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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러브픽션, 전계수감독, 환상을 보는 남자와 환상에서 한방먹고 깨어난 여자의 만남

by 아프로뒷태 2012. 2. 29.

 

 

하정우가 요즘 대세다. 남들은 한편 찍어 상영하기도 힘든 영화를 하정우는 여러 편을 찍어 동시 다발적으로 상영하고 있다. 그만큼 하정우란 배우가 발이 닳도록 여기저기 영화를 찍으러 다녔다는 뜻이기도 하다. 클린트이스트우드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배우에서 감독으로 거듭나려면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삼거리 극장으로 한국영화판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감독이 전계수이다. 극장 스코어가 대중영화라 불릴 만큼 뛰어나진 못했지만 예술영화치곤 솔솔 했다. 더욱이 이 감독에 대한 평도 뛰어나 한국의 팀버튼 감독이라 불릴 만큼 호평이 컸다. 소문은 자자 했지만 개인적으로 <삼거리 극장>을 보지 못했다. 이 바닥에서 일해도 지금 당장이 아니라, 언제가 되더라도 훗날 보아도 되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삼거리 극장> 이 그랬다. 일단 개인적으로 그렇고.

 

 

우선 전계수 감독이 찍은 연애스토리란? 

 

 

남녀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로맨틱 코미디하면 그렇다. 남녀가 서로 만나고 반하고 꼬리치고 사랑하고 싸우고 이별하다 다시 조우하는 공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은 호감배우들의 몫이 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한 이유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그래, 일단 극장으로 가보자. 가서 즐기자. 아무런 비판도 기대도 하지 말고.

 

 

영화는 소설가 구주월이 ‘팜므파탈’ 이라는 소설을 쓰면서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아 출판사 사장과 아동문학 출판계약을 위해 독일로 출장을 가면서 시작한다. 구주월은 독일 베를린 영화제에서 영화 수입 일을 하는 이희진을 만난다. 그녀로부터 명함을 받게 되고 사랑의 이끌림을 느끼게 된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가 나타났다고 말이다. 구주월에게 이희진은 무엇인가? 어떤 존재인가? 무엇이기에 가슴 설레이게 하는가? 구주월은 소설은 잘 써지지 않고 이희진이 자꾸 생각난다. 구주월은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 이유가 자신에게 영감을 불러줄 사건이나 사랑을 너무 오랫동안 하지 않아 감성이 메말라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다. 우선 위트있는 편지를 써서 꽃바구니와 함께 이희진의 회사에 보낸다. 그리고 이희진의 반응을 기다린다.  

 

 

“낚시를 배워”

 

 

애타도록 이희진의 반응을 기다리는 구주월에게 정신과 의사는 말한다. 낚시를 배우라고.

여기에 미끼를 던져놓고 반응이 없으면 다시 미끼 던지는 자리를 바꾸는 게 낚시라고.

 

 

드디어 주월에게 희진의 연락이 온다. 주월은 희진을 위해 별이라도 다 따줄 사람처럼 해바라기다. 하지만 희진은 덤덤하다. 이미 희진은 이혼의 경력이 있다. 사랑의 좌절을 경험한 여자여서 그런가 사랑의 신비나 남자의 신비를 기대하지 않는다. 집착도 없고 털털하며 마약과 같은 사랑에 자신의 감정 컨트롤을 할 줄 안다. 그런 그녀가 주월에게 마음을 연 것은 손편지 때문이었다. 

 

 

"자기에게 부탁이 있어."

"뭔데?"

"앞으로 자기가 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었으면 좋겠어. 나, 자기가 쓴 글 읽는 거 좋아하잖아."

"알았어."

 

 

희진은 주월에게 편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려고 한다. 편지쓰기는 일종의 상대방에 대한 나의 고백이다. 그래서 진심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소통의 방식이기도 하다. 이미 이혼으로 사랑의 쓰디쓴 잔을 마신 희진은 그렇게 희진은 사랑을 갈구하는 주월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과연 주월이 편지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그렇다. 환상을 보고 달려드는 사람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한다. 환상은 깨지면 비참하고 잔혹하고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하니깐.

