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의 영혼공작소
20> 자기 절제력의 비밀
슬롯머신은 확률이 누적되지 않으며, 오랫동안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에 터질 확률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디자인돼 있지 않다. 지금까지의 결과와는 아무 상관없이, 매번 새롭게 결과가 결정된다. 그럼에도 계속 돈을 먹는 슬롯머신으로부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겨레> 자료사진
때론 비합리적 행동 이끌어
‘지금 이 순간’을 중시하고
‘미래’ 가치를 등한히 한 탓
이럴수록 전전두엽 덜 발달 마시멜로 테스트해보니
눈앞 유혹을 참는 아이가
커서 성공 확률 훨씬 높아
충동 억제는 의지력과 무관
넓게 보는 인지 훈련이 중요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자동차에 주유를 할 때 저마다 독특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주유소에 들러 “가득 채워주세요”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주 주유소에 들러 1만~2만원씩 주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부족해 꽉 막힌 올림픽대로에서 ‘빨간 주유경고등’ 때문에 불안해하면서도 번번이 이런 상황을 되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주유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장거리 출장을 떠나지 않는다면 자동차에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굳이 무거운 휘발유를 싣고 다니느라 추가로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대한 차량 무게를 가볍게 하고 다녀야 더 효율적일 테니까. 하지만 주유소를 찾아헤매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적절하진 않다. 자주 가는 길목에 정해놓은 주유소가 없다면, 2만~5만원 정도씩 주유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기저핵과 전전두엽의 힘겨루기 주유를 하다 보면 배우자와 싸우는 경우도 더러 발생한다. ‘주유소를 발견했을 때 들러 주유를 하고 가자’는 아내와 ‘지금은 너무 피곤하니 일단 집에 가자’고 주장하는 남편 사이에 잠깐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날 주유를 하지 않으면 다음날 주유소에 반드시 들러야 하는데, 왜 하필 그럴 때만 줄이 길거나 급한 약속이 있어서 (늦은 밤에 여유롭게 주유를 하는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도 잦다. ‘습관’이란 원래 유익한 결정을 빨리 내리기 위해 굳이 매번 고민하지 않고 정해진 일련의 행동을 따르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습관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절한 전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습관화되어버려 (혹은 자기 조절에 실패해) 바꾸지 못하거나 고치지 못하는 경우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테리 버넘은 ‘주유소 게임’을 통해 ‘자기 절제’를 테스트해보길 제안한다. 게임의 룰은 매우 간단하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아 한 사람은 ‘내가 지금 주유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안하고, 상대방은 ‘왜 지금은 안 되는지’를 설명한다. 좀더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내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억지스러운 이유를 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그건 사실 게임에서만의 상황이 아니다. 종종 늦은 밤 차 안에서 부부가 나누는 실제 대화인 경우가 많다.우리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적절하지 않게 교환하는 데 있다. 지금 당장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고 다음에 놀 기회는 다시 올 텐데, 문제는 지금 당장 너무 놀고 싶다는 데 ‘인생의 비극’이 있다.이게 바로 그 어려운, ‘리더십 분야의 대가’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하나다. 그가 꼽은 7가지 습관 중 가장 중요한 습관이 바로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이다. 스티븐 코비는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하라’고 주장한다. 해야 할 일들을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한 후, 급하면서 중요한 일에 가장 먼저 손을 대고, 급하진 않더라도 중요한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주문한다. 신경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시간 측면에서 ‘자기 절제’를 하라는 얘기다. <타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 명인 그의 주장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인지는 의문스럽다만 말이다. 신경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많은 경우 ‘현재’, ‘지금 이 순간’에 너무 많은 가치를 두고 ‘미래’에는 상대적으로 가치를 별로 두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작은 이익에 민감한 기저핵(Basal Ganglia)의 ‘쾌락 중추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미래를 숙고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자신이 ‘자기 절제’를 잘하는 편인지 아닌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절제가 필요한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내일 중요한 보고서 마감이 있는데 오늘 친구들과의 술자리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중요한 가족 모임 때문에 일요일 오전 ‘골프 모임’을 취소할 수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게 매번 힘들다면,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이 1970년대에 고안한 마시멜로 테스트는 어린이들의 학문적 성취를 측정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BS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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