 통한 기도를 해야 합니다. 8일 발파 승인이 된다면,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서 방어막 펜스를 물리력으로라도 다 끌어내고 구럼비로 가겠습니다. 구럼비를 폭파하려면 우리, 신앙인부터 폭파해야 합니다.”

6일 오전 11시.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에 부는 바람은 거셌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중단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며 미사를 진행하는 신부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셌다.

이강서 신부는 이날 미사를 마무리하며 “구럼비를 폭파하려면 신앙인부터 폭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정현 신부는 “강정에 평화를, 강정에 평화를”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미사에 참가한 30여명의 마을주민과 외지에서 온 ‘강정지킴이’들도 문 신부를 따라 목이 터져라 ‘강정에 평화’를 외쳤다.

 

강정 해군기지 정문앞에서 오전 미사를 마친 신앙인과 시민들이 153배를 올리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은총의 숫자 ‘153’ 만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염원을 가지고 지난해 8월25일부터 해오고 있다. 영상갈무리/조소영피디

강정은 지금 태풍의 눈 한 가운데 있다. 5일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오충진 제주도의회 의장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해군기지 공사 보류”를 요청함에 따라 해군기지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로 가기 위한 ‘디딤돌’을 하나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 3일 대림건설 등 해군기지 건설 시공사들이 ‘화약류 사용 허가 신청서’를 서귀포경찰서에 제출했고, 서귀포서장이 8일께 승인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8일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강서 신부는 “지난 2월22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하면서 해군기지 강행 의사를 밝히자마자, 조현오 경찰청장은 서귀포경찰서장을 비제주 출신으로 교체했다”며 “삼성물산과 대림건설 등 해군기지 시공사들은 4·11총선에서 야권이 ‘해군기지 백지화와 완전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총선 이후 정세가 바뀌면 실제 전면 재검토가 진행될 것을 대비해 2월20일에서 3월20일 사이에 구럼비를 발파하겠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귀포시가 고향인 김학철 전 서귀포경찰서장은 임명된 지 두달 만인 지난달 하순 대기발령을 받았고, 이동민 총경이 서장이 됐다. 이 서장의 고향은 전북 익산이다. 이강서 신부는 “우리도 절박하고 그들도 돈으로 절박한 시점이지만, 평화가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오전 제주 강정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평화미사를 드리는 사람들을 위해 엄광현(오른쪽)씨와 아내 김정은씨가 아코디언 연주를 하고 있다. 영상갈무리/조소영피디


5일 저녁부터 ‘구럼비 발파’를 걱정하며 전국 각지에서 이 곳 강정마을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에 사는 평화활동가 ‘보라’는 “발파 소식을 듣고 구럼비가 너무 애달파서 한달음에 내려왔다”며 “주민들도, 활동가들도 구럼비 발파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발파 이후’가 되면 엄청난 혼란과 좌절이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 마지막에는 구럼비 발파를 저지하기 위한 153배도 진행됐다. 미사에 참여한 19명의 신부들과 미사 참가 주민들은 강한 바람 속에 153번 절을 하며 ‘해군기지 전면 재검토’를 위해 기도했다.

미사가 진행되는 한켠에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내려와 113일째 ‘강정마을 지킴이’에 동참하고 있는 오철근(65)씨가 삼보일배를 하고 있었다. 그는 강정사거리에서부터 강정교 올레길 입구까지 2시간 동안 네 바퀴를 돌며 “해군기지 중단”을 염원했다.

 

제주/글 박수진 기자, 사진 조소영 피디 jin21@hani.co.kr

 

‘구럼비 폭파’ 눈앞…제주 강정 ‘폭풍전야’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신부들이 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 입구에서 백지화를 요구하는 미사를 올리고 있다. 서귀포/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해군기지 공사업체, 발파 위한 구멍뚫기 작업
경찰력 증원…우근민 지사 등 공사보류 요청
지지단체 집회 예고…반대주민과 충돌 우려도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강행 방침을 밝힌 가운데 본격적인 공사 재개의 신호탄이 될 강정마을 앞 구럼비 해안 발파 허가를 둘러싸고 제주섬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저항에 대비해 경찰력을 증원했고, 우근민 제주지사는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에 공사의 ‘일시보류’를 요청했다. 제주도의회가 공사 일시중단을 요구한 적은 있으나,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을 전제로 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수용해온 우 지사가 공사 보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경찰청은 5일 해군기지 공사 관련 집회와 구럼비 발파에 대비해 제주에 다른 지방의 경찰 4개 중대가 더 파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에 증원된 외부 경찰력은 6개 중대 6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정철수 제주경찰청장은 이날 공사업체들이 지난 2일 구럼비 해안 발파를 위해 신청한 화약류 사용허가에 대해 “8일까지 심사숙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사업체는 이미 구럼비 해안 바위에 발파용 화약을 장착할 구멍을 뚫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외부 병력을 증원받은 제주 경찰은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강정포구와 해군기지 공사장 등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앞서 모강인 해양경찰청장도 2일 제주를 방문해 해양경찰에 반대단체의 해상시위 등 업무방해 행위 등에 대한 엄정대처를 주문한 상태다.

