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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쥐의 눈물, 정의신 연출, 박동우 무대 연출, 김규형 음악 연출

by 아프로뒷태 2011. 10. 16.

 

 

 

 

 

 

요즘 치료를 받는 과정이라 몸이 피곤했다. 좀처럼 아침에 쉽게 눈을 뜰 수 없었다. 창밖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오늘 보고자 했던 공연을 취소할까 고민했다. 영화판에서 <피와 뼈> 정의신 감독을 모르면 간첩이다. 작년 한일 영화제와 관련하여 일본문화교류재단과 영화제를 기획할 때, 정의신 감독을 섭외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 오갔다. 나는 이미 그 전에 <피와 뼈>를 신선하게 본 터라 관심이 있던 감독었다. 소문에 의하면 감독이 꽤 예민하다고 들었다. 그 감독이 일본에서 연극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연극을 공연했다. 이번에 또 작품을 내놓았다. 어제 그러니깐 14일부터 <쥐의 눈물>이 공연됐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현재 한국의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는 듯, 제목은 특정인을 상기시켰다.

 

때문에 <쥐의 눈물> 공연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몸이 피곤했다. 좀처럼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건강이 먼저인가, 공부가 먼저인가를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밖으로 나갔다. 연극하면 대학로인데, 내가 찾아간 곳은 대학로가 아니라, 구로 아트벨리 센터이다. 천둥, 번개가 요동 치는 가운데 폭우가 쏟아졌다.

 

대학생 때에는 연극을 지독하게 많이 보러 다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공연을 봤으니. 물론 중앙대 연극과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연극을 보는 것은 나만의 학습과정이기도 했다. 공연을 보아야 보이는 것이 늘고 쓸 깜냥이 늘게 되니깐.. 그런데 어쩐지 졸업하고 나서 영화일을 하며 연극을 보는 일이 재미없어졌다. 대학로가 젊은 연인들의 오락 물로 물들면서, 공연은 유사한 레퍼토리의 반복과 뻔한 스토리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늘 연극을 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잊지 않았다. 공연을 볼 때 마음은 그랬다. 이번엔 아니겠지. 그래, 아닐거야.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공연을 봤지만 예상은 깨지지 않았다. 신선하지 않은 연극은 관객을 미치게 만든다. 객석을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 고통이란 말이다. 나는 이번에도 설마 얼마나 다르겠어. 하는 생각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헛걸음하겠지. 또는 운동한다고 생각하며 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예상은 달랐다. 신선하다. 놀랍다. 라고 할 수 없지만, 교육적이다. 라고 할 수는 있다. <쥐의 눈물>은 대학생때 연극과 학우들과 함께 공부하며 나눠가졌던 현대연극사의 프린트물을 다시 뒤적이게 만들정도로 옛날, 학생시절, 시펀지 같이 지식을 흡수하던 때를 회상시켰다.

 

 

 전쟁 중에 장군의 꾀에 넘어간 아들이 전쟁 희생량이 되어 주검이 되었을 때, 억척어멈은 말한다.

“괜찮아, 여보, 우리에게 아들이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슬프지 않을 거야.”

 

 

 

전쟁 중에 남편을 지키려는 딸이 총에 맞아 죽었을 때, 억척어멈은 말한다.

“괜찮아, 여보, 우리에게 딸이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슬프지 않을 거야.”

 

 

 

전쟁으로 자식을 잃은 억척어멈,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서며 말한다.

 

 

“다시 시작할 때는 힘을 내야 하는 거야.”

 

 

 

〈쥐의 눈물〉은 브레히트의 연극적 요소를 떠올린다.

 

 

 

 

 

 

 

 

1.

 

 

브레히트는 조국의 출범(1914)이라는 단체에 가입하여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바알(1918) 연극에서 바알이라는 인물을 통해 반부르주아적 태도를 반영했다. 그는 죽은 병사의 전설(1918)라는 시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태도를 분명히 표현하였다. 이 시 때문에 나치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브레히트는 뭔헨 대학에 입학하고 한밤의 북소리(1919)를 써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새롭게 자리를 굳힌 부르주아계층을 비판하였다.

