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을 보고 듣다(문장배달)

요시다 슈이치 「7월 24일 거리」

by 아프로뒷태 2014. 11. 8.



「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캄캄한 출입구 어디에선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정전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몰라, 그 자리에 그냥 서 있는 사람인 듯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내가 조그만 소리로 묻자, “괜찮아요. 나는 잘 아니까.”라며 그가 팔을 잡아끈다.

그의 손을 잡고, 때로 무언가에 발끝이 걸리고 무릎을 부딪히면서 출입구를 통과했다. 눈앞에 캄캄한 1층 매장이 있고, 시각을 잃은 나의 코에 달큼한 향수 냄새가 와 닿았다.

“괘, 괜찮아요? 갈 수 있는 거예요?”

그 어둠에 질려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아요.”라며 내 손을 잡아끈다.

그에게 등을 떠밀리듯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 옆에 조그만 비상등이 커져 있어, 층계참과 계단은 구별할 수 있었지만 만약 그가 옆에 없었더라면 몇 번이나 구르고 넘어졌을 것이다.

수도 없이 드나든 백화점인데, 어디를 어떻게 지나 7층 옥상까지 올라갔는지 알 수 없다. 감각적으로는 30분은 족히 계단을 올라온 것 같은데, 어쩌면 횡단보도를 건넌 지 1, 2분밖에 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옥상 문 앞에 도착하자, 그가 내 손을 놓았다. 놓는 순간 공포감이 밀려와 “잡고 있어요.”라고 나는 외쳤다.

“잠깐만요. 문 열고.”

그가 그렇게 말하자, 어둠 속에서 찰그락찰그락하는 소리가 났다.

“이거, 망가졌거든요.”

그가 자랑스럽게 가르쳐준다.

문이 열리자,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들었다. 바로 앞에 아이들이 노는 광장이 있다. 조그만 비끄럼틀과 그네가 어둠 속에 놓여 있다.

“이쪽.”

그가 다시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옥상으로 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딛는 순간, 철조망 너머로 빛을 잃은 도시가 보였다.

“우와, 정말 굉장하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의 도시가 캄캄한 항구에 빨려들어간 듯 보였다.

그가 철조망을 잡고 벤치 위에 올라섰다. 그가 손을 잡아당겨 나도 벤치 위로 올라갔다.

온 거리에서 빛이란 빛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 굉장하다.”

“굉장하네.”

둘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잡은 난간의 차가움과 볼이 따갑도록 불어오는 바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웠단 말이지, 이 도시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그가 “이 도시?”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이 도시. 이렇게 아름다웠어요.”

 

  

● 출처 :『7월 24일 거리』, 재인 2007 (요시다 슈이치/김난주,177-179)

 

● 작가 : 요시다 슈이치- 968년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서 태어나 제84회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소설『파크 라이프』『퍼레이드』『파편』『일요일들』『거짓말의 거짓말』『7월 24일 거리』등이 있으며, 아쿠타가와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을 수상함.

 

● 낭독 : 백은정- 배우. 연극 <메디어 환타지> <이디푸스와의 여행> 등에 출연.
김동현- 배우. 영화 <홀리데이> <광팔>, 연극 <청춘예찬> <나쁜자석>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등에 출연.

 



한동안 여행을 가지 못하면, 저도 외국인 놀이를 즐겨요. 여행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사는 곳은 신도시니까 아파트가 즐비하죠. 거리에 서서 그 아파트들이 거대한 성냥갑이라도 된다는 듯이 쳐다봅니다. 과연 저런 곳에서 살아간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자문하는 듯한 눈초리로. 버스에 올라타서는 난생 처음 본다는 듯이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대는 승객들을 관찰하죠.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탈 때 카드를 갖다 대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왜 내릴 때도 그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생각해요. 외국인 놀이를 하게 되면, 평소에 보지 못하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됩니다. 그럴 때 깜짝 놀라게 되죠. 원래는 이런 곳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이게 숙달되면 자기가 남인 양 생각해보세요. 그러다보면 알게 될 거예요. 아,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구나. 원래의 우리는, 물론 다 괜찮은 사람들이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