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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는 꼭 놓치지 마세요.

by 아프로뒷태 2011. 3. 23.

 

 

 

 

 

 

 

 

 

 

   제가 한국영화제작사에서 근무하다, 해외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사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다양합니다.

그 일을 일일이 말씀드리기에는 제 이야기가 지루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볼까합니다.

 

  잘 만든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이는 시점, 즉 개봉 시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영화제작사이든, 해외영화수입사이든, 영화라는 동일한 장르의 상품을 다루고 있지만, 좋은 작품을 개봉하는 시점은 다소 차이가 납니다. 개봉 시점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영화마케팅의 법칙과 연관이 있겠지요? (여기에서 영화를 상품이라고 한 관점에 대해 반발을 가지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가 예술, 즉 작품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저는 영화는 상업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한국이라는 자본주의 논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국가에서는요. 여긴 인도가 아니잖습니까?)

 

  영화 개봉시기는그 나라의 문화, 사회구성원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수용하는 관객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통계적으로 해외의 좋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시기는, 칸, 베를린, 아카데미 영화제의 시기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시상의 결과에 목마른 관객은 펄펄 끓는 냄비의 뚜껑을 빨리 열고 싶어 안달나있습니다. 그 수요에 맞추어 수입사는 영화제가 끝날 무렵에 해외의 작품을 국내에 개봉합니다. 주로 봄에 좋은 영화들이 나옵니다. 수입사 입장에서는 대중의 목마름이 강할 무렵 영화를 풀어놔야 자연스럽게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고 수입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수입사의 이익챙기기에 대해 마냥 부정적인 시선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예술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영화사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기 힘듭니다. 관객은 예술영화보다 오락성과 상업성이 강한 영화에 빠져 있기 때문에 상업영화를 자연스럽게 선택합니다. 하지만 흥행부진과 적자에도 불구하고 계속 예술영화를 수입하고 배급하는 영화사라면 입장은 달라집니다. 그건 돈벌이보다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수입사가 흥행스코어를 노리고 대세에 따라 마케팅을 하는 것쯤은 관객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다시 개봉시점으로 돌아와서......

 

  해외 영화와 달리, 한국영화는 주로 명절이나 여름휴가철과 같은 연휴에 흥행스코어를 솔솔하게 노리고 대작을 발표합니다.

 

  지금까지 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하시겠지요?

바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안티크라이스트입니다. 여러분이 진정한 영화 마니아이라면, 이 영화는 욕심내셔도 됩니다. 영화가 상업주의의 부산물임은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통해 예술성을 발견하시고자 한다면, 또는 영화를 통해 충격을 얻고자 하신다면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작품은 꼭 보시길 바랍니다.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영화는 쉬운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통해 우리는 철학을 시도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사유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영화가 예술적 도구로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사유하기 위해! 좀더 인간의 무기를 활용하기 위해! 이 영화를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또는 라스폰트리에 감독의 전작도 볼 기회가 되신다면 챙겨보시길 바랍니다.

 

  라스폰트리에 감독은 철학에 멈추지 않고 서사를 풀어가는 방식에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합니다. 이번에는 소재면에서도 신선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때 시청했던 뉴스의 내용이 떠오릅니다. 뉴스에서 그랬습니다. 미국에서는 더 이상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구요. 전세계 곳곳을 휘저으며 20세기~21세기 평화를 가장한 종교전쟁을 일으켜왔던 미국이 크리스마스 날에 예수탄생을 환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아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그것도 작년에 뚜렷하게 생긴 변화라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크리스마스 때, 연설에서 그랬다지요?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해피 홀리데이"라고요.

이에 관한 뉴스는 다음을 참고 하시면 됩니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122409405252476&outlink=1

기사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피 홀리데이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24일 성탄절을 앞두고 온오프라인에서는 지인들에게 인사를 건네느라 바쁜 모습이다.
하지만 예년과 달리 '해피 홀리데이'라는 인사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만큼이나 자주 오간다. 크리스마스가 기독교도가 아닌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내셔널 트리 점등식에 참석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해피 홀리데이'라는 인사말을 전했다.
네티즌들은 '홀리데이'로 변화하는 인사말에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종교를 주장하기보다는 나와는 다른 신념과 종교를 가진 모든 사람들도 같이 행복을 공유하자는 것, 진짜 종교인입니다" "종교와 이념과 문화 등의 다름의 갈등 잠시 멈추고 슬쩍 이해하고 넘어 갈 수 있는 날로 기억되길. 해피 홀리데이"라며 홀리데이 사용을 반겼다.
반면 "우리는 석가탄신일도 있으니 크리스마스도 상관없다" "크리스마스도 하나의 문화인데 단순히 홀리데이라 할 순 없다" "크리스마스가 훨씬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크리스마스를 옹호하기도 했다.

 

  라스폰트리에가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눈치채고 사상을 영화에 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모든 예술이 종교의 독재와 선동과 정치성에 대해 끊임없이 대항해왔지만 이번에는 자유와 관념에 관대해지고 그 사유가 세계화된 21세기에 발표되는 영화라서 더 기대가 됩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샤롤로트 갱스부르가 출연하였고 열연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녀가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은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관계로 섣불리 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영화를 보실 생각이시라면, 도전해보세요. 영화티켓 한 장을 쓰시는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기분풀이로 보는 영화보단, 일상에 무던해진 뇌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기는 일을 하시는 것이 어떠한가 하여 적극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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