 

 

희진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주월은 소설을 쓸 수 있는 강렬한 영감을 얻게 된다. 그래서 선배출판사의 신문에 실을 가십꺼리의 삼류 연애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연재소설은 일명 ‘액모부인’이다. 여기서 영화는 액자소설의 방식을 취한다. 그것이 영화의 또다른 플롯을 형성하여 현실의 주월과 희진의 관계를 대변해준다. 그런데 이것을 표현하는 감독의 의도가 흥미롭다. 과거 흑백영화를 상기시키는 듯하다. 배우들의 음성을 직접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성우가 떠빙을 해야 했던 한국의 흑백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다소 슬랩스틱 코미디와 같이 과장성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하정우와 공효진 외 출연배우를 두고 영화 안과 밖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흥미롭다. 이것은 감독의 재치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영화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이희진의 겨드랑이 털에서 비롯된다. 희진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주월은 희진의 과거에 집착한다. 희진이 '스쿨버스' 라 불릴 정도로 대학시절 거쳐간 남자가 많았다는 말에 주월은 희진을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기 시작한다. 희진의 겨드랑이 털에 놀라고 희진의 대학시절 문란한 남자관계에 놀란 주월은 한 여자를 위한 로망스를 더이상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한 번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언제부터 여자는 겨드랑이 털을 당연히 제모 해야 했을까? 겨드랑이 털을 제모한 여자는 미적으로 아름다운 여자이고 아닌 여자는 추녀인가? 그렇다면 아래에는? 문득 영화를 보면서 겨드랑이 털이 언제부터 추함에 소속되어 평가절하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안 감독의 ‘색,계’를 본 사람이라면, 탕웨이와 양조위의 정사 씬에서 겨드랑이 털이 노출되는 장면을 보고도 추함이나 실망보다는 가슴떨림이나 미학적 육체의 신비를 논하게 될 것이다.

 

 

남자들여, 환상을 깨시라. 제발. 이슬만 먹는 순수한 여성을 기대하신다면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남자들이 기대하는 이슬만 먹을 것 같은 여자도 알고보면 화장실에서 똥도 눈다. 사랑은 결국 환상이 문제로다. 왜, 콩깍지가 씌였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기준에서 상대방의 환상을 보고 시작하는 것이 초짜들의 사랑이다. 그런 사랑은 오래 못간다. 여기 하나의 컵이 있다. 그 컵이 좋아보여 손에 잡았다. 보이는 면은 밝고 순수하고 좋아 보이지만 뒷면에 진흙이 잔뜩 묻어있고 이도 빠졌다면... 그땐 어떻게 할것인가? 마음이 변했다고 손에 놓고 돌아서면 그만인가? 그렇게 해서 등돌리는 남자들, 사랑이 무엇인지 논할 자격이 없다. 책임 없는 사랑은 하지 말길. 환상은 마약이다. 그 기분에 취하고 싶어서 환상만 쫓는다면 평생 진정한 사랑은 못할 것이다.

 

 

한마디로 영화는 희진에게 환상을 보는 남자와

이미 환상에서 한 방 먹고 정신 차린 여자의 만남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극중 재미있었던 알래스카 송

 

 

 

 

 

 

 

 

줄거리

 

 

 

“내 과거의 사랑은 비록 모두 실패로 끝났지만 아직도 사랑은 유효하다”

완벽한 여인을 찾아 헤맨 나머지 31살 평생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 보지 못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 그런 그의 앞에 모든 게 완벽한 여인 희진(공효진)이 나타난다. 첫 눈에 그녀의 포로가 되어 버린 주월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희진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런 주월의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에 희진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내 사랑, 널 위해서라면 폭발하는 화산 속으로도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아”

드디어 시작된 그녀와의 연애!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 않은 주월은 끓어오르는 사랑과 넘치는 창작열에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괴상한 취미, 남다른 식성, 인정하기 싫은 과거 등 완벽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희진의 단점이 하나 둘씩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도대체 내가 몇 번째야?”