 

브레히트는 1924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뒤 대도시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대도시의 차가움과 비인간성을 경험하였다. 1926년 브레히트는 ‘자본론’을 접하면서 마르크스주의에 영향을 받는다. 이 이론을 통해 브레히트는 노동자 계급에 공감하는 연극, 그의 예술 창작을 규정할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런 후 인간이 자본주의 하에서는 노동이란 상품으로 전략했으며 인간의 본질을 잃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이 시기 때 브레히트의 연극은 유물론적 시각과 불완전한 변증법, 계급간의 갈등이 주로 다루어져 있었다. 이것은 시적 자유주의를 억제하여 브레히트의 문학세계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브레히트는 나치 체제에 비판하던 지식인 작가들이 나치의 탄압을 피해 망명길에 오를 때, 아내 헬레네 바이겔과 아들 슈테판을 데리고 독일을 떠나 체코의 프라하로 피난을 갔다. 그 후 덴마크, 핀란드, 미국, 스위스 등의 나라들을 넘나들며 15년간 망명길에 올랐다. 이 때 사회주의 국가 체제가 지닌 모순과 싸우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더욱 공고히 유지하였다.

 

 

 

1935년 파리에서 ‘문화적 방어’를 국제 작가회의에서 그는 이제야 말로 ‘소유관계’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였다. 모두가 문화적 구제에 대해 떠들 때 브레히트는 정작 구해야 할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촉구했다. 브레히트는 히틀러 전쟁이후 핀란드와 소련을 거쳐 미국으로 피신하기 전에 덴마크에서〈억척어멈과 그 자식들〉(1941)을 썼다. 이 작품은 전쟁 속에서 장사를 하며 세 아이를 잃는 억척어멈의 모습과 그 장사에 수반되는 희생들을 보여준다. 브레히트는〈코카서스의 백묵원〉(1945)을 통해 국민이 소유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1947년 미국에서 유럽으로 돌아와 독일 전쟁이 끝나고 동독으로 돌아갔다. 그는 동독의 쉬프바우어담 극장에 전속 극단에서 자신의 작품과 서사적 이론을 실제 무대에 적용시키는 작업에 몰두하였다. 1956년 8월 14일 〈갈릴레이의 생애〉연습도중 심근경색증으로 사망하였다.

 

 

 

 

 

2.

 

 

 

 

브레히트는 동양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동양이라 함은 중국을 의미한다. 중국 경극과 일본 노오를 관람하고 난 후, 자신의 연극 이론을 성립하는데 영향을 더 받았다. 중국의 경극[京劇]은 노래와 춤과 연극이 혼합되어 있는 중국의 전통극이다. 경극에서 등장인물 각각의 몸놀림은 전통적인 걸음·자세·팔놀림 등의 도식화된 것들이다. 격렬한 연기에는 곡예적인 몸놀림이 자주 사용된다. 반주는 현악기, 관악기, 나무로 된 타악기, 작은 북 등으로 편성된 소규모 악단이 맡게 된다. 특별히 긴 공연의 경우 막간에 하는 해설은 가수들이 사이사이 쉴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요소가 극중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데 적절하다.

 

〈쥐의 눈물〉에서 음악 연출을 맡은 김규형(전국립국악관현악단 단장, 타악의 명인)은 경극의 음악적 요소를 극중에 드러내 보인다. 또한 한국의 마당극에 쓰이는 악기, 장구로 장단에 두드려 흥을 돋우기도 한다. 그리하여〈쥐의 눈물〉는 브레히트의 극적 요소와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 그리고 서양의 요소를 잘 조합한다.

 

 

 

 

 

 

“서사극이란 한편으로는 이성. 한편으로는 감정이라는 절규를 알리는……그런 경우는 아니다. …… 결코 감정을 포기할 수 없다. 감정의 존재를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강화하고 창조하고 노력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라고 브레히트는 말했다.

 

 

 

서사극은 “이야기체로 된 형식이 갖고 있는 장점을 대화체의 연극형식에 포함시킨 혼합 연극의 형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 연극에서 관객은 연극속의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반 아리스토텔레스를 지향했다. 서사극의 중요한 특징은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거리두기에 있었다. 브레히트는 서사극을 체계화시켜나갔다. 즉 관객은 자신이 무대를 응시하는 한 사람의 관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일이고 무대에서 벌어지는 배우들과 조명, 배경 등을 감정이입하지 않고 긴장과 냉철함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사극은 객관적 시선을 유지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을 가지며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연기보기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끈기를 관객에게 요구한다.

