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스팅

살아 숨 쉬는 그림. <옹이전>-고재권 작가

by 아프로뒷태 2011. 5. 13.

                            인사아트센터에서 고재권 전이 한창 진행중이다.

<옹이전>

종이가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그렸을까?

그림을 는 내내 머릿으로 궁리하였다.

'옹이' 는 통기성이 있어서 식품이나 곡식을 저장하기 좋은 용도로 쓰인다.

옹이에 장을 담가 먹었던 옛시절이 떠오른다.

엄마가 장독에서 장을 담그는 날에 나는 독청소를 도와주었다.

장을 담기 위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졌던 옹이, 그 옹이를 그림으로 만났다.

<옹이전>은 고재경의 내공이 쌓인 작품이다.

답답한 마음에 그림을 보러 갔는데, 옹이를 보자마자, 마음이 풀렸다.

여인의 골반같기도 하고, 여인의 엉덩이 같기도 하고, 여인의 뒷모습 같기도 한

옹이.

옹이가 종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꽤 인상 깊었던 전시였다.

 

 

나는 너의 둥근 얼굴을 보고 있다.

너는 나의 마른 얼굴을 보고 있다.

 

너의 잘록한 허리를 타고 내려가면

나의 비쩍 마른 허리가 고개를 숙인다.

 

긴 한숨으로 너에게 인사하면

너는 짧은 인사말을 남긴다

 

내 안에 들어온 당신은 누구시오.

 

 

옹이 안에 깊게 주름이 잡힌 너의 얼굴이 들어 있다.

 

 

 

 

K11_01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240x175cm 2011
 
화가 고재권은 풍부한 미감에 의한 활달한 화면 구성과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미묘한 여성성을 보여주는 인물화로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먼저 부각된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추상과 구상을 종횡하는 그의 작업은 고도의 직관력과 세심한 구 성력이 결합되어 화면을 실험의 극단까지 몰고 가는 치열한 작 가 정신의 일단을 보여준다. 그러다 어느덧 대상의 재현에 몰두 함으로써 진정한 회화적 가치를 새롭게 찾아나가고 있는 작가는 비로소 형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작가의 이 겸손 한 접근법은 대상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잡 스러움을 배제하여 사물의 정수를 요추하기 위한 방법적 수단이 기도 하다.
 
   
K11_03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91x122cm 2011
 
고재권은 최근 한국 전통 생활용기인 옹기를 그리는데 주 력하고 있다. 모더니즘적 형식 실험에 천착하여 형태와 색의 변 주, 물질의 탐색과 질료의 실험에 탐닉하던 작가가 대상의 리얼 리티에 관심을 갖고 재현의 가치에 대하여 되물음 한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작가는 그동안 대중의 기호에 타협하고 감각적인 기교에 치우침으로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결국 남는 것은'부끄러움'뿐이라고 일축한다. 그동안 상업주의에 편 승하여 그림에 치장을 너무 많이 했다는 것이다.
 
   

 

 

K11_04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122x91cm 2011
 
그러나 그가 부끄럽다고 실토한 그의 작품세계가 그리 만 만치 않았음은 미술시장에서의 화려한 세속적 성공이 대변해주 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고재권은 그가 참여한 2003년 시드니 아트페어에서는 100호가 넘는 대작 40여점이 오프닝 파티 1시간 만에 매진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고 즉석에서 주최 측으로부터 대작 28점을 추가로 주문받기도 했다. 현지 매스컴들은 일제히 '기적 같은 일'이라고 보도하였지만 이는 기적이 아니라 2년간 두문불출하고 자신의 독창적 개성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 결과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당시 그의 작업은 여성이나 기타 주제와 연관된 기표들을 나타내기 위하여 원색과 무채색의 대비로 중성적인 화 면을 이끌고 주제가 되는 부분을 강조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작가가 지속적으로 천착해 온 것은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화면 안에서 생명의 이미지들을 격정적으로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이 무형·유형의 이미지들은 격정의 화면에 매몰된 듯 하다가도 여 전히 스스로 형태론적 위상을 유지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부 각 시킨다.
 