하나부터 열까지 쿨하지 못한 이 남자, 모든 고비를 이겨내고 평생 꿈꿔왔던 연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씨네21 정한석 기자 평

 

 

삼류까지는 아닌 것 같고 2.5류쯤 되어 보이는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은 출판사 사장인 선배의 일을 돕기 위해 베를린에 갔다가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이희진(공효진), 영화 수입사 직원이라는데 보는 순간 구주월의 마음에는 바람이 분다. 어딘가 좀 서투르고 고집 세지만 때로는 낭만으로 가득한 이 시대의 고전주의자 구주월과 알래스카 출신의 예쁘고 상냥하며 모던한 여인 이희진의 연애는 구주월의 노력과 전략으로 이내 성사된다. 처음에는 꿈결 같은 연애의 나날들이지만 현실은 물러서지 않고 또다시 찾아온다. 그것도 참 구질구질하게 찾아와서는 문제를 점점 더 크게 만든다. 구주월은 우연히 이희진의 과거사를 들은 날부터 혼자만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러브픽션>은 <삼거리 극장> <뭘 또 그렇게까지>를 연출했던 전계수 감독의 로맨틱코미디다. 두편의 전작 모두 일정한 장르적 쾌활함과 소소한 영화사적 지식 그리고 감독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기질적 낭만성이 어우러져 색다른 길을 모색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한국 선배 감독들이 만들었던 로맨틱코미디에 불만이 좀 있었고 <러브 어페어>와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가 이 장르의 최고라고 믿는다”고 말하는 감독답게 이번에는 로맨틱코미디의 일반적 규칙을 지키면서도 재기 넘치는 대사와 상황들을 곳곳에 심어놓았다. 섣부르게 감동으로 몰고 가려는 잘못도 범하지 않는다. 예컨대 전반부는 웃음으로, 중반 이후는 감동의 도가니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그 많은 한국의 로맨틱코미디들과 비교한다면 단연 신선한 면이 있다.

 

다만 이 영화의 구조가 비교적 나열식이라는 점에서 누수가 생긴 것 같다. 아마도 전통적 드라마투르기에 대한 은근한 반감에서 비롯되었을 이 구성은 대체로 하나의 신마다 연애에 관한 문답 하나씩은 포괄하고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우리는 연애 상대방의 마음은 어떻게 사로잡아야 하는가, 남자는 얼마나 우매한가, 여자는 얼마나 알기 어려운가 등의 연애 기술서 목차에 나올 법한 나름의 소제목을 신마다 달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각각의 일화들 사이에 형성되었어야 할 긴장감의 장력이 덜 느껴진다는 데 있다. <러브픽션>에 더 필요한 것이 있었다면 그건 서사의 기승전결이 아니라 평평한 신들 사이를 밀고 당기는 강한 리듬감이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곳곳에 매설되어 흥을 돋우는 대형 웃음폭탄들은 아주 강력하다.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우스꽝스럽게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체모 노출 신’, 그러니까 섹스를 하기 위해 상의를 벗어던지자 예고없이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겨드랑이털과 그걸 발견하고는 예의를 차릴 새도 없이 찰나의 호들갑을 떨며 내뱉는 남자주인공의 대사, “아이구! 이게 뭐야?”는 강력한 <러브픽션>식 웃음코드를 예상하는 데 결정적인 키워드가 되는 장면이다.