구럼비 해안 발파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일촉즉발의 분위기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은 “강정마을에 경찰력이 증원 배치돼 분위기가 살벌하고 주민들의 신경도 많이 날카로워졌다”며 “주민들이 현재의 상황을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패닉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구럼비 발파는 대국민테러”라며 발파허가 반려를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서경석 목사 등 보수인사들은 8일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주민 및 활동가들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우 지사와 오충진 도의장, 김동완 새누리당 도당위원장, 김재윤 민주통합당 도당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진행을 일시 보류하고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공정한 검증을 하게 해 달라”고 정부와 해군에 요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과정 전반에 제주도가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데도 배제됐다”며 “15만t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은 해군기지 위주의 사업이라는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절차”라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 등은 일단 제주도 등이 공사 일시보류를 요청함에 따라 정부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총리실·국방부·경찰 등 국가기구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총동원된 가운데 제주도는 사실상 마지막 공을 정부에 넘긴 셈이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곽병찬 칼럼] 결7호 작전과 총폭탄 제주

 

: 2012.02.22 19:50 수정 : 2012.02.22 21:41

 

곽병찬 논설위원

올레길 6코스는 아름답지만 길다. 쇠소깍에서 출발해 정방폭포를 거쳐 삼매봉 기슭에 도착하면 파김치가 된다. 해발 150m에 불과하지만 아득히 높다. 그 너머가 종착지 외돌개! 25년 전 신혼여행 추억의 힘으로 오른다.

그때 가이드였던 택시기사는 절대 지존이었다. ‘남는 건 사진뿐!’ 그의 지시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해야 했다. 위험천만한 벼랑 끝에서 가슴을 졸였던 곳이 바로 그 외돌개 전망대였다. 포토라인으로 다가갔다. 낯선 안내판이 있다. 결(決)7호 작전.

패색이 짙어지던 1945년 2월 일제의 어전회의. 고노에 총리는 일왕 히로히토에게 사실상 항복을 뜻하는 화평의 결단을 건의했다. 그러나 히로히토는 “다시 한번 전과를 올린 후에 결단해도 늦지 않다”며 거부했다. 그 뒤 일본방위총사령관은 이른바 결호작전을 성안한다. 연합군의 상륙이 유력한 본토 6곳과 본토 밖 1곳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는 작전이다. 1호는 홋카이도였고, 7호는 제주도였다.

일본열도 남단 규슈와 중국 남부를 연결하는 일직선상에 놓여 있고, 필리핀과 한반도를 잇는 중간에 자리잡은 제주도는 미국과 중국, 일본 3국의 전략 요충지였다. 일제가 송악산 인근에 건설한 알뜨르 비행장은 1937년 난징 등 남중국 포격의 전진기지였다. 이런 제주도가 미군에 넘어가면 일제로선 대륙으로부터의 물자 공급 및 관동군 퇴로가 차단된다. 일제의 전쟁 수행 능력은 괴멸할 위험이 커진다. 반면 미군으로선 제주도의 해·공군 기지를 장악하면, 일본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다.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이 임박한 3월, 일제는 각군 작전주임 참모회의를 통해 결7호 작전 계획을 확정, 시달했다. 미군이 오키나와 본섬에 상륙한 4월, 결7호 작전을 수행할 58군이 구성됐다. 3개 육군사단, 1개 혼성여단 7만5000여명의 병력이 배속됐다. 제주도 전역은 주진지대, 공격준비진지대, 유격진지대로 나뉘어, 수백개의 진지와 거점이 들어섰다. 섬 전체가 본토 방어의 총폭탄이었다.

오키나와에선 일본군의 결사항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7월까지 계속된 이 전투에서 미군 1만2000명, 일본군 6만5000명 그리고 민간인 22만여명이 죽었다. 민간인은 대다수 류큐 원주민이고 한국인 징용자 1만여명도 포함돼 있었다. 일본군은 미군한테 죽임을 당하느니 깨끗하게 사라지자(옥쇄)고 원주민을 내몰았다. 주민들은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이웃이 이웃을 살육해야 했다. 거부하면 학살당했다.

오키나와가 함락되자, 제주의 58군은 서남부에 화력을 집중했다. 해상특공병력을 증강하고, 해안 절벽엔 동굴진지를 구축했다. 합판으로 만든 배에 250㎏의 폭약을 싣고, 연합군의 상륙정에 돌진해 자폭하는 특공 진양정의 격납고였다.(진양정은 천안함 침몰 때 수구언론이 지어낸 인간어뢰의 원형이다.) 삼매봉엔 119진양대(일명 다나카 부대)가 있어 187명의 대원이 외돌개 주변 12개 동굴진지에서 자폭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키나와 대살육의 암운은 제주도로 밀려오고 있었다. 다행히 두 방의 원자폭탄에 놀란 일제가 돌연 항복했기에 망정이지, 제주도는 참극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모두가 제주도의 전략적 중요성 탓이었다.

외돌개는 올레길 6코스의 종착지이자 7코스의 출발점이다. 외돌개 국민관광지를 뒤로하고, 벼랑길을 따라 7코스로 들어서면 멀리 문섬이 연꽃 모양으로 떠오르고, 구럼비 바위가 아지랑이처럼 아른댄다.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갖춘 이지스함 기지가 들어선다는 곳이다.


