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을 보고 듣다(문장배달)

지하드 다르비슈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by 아프로뒷태 2014. 11. 8.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지하드 다르비슈

 
나스레딘에게는 열세 살 난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아들은 늘 자신이 못생겼다고 생각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너무 심해 집 밖으로 나가려고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날 비웃을 거야.’ 그는 끊임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사람들은 험담하길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누누이 말했지만 아들은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나스레딘이 아들에게 말했다.

 

“내일 나와 함께 장에 가자꾸나.”

 

다음날 아침 아주 이른 시간에 그들은 집을 나섰다. 나스레딘 호자는 당나귀를 탔고, 그의 아들은 그 옆에서 걸었다.

 

시장 입구에 사람들이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스레딘과 아들을 본 그들은 마구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 사람 좀 봐. 동정심이라곤 털끝만큼도 없군. 자기는 당나귀 등에 편히 앉아 가면서 불쌍한 아들은 걷게 하다니! 이미 인생을 누릴 만큼 누렸으니 아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러자 나스레딘이 아들에게 말했다.

 

“잘 들었지? 내일도 나와 함께 시장에 오자꾸나.”

 

둘째 날, 나스레딘과 아들은 전날과는 반대로 했다. 이번에는 아들이 당나귀를 탔고 나스레딘이 그 옆에서 걸었다. 시장 입구에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스레딘 부자를 보자 그들이 외쳤다.

 

“저 녀석 좀 보게. 버릇도, 예의도 없군. 당나귀 등에 유유히 앉아 불쌍한 노인네를 걷게 만들다니!”

 

그러자 나스레딘이 아들에게 말했다.

 

“잘 들었지? 내일도 나와 함께 시장에 오자꾸나.”

셋째 날, 나스레딘 부자는 당나귀를 끌며 걸어서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 모습으로 시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그들을 보고 비웃었다.

 

“저런 멍청한 사람들을 봤나! 멀쩡한 당나귀가 있으면서도 타지 않고 걸어다니다니. 당나귀는 사람 타라고 있다는 것도 모르나봐.”

 

그러자 나스레딘이 아들에게 말했다.

 

“잘 들었지? 내일도 나와 함께 시장에 오자꾸나.”

 

넷째 날, 나스레딘 부자는 둘 다 당나귀 등에 걸터앉아 집을 나섰다. 시장 입구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야유를 보냈다.

 

“저 사람들 좀 봐. 저 가엾은 짐승이 조금도 불쌍하지 않은 모양이군!”

그러자 나스레딘이 아들에게 말했다.

 

“잘 들었지? 내일도 나와 함께 시장에 오자꾸나.”

 

다섯째 날, 나스레딘 부자는 당나귀를 어깨에 짊어지고 시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저 미치광이들 좀 봐. 저들을 병원으로 보내야만 해. 당나귀 등에 타지 않고 짊어지고 가다니!”

 

그러자 나스레딘이 아들에게 말했다.

 

“잘 들었지? 네가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은 항상 트집을 잡고 험담을 할 게다. 그러니 사람들 말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단다.”

 

● 출처 :『이슬람의 현자 나스레딘』, 현대문학북스 2002

 

 

● 작가 : 지하드 다르비슈 – 1951년 레바논의 마르바르니에서 태어나 라디오 기자로 일하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가르침. 콩트 작가로 활동하면서 글쓰기 강좌에서 어린이와 성인을 위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음.

● 낭독 : 김내하 – 배우. 연극 『날 보러 와요』『이』『즐거운 인생』『꿈속의 꿈』등에 출연.
임진순 – 배우. 연극 『그릇 그릇』『여행』『자객열전』『벚나무 동산』 등에 출연.
서이숙 – 배우. 연극 『열하일기만보』『강철』『오레스테스』『리어왕』등에 출연.
홍성경 – 배우. 연극 『황구도』『돐날』『호야』『죽도록 달린다』 등에 출연.
주성환 – 배우. 연극 『달아달아 밝은달아』『말괄량이 길들이기』『침묵의 해협』『세일즈맨의 죽음』 등에 출연.

 

● 음악 : 디 패니코

 



요즘은 덜하지만, 그래도 친구와 싸울 때가 있어요. 무슨 일인가로 혼자 마음이 상해 있다가 결국에는 사소한 계기로 폭발하는 거죠.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정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그게 얼마나 멍청한 행동인지 잘 알고 있어서 다음날이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사과할 수 있다는 점이죠. 친구는 좀 어리벙벙하겠죠. 희한한 일이지만, 몇십 년씩 만난 친구 사이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져요. 그런데 어느 날, 날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혹은 절대로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없는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해서, 내 인생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면? 그냥 무시하세요. 반대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인생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지 마세요. 말해봐야 그 사람도 무시할 게 뻔하니까.-김연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