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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천만 속 촬영장 옆 대나무숲을 아십니까?④

by 아프로뒷태 2012. 10. 21.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촬영장 옆
대나무숲을 아십니까?

2012년 '
도둑들'에 이어 '광해,왕이 된 남자'가 천만명을 넘어서는 등 한국영화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그 한켠에선 영화 스태프들이 피눈물을 쏟고 있다. 천만영화가 그림의 떡인 이들은 트위터로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고 있다.





촬영장 옆 대나무숲은 영화 스태프들이 익명으로 참여하는 트위터 계정이다. 00 옆 대나무숲은 출판사 종사자들이 만들기 시작해 이제는 촬영장 옆 대나무숲, 방송사 옆 대나무숲 등 IT회사,디자인회사,광고회사,게임업계 등 다양한 계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대나무숲에서 업계 이면에 숨겨져 있는 내부고발을 하거나 슬픔을 토로한다. 때문에 거친 말들이 오고 나거나, 한탄도 많지만 그럼에도 귀담아 들어야 할 글들도 많다.

최근 촬영장 옆 대나무숲 계정에는 "제작 중 모 영화 주연배우 개런티 6억 7천, 같은 현장에서 뛰는 어느 막내 스탭 페이 320만원. 4달 프리+현장. 상업영화임"이란 글이 올라왔다.

주연배우는 억대가 넘는 출연료를 받지만 막내 스태프는 4달에 320만원, 즉 한달에 80만원을 받으면서 일한다는 내부 고발이다.

영화 스태프들의 열악한 처우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2005년 탄생한 영화산업노조는 이 문제를 놓고 제작가협회 등과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2006년을 정점으로 한국영화 산업이 침체에 빠졌기 때문. 전체 제작비가 줄어들다 보니 결국 현장 스태프 임금을 제일 먼저 줄여 나갔다. 가장 힘없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내쳐진 것이다.

한국영화 평균 총 제작비는 2006년 42억원을 정점으로 2007년 36억원, 2008년 30억원, 2009년 23억원, 2010년 21억원, 2011년 22억원으로 줄어들었다.(영진위 영화산업 통계 참조) 총 제작비 중 3분의 1이 마케팅 비용인 점을 고려하면 순 제작비는 더욱 줄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급 배우들은 여전히 최고 개런티에 런닝 개런티까지 챙긴다. 제작사도 현장 스태프를 위해 제작지분을 양보하지 않는다. 투자배급사는 제작사와 수입 계산을 6대4로 나누는데 그치지 않고, 공동제작 형식으로 더 많은 지분을 챙긴다. 죽어나가는 건 현장 스태프들이다.

그렇다고 배우들의 출연료를 줄여서 현장 스태프들과 나눠야 할까?

"주연배우 개런티 6억7천, 막내 스태프 페이 320만원" 글에는 그런 욕망이 읽힌다. 대중이 가장 뜨겁게 반응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 2005년 강우석 감독이
송강호최민식 실명을 거론하며 배우 개런티가 과도해서 제작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했다가 반박 기자회견 등 한바탕 소동이 일기도 했다.

과연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괴면 문제가 해결될까?

일부 배우들은 고액 출연료에다 총 수입에서 런닝 개런티를 받기도 한다. 분명 문제로 지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배우 출연료와 현장 스태프 임금은 다른 문제다. 배우 출연료를 줄이기보단 현장 스태프 임금을 올려야 한다. 배우는 영화의 얼굴을 책임지는 만큼 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다음 영화 출연료와 결부된다. 시장에서 논의되는 부분이다.

반면 현장 스태프 임금은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생계 및 미래, 투자 등의 문제인 만큼 정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제작비 상승 압박은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국영화 수익률은 2005년 +10%에서 2006년부터 마이너스로 곤두박질했다. 2006년 -24%로 떨어진 데 이어 2007년 -40%, 2008년에는 -41%를 기록했다. 바닥을 찍고 2009년에는 -11%, 2010년 -10%로 올라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극장요금 인상, 불법다운로드 근절,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지분 조정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어느 하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아닌 게 없지만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선 하나씩 해결돼야 하는 문제다.

투자배급사는 제작사가 챙기는 몫이 많다고 생각한다. 제작사는 투자배급사가 도둑놈이라고 믿는다. 양쪽 다 상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제작사 역량이 안정적인 곳이 너무 적다. 하이 리스크 사업인데 믿을 만한 곳이 적은 만큼 하이 리턴을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제작사 대표는 "한국영화 산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기에 안전장치가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면서도 "그렇다면 기획단계부터 지분 조정율을 달리해서 처음에는 적어도 흥행에 성공하면 더 많은 몫을 제작사에 돌려주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행히 부가 판권시장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한국영화 산업은 비디오 등 2차 판권시장이 무너지면서 극장수입에 목을 매는 기형적인 구조다. 그랬던 것이 IPTV 등을 통해 조금씩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2009년 부가시장 매출액은 800억원에 그쳤지만 2011년에는 1700억원대로 늘었다. IPTV와 모바일 등으로 영화 합법 다운로드 시장이 형성되면서 일궈낸 성과다.

즉 투자배급사가 2차 판권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단 뜻이다. 어차피 2차 판권 수입의 대부분은 투자배급사와 유통사가 챙겨간다.

투자배급사가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기면 제작사도 현장 스태프를 위한 처우 개선에 지금보다 앞장서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 관계자는 "제작사에서 대박 났다고 스태프들에게 큰 몫을 챙겨줬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과거 강우석 감독 정도가 1,2억원씩 통 크게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제작사의 온정에 기대기보단 제도적인 장치로 해결돼야 한다.

영진위는 2010년까지 예술영화 제작 지원사업을 실시하다가 스태프 인건비 체납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2011년 이 사업을 스태프 인건비 지원사업으로 변경해 실시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스태프 정식고용 및 4대 보험 가입 등 제작사가 지키기 어려운 심사기준으로 참여율이 저조해 지원예산 30억원 중 20억원이 사용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사업실적 저조를 이유로 이 사업에 올해 10억원만 반영했다. 그나마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10억원 중 2억원만 집행됐다. 기획재정부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예 내년 예산신청을 거부했다.

정부의 정책지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화체육방송통신위원회 김장실 의원(
새누리당)은 영진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영진위가 독립영화에 지원해야 할 돈들이 상업영화에 지원됐다고 질타했다. 스태프 인건비 지원사업이 '화차' '미확인 동영상' '러브픽션' 등에 지원됐기 때문이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기준과 지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나오는 말들이다.

상업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선 이들을 정책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제작비 상승 압박도 덜 수 있다.

촬영장 옆 대나무숲에서는 지금도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그동안 한국영화산업은 현장 스태프들의 열정을 착취하면서 성장했다.

이제 한국영화산업도 동반성장을 논의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촬영장 옆 대나무숲의 외침을 외면할 수는 없다.

aoi@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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