내일부터,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라는 주제로 국제연대행사가 제주도에서 열린다. 세계의 150개 평화단체가 참여하는 ‘우주 무기 및 원자력 반대 세계네트워크’가 주관한다. 브루스 가뇽 사무총장이 워싱턴의 한국 공관에 전화를 걸어 강정마을 주민의 투쟁에 지지를 전하려 하자, 이런 대꾸가 돌아왔다고 한다. “우리에게 전화하지 말고 미국 정부에 전화하라. 해군기지를 요구하는 건 그들이니까.” 일제가 본토 방어용 총폭탄으로 만들었던 제주, 이젠 해방된 조국이 미·일의 본토 방어에 이용될 수 있는 기지로 구축하려 한다니, 제주의 운명은 왜 이리도 가혹한가.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모든 게 막혔다
장벽이 바람의 길을 막았다. 장벽이 구름의 길도 막았다. 장벽이 땅의 길마저 갈라놓았다. 모든 게 막힌 그곳. 사람들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서 성난 바다를 위로하거나 방파제에 올라서서 점점 멀어지는 그곳을 향해 소리친다. 그곳의 이름은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그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지금 한 번 찾아가 보세요. 한금선/사진가

[토요판] 한 장의 다큐

장벽이 바람의 길을 막았다. 장벽이 구름의 길도 막았다. 장벽이 땅의 길마저 갈라놓았다. 모든 게 막힌 그곳. 사람들은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서 성난 바다를 위로하거나 방파제에 올라서서 점점 멀어지는 그곳을 향해 소리친다. 그곳의 이름은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그곳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지금 한 번 찾아가 보세요. 한금선/사진가

 

세계평화운동가 10여명 구럼비 바위 올랐다 연행

2012.02.27 15:38 수정 : 2012.02.27 15:38

‘구럼비’

“철조망 밟는게 재물훼손죄면 구럼비바위 부수는건 무슨 죄”

“우리는 제주 해군 기지 건설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불법적인 제주 해군 기지 공사를 제발 멈추어주십시오.”

 제주국제평화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 평화운동가 10여명이 27일 오전 제주도청을 찾아가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던 영국의 평화운동가 앤지 젤터와 세계반핵단체인 글로벌네트워크의 사무총장인 브루스 개그넌 등은 ‘제주해군기지 불법 건설을 멈추고 계획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제목의 서한문을 우근민 제주도지사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하루 전인 27일 제주 해군이 철조망을 쳐 진입을 막아놓은 구럼비 바위에서 철조망을 넘어 뭍으로 나오려다 ‘재물손괴’ 혐의로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세계 평화운동가들은 왜 연행됐을까.

 제주 강정마을에서 상주하며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음악가 조약골씨는 “세계 각지에서 온 평화운동가들이 구럼비 바위에서 회의를 열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해군에 구럼비 바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두 차례 다 거절당했다”며 “결국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약골씨의 설명에 따르면, 구럼비 바위에서 회의를 하고, 제주 해군 기지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구럼비 바위를 목격하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한 세계 평화운동가들은 이후 카약 대신 뭍으로 걸어나가기를 원했고, 이들이 걸어나오자 애초에 경찰은 철조망을 들어주며 안전하게 나올 수 있도록 협조해줬다고 한다. 브루스 개그넌 글로벌네트워크 사무총장은 “20년째 세계 각국에서 국제회의를 열어왔지만, 이번 구럼비 바위에서의 국제회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이 자연이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약골씨는 “처음에 나온 외국인들은 연행되지 않고 무사히 나왔지만, 이후 경찰의 방침이 바뀌었는지 갑자기 연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26일 제주해군기지사업단이 점유해서 설치한 철조망에 대한 재물손괴 혐의로 외국인 10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약 7시간여 조사를 받고 26일 밤 11시께 석방됐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설치한 철조망을 밟는 게 재물 훼손죄라면 구럼비 바위 부수는 건 무슨 죄에 해당할꼬”라며 비판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제주 경찰서 버스는 셔틀입니까? 경찰서~강정~경찰서~강정 ㅠㅠ”이라며 외국인 평화운동가들까지 연행한 경찰을 비판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수녀 무더기 연행, 조현오 청장이 해명하라”

‘해군기지 백지화’ 천주교 시국기도회 서울서 열려
“독재시절에도 없던 경찰 과잉대응” 재발방지 촉구

지난 10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경찰이 천주교 수녀들을 무더기 연행한 데 항의하는 시국기도회가 31일 열려 해군기지 백지화와 조현오 경찰청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수녀 500여명과 신부 30여명 등 모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제주해군기지 백지화와 국가공권력의 회개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이번 기도회는 지난 10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던 장상연합회 소속 수녀 18명과 예수회 수사 1명을 포함해 29명에 대한 무더기 연행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이날 여성수도자 4032명이 서명한 ‘제주해군기지 백지화와 국가공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여성수도자 선언문’을 통해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이는 한국 천주교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많은 수녀들이 무더기 연행된 일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라고 밝히고 “국가공권력의 폭력과 무례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오는 10일까지 강정마을 내 공권력의 부당한 집행이나 과잉대응이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7개 사항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 등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도 이날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 공사 규탄과 활동계획을 발표했다.

전국대책회의는 “설계 오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재설계 없이 진행되는 항만공사와 육상공사 등 모든 해군기지 건설공사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2011년 이월예산과 2012년 잔여예산을 공사에 지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전국대책회의는 또 “국무총리실과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검증하고 그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며, 여·야당과 제주에서 출마하는 모든 정치인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전면 백지화할 것을 공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대책회의는 오는 18일을 ‘제7차 강정 집중 방문의 날’로 정해 강정마을에서 범국민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잼 다큐 강정’ 상영불허 철회했지만…영진위 ‘상처투성이’

30일부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에서 상영하는 영화 <잼 다큐 강정>의 한 장면.

