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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향기

레퓨지-프랑수아 오종 감독

by 아프로뒷태 2010. 8. 1.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페에서 목구멍으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못하고 꽉 막혀있는 느낌.

목구멍에서 작은 화약이 지속적으로 불타고 있는 느낌.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어질한 느낌.

살아야 하는 건지, 죽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느낌.

함께 있었다고 온전히 믿고 또 믿고,

설령 그 믿음을 한 번 져 버렸다고 해도

실수를 했다 그래도 믿고 또 믿어야 한다고 꾹 참아야 하는 것.

멀어진다는 것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을 믿지 못했는데, 그것은 거짓부렁이라고 결코 속아선 안 된다고 명심하고 또 명심했건만.  

그것은 운명이라며 믿음을 주고 따랐던 것은....

그것은 단지 순간의 체면이었을까?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것은 순전히 착각이었을까?

두 사람이 함께 있기에 세상 그 어떤 일을 함께 해도 무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것은 착각이었을까?

두 사람의 무한한 에너지와 지혜가 합쳐지면 우주에서 아주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것은 착각이었을까?

 

서로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이야기를 하고,

동작 하나하나 사소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은,

그것은 착각이었을까? 그것은 환상이었을까? 그것은 온전히 혼자만의 머릿속에서 벌어졌던 시뮬레이션, 가상 현실이었을까?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말하던 입에서 또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버젓이 옛 사랑을 두고도 새로운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그것은 과연 그럴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과연 어떤 힘으로 그럴 수 있는 걸까?

또 다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고, '우리'라 말하고, '인연'이라 말하며

사랑의 의미를 부여하며 함께 살아가자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은 무엇일까?

 

지나간 사랑은 무엇이고 다시 찾아온 사랑은 무엇일까?

지나간 사랑은 확신이 없었던 것이고 다시 찾아온 사랑은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

버젓이 지나간 사랑이 있음에도 바라보지 않는 사람에게 묻는다.

사람이 사람을 홀연히 떠나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에 책임감이라는 것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들, 사랑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책임이라는 것은 의지이며 소신이 아니던가?

 

떠나는 사람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던 것일까?

그래서 호기심의 유혹을 받는 것일까?

떠나는 사람을 위한 신화는 있지만

남은 사람을 위한 신화는 없다.

어디로 갔을까?

 

그저 인간이기에 이해해야 한다고, 이성과 과학으로 풀 수 없는 명제, 사랑이기에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닐까?

언제까지 사랑의 책임을 회피하며 사랑을 신화속으로 밀어넣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해야 하는 걸까? 

 

책임감 없는 사랑, 지킬 수 없는 사랑, 우리는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상처와 격한 슬픔 그리고 그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

혼자 남은 사람들은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 걸까?

떠나는 자는 흔히 혼자 남은 사람에게 함께 했던 사랑의 결과를 아름다운 추억이라 치부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의 신화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믿도록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일까?

  

사랑에서 깨어나는 일은.

그것은 환상에서 벗어나는 일인 것일까?

그것은 과거를 지우고 쌓아온 사랑을 무너뜨리고 부정하는 일인 것일까?

 

일상을 함께 했던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란, 그런 것일까?

 

무스와 루이, 일상을 함께 했던 두 사람이었는데,

조금의 약물 복용후 잠깐 잠들었을 뿐이었는데,   

눈을 떠보니 루이는 없고 무스만 홀로 덩그러니 세상의 눈들속에 남겨져 있다.

 

이봐, 혼자 남게 된 여자의 기분이란. 어떤 건지 알 수 있어? 무스의 기분이 어떤지 알 수 있어?

그건 살아도 사는 건지 잘 모르는 일이야.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영향을 줄지 잘 몰라.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를 잘 알고 하는 일은 없어. 그저 그냥 갈 뿐이야.

  

무스가 그렇지 않을까?

죽지 못해 살고 있는 이유를 무스는 느끼지 않았을까? 

무스의 뱃속에 있는 아기, 루이의 아이.

'루이, 나 임신했어. 우리에게 아기가 생겼어.'

라고 말하며 루이에게 안겨 기뻐할 겨를도 없이 무스는 홀로 남겨진 여자의 슬픔을 가슴에 안는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시간은 자꾸 여자에게 걸어가라고 등을 떠민다.

터벅터벅. 

 

루이가 불어오른 배를 만질 수 없고

루이가 뒤에서 포근하게 안아줄 수 없고

루이가 더 이상 무스의 이름을 불러줄 수 없다고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사라졌지만

루이는 그저 건강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는 인생.

 

루이, 안녕. 잘 지내고 있는거야?

루이, 무스를 봐. 무스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고 있나봐.  

온전히 혼자서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어.

 

루이, 무스를 보고 있는거야? 

 

 

 

 

 

 

 

 

 

 

 

 

 

 

 

 

synopsis

상실의 끝에서 찾은 삶의 이유!

상처 입은 그들의 투명한 슬픔이 치유되는 곳, 레퓨지

 

파리의 고급 아파트에서 아름답고 젊은 연인 '무스'와 루이'가 헤로인을 서로에게 맞혀 준다. 다음 날 아침, '루이'의 엄마는 마약 과다 복용으로 이미 시체가 된 '루이'와 혼수 상태에 빠진 '무스'를 발견한다. 깨어난 무스는 루이의 죽음과 자신이  임신이라는 소식에 충격에 빠진다. 절망한 무스는 파라를 떠나 한적한 해변가 마을에서 홀로 지내기로 한다. 몇 달 후, 루이의 동생인 폴이 그녀의 은신처를 찾게 되고. 루이와 아기의 존재로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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