 

 

 

브레히트의 서사극에는 ‘소외효과’나 ‘낯설게 하기’ ‘생소화’ 등 아직 정해진 용어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소외효과라 불리는 이론이 드러난다. 이것은 관객이 냉철하게 판단하도록 익숙함을 제거하고 낯설게 보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사상보다 역사적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사실을 무대에 재현하여 관객들이 극에 동화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무대 위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관객이 사회비판적 의식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 서사극의 핵심이다.

 

 

 

브레히트는 소외효과의 효과를 위해 극의 점층적 구조보다는 삽화적 구조를 취한다. 사건의 인물을 대조시키기 위해 이중구조나 극중 극의 형식을 즐겨 사용한다. 그 예로〈코카서스의 백묵원〉첫 부분에서 골짜기의 소유권을 판정하기 위해 백묵원 재판이야기는 극중 극의 형식이다. 극중 극에서도 재판관 아츠닥의 이야기와 그루쉐의 이야기는 이중적 구조를 취하며 동시에 진행된다.〈마라/사드〉에서는 작품 자체가 상자구조기법이라는 극중극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브레히트는 관객이 과거의 인습적인 연극에서 고수하는 신비주의를 타파하고 사건을 역사화, 객관화시켜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 있는 개인으로 훈련시키고자 하였다.

 

 

 

 

 

 

〈쥐의 눈물〉에서는 억척어멈이 전쟁 중에 자식과 남편을 데리고 유랑극단을 운영하며 돈을 벌면서 쥐 유랑 연예극단 ‘천축일좌’의 이야기가 극중 극의 형식이 가미되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천축일좌는 ‘서유기’를 공연한다. 서유기는 중국 명나라 때에, 오승은이 지은 장편 소설, 당나라의 중 현장(玄奘)의 인도 여행에 관한 전설에서 취재한 것으로, 손오공·저팔계·사오정이 삼장 법사와 함께 천축(天竺)에 가서 불경을 가지고 돌아오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모두 100회로 된 소설이며, 중국 사대 기서(四大奇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소설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의 7회는 원숭이 손오공(孫悟空)의 탄생과 천궁(天宮)에서의 난동, 그리고 그가 마술적 힘을 얻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그 뒤의 5회는 삼장법사(三藏法師) 현장의 이야기와 그가 서역(西域)으로 가는 임무를 받은 연유에 관한 것이다. 그 나머지 대부분의 회에서는 현장과 3명의 동반자, 즉 마력을 지닌 손오공, 둔하고 덤벙거리는 저팔계(猪八戒), 약삭빠른 사오정(沙悟淨)이 81차례의 모험을 거친 끝에 결국 불경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서유기〉는 희극적·모험적·신마적(神魔的) 요소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사회와 관료 제도를 암암리에 비판하고 인간의 노력과 인내를 우화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즐겨 읽었다.

 

 

 

손오공(孫悟空): 삼장법사를 모시는 종자이다. 그 이전에는 원숭이 나라의 왕이었으며 각종 요술에 능해 삼장법사 일행 중 최강자이다. 원숭이의 왕 시절 옥황상제에게 싸움을 걸었다가 패해 산에 깔려서 무려 500년 동안 갇혀 있다가 삼장법사에 의해 구출되었다. 삼장법사는 손오공의 엄청난 요술의 달인으로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손오공의 머리에 링을 씌운다.

저팔계(豬八戒): 돼지의 괴물이며, 덤벙거리기를 자주 하며, 음식 앞에서 맥을 못 춘다. 단순한 낙관자. 원래는 저오능(猪悟能)이라는 이름으로 천계의 장군이었으나 죄를 짓고 옥황상제에게 2천 대의 매를 맞고 쫓겨난 이후 삼장법사를 만나 삼장법사가 팔계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사오정(沙悟淨): 하천의 괴물이었다. 역시 저팔계와 마찬가지로 천계의 장군이었으나 죄를 짓고 옥황상제로부터 8백 대의 매를 맞고 하천으로 쫓겨났다가 삼장법사를 만났다.