불허에 ‘정치적 의도’ 항의 쇄도
직영 인디플러스 30일부터 상영

등록 : 2012.01.25 15:14

지난 12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잼 다큐 강정>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상영을 막아 논란을 빚어온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영화계 반발이 확산되자 개봉 40여일만에 상영결정을 내렸다. 독립영화계는 영진위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상영여부가 휘둘리지 않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상영여부를 검토한 결과 <잼 다큐 강정>을 1월30일부터 인디플러스에서 상영하기로 했다”며 “(영진위가 인디플러스를 직영하는 것이) 1년이 안 되다보니 극장 프로그램 운영 시스템에서 미흡한 점도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감독 8명이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을 기록한 <잼 다큐 강정>은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상상마당 시네마’ 등에서 개봉했지만, 영진위가 운영하는 서울 논현동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에서는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인디플러스 운영위가 <잼 다큐 강정>의 상영을 심의·의결했는데도, 상영이 보류돼 왔다. 영진위가 뚜렷한 이유를 대지 않은 채 상영을 가로막아 독립영화계와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독립영화계는 준정부기관인 영진위가 <잼 다큐 강정>의 인디플러스 상영 보류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정부 시책에 반하는 내용이라 상영을 하지 않는 것”이란 의구심을 키웠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지난 13일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항의성명을 내는 등 비판 여론이 커졌고, 영진위쪽은 “상영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다 결국 이번에 상영 허가를 결정한 것이다.

독립영화계는 ‘제2, 제3의 <잼 다큐 강정> 상영문제’가 재발될 것이라는 우려를 풀지 않고 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장은 “<잼 다큐 강정> 상영논란은 영진위에 의해 독립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표현의 자유란 영역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태”라며 “영진위가 왜 상영을 못하는지에 대해 확실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디플러스 자문기구인 운영위원회에 상영 프로그램 편성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디플러스 운영위가 <잼 다큐 강정>의 상영을 심의·의결했지만, 영진위가 상영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운영위 의결은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인디플러스 운영위원장 권한대행인 신은실 영화평론가는“용산참사, 4대강 사업 문제를 다룬 독립영화들도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과 비슷한 일이 또 생길 수 있다”며 “운영위에 프로그램 편성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의석 영진위 위원장은 “영진위와 관련한 모든 결정사항은 영진위 9인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의결하게 되어 있지만, 인디플러스 운영위원회가 자율적으로 상영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프리즘] 변방의 섬으로 놔둘 것인가 / 허호준

항만설계 오류와 예산 96% 삭감에도 제주 해군기지 무조건 강행이라니

등록 : 2012.01.24 20:18

 

설 명절이 지났다. 마을의 촌로들과 청장년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서 덕담을 나누고 서로 인사를 건네는 장면은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아련한 기억으로 남았다.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사진전시회에서 마을의 옛 합동세배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던 한 주민은 “(해군기지 찬반 주민들이) 같이 모여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주민들의 갈등은 깊었다.

허호준 사회2부 기자

2007년 4월 불과 80여명이 모인 마을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고, 이를 안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긴 싸움이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4·3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육지경찰’이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진압하기 위해 들어왔고 무더기 연행사태가 일어났다. 풍요롭고 살기가 좋아 제주 사람들이 ‘일강정’(제일강정)이라고 불렀던 마을에서 5명 중 1명이 사법처리 대상이 됐다. ‘일강정’ 주민들을 누가 투사로 내몰았는가.

정부와 해군은 해군기지 후보지 결정 이후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국토해양부·제주도는 2009년 4월 제주 해군기지를 15만t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일 제주도와 국방부, 해군 관계자들이 참여한 실무협의회에서 2척은커녕 1척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도록 설계됐음이 드러났다. 국방부와 해군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항만 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것도 제주도의 발표다.

지난해 연말 국회가 올해 해군기지 예산을 96%나 삭감했는데도, 정부와 해군은 공사 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정부가 주민들에게 내놓을 획기적인 지원책도 없어 보인다. 국가안보사업이니까 무조건 추진해야 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만 말할 뿐이다.

제주도의 행보도 문제다. 오류가 확인되면 공사 중단 및 항만설계 변경 요구가 먼저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해군기지 유치에 따른 지역발전계획 예산을 확보해야 주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정부에 예산을 요구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삭감되는 수모를 겪었다. 정부로부터는 무시를 당하고, 주민들과는 갈등만 더욱 쌓였다.

기지 건설이 강행될수록 각계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가들은 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며 25박26일 동안 온 나라를 걸었다. 천주교 사제들은 강정마을에서 매일 생명평화미사를 열고 있다. 31일에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지난 10일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던 수녀들이 경찰에 무더기 연행된 데 항의하는 시국기도회가 열린다.

제주도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주변 열강들의 관심을 받아온 섬이다. 오죽하면 해방 직후 미군이 제주도를 ‘지극히 전략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을까. 태평양전쟁 때는 일제의 중국 폭격기지, 4·3 때는 미국의 봉쇄전략 시험무대가 됐다. 1948년 3월 이승만은 미국 육군차관에게 미 해군기지 사용을 제안했다. 1969년 9월에는 정일권 총리가 오키나와 주둔 미군이 철수할 경우 군사기지로 제공할 의사를 밝히기도 하는 등 제주도의 전략적 요충지설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섬사람들은 모른 채 잊혀질 만하면 거론된다.