 

 

 

 

 

 

 

 

 

 

 

 

Q. 간단한 소감과 인사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전계수 감독] :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여러분들이 모두 알고 있는 하정우씨, 공효진씨의 장점들을 저도 봤습니다. 리얼하고 설득력 있는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표주자인 두 분들이 하는 연애 연기는 리얼할 수 있겠다는 면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만들었고, 제 대사가 워낙 문어체이고 장치들이 많은데 그 부분들이 주월의 내면세계를 정의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봐서 그런 부분들을 넣었습니다. 문어체적이고 해독하기 불편할 수도 있는 점들이 두 분의 연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만들어진 것 같아서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공효진] : 저는 무엇보다 어떻게 보셨을지 너무 궁금하고, 제가 오히려 소감을 묻고 싶은데요, 어떤 기사들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보니까 충격적이셨을 수도 있기도 해서 저는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거고 촬영한 터라 감흥이 크지는 않았는데 어떠셨을지 궁금하네요. 그 부분은 가짜였다는 거. (웃음) 감사합니다.

 

[하정우] : , 겨드랑이 털이 정말 리얼했어요. 분장실에서 너무 잘 붙여줘서 촬영하는 동안 저 역시도 굉장히 놀라웠고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된 리얼한 분장이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2007년 미장센 영화제 뒷풀이 자리에서 전계수 감독님께 얘기를 들었는데요, 당시 감독님께서 1년 뒤에 시나리오를 주겠다, 정우씨 할 마음이 있냐는 얘기를 듣고 2008년 여름에 시나리오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굉장히 어려웠죠. 여자 배우 캐스팅도 어려웠고 그렇게 2년이 지났고 2012년도에 효진씨가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러브픽션> 촬영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함이 크고, 모두가 잘 버텨주고 이렇게 결과물을 보게 되어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도 편집 본까지 오늘 9번째로 영화를 본 거였는데요, 기자 분들이 어떻게 보셨는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Q.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영화 속에서 주월의 소설이 영화화될 때 성우 녹음한 연출을 계속 하셨는데, 이런 클래식한 연출의 고전 영화를 즐겨보시는지, 그렇다면 고전 영화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시는지, 그리고 영화 추천 부탁 드립니다.   

 

[전계수 감독] : 그 부분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많이 고민했었고, 후반 작업 때도 여러 가지로 효과를 집어 넣으려고 했었는데요, 최종적으로 구주월의 캐릭터가 잘 풀리지 않는 소설가로서 소설이든 삶이든 연애든 꽤 답답하고 고답적인 구석이 있어서 주월 속에 있는 소설 또한 클래식한 면이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그 장면에서 <차이나 타운> 분위기를 얘기했고요, 영화를 찍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구태의연할 수도 있고 클래식할 수도 있는 음성 효과를 통해 주월의 캐릭터가 가진 어떤 일면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배우 분들이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녹음을 한 기억이 있고요, 일련의 아주 클래식한 탐정 느와르 영화, <차이나 타운> 이라던가 히치콕이나 존 포드의 영화들의 미장센을 가져오려고 노력했어요. 코믹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참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Q. 하정우씨게 질문 드립니다. 그 동안 남성적인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는데 이 영화에 끌렸던 이유가 궁금하고, 문어체 대사를 끊임없이 쏟아내시던데 굉장히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에피소드 같은 건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하정우] : 일단 문어체 대사를 소화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반복 연습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 처음 받아보고 나서 굉장히 웃겼어요. 저에겐 이 코미디가 너무나 웃겼고, 구주월이라는 인물이 너무나 연애하는 데 있어서 남자가 가지고 있는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결정을 했죠.

 

Q. 하정우씨는 대사가 정말 많았는데 힘들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감독님께는 실제 연애담이라고 들었는데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적용 된건지 궁금하구요, 공효진씨는 겨털을 아직도 민망해하시는 것 같은데, 참여하시게 된 결정적 이유가 궁금합니다.

 

[하정우] : 크랭크인 하기 전부터 장문 대사, 특히 희진 앞에서 장문의 대사를 쏟아내는 부분은 오래 준비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촬영 들어가기 한 두 달 전부터 읽어나갔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이 촬영 후반부에 진행되었는데 억지로 외우려고 하지 않고 내 마음 속에서 고백이 나오는 것처럼 소화를 시키려고 오래 반복 연습을 했습니다.

