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삶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었다.
하지만 나는 과거에서 머물러 있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추었다.
왜 멈추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고,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그를 만나기전, 나는 공연과 영화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를 둘러싼 대학동기들은 소설가 시인 그리고 연극과 배우, 연출, 작가들이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작품 이야기를 하며 세계를 탐구하는데 매진했다. 그래서 늘 실험극이든 정통극이든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공연을 찾아다녔다. 많이 보고 느끼고 썼다. 그렇게 나의 일상은 공연과 영화 그리고 책으로 점철되었다.
그러던 중 그를 만났다.
생텍쥐베리에 나오는 <어린왕자>에서처럼, 나는 그에게 길들여졌다.
그 역시 나에게 길들여 졌다.
그리하여 나는 그에게 내가 보는 공연과 영화 그리고 책을 선물했고, 그는 나의 일부를 공유했다.
암전이 이루어지는 사이, 그는 나의 손을 잡았다. 나는 그가 나의 손을 놓지 않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1년 만에 공연장으로 향했다.
3시간 20분 동안 나는 인간과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능구렁이처럼 사타구니를 타고 오르는 악령을 보았다.
그 악령에게 슬쩍 미소를 지어보인다.
사람만이 사람을 만난다.
사람만이 사람을 버린다.
러시아 대문화 도스토예프스키의 원작 소설을 알베르 카뮈가 희곡으로 각색한 대작 <악령>
공연 내내, 원작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알베르 까뮈가 시대의 양심이었다면,
도스또예프스키는 인간의 양심을 파멸로 몰고가서
어디까지 가야 무너질 수 있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가이다.
강력한 블랙유머를 통해 현대사회의 불안한 비극적 초상을 희극으로 바라본다.
씨어터-댄스 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선보이는 매혹적인 공연 <악령>을 국내 조연으로 만나보자 !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만나는 연극 대작, <악령>의 국내 초연!
혼란과 공허가 뒤섞인 아름다운 물질세계의 고독. 그 위에 현대인은 정신적 위기에 놓여 있다. 연극 <악령>은 인간의 내면의 깊은 절망에 대한 깊은 사유와 그 비극들을 웃음으로 희화화함으로써 웃음과 절망이 어우러진 우스꽝스러운 비극을 강력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무대는 주인공 스따브로긴 내면의 시선이다. 그것은 깊은 우수와 허무이다. 주체할 수 없는 고독과 허무가 주인공을 절망으로 끌고 간다. 스따브로긴의 극단적 카리스마 뒤에는 바로 ‘악령’이라는 매혹이 숨겨져 있다. 이 매혹은 사람들을 파멸로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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