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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기억이란 사랑보다 이문세의 노래를 떠올리며 눈을 바라보다.

by 아프로뒷태 2011. 1. 23.

 

 

 

              기억이란 사랑보다 ...... 더 슬프다.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 하고 계신거죠. 흐리던 하늘이 비라도 내리는 날 지나간 시간 거슬러 차라리 오세요.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거죠. 함박눈 하얗게 온 세상 덮이는 날 멀지 않은 곳이라면 차라리 오세요.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그대 내 생각 하고 계신거죠. 새하얀 눈꽃이 온세상 날리는 날 멀지 않은 곳이라면 차라리 오세요.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 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책을 펼쳐들었다가 슬프지도 않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갑자기 눈물이 난 이유를 총체적으로 무엇이라 정의내릴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지난 인생동안 겹겹이 쌓여온 일들때문이었다. 그 일들은 내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퇴적되어 단단한 화석이 되었다.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박힌 그것들로 인해 수많은 밤을 안절부절 했고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들도 고통으로 각인되어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것은 지우려고 아무리 애써도 지워지지 않았다. 일로써 잊어보려고 했으나 그것도 잠시일뿐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오래전부터 아내를 잃고 기억에 관한 영화를 꾸준히 다루어왔다. 놀란은 대중에게 말하지 못한 내밀한 속 마음을 영화로서 말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잊지못할 고통의 기억을 잊는 법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한 것은 잠이었다. 지난 해 하루에 수면시간이 4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잠을 자는 일이 두려워서였다. 한바탕 폭풍이 몰아쳐 집이 무너졌는데, 잠을 잔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 생각되었다. 잠을 줄이고 다시 집을 짓기 위해 생산적인 일을 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추스렸다. 그러다 나는 기초체력에서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앙상하게 말랐고, 기력이 없어 어떤 일을 해도 허둥지둥 했다. 더욱이 오래된 기억은 더욱 뚜렷하게 기억났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 앞에서는 기억하지 못해 안절부절 했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잠을 자기로 했다.

 

             잠을 자는 일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이성이 눈뜬 시각에, 잊으려 했던 기억이 무의식을 통해 깨어나려는 것을 애써 막으려했던 노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은 더 고통으로 와닿았고 또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잠이 들면서도 그 무언가를 기억하지 않기 위해 꿈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새벽에 잠이 들어 꾸기 시작한 꿈은 아침이 되어서도 계속 되었다.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았던 탓에, 잠깐 깨었는데도 다시 눈을 감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잠깐 동안이라도 기억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은 도피가 아니다.

 

             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픈 것이다.

 

 

 

 

 

 

              2011년 1월 23일, 함박눈이 내린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꽃은 몇 시간째 그칠 줄 모른다. 제설차가 싸이렌을 울리며 도로를 쓸어간다. 주택가의 사람들이 너도나도 거리로 나와 눈을 쓸어내린다. 그들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눈이 쓸려가는 소리가 사르르 사르륵 들려온다.

 

              이런 일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바람이 있다면 나의 기억도 이 눈과 함께 쓸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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