   
11_08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120x175cm 2011
 
 

그의 화면에서 색과 형태들은 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 상호 존립함으로써 전체 구도에 기여하는 개별적 대상들을 창조 하고, 또 다른 형태에 봉사함으로써 고유한 내적 음향을 지닌 유 기체로 거듭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런 가운데 고재권의 그림 에서 우리는 대기를 통과하는 빛의 파장과 그 안에서 몽유하는 형상들의 신비로운 움직임을 목도할 수 있다. 우리가 창작을 갈 구하는 작가의 번민을 하나의 이루기 힘든 단순한 욕망으로 가 볍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재권은 고독하고 지난한 작업과정을 통하여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왔고 탈기법의 기법을 통하여 구현 해낸 에너지의 파장이 그를 주목받는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속적 성취가 미적 욕망 주체인 작가를 온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성취를 부질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형상성으로 또 다른 미망의 세계 를 탐색한다. 최근 작가가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방법적 수단으로 선택한 모티브는 옹기이다. 옹기는 우리 민족, 혹은 민 초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생활용품이다. 작가가 이 를 작품의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 라기보다는 순수를 지향하는 가장 좋은 대상이라고 느꼈 기 때문이다<중략>

 

 
   
 
11_12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100x100cm 2011 11_13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100x100cm 2011
 

고재권은 그동안 자신이 이루어온 성과들을 포기하고 새 로운 예술적 여정을 모색하는 방법적 수단으로 옹기를 선택하고 이를 군더더기 없이 재현함으로서 절대순수의 경지를 추구하고 있다. 잡스러운 기교를 배제하고 날것 그대로의 형상을 그려 보 여줌으로서 그 이면의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나의 작업은 노출된 옹기를 안으로 들이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적어도 작가에게 옹기는 대상이 아니라 실존 그 자체로서 작가와 함께 호흡하는 우인(友人)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대상과 물아일체가 되어야만 이의 진정한 가치를 포착 하고 이를 화면에 육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작가는 옹기를 그릴 자격이 있다. 그런데 작가는 옹기를 아직 제대로 그 릴 줄 모른다고 말하며 앞으로 10회 이상의 옹기 전시를 가지겠 다고 말한다. 그때의 옹기 그림이 기대된다. 추상적 구상의 질박한 미감 <글|이경모 미술평론>

 

 

K11_19 onGGI(Earthenware)-tale Mixed media on canvas 100x100cm 2011

 

 

 

 

 

고재권 작가개인전, 내달 22일까지 박스갤러리
   
  ▲ 고재권 작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세계 굴지의 아트페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고재권 작가(55)의 ‘빈센트 고(Vencent KO)’개인전이 4월 22일까지 박스갤러리 나비(관장 박경숙)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출신인 고 작가의 지역 전시는 오랫만이다. 대부분 두바이, 호주, 스페인, 영국, 일본 등 외국 갤러리 초대전을 비롯해 시드니 어포더블 아트페어, 뉴욕 인터내셔널 아트 엑스포, 아트 마이애미 등의 아트페어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구상해 온 뮤직에 포커스를 맞춘 17점을 선보인다.

고 작가의 드리핑 작업은 액션 페인팅 기법이다. 이 기법은 미국의 추상화가 잭슨 폴락이 개발한 기법으로 화포 위에 물감을 떨어뜨려 그림의 정적인 것을 동적으로 표현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의 얼굴은 반이 감추어지면서 인간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이나 20세기 초에 프랑스에 일어난 서양미술 표현 양식의 하나인 입체파 또는 큐비즘(Cubism)적이다.

작가의 터치와 질감 그리고 감성이 그대로 전이되며 바이올린 선율을 구성으로 표현한듯한 추상적인 선의 구성과 터치로 살아나는 전체적인 질감은 마치 연주자를 앞에 두고 있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의 작품은 지난 2003년 호주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 시드니(Art Sydney- Affordable Art Fair)’에 작품 42점을 출품한 고 작가의 작품은 본 행사가 열리기 전날인 오프닝에서 불과 1시간 만에 출품작을 모두 판매하기도 했다.

현대미술에 대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200여 가지 방식의 작업을 시도하던 그의 노력이 컷던 셈이다.

그림은 그리는 일은 너무 즐거운 일 중의 하나라는 작가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편안함과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스포츠가 아닌 여행이나 연극을 좋아하지만 음악적 매력은 마음의 여유와 휴식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과거에는 액티브한 그림을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여성의 흐르는 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색감선택에 있어서도 안정적인 색깔을 추구하는 편이며 제 각기 색깔이 자리잡았을때 품격이 상승되며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피카소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그시대를 살고 그림을 그리면서 성공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노력의 결과는 부와 명예를 이루게 했다”며 “앞으로 작업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작가는 창작을 해야하고 그렇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이 변하는 만큼 나와 다른 것도 받아들일줄 알고 인정하면서 필요를 느껴야 한다”며 “시야를 넓히고 눈을 크게 뜨고 긍정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사로 활동하는 고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서울미술협회 이사, 호주 울릉공대학 초빙강사를 역임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