하지만 섬의 숙명을 받아들이기에는 제주 사람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항만설계 오류를 확인한 이상 일단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 해군기지 공사장 외벽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제주도에 또 하나의 명소가 탄생합니다’라는 문구는 지금 주민들에게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 주민 갈등을 치유하고 제주도를 더는 변방의 섬으로 놔두지 않으려면, 정부와 해군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허호준 사회2부 기자 hojoon@hani.co.kr

 

 

시대 담은 문제적 장편 기다린다

 

최재봉의 문학풍경

등록 : 2011.12.25 20:09

‘한국 소설, 장편으로 진화하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것이 <한겨레> 2007년 1월1일치였다. 그 얼마 뒤 평론가 남진우가 <한국일보>에 비슷한 취지의 칼럼을 실었고, <창작과비평> 그해 여름호는 장편소설 대망론을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로부터 만 5년. 문학담당 기자의 실감으로 보건대 확실히 장편소설이 많아졌다. 5년 전 칼럼을 쓸 당시만 해도 일주일 단위 기사로 다룰 만한 장편이 한 편이라도 있으면 반갑고, 없을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장편이 한 주에도 몇 편씩 쏟아져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즐거운 비명’이란 다분히 의례적인 수사일 뿐, 그 비명의 내용과 취지가 반드시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의 비명도 자주 내질러야 했다는 뜻이다. 양은 많아졌는데 질적인 도약은 이루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작가들이 장편을 완성하느라 들인 오랜 시간과 고된 공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로되, 묵직한 주제의식이나 참신한 형식적 시도로 독자의 눈을 끌 만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시대의 큰 그림을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문제적 장편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물론 정유정의 <7년의 밤>과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처럼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에게 다가간 작품들이 없지 않았다. 장편의 핵심이 이야기인 만큼 두 소설의 선전은 반갑고 소중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반면, 공선옥의 <꽃 같은 시절>이나 한창훈의 <꽃의 나라>, 최인석의 <연애, 하는 날>처럼 이야기와 메시지가 조화롭게 결합된 소설들이 기대만큼 읽히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과 조현의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처럼 새로운 발상과 어법을 시도한 소설집들, 그리고 역시 독자적인 형식 실험을 선보인 전석순의 장편 <철수 사용설명서> 같은 젊은 소설들은 우리 소설의 미래에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런가 하면 김경욱 소설집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와 편혜영 소설집 <저녁의 구애>, 윤성희 소설집 <웃는 동안>은 어느덧 우리 문단의 중심을 이루게 된 이 세 작가의 안정된 기량을 확인시켜 주어 든든했다.

오랫동안 역사장편소설로 ‘외유’했던 중진 작가 최인호가 전작 장편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돌아온 것은 반가웠다. 자신의 초기 대표 단편 <타인의 방>을 장편으로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의도가 충분히 산 것 같지는 않지만, 둘로 분열되었던 주인공 케이(K)가 실존의 고투를 겪으며 하나로 재통합되는 장면에서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여 가슴 뭉클했다.

용산참사 이후 문학과 정치에 관한 담론이 문예지 지면을 통해 활발히 전개되었고, 문인들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와 4대강, 두리반 철거 등의 현안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그 과정을 시와 소설로 형상화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 90여명이 26일부터 내년 1월20일까지의 일정으로 1번 국도를 따라 임진각에서 제주 강정마을까지 ‘글발글발 평화 릴레이’ 걷기 행동을 펼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강정마을에 건설중인 해군기지의 반평화·반환경적 속성을 고발하고 건설을 백지화함으로써 주민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다. 현기영, 도종환, 노경실, 안도현, 공지영, 김소연, 김연수, 문태준, 전성태 등 90여명의 작가들이 이미 참가하기로 확정되었다. 해가 바뀌어도 싸움은 계속된다. 한국 문학의 전진 역시 계속될 것이다.

 

강정마을 강동균회장 벌금 1천만원 선고

 

 

등록 : 2011.11.23 21:03 수정 : 2011.11.23 21:54

 

 

 

강정마을회 강동균(54) 회장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발해 건설사업 현장에서 집회를 여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형을 구형받았던 서귀포시 강정마을회 강동균(54) 회장 등 5명이 23일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모두 풀려났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경선 판사는 이날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이 구형된 강 회장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강 회장과 함께 연행돼 구속됐던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과 마을 주민 김종환씨, 시민운동가 김동원·송강호씨에게는 징역 8~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공사업체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업무 방해를 한 피고인들의 행위가 적극적인 폭력행위로 나아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강 회장과 김종환·김동원씨 등은 경찰의 대규모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던 지난 8월24일 해군 쪽이 공사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의 캐터필러를 연결하는 등 공사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달려가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법원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강정마을 주민들과 문정현 신부 등 80여명은 강 회장이 벌금형을 선고받자 환호성을 올렸다. 강 회장은 법원을 나서면서 “해군기지 반대”라는 구호를 외쳤고, 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이끌던 강 회장이 석방된 것을 계기로 더욱 힘찬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춤과 노래로 반겼다.

강 회장은 이날 오후 5시께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열린 석방 환영회에서 “예전의 강정마을을 다시 찾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싸우겠다”며 “오늘 석방은 다시 시작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용산 지켜본 고통의 기억 공권력 일원이 될수 없다”

등록 : 2011.11.01 21:26 수정 : 2011.11.02 09:27

최기원(27·서울대 경제학부4)

최기원씨 양심적 병역거부

‘용산참사’가 일어난 2009년 1월20일, 최기원(27·사진·서울대 경제학부4)씨는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진압에 머리를 크게 다친 학교 후배를 목격했다. 그는 외과의사인 그 후배의 아버지가 아들을 수술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통스러웠습니다.”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선언한 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2년 전 그 기억을 떠올리며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날은 병무청이 입영하라고 지정한 날이다.