옥황상제: 하늘과 땅이 아직 분리되지 않고 혼돈 상태에 있을 때에 최초로 생겨서 신(神)으로 된, 말하자면 천지의 정(精)이며 세계의 개창자(開創者)이기도 하다. 자연히 화생(化生)한 태원옥녀(太元玉女)와 통해서 천황씨(天皇氏)를 낳고 지황씨(地皇氏)·인황씨(人皇氏)…를 거쳐서 황제(黃帝)가 된 때에 국토가 열리고 인간이 번식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쥐의 눈물〉에서는 삼장법사와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요괴를 만나 물리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요괴는 처음엔 요염한 처녀로 변장하여 배고픈 삼장법사에게 맛있는 밥을 대접하며 유혹한다. 손오공은 처녀가 요괴라는 것을 알고 죽인다. 삼장법사는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손오공에게 법불을 외워 두통을 일으키게 한다. 그러나 손오공이 처녀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하자 자신이 실수했음을 인정한다. 요괴는 이번에는 지팡이를 짚은 노파로, 그 다음에는 어린 아이로 등장해 삼장법사의 마음을 흔든다. 그러나 손오공이 요괴의 꾀를 간파하고 물리쳐 준다. <서유기>는 세태 인정을 파헤치고 정치의 비판에까지 이르는 성숙된 인간학을 보여준다. 그 점을 드러내기 위해 <서유기>를 극중 극으로 활용한 것은 아닐까 짐작된다.

 

 

 

 

소외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브레히트가 연극에 사용한 장치는 무엇이 있는가?

 

‘게스투스’, 즉 사회적 몸짓이다. 게스투스는 라틴어로 몸짓, 태도를 의미한다. 영어로 제스처와는 다르다. 제스처가 화자의 말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몸짓을 의미한다면 게스투스는 개인적인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관계까지 포괌하는 개념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 사람이 취하는 운동, 행위, 표정, 억양. 언어 등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성격,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이 드러난다. 이 게스투스를 통해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어 전체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려는 브레히트의 의도가 있었다. 그래서 배우의 세부동작은 사회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의미심장한 태도를 보여주려고 한다.

 

 

 

‘무대장치’ 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보여주던 무대와 객석을 분리하던 막을 거두었다. 제4의 벽을 철회하여 관객이 ‘연극을 연극으로’ 보여주려 한다. 무대상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인물을 애써 숨기지 않고 의도적으로 공연의 준비과정이나 무대장치 교체, 의상을 갈아입는 배우의 모습, 소품을 옮기는 것을 보여준다. 무대의 사건은 하나의 연극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한다. 보통 프로시니엄 무대는 사실주의 연극 무대로 관객을 환상에 빠뜨리고 감정을 동화시킨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그 반대이다.

 

그런 점에서〈쥐의 눈물〉의 무대는 브레히트와 유사하다. 연극 무대 연출 전문가인 박동우(중앙대 교수)가 무대를 디자인했다. 참고로 박동우 무대감독은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대다수의 작품의 무대를 연출했다.〈쥐의 눈물〉에서는 객석이 무대로, 무대가 객석이 되어 공연이 벌어진다. 객석에는 무대와 객석이 함께 공존한다. 또한 한국 전통 민속극인 마당극의 원형무대를 연상시킨다. 연출가 정의신은 일반 객석을 사용하지 않고 무대 위에 객석을 'ㄷ'자 모양으로 설치한 것은 "한국의 마당극처럼 배우와 관객이 같은 평면 위에서 일체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조명은 단순히 사물을 밝혀주는 기능만 한다. 칼라 조명은 사용하지 않는다. 감정이입을 방해하기 위해서이다. 객석의 불을 켜 놓은 채 공연이 된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관객이 극장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유도한다.

 

 

 

슬라이드 및 영상을 사용한다. 관객에게 미리 진행될 사건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관객이 앞으로 진행될 사건의 줄거리에만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과 연관 지어 생각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배역의 감정에 이입되지 않고 기술적인 면을 강조한다. 그래서 대사를 인용문처럼 이야기할 수도 있다. 3인칭 단수의 화법을 사용한다. 배우들이 거리감을 갖게 한다. 이것은 중국의 경극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배우는 무대 위에서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로 완전히 동화되어 연기하지 않는다.

 

이렇듯〈쥐의 눈물〉은 브레히트의 연극적 요소를 떠올린다. 연극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쟁터를 떠돌며 공연하는 ‘천축일좌’는 ‘망간’·‘스즈’ 부부, 아들 ‘티탄’, 딸 ‘린’으로 구성됐다. 통행 허가서를 받기 위한 공연 도중 티탄은 원치 않게 징집되고, 전장에서 상대편인 시궁쥐들을 일망타진한다. 실상은 백기투항하는 무고한 쥐들을 티탄이 얼떨결에 몰살시킨 것이다. 하지만 티탄의 상관은 티탄을 영웅으로 만든다. 시궁쥐들이 습격해 오자 치탄은 영웅답게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전쟁터로 나가 전사한다.

