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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홍상수의 <북촌방향> 영화를 보고 북촌 생고기와 북촌 손만두, 냉면을 먹는다.

by 아프로뒷태 2013. 8. 25.

 

북촌에 가면 뭐가 있나?

 

가끔 그녀를 만난다. 같은 고향 출신인 그녀가 한 번씩 연락오면 맛집을 찾게 된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북촌을 떠올렸다.

북촌에 가면 무엇이 있나? 발길 닿는대로 가서 맛집을 찾아보자며 3호선 인사역으로 갔다.

 

인사역 1번출구로 나왔다.

인사동에서 정독도서관으로 가는 길에는 이미 많은 음식점과 찻집이 들어섰다. 

몇몇 아는 지인들과 그곳에서 음식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곳이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진을 찍기 좋아하는 선배와 그림을 그리기 좋아하는 후배와 글을 쓰는 누군가와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 그녀와 또...

많은 이들과 그곳을 걸으면서 음식점에 들려 배를 채웠다.

이제 그곳에서의 신비로움은 없고 낡은 기억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낯선 선택을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 가회동으로 향했다.

 

 

가회동 횡단보도 앞에서 나는 보았다.

음식집 앞, 양철로 만든 두 개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 넥타이를 맨 남자들을.

술에 취해 얼굴이 익은 남자들은 담배를 피우며 고기를 뒤적였다.

 

그 점이 좋았다. 맛보다는 풍경에 이끌렸다.

 

그녀와 나는 통통 숯불구이 가게에 들어섰다.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와 주방보조는 분주하게 주방과 손님의 테이블 사이를 오갔다.

그래도 맛이 좋아야지 좋은 식당이지, 사람이 좋아야 좋은 식당인가?

 

우리는 주문을 하고도 낯선 분위기에 이리저리 식당안을 탐색하였다.

하지만 내 눈엔 할머니의 모습이 음식을 내놓기도 전에 정겹게 보였고 음식또한 좋을 듯 싶었다.

 

 

 

여름 내내 땀흘려 일한 그녀와 나, 그녀는 직장 이야기를, 나는 학교 이야기를, 

생고기를 시켜놓고 아삭한 풋고추를 씹어먹으며 신명나게 떠들었다. 

 

그러나 간혹 우리의 목소리를 집어 삼키는 이들이 있었다.

옆 테이블에서는 퇴근한 직장인들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고기를 먹고 있었다. 고기보다 술잔을 들고 건배를 외치는 소리가 더 잦았지만 말이다. 그들은 언성을 높이며 술잔을 기울였다. 뭐가 재밌는지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되었는지 웃음이 나서 얼굴이 벌겋게 되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녀와 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그녀와 나의 목소리를 잡아삼키는 바람에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였다.

 

냉면이 먹고 싶소.

 

그녀는 불판의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빼빼하게 마른 그녀가 뭐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하는 걸 보니,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냉면을 사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고기집 옆, 가게에서 냉면을 먹기로 결정했다.

 

그곳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몰랐소.

 

우리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북촌손만두.

지역특색을 뛴 음식점이니 맛 또한 특이할 것이라 믿고 주문했다.

우리는 국물이 특이한, 붉은 육수의 냉면을 후루루 먹으며 이것이 냉면인지 붉은 고추탕인지 의아해했다.

그 다음엔 만두를,

고기만두를 시켜 먹는데 바삭바삭한 만두피가 입안에서 멤돌 때마다 고소했다.

그 크기가 매우 커 하나만 먹어도 만족스럽다.

싸들고 집에 와서 먹었는데 맛난다.

식어도 맛난다.

 

 

부촌손만두를 먹으면서 영화를 떠올렸다.

북촌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북촌방향>

무심히 보았던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유독 홍상수는 인사동이라는 영화적 배경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의 영화가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반응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독은 영화속에서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소 있는 듯 해보인다.

 

 

 

 

 벌써 홍상수 감독의 12번째 영화라니,

 그동안  자본주의 아래에서 '홍상수'라는 이름으로 굳건하게 잘 버텼다.

 그를 따르는 배우나, 스텝 또는 제작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지 않아도 살아남는 감독.

 홍상수 정말 대단한 감독이다.

 물론 그의 작품성은 독보적이어서 말할 것도 없다. 

 그의 작품론을 거론하자면 며칠 밤의 야화가 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속에서 등장하는 북촌의 음식점이나 거리를 되새겨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여기는 정독도서관 앞 커피빈.

 

선배영화감독과 그녀 그리고 나가 간 '소설' 이라는 술집

 

 

 

 

 

가는 길: 안국역 3번출구에서 헌법재판소를 지나, 재동초등학교도 지나면 삼거리 지나고 우측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북촌소설: http://blog.naver.com/gigj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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