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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내 고향 부산을 바라보는 서울의 밤은 공포의 밤이다. 부산에서 희망이 이루어질 것인가?

by 아프로뒷태 2011. 7. 31.

각목들고, 멱살잡고, 뺨때리고…우익테러 악몽
등록 : 20110731 12:24 | 수정 : 20110731 16:45

 

‘3차 희망버스’ 6신
자칭 ‘어버이연합’ 등 우익단체, 경찰 앞에서 보란 듯 폭력
한나라 김형오 의원은 격려…구의원, 신분증 요구하며 욕설
경찰은 한편인 듯 방관하며 희망버스 시민들만 가로막아

 

»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영도구로 향하던 버스에 올라타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의 멱살을 잡고 내릴 것을 종용하고 있다. 사진 오마이뉴스 제공
[6신 오후 1시 최종]

 

30일 밤 부산시 영도구는 자칭 ‘어버이연합’ 등 우익단체의 폭력이 난무한 무법천지였다. 어버이연합과 영도주민자치회 등 일부 부산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은 영도구에서 공권력을 자처했다.

 

이들은 30일 밤 영도구로 들어가는 일반 차량과 버스 등에 난입해 희망버스 참가자로 보이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영도대교 입구를 2시간여 넘게 점거했다. 경찰은 이들의 도로점거 시위를 제지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곳곳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 본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경찰과 어버이연합이 한 무리처럼 행동하며 평화시위를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밤 9시 30분께 영도구 안으로 들어가는 82번 시내버스가 영도대교 입구 정류장에 서자 갑자기 안으로 난입해 진보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시민들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에게 멱살을 잡혔고, 목격자들은 “어버이연합이 팔에 멍자국이 들 정도로 시민들을 폭행했다”고 전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뺨을 때리기도 했다. 주로 힘없는 여성들에게 폭력이 집중됐다.

 

부랴부랴 경찰이 버스에 올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끌어내렸지만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82번 버스를 둘러싸고 억류한 채 2시간여 동안 연좌농성을 벌였다. 밤 11시께 82번 버스가 하는 수 없이 방향을 돌려 우회하려 하자 어버이연합 회원 강재천씨는 버스 밑으로 들어가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이 때문에 2시간여 동안 영도구로 들어가는 영도대교 차선은 교통이 통제됐다.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30일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부산 영도대교 앞 진입로에 있자 어버이연합과 대학생포럼 및 집회 반대 주민들 중 한명이 목검을 휘두르며 시민들의 길을 막고 있다. 사진 민중의 소리 제공

 

 

이날 어버이연합은 희망버스 시민들의 영도구 진입을 막으려고 작정한 듯 행동했다. 애초 어버이연합은 “드러누워 평화롭게 연좌시위를 하겠다”고 했지만 희망버스 시민들이 탄 버스에 올라타 강제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택시마저 세워 스스로 검문검색을 시도했다. 일부 어버이연합 회원은 각목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 행위를 벌이는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연행하지 않았다.

 

»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영도대교 앞을 점거한 채 시민들이 탄 버스의 통행을 막고 있다. 사진 허재현
»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맞아 팔에 멍이든 희망버스 참가 시민의 사진 (사진출처 @kunsul)

 

심지어 보수단체 회원들의 이런 무법적인 행동은 격려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경춘 영도구의회 구의원(한나라당)은 어버이연합과 함께 행동하며 시민들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또 영도구가 지역구인 김형오 국회의원도 현장에 나와 보수단체 회원들을 격려하고 돌아갔다.

 

» 30일 오후 부산 영도구 대교동 부산대교 입구에서 희망의 버스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영도로 들어가려는 희망 버스 참가자들이 탄 버스를 막아서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경춘 영도구 구의원이 희망 버스 참가자를 가리키며 욕설을 하고 있다. 사진 민중의 소리 제공
» 김형오 전 국회의장(현 영도구 국회의원)이 30일 저녁 부산 중구 중앙동 영도다리 인근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어버이연합의 한진 희망의 버스를 규탄하고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 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제진압을 요구하는 집회를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민중의 소리 제공

 

보수단체와 별도로 경찰도 희망버스 시민들의 영도구 진입을 막으려고 무리한 작전을 폈다.

 

영도구 일대는 검문검색의 도시가 되었다. 영도대교 입구에서 영도구로 들어가는 일반 시내버스를 모두 세워 검문검색을 벌였고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는 시민들은 모두 끌어내렸다.

 

영도구 내에서도 골목마다 삼삼오오 경찰이 배치돼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경찰이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영도구 주민에게는 집으로 전화까지 걸어 주민이 맞는지 확인했고 또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으면 집으로 들어가 검문검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찰의 검문검색에 협조적인 시민들도 있었지만 불쾌감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새벽 1시께 영도 조선소 인근을 걸어가던 김종화(48.부산시 영도구 영도동삼동)씨는 경찰로부터 신분증 제시와 조기귀가 요청을 받은 뒤 “‘경찰이 왜 밤늦게 돌아다니냐.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불쾌했다”며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해했다.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는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가 초법적 행위를 하는데도 경찰은 이를 방치하고 희망버스 시민들만 범죄자처럼 다루었다”며 “공권력의 이중 잣대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 31일 새벽 부산 영도구 주민들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경찰은 한진중공업 인근 봉래로터리와 청학동 청학성당 인근 도로에 버스 차벽을 세워 놓고 시민들의 한진중공업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

 

그러나 시민들도 무리하게 거리행진 시도하지 않아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고 연행된 시민도 없었다.