 

[전계수 감독] : 앞의 이야기에 조금 더 부연을 하자면 희진에게 고백하는 주월의 연극적인 대사 장면은 정말 여러 각도에서 찍었었거든요. 그 장면에서 한 번도 NG를 내지 않더라고요, 수많은 각도에서 여러 번 테이크를 갔었는데 정말 완벽하게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제 얘기라고 나오는 부분은 제가 결혼을 해서 쉽게 이야기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에(웃음). 모든 로맨틱코미디를 포함해서 멜로 영화 만드는 감독님들은 당연히 자기가 연애를 하면서 겪었던 것들이 에피소드에 녹아있을 거예요. 구체적인 에피소드 보다는 연애에 대했던 태도 같은 부분을 구주월에게 많이 녹아냈고 그래서 실제로 연애도 못했고, 지나간 여자 친구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래서 반성하는 차원에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는 안만들 건데요, 한번 제 연애를 정리해 보고 싶었고, 그런 얘기가 있죠. 역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연애도 마찬가지인 거 같습니다. 지나고 나니까 그 모든 속앓이들과 절망과 환희와 이런 것들이 제게는 해학적으로 느껴졌고 그런 태도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똑같은 건 없습니다.

 

[공효진] : 저 겨드랑이 털 나오는 부분은 처음에 시나리오 읽었을 때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크게 거부감이 있지는 않았어요. 촬영이 다가오니 어느 정도 양을 원하시는지, 얼마나 가까이 들어오시는지 걱정이 되긴 하더라고요. 처음에 감독님께서 영화 촬영하기 전에 겨드랑이 털을 이제부터 기르시는 게 어떠냐고, 지금부터 기르기 시작해야 한다고 그러셨거든요. 제가 일을 해야 해서 곤란할 것 같다 라고 얘기했었고(웃음) 현장에서 처음 가짜 겨드랑이 털을 붙였을 때 다들 여기저기서 많이 너무 웃어서 신나게 자랑하고 보여주고 했는데, 촬영할 때 그렇게 거부스럽지는 않았는데 화면에서 보니 숱이 많긴 하더라고요.(웃음) 어떻게 느끼실 진 잘 모르겠고 각자의 취향과 성향이 있으실 텐데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게 화끈해 보이기도 한다는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좋은 반응이었으면 합니다. 저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또 계기나 이유는 영화 보셨으면 아셨을 텐데 겨드랑이 털이 나와야 한다는 것 말고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 인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두 배우 분께 질문 드릴게요. 맥주 광고도 있었고, 영화 <러브 픽션>도 있었고, 또 국토 대장정 <577 프로젝트>까지 두 분께서 다양한 방면에서 인연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영화 속에서도 완벽한 호흡을 맞추셨는데 실제 촬영하면서 호흡은 어땠는지 서로를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하정우] : 호흡을 맞추고 있다, 호흡이 잘 맞는다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현장에서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하고 그랬던 것이 돌이켜보면 코드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효진씨와 제가 <러브픽션>을 선택하게 된 것이고, 유머 코드까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호흡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공효진] : 광고 할 때부터 하정우씨의 유머에 매료되어서 작품 같이 하면 참 좋겠다 생각했고, 일사천리로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하정우씨와 꽤 많은 작업을 했는데, 하는 내내 모두 즐거웠습니다. 영화 찍으면서 점점 변해가는 구주월의 상황에 이입되면서 저 역시 실제로 하정우씨가 얄밉고, 남자들은 왜 그러냐고 하정우씨와 감독님을 붙잡고 화를 내기도 했어요. 남자 중심의 영화에서 제가 감정적이게 될 수 밖에 없도록 하정우씨,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촬영이 끝나고, 너무 섭섭했고, 영화가 끝나고 제가 희진이라면 알라스카에서 돌아왔지만 분명 헤어졌을 거라고 다시는 구주월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더니 감독님은 3개월을 더 만나고 헤어졌을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 이야기도 굉장히 섭섭했어요. 알라스카까지 가서 데리고 와놓고 3개월 더 만나고 헤어진다니. 그만큼 저희 영화가 현실적이고 직설적이고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좋았는데 재미있게 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정우씨와는 무엇보다 제가 영화에 이입하고 감정적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Q.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영화 제목에 대해서 궁금한데요, 조금 애매모호한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영화 제목이 결정되게 되었는지 답변 부탁 드립니다.