 

 

 

티탄의 죽음에 아버지는 극하게 슬퍼하며 분노한다. 하지만 억척어엄은 아버지를 끌어안고 말한다. “괜찮아, 여보, 우리에게 아들이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슬프지 않을 거야.” 억척어멈은 다시 눈물을 거두고 유랑극단을 이끌며 전쟁 중의 군사들을 상대로 돈벌이에 나선다.

 

 

 

 

 

한편 극단에 들어온 니켈은 억척어멈의 자식인 린과 결혼한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나, 곰쥐들이 도시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이 때 린은 시궁쥐 병사들이 기습해 도시의 쥐들을 죽이려 한다는 계획을 엿듣게 된다. 린은 도시에 볼일을 보러간 니켈을 살리기 위해 북을 치며 모든 쥐의 관심을 끈다. 멈추라는 억척어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을 치던 린은 시궁쥐 중사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억척어멈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분노한다. 그때 남편이 억척어멈을 끌어안고 말한다. “괜찮아, 여보, 우리에게 딸이 없다고 생각해. 그러면 슬프지 않을 거야.”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극도로 슬프되,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아니 일어설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 전쟁의 희생량의 현실을 볼 수 있다.

 

 

 

 

 

 

아들과 딸을 모두 잃은 억척어멈인 스즈와 남편 망간은 눈물을 머금은 채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하길 바라며 니켈과 함께 유랑공연을 떠난다. 그들이 떠나는 길은 마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버스를 이끌고 관객에게 뒷모습을 보여준다. 이 점은 <쥐의 눈물>이 영화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물론 공연 중, 시궁쥐로 등장하던 일곱 번째 병사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점, 시종일관 어리버리하게 행동하고 실수를 하여 몰매를 맞는 점도 연관되는 부분이다. 또한 <쥐의 눈물>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금속이름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금속 이온화 반응순서를 외웠던 기억이 난다. Li > K > Ca > Na > Mg > Al > Zn > Fe > Ni > Sn > Pb > (H) > Cu > Hg > Ag > Pt > Au . 정의신은 변하지 않는 정신, 캐릭터를 위해 금속을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채택하였다고 한다.

 

 

 

 

<쥐의 눈물> 공연무대에 등장하는 통조림과 버스, 21stage art 무대제작소21stage art 무대제작소'21 stage art 무대제작소' 에서 제작하였다.          

 

 

 

 

<쥐의 눈물> 을 연출한 영화 연출자이자, 연극 연출자인 정의신은 누구인가?

 

 

1957년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 생.

1978년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문학부를 중퇴하고 1982년 요코하마 방송영화전문학원(現 일본영화학교)미술과를 졸업한 후 1983년 극단 쿠로텐트를 거쳐 1987년 극단 신주쿠양산박(新宿梁山泊) 창립멤버로 참가하며 연극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

1990년 《천년의 고독》으로 제17회 테아토르상 수상, 1993년 《더 데라야마(寺山)》로 제38회 기시다 구니오(岸田國士)희곡상을 수상하며 현대 일본 연극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후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수많은 화제작을 극작․연출했다.

2008년, 일본 신국립극장과 한국 예술의 전당이 공동 제작하고 정의신이 극작, 연출한 《야끼니꾸 드래곤》은 경제부흥기에 소외된 재일교포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요미우리연극상과 아사히무대예술상을 비롯해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한국연극 선정 올해의 우수공연 베스트7 등 한‧일 양국에서 연극상을 모두 휩쓸며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2008년 초연에 이어 재연된 2011년에도 초연 때 이상으로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영화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 《피와 뼈》, 연극 《행인두부의 마음》,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겨울 해바라기》, 《겨울 선인장》, 《바케렛타》, 《아시안 스위트》 등이 있으며, 2007년에는「정의신 희곡집」이 출간됐다.