 

한진중공업 인근에서 밤샘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은 31일 오전 9시께 부산시 중구 중앙동 한진홀딩스 앞으로 옮겨 한진중공업규탄 집회를 벌인 뒤 12시께 부산경찰청 앞으로 이동해 정리집회를 열었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3차 희망버스에 총 만오천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4차 희망버스 행사는 8월 20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희망버스 기획단에 “8월 20일 한진중공업 해고 철회 집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때 함께 하자”고 밝혔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참여어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 글·허재현 기자, 영상·조소영 피디 catalunia@hani.co.kr

 

 

» 희망버스 시민들이 30일 밤 11시께부터 31일 새벽 3시가 넘도록 청학성당 인근 도로에서 문화제를 열어 한진중공업 크레인농성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조원들을 응원했다. 사진 조소영

[5신 31일 새벽 3시 중간종합]

 

경찰과 일부 보수단체가 영도대교를 통제하면서 희망버스 시민들의 영도구 진입을 차단했지만 결국 시민들은 85호 크레인이 있는 영도구로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시민들은 2차 희망버스 행사 때처럼 도로행진을 택하지 않고 각자 개별적인 방식으로 영도구 청학동 청학성당 인근으로 몰려들었다. 이곳은 85호 크레인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되는 거리이다.

 

31일 새벽 3시 현재 5천여명의 시민들이 청학성당 인근 도로 4차선을 점거한 채 문화제를 열고 있다. 시민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영도 조선소 방향으로 150여미터 떨어진 곳에는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영도대교 인근 롯데백화점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2천여명의 시민들도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는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평화적인 문화제를 개최하려 했는데 경찰이 이를 막아 매우 유감이다. 그러나 혼란 속에서도 김진숙씨가 있는 영도구로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머지 시간동안 평화롭게 문화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희망버스 시민들이 도로행진을 벌이지 않았지만 영도구 일대에는 30일밤부터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어버이연합 회원 300여명이 영도대교 앞 영도구 방향의 도로 3차선을 점거하는 바람에 영도구로 진입하려던 모든 차량들은 차를 돌려야 했다. 택시와 버스 등을 이용해 영도구에 있는 집으로 가던 시민들은 영도대교 앞에서 내려 걸어가야 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영도대교 앞을 점거한 것은 희망버스 시민들이 개별적인 방식으로 영도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30일 밤 10시께 82번버스를 몸으로 둘러싸 수시간 동안 억류하기도 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버스 안에까지 올라 박석운 진보연대 공동대표 등의 멱살을 잡고 내릴 것을 종용했고 어버이연합 회원 강재천씨(민주화보상법개정안통과추진 본부장)는 버스 밑으로 들어가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영도대교를 걸어서 영도구로 들어가야 했던 시민들은 불만들을 토해냈다. 영도구에 사는 40대 주부는 “시내에 모임이 있어 나왔다가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다. 경찰과 시민 모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택시에서 내려 영도대교를 걸어 들어가야 했던 서수강(55.부산 영도구)씨는 “경찰이 시위대를 막는 것은 이해하지만 왜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 걸어가게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황당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희망버스 시민들의 영도구 진입을 차단하려고 곳곳에서 무리한 작전을 폈다. 전경들이 직접 시내버스에 올라 시민들을 검문하고 영도구 곳곳에서 불심검문을 진행했다. 이에 불응하는 시민들은 통행을 제지했다. 경찰 책임자는 “경찰직무직행법상 범죄를 예방하려고 검문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영도구를 통행하는 모든 시민들을 범죄자처럼 다룬다”며 항의했다.

 

영도 조선소 인근을 걸어가던 김종화(48.부산시 영도구 영도동삼동)씨는 경찰의 조기귀가 요청을 받은 뒤 “‘경찰이 왜 밤늦게 돌아가냐.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화가 났다”며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는지 모르겠다”고 속상해했다.

 

» 희망버스 참가단이 부산 영도구 영도 조선소 인근에서 31일 새벽 바람등을 날려올렸다. 바람등은 김진숙씨가 농성을 하고 있는 85호 크레인을 향해 유유히 날아올라갔다. 사진 허재현 기자
밤 12시께 영도조선소에서 1km 떨어진 영도구 봉래로터리 인근에서는 경찰과 시민들 사이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뻔했다. 경찰은 2차희망버스 때와 같은 위치에 경찰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의 영도조선소 쪽 행진을 막았다. 시민 2천여명이 계속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직접 해산에 나섰다. 그러나 경찰은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지 않고 인도로 밀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일부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이곳에서 시민들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장에 나와 있던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어버이연합과 함께 시민들의 평화행진을 막아 유감이다. 경찰과 어버이연합이 오히려 폭력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날 연행된 시민들은 한명도 없다고 밝혔다. 청학동 쪽으로 걸어가다 길을 잃은 대학생 두명이 주거침입 혐의로 한 때 인근 지구대로 연행됐으나 경찰은 대학생들에게 범죄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곧 훈방했다.

 

 

부산/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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