 

[전계수 감독] : 러브픽션은 일단, 러브가 있고 픽션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지었고요. 저는 일단 픽션이라는 말이 좋았어요. 러브 스토리도 있고, 러브 노블도 있을 수 있는데, 저는 구주월이라는 잘 안 풀리는 소설가의 연애, 그리고 그 사람의 소설이 어떤 관계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서로를 못살게 구는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러브도, 픽션도 중요했어요. 다른 대안을 생각할 틈이 별로 없었습니다

 

Q. 감독님께 질문 드릴게요. <러브픽션>이 리얼하고 공감을 많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로맨틱코미디나 멜로에 비해 차별 점을 띄는 것 같은데요. 감독님께서 본인의 이야기를 약간 끌어오면서 <러브픽션>을 통해 연애나 사랑에 대해 전달하고 싶었던 부분이 무엇인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전계수 감독] : 제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구주월의 대사 속에 있는데요. “반성하고 있어”. 모든 제 과거의 잘못들, 여자친구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들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다는 말이 제 메시지입니다. 그 메시지들이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최근에 항의전화도 받아서.(웃음) 반성하고 있습니다.

 

Q. 감독님께서 반성하고 계시다고 하시는데요, 실제로 공효진씨는 구주월 같은 남자가 있다면 어떨 것 같은지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공효진] : 반성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사람이 사랑하면 이성적이고 지적인 판단이 안되잖아요. 분명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 사실로 화를 내고 헤어지고 그 사람을 몰아 부치고 계속 뒤를 캐고, 옛날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을 못살게 구는 그런 평범한 연인들과의 다툼이 조금은 여자로서 화나고 짜증낼 때 남자의 공격 방법이 반성한다는 건데. 사실,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반성 해야 되는 건 맞는 것 같고, 그렇지만 희진에게 주월이 처음 사랑을 고백했던 장면, 특히 희진을 사랑한다고 수많은 이유들을 대며 말하는 장면은 나중에 주월에게 화가 날 때 그 때 그 사람의 그런 말들이 기억나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고백이었다고 생각해요. 희진은 구주월의 말솜씨, 재치, 그런 것들에 꽂힌 게 아닐까요? 여자들은 재미있는 남자를 좋아하잖아요. 작가라는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 힘들 것 같긴 해요.

 

Q. <러브픽션>은 이런 분들이 곡 봤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과 마지막 인사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전계수 감독] : 나는 왜 이렇게 연애가 안되지 하는 남성 분들과 영화를 보면서 너가 그래서 안돼이런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고, 남자들이 연애할 때 어떻게 사고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연애를 생각하는지 알고 싶은 여자 분들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연애가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인 모든 분 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효진] : 여자들은 이 남자가 나를 두고 어떤 생각을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떠들 것인가 궁금한 분들, 남자의 속내가 궁금한 분들이 보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하정우] : 15세 이상 되시는 분들은 모두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영화의 중반까지 구주월이 보여주는 부분, 연애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유머 라던지 그런 부분들을 적절히 사용해서 사랑을 쟁취했으면 좋겠고, 후반부의 주월의 모습을 보면서 절대로 감정을 그렇게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유념하고 참고했으면 좋겠습니다.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 연애를 하는데 계속 실패하는 사람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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