 최근까지 저소득층 공부방 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공권력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용산부터 최근의 제주 강정마을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국가폭력이 낳은 비극들을 보며 그러한 일에 참여·동조할 수 있는 군복무가 제 양심에 반한다고 생각했고, 국가의 폭력에 항의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식민지 시절 일제에 징용됐던 외할아버지와 베트남전에 참전해 고엽제 후유증을 아직도 앓고 있는 외삼촌의 모습을 보며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올해 대체복무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국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주셨으면 한다”며 “대체 복무제를 넘어 수해 복구, 대민 지원 등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복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날 현재 병역 거부로 수감돼 있는 사람은 800여명에 이른다. 후원계좌 302-0468-1034-91(농협 김재의), 후원회 모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평화 성지’ 강정마을서 미-중 ‘전쟁 씨앗’ 걷어내자

 

등록 : 2011.09.30 17:46 수정 : 2011.09.30 21:18

 

제주 출신 화가 고경화씨가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해안의 구럼비 바위 일부를 프로타주(탁본의 일종)한 뒤 강정바다와 범섬을 그린 것이다. 구럼비 바위는 해안의 약 1㎞를 이루는 거대한 현무암으로, 제주에서 유일하게 해안 전체가 하나의 용암판으로 형성됐다. 군데군데 작은 풀장 혹은 샘물 규모로 물이 솟아나며, 이곳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면에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서식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인 강정해안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구럼비 바위를 비롯해 해안 전체가 콘크리트로 매립된다.

제주의 평화를 바라는 촘스키·호이 공동기고
미, 군사 충돌 때 전진기지 목적
제주서 민주주의 이상 위협받아
주민들 전쟁막을 투쟁 벌이는중
세계인들 제주민 투쟁 동참을

세계적 석학인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평화운동가 매트 호이와 함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에 전세계인의 동참을 호소하는 특별기고를 <한겨레>에 보내왔다. 이 기고를 소개한다.

 

한국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전원적이라고 할 만한 제주도란 섬이 있다. 제주도는 전세계에 ‘평화의 섬’으로 알려졌고, 지구상 단일 지역으로는 그 어느 곳보다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 등재지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또 한국전쟁 당시, ‘4·3항쟁’이라는 말 사실상의 양민학살이 벌어졌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제주 도민 5명 중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마을의 90%가 잿더미로 사라졌다. 미군정 치하에 있던 한국 군정은 ‘초토화 작전’이란 이름 하에 이런 야만적 범죄를 저질렀다. 오늘날 제주도는 한·미 연합군의 군사화·침략화로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

 제주도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은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자유와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 해군기지는 한·미 해군 선박 및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체제(ABMD)를 위한 기지로 쓰이게 될 것이다. 기지 건설 계획에 따르면, 잠수함 2척과 대형 구축함 20척, 항공모함 최대 2척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런 군사 시설을 건설하는 목적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경우, 중국으로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기지가 들어서게 될 강정마을은 농경과 어업을 주로하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기지 반대 투쟁을 통해 평화의 성지가 되었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대치를 하는 상황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런 끔찍한 우발 사태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 지금 제주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시아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가장 참혹한 전쟁의 가능성을 막고, 오늘날 전세계 수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어떤 분쟁들보다 세상을 더 참혹한 분쟁으로 몰아가는 뿌리 깊은 제도적 구조에 맞서는 가장 중요한 투쟁이란 함의를 지닌다.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식하고, 주민들이 위험하고 파괴적인 (기지 건설) 계획을 막아낼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지건설 반대 투쟁이 실패할 경우,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 계획을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과 중국 간 군사적 대치를 촉발해 군비확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불가피하게 미국의 개입을 불러들이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500㎞가량 떨어진 곳, 한국의 한 언론이 ‘한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지켜줄 적극적 방어선’이라고 표현한 이곳 제주도의 민간인들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 중국이 근해에서 이런 유사한 일을 벌인다면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굳이 추측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강정마을의 기지건설 반대 운동은 군사화 등에 대한 반대의 의미를 넘어선 풀뿌리 운동이다. 인권과 환경, 언론의 자유의 위기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전세계 사회정의를 신봉하는 이들이 이 작고도 먼 곳의 강정마을을 중요한 전장으로 여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민들의 헌신적인 비폭력적 저항 운동은 기지건설 반대 운동 지도자는 물론, (이를 지지하는) 영화감독, 블로거, 종교지도자 등의 대규모 체포로 이어졌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과 평화활동가, 아마추어 영화감독 등은 현재까지 구속된 상태다.

 제주도에선 지금 민주주의의 기본적 이상이 위협받고 있다. 강정마을 전체 주민 1900명과 제주도민 50만명의 운명을 가를 해군기지 유치 결정은 87명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이 87명 중 일부가 뇌물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제주도민들은 해군기지가 크루즈 선박을 위한 ‘관광 허브’로도 쓰일 것이라며, (기지 건설만이) 대형 크루즈 선박이 제주에 입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제주 북부 (외항의) 항만에 대한 대규모 확장 공사가 2012년 여름께 완공될 것이란 점에서 이런 주장의 신빙성은 떨어진다. 제주도는 새로 건설되는 이 항만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선박을 유치할 수 있는 항만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런 거짓 선전에 속지 않는다. 이들은 평화를 위한 외침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다. 주민들은 한국 및 외국 군인들과 신무기가 유입될 것이고, 이미 충분한 고통을 겪은 이 작은 섬에 수많은 고통이 몰려들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초강대국들의 참혹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굴착기에 ‘구럼비 바위’ 산산조각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안 구럼비 바위 해안에서 7일 오후 시공업체가 굴착기 등을 동원해 차량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안 암반을 깨는 평탄화 작업을 하고 있다. 구럼비 바위는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지켜내겠다는 ‘강정의 상징’으로 꼽는 곳이다. 고승민(경일대 사진4)씨 제공


‘꿀먹은’ 우근민 지사

 

 

소설가 현기영(마이크 든 이)씨를 비롯한 재외 제주인들이 5일 오전 청와대 근처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재외 제주인 선언’을 발표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에 해군기지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강정 경찰투입·주민연행에도 성명서 한장 없어
도의원 5명, 경찰 사과·주민투표 촉구 단식농성

최근 격렬한 양상을 보이는 제주 해군기지 갈등을 두고 제주도정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해군기지 반대 농성을 벌이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경찰력을 투입해 공사를 강행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제주도의회 의원들이나 제주 밖의 제주도민들까지 규탄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제주도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새벽 수도권 시위진압 병력을 강정마을에 대거 투입해 해군의 공사 재개를 거들었다. 이에 항의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활동가, 천주교 신부 등 38명을 연행해 4명이 구속됐다.

