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포스팅

[월러스틴의 '논평'] 대중의 힘, 새로운 역사적 체제 만들 것

by 아프로뒷태 2013. 1. 3.

수많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의 미래 바꾼다

[월러스틴의 '논평'] 대중의 힘, 새로운 역사적 체제 만들 것

이매뉴얼 월러스틴 美예일대 석좌교수

 

중기 차원에서의 전 지구적 혼란
(Global Turmoil in the Middle Run)

다가오는 1~2년 사이의 단기적인 예측을 시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실제의 정치ㆍ 경제ㆍ문화적 세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까지의) 동향과 제약 조건을 실증적으로 분석해 실행 가능한 이론적 체계와 결합함으로써, 10년 혹은 그 이상의 중기 차원에서 의미 있는 주장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체제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나? 우선 그 세계체제가 끊임없는 자본 축적을 기본 원칙으로 삼은 자본주의 세계경제 시스템라는 것을 안다. 다음으로 그 체제가 (우주에서부터 가장 작은 나노 단위까지) 생명을 갖고 있는 역사적 체제라는 점을 안다. 역사적 체제는 탄생하고, 그 자체가 만들어낸 법칙과 구조에 따라 '일반적인'(normal) 삶을 살며, 균형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점까지 나아가면서 구조적 위기 단계로 들어선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의 현재 세계체제가 한 국가 내, 그리고 국가 간의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는 양극화 체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현재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위기는 40여년 가량 지속되어 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20~40년 간 이 위기를 겪어야 한다. 이는 한 역사적 사회 체제가 겪는 구조적 위기의 평균적인 기간이다. 구조적 위기를 맞으면 체계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이는 사람들이 두 가지의 대안 중 결국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위기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 2011년 월가 시위를 본 딴 영국의 '런던 증권거래소를 점령하라' 시위대. 런던 세인트 폴 성당 앞에서 '자본주의는 위기다'라는 현수막을 건 채 텐트를 치고 노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구조적 위기의 주된 특징은 시장, 지정학적 동맹관계, 국가간 경계의 안정성, 고용, 부채, 세금 등 모든 측면에서 일련의 혼란스럽고 격렬한 변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봐도 불확실성은 만성화된다. 또 불확실성은 경제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방해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다음은 우리가 중기 차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사안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수입 감소와 지출 증가로 재정 압박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취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추후 직면하게 될 다양한 사건이나 사고를 대비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과거에 구축해 놓았던 사회안전망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도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하위 정부, 즉 지방자치단체(연방국이라면 주 정부들)로 가는 돈을 줄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보자면 세금을 걷어야 할 부담을 지방 정부에 전가하는 것이다. 만약 (지방 정부로의 부담 전가가) 불가능하다면 국가부도 사태를 맞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특히 연금과 같은) 다른 사회안전망도 사라지게 된다.

이는 모든 나라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더 많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 분리 독립을 추진한다면 국가는 약화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국가의 보호무역("나의 일자리를 지켜줘, 저들 말고") 조치에서 피난처를 찾음으로써 국가가 과거보다 더 중요해진다. 국가간 경계는 항상 변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 빈번하게 변할 것 같다. 동시에 유럽연합(EU)이나 최근에 생겨난 남아메리카국가연합(UNASUR)처럼 현존 국가(혹은 그 하위단위)들이 함께 연계된 새로운 지역 연합구조가 계속 늘어나 더 큰 지정학적 역할을 할 것이다.

더 이상 어느 지정학적 힘의 중심지도 국가간 체제의 규칙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지정학적 중심지의 이합집산으로 정치적 상황은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다. 현재 미국은 결점투성이의 헤게모니 국가이지만, 잘못된 조치로 커다란 피해를 입힐 정도의 힘은 갖고 있다. 중국은 가장 강력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나 다른 국가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강력하진 않다. 서유럽러시아가 얼마나 가까워질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양측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인도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인도 자신도 모르고 있다. 현재 시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전이 의미하는 바는 외부 개입 세력들의 영향력이 서로 상쇄되면서 내전은 점점 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는 집단간의 골육상잔이 돼가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입장을 반복해야겠다. 2010년대 끝에 우리는 몇몇 중요한 재배치 현상을 목격할 것이다. 하나는 일본과 (통일된) 중국, 그리고 (통일된) 한국이 연계된 연방 구조의 탄생이다. 두 번째는 이 연방 구조와 미국의 지정학적 동맹이다. 세 번째는 유럽과 러시아의 사실상(de facto) 동맹이다. 네 번째는 상당한 규모의 핵 확산이다. 다섯 번째는 만연한 보호주의다. 여섯 번째는 전 세계적인 디플레인데 몀목가치의 하락, 또는 같은 결과를 불러오는 천정부지의 인플레이션 두 개의 형태 중 하나를 취할 수 있다.

