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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라스폰트리에 감독, 멜랑꼴리아, [제 6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by 아프로뒷태 2011. 12. 1.

 

멜랑꼴리아,

라스폰트리에가 생각하는 인간의 종말

 

 

제6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커스틴 던스트가 언어로 하는 연기보다 몸으로 하는 연기가 더 기묘하다.

 

샤롯 갱스부르가 몸으로 하는 연기보다 언어로 하는 연기가 더 기묘하다.

 

 

두 여자가 경험하는 기묘한 지구 종말 이야기이다.

멜랑꼴리아라 불리는 미지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모두들 잠시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행성이라고 단언한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수학적인 과학자들이 괜찮다며 하나의 해프닝으로 떠들 때, 반대로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녀는 카피라이터.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객관적이기 보단 직각적이고 감각적이며 주관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멜랑꼴리아의 지구 충돌을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반면에 그녀의 언니는 지구재앙에 대해 안절부절하며 강박증에 시달린다.

 

여기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왜 라스폰트리에는 비논리가 논리를 이기는 순간이 온다고 말하려고 했을까. 또 왜 그것을 여성으로 등장시켰을까? 

 

영화는 관찰자적 입장의 카메라의 시선으로 그녀들를 지켜본다.

영화는 평범한 재난 영화라 할 수 없는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것은 인간의 불안과 히스테리이다.

극중 인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 공포는 행성이 지구를 비켜가지 않고 날아와서 무서운 것이 아니다.

 

무서운 건, 바로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간이다. 그렇다고 영화는 전혀 공포장르가 아니다. 그 반대로 클래식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명작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오페라가 시종일관 흐른다. 그 가운데에도 온몸을 싸늘하게 만드는 것은 종말을 기다리는 인간의 자세이다. 지구의 종말, 곧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구안에 탐욕으로 얼룩진 인간의 공포가 더 두렵다.

 

대저택에서의 결혼식, 골프장이 있는 고가의 집에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지구에서 사는 일은 행복일 것이다. 고전주의, 귀족주의가 물씬 풍기는 생활, 승마를 타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이들에게 결혼식은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며 행복을 준다.

 

하지만 영화는 행복이 시작하자마자, 행복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멜라꼴리아는 두 여성의 말초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다. 우울이 극심해졌을 때, 종말이 잦아든다. 지구의 인간이 우울로 병들어 종말을 맞게 되는 날을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라스폰트리에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천재적인 감독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예술에 더 가깝다.

 

멜랑콜리아

오늘 우리는 그의 우울을 완성할 것이다, 라고

아마도 나를 만난 것들은 그렇게 말하겠지.

상점의 어둠 같은 것.

철쭉의 어지러운 몽상이 있는 창문 같은 것들은.

-파스테르나크

 

 

 

 

 

영문제목
Melancholia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
커스틴 던스트 , 샬롯 갱스부르 
제작국가
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독일,덴마크
등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36분
장르
스릴러, SF

 

줄거리

저스틴(커스틴 던스트)과 마이클은 저스틴의 언니(샤롯 갱스부르) 부부의 집에서 호화로운 결혼 파티를 연다. 한편, 지구를 향해 행성‘ 멜랑콜리아(우울증)’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다. 화려한 혼례의 밤이 지나고 저스틴은 더욱 심한 우울증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혼돈과 갈등의 시간을 지나면서, 자매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구의 최후를 맞이하기로 결정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쓰인 바그너의 음악‘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의미 심장하다. 서구의 오래된 로맨스 서사인‘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비극적인 운명과 영웅적인 극복이라는 낭만 주의적인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다. <멜랑콜리아>는 서구 문명의 종말이 행성의 격돌에서 오는 것만이 아니라 현대인의 우울증 속에서 솟아나오는‘ 종말’이며, 그것은 종말의 비전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묵시록적 영화를 비틀어 버리는 또 다른 묵시록이다. 우리 시대가 파국이 아니라 날아오는 행성‘ 멜랑콜리아’처럼 파국의 이미지로 가득 찬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배우 & 스텝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


 

<멜랑콜리아> 

 

<멜랑콜리아> -씨네21 김도훈 기자

 

라스 폰 트리에의 신작이라면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해피엔딩은 없다. 심지어 신작 제목이 ‘우울증’을 의미하는 <멜랑콜리아>라면 해피엔딩은 약에 쓰려도 없을뿐더러 정말로 무시무시한 엔딩을 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심지어 라스 폰 트리에는 그간 신작이 “사이콜로지컬한 재난영화”라느니 “세상의 종말에 관한 아름다운 영화”라느니 떠들어댔다. 재난과 종말이라는 단어가 메타포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멜랑콜리아>는 정말로 지구가 종말하는 이야기다. 라스 폰 트리에가 유일하게 공개한 저 위의 말도 안되는 스틸 좀 보시라.

 

영화의 주인공은 자매다. 하나는 우울증에 걸린 여자(커스틴 던스트), 또 하나는 평범한 성격의 여자(샬롯 갱스부르)다. 우울증에 걸린 자매가 결혼식 이후 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동안 거대한 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지구는 멸망한다. 라스 폰 트리에는 아예 영화의 첫 장면이 지구의 종말이라고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정말 흥미진진한 것은 무엇이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일어나느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영화는 지구가 종말하는 걸로 시작하고, 그 뒤에 우리는 진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이 우울한 정신병적 천재(혹은 사기꾼)가 평범한 재난영화를 만들었을 리는 없다. 어쩌면 이 모든 건 커스틴 던스트와 샬롯 갱스부르를 스크린 속에서 고문하고 싶은 감독의 야망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읽어도 <멜랑콜리아>가 어떤 영화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고? 몇 가지 단서가 있다. 라스 폰 트리에는 “<안티크라이스트>만큼 보기 좋은 영화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안티크라이스트>보다 더 보기가 힘들다고? 커스틴 던스트는 “시적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역시 속아서는 안된다. 그녀는 곧 이렇게 덧붙였으니까. “(라스 폰 트리에가) 여자를 고문하는 것에는 어떤 시(Poetry)가 있다.” 올해 칸영화제가 이렇게 두렵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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