그러나 우근민 제주지사는 2일 오후 서울 출장에서 돌아온 뒤 긴급회의를 열어 “평화적 해결 원칙이 훼손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발언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성명서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열지도 않았다.

우 지사는 5일 정례 직원회의에서 4급과 5급 등 중견 직원들에게 해군기지와 관련한 견해를 물었다. 발언한 직원들은 ‘해군기지 공사가 진척된 이상 추진해야 한다’거나 ‘외부 세력의 개입이 문제’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대부분 우 지사가 언급해온 테두리 안의 답변이었다. 우 지사는 지난해 11월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 수용 뜻을 공표한 바 있다.

‘소신 있게’ 발언한 직원은 공개모집으로 채용한 ‘외부인’이었다. 올해 4급 계약직으로 채용된 박노섭 도시디자인단장은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다. 국가안보 사업으로서 타당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곳이 최적지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외국의 경관사업도 사업 뒤 안정되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정도로 큰 사업은 앞으로 5년을 더 논의한들 어떤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지사는 이 자리에서도 “전국적인 사항으로 번졌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하고, 도민들이 힘을 모았더라면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날부터 제주도의회 현관에서 경찰력 투입 사과와 주민투표 수용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제주도의원 5명은 “도민의 생명과 재산이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남의 일처럼 내팽개치고 미온적 대응과 수수방관으로 일관함으로써 책무를 다하지 못한 도지사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발표했다.

4·3 사건의 상흔을 그린 소설 <순이 삼촌>의 작가인 현기영씨와 김홍식 명지대 교수, 양문흠 동국대 교수 등은 5일 오전 청와대 근처인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재외 제주인 선언’을 발표해 정부에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백지화 △구속된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의 석방 등을 촉구했다. 다른 지역과 일본 등에서 사는 제주 출신 인사들의 해군기지 반대운동도 잇따를 전망이다. 허호준 기자

 

 

우근민지사, 정부에 ‘제주 해군기지 공사’ 보류 요청

“크루즈선 입출항 객관적 검증 이뤄져야”

등록 : 2012.03.05 14:32

 

우근민 지사가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보류할 것을 5일 요구했다.

우 지사는 이날 오후 제주도청에서 오충진 제주도의회의장, 김동완 새누리당 제주도당위원장, 김재윤 민주통합당 제주도당위원장 등 '4인 공동기자 회견'을 갖고 "구럼비 발파를 비롯한 공사 진행을 즉각 일시 보류하고, 그 동안 축적된 자료 등에 근거해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공정한 검증에 나서 주실 것을 정부와 해군에 강력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민·군 복합항 관련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15만t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성에 대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검증이다"며 "국방부도 공정한 검증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고 공사진행을 일시 보류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공정한 검증이 이뤄지고 문제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민·군복합항 사업 수용여부에 대해 강정마을회가 주민총회에 부칠 수 있도록 우리 4인이 책임지고 노력하겠다는 말씀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우 지사는 이에 앞서 “민·군복합항은 강정마을과 제주도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크루즈 민항을 건설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해군(정부)은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한 안보사업을 도민의 성원과 협력 속에 명분을 갖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며 “국가이익과 제주발전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민·군복합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지사는 “중앙정부는 지난 2월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제주도의 의견과는 달리 큰 틀에서 기존의 항만 설계 상태에서도 15만t급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전반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이러한 정책판단의 근거로 중앙정부는 한국해양대에서 수행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션 수행 과정에 본 사업의 직접적 당사자인 제주도는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제주도와 해군이 함께 참여하여 시뮬레이션 검증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래야 당사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 추진을 둘러싼 기존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며 사업 추진의 효율성도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 지사는 “ 민·군복합항 관련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15만t급 크루즈선의 자유로운 입출항 가능성에 대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검증이고, 객관적 검증은 해군기지 위주의 사업이라는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행돼야 할 절차이다”고 했다.


우 지사는 "정부와 해군에 호소한다"며 “제주도와 도의회, 그리고 제주 정치권의 여야 주요 정당이 힘을 합쳐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한 점을 고려하여 대승적 차원의 판단을 호소한다”고 했다.

 

한겨레 뉴스

 

천혜의 명승지 강정마을. 지난 5년 동안 탈법·편법의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마을 전체가 농성장이 되다시피 하면서 호된 몸살을 앓아 온 강정에 지금 치명적 위기가 닥쳤다. 정부의 발파 명령에 따라 구럼비 해안이 본격적으로 파괴되기 시작했다. 정부 자신이 설계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고, 그에 따라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금년도 예산이 거의 전액 삭감되었는데도, 정부는 느닷없이 안면을 바꾸고 공사 착공을 밀어붙이는 자기모순의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지난 5일 육지에서 파견된 응원경찰 400명을 포함한 600여명의 경찰이 구럼비 해안을 에워싸 외부와 고립시켜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상태에서 강정은 바야흐로 폭풍전야의 무서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8일째 옥중 단식 중인 영화평론가 양윤모씨는 죽기를 결심하고 물과 소금을 끊기 시작했다.

