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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향기

<아가미> 상상력의 전개와 흡인력이 있다.

by 아프로뒷태 2011. 7. 31.

 

"할아버지 문제가 생겼어."

"뭔데, 새끼야."

"지금 보니까. 얘,귀 뒤에 엄청나게 큰 상처 있다?"

"무슨 상처?"

"몰라,봐봐"

 

노인은 자기가 앉은 쪽에서 아이의 머리를 살짝 돌려 손자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칼을 수직으로 꽂아서 도려내다만 듯한 곡선의 금이 가 있었는데 상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만큼 심각해 보였다. 그때 소년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저었다.

 

"어, 그쪽 말고 이쪽인데, 거기도 있어?"

 

소년은 돌아서 노인 옆으로 다가앉아 자기가 말했던 그대로의 상처가 정확히 반대쪽 동일한 자리에 있는 걸 보았다.

데칼코마니처럼 한 쌍을 이룬 두 개의 상처는 각각 기다란 호를 그리고 있었으며 조각칼로 길을 낸 것처럼 옥목하게 패어 보였다. 조금 어긋나게 덮은 뚜껑 같은 상처 사이로 한 올의 실만큼 드러난 진홍빛 살이 두근거리는 심장의 움직임처럼 일정한 리듬을 갖고 천천히 달싹거리다 잦아들었다. 이으곡 뚜껑이 잘 닫힌 모양이 되어 속살도 가지런히 덮이자 그 자리는 그저 붉은 금이 가 있는 정도로 보였다.

 

"이건 대체..."

 

소년이 손을 뻗어 만져보려는 걸 노인이 말렸다.

 

"건드리지 마라. 덧날라."

"아니, 좀 봐."

 

소년은 수건을 물에 흠뻑 적셔서 노인이 무라고 말하기도 전에 아이의 얼굴에 철벅 소리가 나게 얹어놓고는 코와 입을 틀어막았다. 수건을 쥐어짜 물을 흘리는 걸 보고 노인은 소리쳤다.

 

"이 새끼, 이불 다 젖잖아."

"이거 보라니까"

 

뚝뚝 듣는 물기를 뒤집어쓴 상처가 다시금 꽃잎이 열리듯, 콩껍질이 갈라지듯 살며시 벌어졌다. 석류 열매처럼 드러난 속살이 두근거리는 모습은 명백히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결코 아물어가는 상처가 억지로 쑤셔진 게 아니라, 희박한 산소를 찾아 호흡하려는 태곳적 기관의 발현이자 몸부림이었다.

 

 

 

 

 

프롤로그

나는 맥주 오백을 딱 한 잔 마신 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강물로 꼬꾸라져 떨어진다. 강물 속에서 수족을 못쓰고 누워 있는 엄마를 떠올리며 더 이상 지체불구가 되어버린 엄마때문에 고통받지도 또는 무기력한 자신을 자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예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차, 나는 죽었구나, 라고 싶은 생각하며 강물 깊숙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때 강에서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남자가 나를 잡고 물밖으로 구해준다.

 

 

노인과 호수

노인과 소년은 강물에서 꼬리지느러미를 가진 소년을 건져낸다. 그날 이후 두남자는 소년을 '곤' 이라고 부른다.

 

 

강물을 아는가

숙박업을 하는 두 부부, 그들 사이에서 소년에서 부쩍 많이 자란 곤은 살아간다. 곤은 부부와 함께 살면서도 남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두며 일외에는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관계를 유지한다. 두 부부와 곤이 운영하는 민박은 투숙객이 묵고 가는 날이 드물 정도로 장사가 형편없다. 하지만 대학교 엠티가 한창 일때에는 성수기이라 드문드문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갈이 잦다. 그러던 어느날 양해류라는 여자 한 명이 찾아와 묻는다. 강하를 알지요? 

 

호수공원의 어느날

그는(강하) 곤을 고기새끼라고 불렀다. 거칠고 투박하고 무뚝뚝하게 대했지만 강하는 곤을 사랑했다. 또는 질투했고 협오했다. 할아버지는 강하의 거칠고 반항적인 태도에서 곤을 감싸주었다. 그리고 곤에게 강하의 태도를 너그럽게 이해해 줄 것을 부탁했다. 곤은 강하의 양가적인 태도를 알면서도 반항하거나 섭섭해 하지 않았다.

 

 

바다의 방문

나(양해류)는 강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 인어남자의 도움으로 살아났음을 운명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블로그에 올렸다. 나의 블로그가 포털사이트에서 히트를 치면서 누군가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그 인어남자를 안다고.

 

 

진흙탕에서

강하의 엄마, 이녕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한 종이처럼 피폐해져 있었다. 알코올 중독자였고, 약물 과다복용 중독자였다. 그런 그녀가 아버지와 갓난 아기였을 때 버린 아들을 찾아 돌아왔다. 아버지나 아들로부터 동정을 바라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죽음을 예고한 듯 마지막으로 그들과의 만남과 대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녀는 뜻하지 않게 아버지와 아들이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던 곤의 비밀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다. 모두가 곤을 보며 흉칙하다고 말했을 때, 그녀가 한 말은.. "예쁘다"였다.

 

 

홍수 속에서

이녕의 죽음, 곤을 찾는 방송국의 사람들, 그들로부터 곤을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강하는 곤을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라고 하며 떠나보낸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며 가슴 아픈 마음을 서로에게 열어보지도 못하고 할아버지와 강하는 세월을 보낸다. 그 세월과 함께 할아버지와 강하는 홍수에 떠내려 간다. 할아버지의 시체는 발견되었지만 강하의 시체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 소식을 곤은 해류를 통해 듣게 된다.

 

 

 

에필로그

소년, 곤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강하를 찾아 바다를 떠돈다. 그 여행은 끝나지 않을 길로 ...

소설은 끝난다.

 

 

 

 

 

 

 

 

 

 

소설을 좋아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즐거운 영상도 자연스레 만들어지나 보다.

영상을 만드는 일을 했으면서도 그걸 모르고 깜박하고 있었다.

누군가 원작소설을 가지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발견했다.

 

소설에서 느낀 부분을 누군가가 이미지로 실현시킨 영상을 통해 보니,

더욱 명확하게 스토리가 들어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지는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인간의 사고력을 더 명확하게 짚어주기 때문이다. 

 

<아가미>는 다소 문장은 거칠고 호흡이 정제되지 않는 장문이었다. 하지만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힘은 깊고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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