[주요작품]

- 연극

《천년의 고독》, 《인어전설》, 《영상도시, 치네칫타》, 《잡푸, 돌》, 《한 여름의 찰리 브라운》, 《그 다음 여름》, 《바다의 서커스》, 《더 데라야마》, 《푸르고 아름다운 아시아》, 《겨울 선인장》, 《물의나라 걸리버》, 《봄의 키친》, 《레츠 고》, 《작은 물 속의 과실》, 《겨울 해바라기》, 《로봇의 로》, 《행인두부의 마음》, 《울림》, 《가을 반딧불이》, 《ROAD》,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아시안 스위트》, 《마게몬》, 《바케렛타!》, 《가라후토의 큰아버지》, 《돌즈타운》, 《야끼니꾸 드래곤》, 《겨울선인장》, 《적도아래의 맥베스》 등

- 영화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 《통천의 뿔》, 《도쿄디럭스-헤이세이무책임일가》, 《기시와다소년 바보연대》, 《개, 달린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 《돼지의 보은》, 《OUT》, 《형무소 안》, 《아버지의 백 드롭》, 《피와 뼈》, 《레디 조커》 등

- TV

《신기한 이야기-푸른 새》, 《La Cuisine-비빔밥》, 《중학생일기-스탠드 바이 미》, 《중학생일기-닷슈》, 《한 여름밤의 크리스마스》, 《나는 내일 열여덟살이 된다》, 《또 그만 두셨어요 서방님》, 《세에라저드》, 《유월이 벚꽃》, 《바다의 반딧불이》, 《제비꽃이 필 무렵》 등

[수상경력]

2009년 《야끼니꾸 드래곤》 기노쿠니아 연극상, 쓰루야난보쿠 희곡상, 아사히신문 무대예술상 최고대상, 요미우리신문 연극대상 최우수 작품상 우수연출상, 문부과학대신상,

2007년 《제비꽃이 필 무렵》 갤럭시상 월간상

2005년 《바다의 반딧불이》 갤럭시상 월간상/장려상, 예술제상 우수상

2004년 《피와 뼈》 키네마순보 각본상, 일본아카데미 우수각본상
       《6월의 벚꽃》 예술제상 우수상, 제27회 히메지시 예술문화상 예술상
       《마게몬》 오카야마시민극장상 연출상

2003년 《OUT》 제57회 마이니치영화콩쿠르 각본상

2002년 《난 내일 18세가 된다》 예술제상 대상, 제28회 방송문화기금상 텔레비전드라마부문상, 제9회 상하이텔레비전축제 백옥란상(맥노리아 어워드) 심사위원 특별상 등

2000년 《로는 로봇의 로》 도쿄도 우수아동연극선정 우수상

1999년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 키네마순보각본상,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각본상, 제1회 기쿠시마류조(菊島隆三)상,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각본상, 오사카영화제 최우수각본상 등

1996년  영화 《가시와다 소년바보연대》 아즈마 마사요시와 공동각본으로 블루리본작품상

1994년 《달은 어느 쪽에서 뜨는가》 마이니치(每日)영화콩쿠르 각본상, 키네마순보(キネマ旬報)각본상, 일본아카데미 최우수각본상

1993년 《더 데라야마(寺山)》 제38회 기시다쿠니오(岸田國士)희곡상

1990년 《천년의 고독》 제17회 테아트르상

 

배우 프로필

 

■ 최용진 / 아버지(망간)

 

러시아국립슈킨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8년 극단 미추에 입단.

경기대, 숭실대, 연극원에서 연기술 강의활동을 병행하며 크고 작은 무대에서 깊이 있고 절제된 연기를 선보여 왔으며 《미친새》, 《간첩》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정의신의 신작 《적도아래의 맥베스》에서 전쟁터의 꼭두각시로 전락해버린 일본인 전범 쿠로다 역을 연기해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으며 이번 작품에서는 한없이 선량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깊은 슬픔을 애써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묵묵히 극단을 이끌고 가는 아버지 역할을 유쾌하고 감동 깊게 그려낼 것이다.

[주요 출연작품]

《춘궁기》, 《용병》, 《철수이야기》, 《변신》, 《내가 누워 있을 때》, 《남사당의 하늘》, 《바냐삼촌》, 《템페스트》, 《적도아래의 맥베스》외

 

■ 염혜란 / 어머니(스즈)

 

1999년 극단 연우무대에 입단하며 연기활동을 시작.