구럼비 해안 일대를 에워싼 높은 펜스(장벽)를 보면서, 그리고 육지 경찰대를 보면서 주민들은 64년 전의 4·3사건 악몽이 되살아나 몸서리친다. 외부 접근은 물론 시선까지 철저하게 차단하고 있는 그 장벽은 4·3사건 당시 해상봉쇄령을 연상시키고, 육지 경찰대는 해상봉쇄령 속에 초토화의 대학살을 자행했던 토벌대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저 장벽 안에서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물론 인명 학살이 아닌 다른 의미의 학살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의 희귀종, 멸종위기종 생물들이 무참히 짓밟히고 파괴될 것이다. 붉은발말똥게, 제주새뱅이, 기수갈고둥, 층층고랭이, 그리고 시냇물에 놀던 맹꽁이, 원앙새, 은어, 바닷속의 아름다운 산호 숲이 가차 없이 학살당할 것이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은 조상 전래의 자기 땅에서 뿌리뽑힌 유배자가 되어 낯선 타관 땅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아니, 더 큰 문제는 구럼비 암반의 파괴 그 자체이다. 1.2㎞에 이르는 이 통바위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바위이다. 용암이 굳은 것이 아니라 지하의 진흙이 용솟음쳐 굳은 암반인데, 맨발로 걸어보면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매우 부드럽고 그 위에 누우면 몸을 감싸주는 듯한 편안함이 느껴지는 기이한 암반이다.

그리고 이 바위 속에는 수맥이 혈맥처럼 수없이 뻗어 있어서 곳곳에 생수가 솟아나 바위 틈서리에 희귀종 식물들과 돌찔레 같은 아름다운 야생화를 피우고, 맑은 물웅덩이들에는 작은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아름다운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그 널따란 암반에는 신이 조각해 놓은 것처럼, 인간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아름다운 추상화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래서 그 거대한 암반은 무생물이 아니라, 피가 흐르고 영혼이 있는 생물처럼 느껴진다.

태초 이래 인간을 비롯한 온갖 생물들의 존재 기반이었던 저 성스럽고 아름다운 암반이 이제 순식간에 파괴될 위기에 처해 있다. 구럼비 바위가 지켜온 수천년, 수만년이라는 막대한 시간이 한순간의 거품에 불과한 한 정권에 의해서 무참하게 파괴되려고 한다. 지금 강정에서 천년의 공동체가 무너지려고 한다. 인간생태계와 더불어 생물생태계가 허물어지려고 한다.

4·3의 참극을 세계평화의 이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정부가 그 섬에 전쟁의 전초인 해군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고 논리의 파탄이다. 전쟁과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쟁과 폭력으로 이룩되는 평화는 어디에도 없다. 평화는 평화가 낳는다. 우리는 후손들에게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파괴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구럼비를 물려주기를 소망한다.

 

 

 

기자 탄 보트 전복시켜…“죽여서라도 구럼비 폭파 강행한다는 거냐”


 

경찰 보트가 카약으로 접근해 카약이 뒤집히는 모습. 제주의 소리 영상 캡처.

[오후 5시 강정마을 현장 6신] 발파용 폭약 해상으로 운반
바위에 취재진 접근도 막아…현장에 1천여명 경찰 배치

시공자 쪽은 이날 발파용 화약을 당초 예상했던 육로가 아니라 선박을 통해 해상으로 들여왔다.

이 과정에서 해경 보트 여러 척이 강정마을 포구에서 구럼비 해안으로 가려던 프랑스인 평화활동가 벤자민 모네(33)씨와 강정마을신문 카메라 기자를 포위한 뒤 들이받아 전복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7일 낮 12시께 두 사람은 강정 포구 앞에 카약을 띄우고 노를 저었다. 그러자 해경은 보트 5대를 이용해 카약을 포위해 진로를 방해하기 시작했다. 한 경찰 보트는 빠른 속도로 평화활동가가 탄 카약으로 접근했고 결국 카약을 들이받았다. 카약은 순식간에 뒤집혔고 사람들은 물에 빠졌다. 이 모습을 본 주민들은 “어! 어! 넘어뜨렸어!”라며 소리를 질렀다.

모네씨 일행은 다행히 곧바로 구조된 뒤 연행됐다. 경찰은 “우발적으로 생긴 사고일 뿐 고의로 보트를 들이받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공유수면매립및관리에관한 법률에 따르면, 구럼비 바위는 공유수면에 해당해 엄연히 주민들의 출입이 허용된 구역이다. 제주도지사는 주민들의 출입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경찰은 배를 타고 구럼비 바위에 접근하는 취재진조차 막고 있다. 해직 언론인 방송 <뉴스타파>의 노종면(@nodolbal) 앵커는 오후 4시께 트위터로 “뉴스타파 취재팀이 탄 카약이 구럼비 해상에서 해경 선박과 충돌했다. 기자는 바닷물을 뒤집어썼다. 죽여서라도 (공사) 강행하겠다는 독재정권의 실체” 라고 알렸다.

이처럼 시공사 쪽이 끝내 발파를 강행하면서 강정포구 주변에는 다시 긴장이 고조되었고,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이 현장에서 강력하게 항의했다.

경찰은 강정항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주변에 1000여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제주공항에서 강정마을을 경유하는 600번 버스도 강정마을을 우회하도록 해 교통을 차단했다. 구럼비 바위 등 발파를 위해 승인된 화약사용량은 43톤으로, 폭파기간은 5개월이다. 발파신청 지점은 구럼비 해안과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인근 부지 등 2곳이다.

서귀포/ 허호준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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