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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니 쿤츠 <진화하는 결혼>

by 아프로뒷태 2011. 7. 16.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18세기 유럽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한다. 그 전엔 대다수 문화권에서 사랑을 결혼의 결과이지 이유로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혼은 성생활과 자녀 양육,노동력 분담,재산 축적을 위한 거래이자 비즈니스였다는 얘기다. 자식이 어릴 때 부모들끼리 짝을 맺어주는 조혼 풍습이 대표적이다. 가족학 연구자 스테파니 쿤츠가 '진화하는 결혼'이란 책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유럽엔 '사랑으로 결혼한 사람의 밤은 즐겁지만 낮은 괴롭다'는 속담까지 있었다. 버나드 쇼도 연애결혼을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두 사람의 진을 빼는 비정상적 흥분상태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사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 애정 없는 부부는 갈라섰고 부부간의 의무,가족에 대한 책임도 흔들리게 됐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란 결혼 규범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다. 전통적 결혼보다는 남자와 남자,여자와 여자,싱글맘,
싱글대디처럼 결혼의 외연(外延)이 급속히 확대되는 중이다. 유럽에서 태어나는 아이 셋 중 하나는 동거 커플의 자녀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도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스페인 등 여럿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사람마다 몇개씩의 가정을 꾸려가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모가 여러 가정에 소속되고 아이들은 동시에 여러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질 수 있단다. 결혼 제도 자체는 존속하겠지만 그 형식과 내용은 판이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영국에서 딱 3분 걸리는 결혼 자판기가 등장했다.
기계에 돈을 넣으면 예식이 시작된다. 음성안내에 따라 결혼 서약을 하고 캡슐에 담긴 결혼반지를 끼워준 다음 신랑 신부 이름을 입력해 임시 결혼증명서를 발급 받으면 끝이다. 이벤트성 기계에 불과하다는 이들이 많지만 결혼은 사랑으로 맺어지는 게 중요한 만큼 효용성이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긴 자판기 결혼이라도 장려해야 할 때가 곧 닥칠지 모른다. 25~34세 서울 여성의 미혼율이 61.7%로 지난 10년 사이 24.7%포인트나 늘었기 때문이다. 초 · 중 · 고생 중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응답이 여학생 10.4%,남학생 22.8%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저출산 노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결혼 · 출산 촉진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모양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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