확실히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행복한 결과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이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민중들은 매우 심각하게 쪼들릴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다양한 형태로 반격할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줬고, 이러한 대중의 저항은 커질 것이다. 우리는 세계의 미래를 결정하는 거대한 정치적 대결의 한 가운데에 놓일 것이다.

현재 부와 특권을 가진 이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존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은 점점 명확해질 것이다. 그들은 시장이 중심이 아닌, 폭력과 기만에 기초한 시스템을 시행하려 할 것이다. 핵심 목표는 새로운 시스템이 현 시스템의 세 가지 핵심적인 요소를 이어가게 보장하는 것이다. 계급구조와 착취, 그리고 양극화다.

반면 전 세계 대중들은 새로운 역사적 시스템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지금까지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상대적으로 민주주의와 평등함에 기초한 시스템이다. 세계가 만들어 낼 제도라는 관점에서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점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앞으로 수 십년 동안 새로운 체제를 건설해가는 과정에서 배우게 될 것이다.

누가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인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것은 수많은 작은 시간 속에, 수많은 작은 행위자들의, 수많은 작은 행동들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언젠가는 두 개의 대안적인 해법 사이의 균형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희망의 근거다. 우리 각자가, 각각의 순간에, 당장 닥친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나비 한 마리의 조그만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는 모두 작은 나비들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계 빚폭탄 위험,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

한은 조사 결과…가계부채 해소 미룬 부작용?

이대희 기자

 

가계의 재무구조가 2008년 금융위기는 물론,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의 1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4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대란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3년 2분기(44) 이후 최고치다(상단 그래프 참고).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8년 2분기 당시도 이 수치는 25에 그쳤다.

신용위험지수란 한은이 시중은행 대출책임자를 상대로 향후 신용위험 변동 전망을 물어본 결과를 수치화한 것으로, 신용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을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최대치는 100이며 최저치는 -100이다.

2002년부터 관련 자료를 집계한 이래, 신용위험이 가장 높았던 건 경제주체별로 볼 경우 지난 2008년 4분기 중소기업의 56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가계의 변동추이를 평균한 가중종합지수로는 2003년 3분기의 44가 최고치다.

한은은 이처럼 가계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리라는 전망이 많은 주요 원인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경기부진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가계의 주요 자산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능력이 취약해지고, 경기부진 여파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도 떨어지리라는 우려가 신용위험지수 상승을 이끈 것이다.

특히 신용위험지수 변동 추이를 2008년 이후로 떼 보면(하단 그래프 참고),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가계의 신용위험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더 커짐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 반등세는 약한 반면,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그나마 건전했던 가계의 신용위험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김용선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견딜 만하던 가계부채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계 신용위험지수를 더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더 쌓이면서 가계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조기 탈출을 위해 정부가 이끈 가계대출 규제 완화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단 그래프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위험지수를 나타낸 것이고, 하단 그래프는 이 중 2008년 이후만 따로 떼서 확대한 그래프다(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은행들, 기업 등에 비해 가계부문 주택 대출 적극적

비록 미미하지만 시중은행의 1분기 가계부문 주택 대출태도가 중소기업, 대기업, 가계 일반대출에 비해 적극적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은이 조사한 올해 1분기 대출태도를 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는 -3, 대기업 대출태도는 -6, 가계일반 대출태도는 -3을 기록했다.

반면 가계주택 대출태도는 유일하게 3으로 플러스였다.

대출태도란 한은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앞으로 3개월 동안 대출취급기준을 완화할지, 보수적으로 잡을지를 조사한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 자료다. 이 지수가 플러스면 은행이 대출 조건을 완화하려 한다는 뜻이고, 마이너스면 대출을 더 까다롭게 하겠다는 의미다. 최대치와 최저치는 각각 100과 -100이다.

즉, 비록 미미한 수치이긴 하지만 시중은행이 올해 1분기 중 기업에 비해 가계 주택대출은 그나마 덜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016년 말까지 시중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뜻에 따라 시중은행이 관련 대출을 늘리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와 같은 조사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재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과 관련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 확대를 꼽아왔다. 그러나 이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안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정책이다.

지난 2011년 7월 14일 한은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으로 거론된 '변동금리부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축소와 고정금리부 원리금 분할상환식 대출 비중 확대'는 차입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일시에 늘어나게 한다"며 가계부채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