2000년 《최선생》으로 데뷔한 이래, 《차력사와 아코디언》과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등의 작품에서 극중 인물을 철저히 분석해 연기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뛰어난 배우로 알려지며 관객과 평단 모두의 호평과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대학로에서 섭외 1순위 여배우로 손꼽히고 있을 만큼 그녀의 연기는 관객을 사로잡는 섬세한 카리스마가 있으며,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자식 잃은 아픔을 이겨내는 여리지만 강한 어머니 스즈를 맡아 그녀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뛰어난 표현력으로 또 한번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 줄 것이다.

[주요 출연작품]

《눈 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차력사와 아코디언》, 《감포 사는 분이덕이열수》, 《사랑, 지고지순하다》, 《빈 방 있습니까》, 《춘천, 거기》, 《반성》, 《저사람 무당같다》, 《다락방》, 《코뿔소》, 《복사꽃지며 송화날리고》 외 다수

[수상경력]

2006년 제42회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
2009년 히서연극상 기대되는 연극인상
2010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 김규형 / 타악연주

 

전 국립국악관현악단 타악 수석 및 악장을 역임한 전통 타악의 명인.

임방울 선생과 함께 현대 판소리의 쌍벽을 이뤘던 동초제의 창시자인 고 김연수 선생(1907~1974)의 아들로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 국악과를 졸업하고 국립국악관현악단을 거쳐 현재 (사)새울전통타악진흥회 예술단 단장을 맡고 있다.

오정숙 ․ 김동준 ․ 김명환 ․ 정화영 ․ 김청만 문하에서 고법(鼓法)을 사사하는 한편 중요무형문화재 제 5호 판소리 동초제 이수자로 국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타고난 청감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곡 해석과 즉흥적이면서도 정확하고 리듬감 있는 그의 연주는 실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그의 진가는 이미 미국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넘치는 예인 기질은 국악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 무대에서도 빛을 발휘해, 제 6대 품바로 활동하며 그의 타악 실력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렸으며 4000회 기념 공연 품바를 맡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다. 무대 안팎에서 보여주는 그의 타악 실력은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장사익 선생의 음반 제작 시 세션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우리의 북을 널리 알리고 타악기로서 대중화시키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는 한편 연주자로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일교포로서 우리의 전통 악기소리를 무대에 울리고 싶었던 연출가 정의신의 바람과 제의을 받아들여 흔쾌히 이번 작품에 참여한 그는 오직 북소리 하나로 극의 흐름을 자유자재로 이끌어내어 그 어느 오케스트라의 선율도 주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며 그의 북소리는 또 한 명의 배우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 미술 감독/ 박동우

 

무대미술가, 현 중앙대학교 연극과 교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무대디자인을 전공.

극단 산울림의 《숲속의 방》(1987) 무대미술을 맡아 데뷔한 이후 《명성황후》, 《시련》, 《덫-햄릿에 관한 명상》, 《황진이》, 《조선제왕신위》, 《내마》, 《사도세자 이야기》, 《고도를 기다리며》, 《난타》, 《춤춘향》, 《파우스트》 등 연극, 뮤지컬, 무용, 오페라, 콘서트 등 전방위 무대미술 분야에서 활동.

2006년 배우나 연출가가 아닌 스태프로서는 처음으로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했다. 그 외 한국뮤지컬대상 미술상, 서울연극제 미술상, 동아연극상 미술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연극예술상 본상 등 수상.

 

■ 조명 감독/ 김창기

 

무대조명 디자이너, 현 극동대 연극학과 교수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조명을 공부하고 1994년 귀국하여 연극 《옛날 옛적에 훠어이훠이》를 시작으로 《오장군의 발톱》, 《허삼관매혈기》, 《맥베드, The show》, 《Number》, 《서안화차》, 《고양이늪》, 《당나귀》,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열하일기만보》, 《거트루드》, 오페라 《시집가는 날》, 《토스카》, 《리골레토》, 《마술피리》, 뮤지컬 《가스펠》, 《정글이야기》 등 매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7년 《맥베드, The show>로 제43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수상.

 

■ 의상/ 김지연

 

[주요작품]

연극 《즐거운 인생》, 《박제갈매기》, 《덫, 햄릿에 관한 명상》, 《격정만리》, 《귀족놀이》, 《조씨고아》, 《열하일기만보》, 《템페스트》,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 《변신》
오페라 《안중근》, 《마술피리》, 《리골레토》 외
뮤지컬 《리허설》, 《아가씨와 건달들》 외

2007 동아연극상 무대미술기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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